
[한의신문] 한의사가 수행할 마취술의 학문적 체계를 정립하고, 임상 현장에서 안전하고 유효한 마취를 수행하기 위한 필수적인 기초지식과 윤리적 책임을 다룬 ‘경혈마취학’이 출간돼 눈길을 끌고 있다.
‘경혈마취학’의 저자로는 △곽도원 광진경희한의원장 △김경묵 가천대 한의대 교수 △김규현 동국대 한의대 외래교수 △김서영 서울시한의사회 의료기기위원회 위원 △서형식 부산대 한의전 교수 △이선주 장덕한방병원 피부성형센터 진료의 △이재현 윤빛한의원장 △장인수 우석대 한의대 교수 △하세현 서울시한의사회 의료기기위원회 위원이 공동 저술했다.
저자들은 “마취의 가장 중요한 목적 중 하나는 환자가 불필요한 통증 없이 치료를 받을 권리를 지켜주는 것으로, 통증을 조절할 수 있는 지식과 수단이 존재함에도 이를 외면하고 불필요한 고통을 감내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책임 있는 의료인의 태도라 할 수 없다”면서 “이에 이 책에는 경혈마취에 대한 학술 및 임상과 관련된 부분을 담고자 했으며, 한의대 교육 현장에서 적극 활용됐으면 하는 바람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동양의학에서도 외과적 처치 위해 마취 활용
오래 전부터 동양에서도 의학적인 외과적 처치를 위해 마취의 필요성이 존재했으며, 실제 후한 말기의 의가 화타는 마비산을 사용해 의식과 통증을 억제한 상태에서 다양한 수술을 시행했다. 또한 19세기 초 일본의 한의사인 하나오카 세이슈는 초오·만다라 등 동아시아 본초를 조합한 마취 처방을 통해 현대적 유방 종양 절제술을 시행키도 했다. 아울러 청대의 ‘양의대전’ 등에서는 종기를 침으로 절피한 후 마취 효과를 가진 섬수를 침습적으로 주입한 후 칼(刀)로 절개하라고 기록돼 있기도 하다.
이처럼 한의 마취는 시대를 지나며 점차로 발전해왔고, 이는 현대의 국소·진정·전신 마취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경혈마취학’은 한의마취의 개요를 시작으로 △마취학의 역사 및 마취본초 △국소마취의 분류 △국소마취의 기전 △국소마취약물학 △국소마취 시 주의사항과 부작용 △환자 평가 △국소마취의 시술 절차 △부위별 임상 응용 △국소마취의 합병증과 안전관리 등 총 10장으로 구성됐다.
또한 부록으로는 주요 경혈과 신경포착점 비교표, 국소마취제의 약리 비교표, 경혈마취술 동의서, 경혈마취 사전문진표 등을 수록했다.

한의학계 및 한의교육 현장에서의 적극 활용 기대
이와 관련 곽도원 원장은 “경혈이란 혈관, 신경 등 인체의 유의미한 반응점의 집합체로, 실제로 몸 여러 곳의 신경차단술 지점은 한의학에서의 특정 경혈에 해당한다”면서 “한의대에서 사용하게 될 교재로서 한의학의 역사적 맥락과 함께 하기 위해 ‘경혈마취학’이라는 이름을 사용했지만, 실제로는 현대 한의학이라 할 수 있는 현대의과학의 성과와 한의학 고유 용어를 유기적으로 연결한 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장인수 교수(대한통합레이저의학회장)는 “통합레이저의학에서 통증 조절을 위한 마취는 시술의 완성도를 좌우하고 환자의 공포와 불편함을 경감할 수 있는 핵심 요소인데, 이러한 임상적 필요에 부합하는 ‘경혈마취학’의 발간은 매우 시의적절하며 큰 의미를 가진다”면서 “경혈 개념과 통증 조절 기전을 유기적으로 연결한 경혈마취학 교재가 한의학계와 한의교육 현장에서 널리 활용돼 보다 안전하고 정교한 임상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의학적 도구 활용…한의사에 부여된 사명이자 의무
김규현 외래교수는 “한의사의 정체성은 특정 시대가 아니라, 질병의 예방과 치료, 그리고 사회적 의료비용 절감이라는 의료 본연의 목적에 뿌리를 두고 있다”면서 “환자의 건강 증진과 지속가능한 보건의료라는 상위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현대 한의사는 마취를 포함한 모든 의학적 도구를 자유롭고 책임감 있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하며, 이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의사에게 부여된 시대적 사명이자 당연한 의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 책을 통해 많은 한의사 회원들이 마취의 과학적 원리를 쉽게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진료 현장에서 환자의 고통을 더욱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특히 ‘경혈마취학’은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피부외과학의 주교재 및 우석대 한의대 한방내과학 부교재 등 전국 한의과대학의 주·부교재로 활용된다.
경혈마취, 환자 안전 및 치료 효율성에 장점
한편 박성우 서울시한의사회장은 추천의 글을 통해 “경혈마취는 한의학이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이 책에는 임상 현장에서 즉시 적용 가능한 실용적 지식을 담고 있어 일선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한의사 회원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국소마취는 전신마취에 비해 환자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효과적인 시술을 가능하게 하는 의료에 있어 매우 중요한 영역인 가운데 경혈을 이용한 국소마취기법은 안전하면서도 우수한 진통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환자 안전과 치료 효율성을 양 측면에서 큰 장점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한상윤 한의학교육학회장은 “이 책은 경혈마취를 단순한 전통기법이나 특수 술기로 다루는 것이 아닌, 하나의 학문 분야로 정립하려는 진지한 시도이자 한의학이 스스로의 언어를 확장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평가된다”면서 “특히 전통과 현대, 임상과 법, 기술과 윤리를 분리하지 않고 통합적으로 사고하도록 이끄는 구성은 오늘날 한의학교육이 지향해야 할 방향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