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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3월 23일 (월)

신미숙 여의도 책방-74

신미숙 여의도 책방-74

마음먹기? 그까이꺼!

신미숙02.jpg


신미숙

국회사무처 부속한의원 원장

(前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


 

[편집자주] 『신미숙의 여의도 책방』은 각 회마다 1개의 키워드에 5권의 도서를 추천하는 형식으로 이어갑니다.


진료실에 가장 많이 내원하는 연령대가 30대 중반부터 40대 후반까지인 것 같다. 젊다는 이유로 야근과 출장을 도맡으며 24시간 일꾼 모드로 살다보니 조직의 중추이자 허리 역할로 엄지척 평가를 받고는 있지만 상담을 시작하면 다들 이고지고 다녔던 통증 한다발씩의 역사를 고백하곤 한다. 


자주 얼굴을 보면서 친분이 생긴 30대 중반의 성격 좋고 귀여운 직원 한 분이 “연애는 여자가 마음 먹어야 시작되고, 결혼은 남자가 마음 먹어야 시작된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으시냐고 묻는다. “캬! 듣고보니 명언이네! 여자가 마음만 먹으면 연애가 바로 시작된다? 그게 가능하면 좋은 일 아닌가?”라고 답했다. “그게 또 좋은 게 아닌게요. 일단 연애가 개시는 되는데 대부분이 어정쩡한 상태에서 금방 끝나기를 무한 반복 중이랍니다. 남자로 하여금 결혼 결심을 할 마음까지 만들어주는 것도 결국은 여자 몫인 것 같아서 갑자기 손해보는 마음이 확 들어요. 이러다가 마흔 넘길 것 같아요!” “정신차려보니 결혼식장에 드레스 입고 서 있는 것이 결혼이라는 말이 있소. 아직 젊으니까 최 선생도 곧 그 날이 올 겁니다. 너무 고민하지 말고 75점 정도의 남자가 나타나면 결혼하는 마음까지 들도록 한 번 밀어붙여봐요!” 


배우자의 기준과 조건에 점수를 매기는 결정사 욕을 끊임없이 해온 나였으면서 75점을 거론하다니... 인생 선배랍시고 하나마나한 조언을 하고 나니 괜히 멋쩍어진다. 세상일에 마음이 가닿지 않은 일이 어디 있겠냐만 사람의 마음을 얻는다는 것, 그것도 일단은 평생을 함께할 것이라는 가정과 상상을 기반으로 사람 하나를 내 편으로 만든다는 것은 실로 엄청난 일임은 분명하다. 

 

마음 먹기란 자유의지의 다른 표현일까?


마음은 감정, 사랑, 열정 등의 감정적인 측면을 강조할 때는 ‘heart’, 존재의 본질이나 깊은 내면을 지칭할 때는 ‘soul’, 이성·사고·의식·판단 등을 포함한 정신적 기능을 강조할 때에는 ‘mind’이다. 인간의 마음을 의식이라고 정의하기도 하지만 의식은 주관적인 경험과 인식을 포함하는 마음의 한 부분일 뿐 마음은 의식적 요소에 무의식적 요소까지 포함된 보다 포괄적인 개념이다.


그렇다면 마음 먹기란 자유의지의 다른 표현일까? 『자유의지는 없다』의 저자 샘 해리스는 “마음은 생각을 만들어내지만, 그 생각을 선택할 자유의지는 인간에게 없다”라고 했다. 우리의 마음에 떠오르는 생각과 욕망은 우리가 선택해서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믿는 자유의지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으며 자유의지가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면 우리는 타인의 마음과 행동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고, 분노보다는 연민과 책임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이다. 


20년 전 한 입원환자가 퇴원하면서 정성스런 장문의 편지와 함께 건네준 책이 한 권 있었다. 그 책을 펼치면 거칠었던 장맛비가 병실 창문을 때리는 소리와 4인실 병실 특유의 냄새가 한꺼번에 몰려온다. 유독 기억에 남는 환자였기 때문이다. 30대 초반의 미숙한 임상의였던 나는 ‘실력이 부족하니 체력으로라도 그 간극을 메워보자’라는 심산으로 하루 두세번씩 회진을 다니며 특히 입원환자들에게 정성을 기울였었다. 비구니가 되려고 머리깎고 경상도 어느 절에 들어가서 생활하던 과정에서 알 수 없는 다발성 통증으로 고생하던 차에 아버지 손에 이끌려 우리 병원으로 입원을 하러 오셨던 분, 다시 절로 돌아갈지 말지 내적 갈등까지 더해져서 유독 변덕이 심하셨던 분, 그 덕분에 꽤 길게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며 그녀가 호소하는 모든 증상에 대해서 무엇이든 어떤 것이든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드리고 싶은 마음 뿐이었던 그 분! 정성이었든 휴식의 효과였든 시간이 보약이었든 복합적인 효과의 총합으로 나을 것 같지 않았던 여러 증상들이 차츰 약해지기 시작했고 꽤 만족스럽게 호전되어 퇴원했던 그녀가 건넸던 이 책을 나는 늘 진료실 책장 한 켠에 제목이 잘 보이도록 꽂아두었고 가끔씩 손을 뻗어 어느 페이지든 펴서 읽곤 한다. 영원한 화두! 마음이란 무엇일까?


『마음이란 무엇인가』(달라이 라마, 존 카밧진 외, 씨앗을 뿌리는 사람,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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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은 보이지 않지만 뇌의 활동 속에서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경험의 흐름이다.

- 신경과학은 마음을 뇌의 기능으로 설명하지만 불교는 마음을 인식과 경험의 중심으로 바라본다.

- 마음은 고정된 실체라기보다 끊임없이 변하는 과정에 가깝다.

- 우리가 현실이라고 믿는 세계는 사실 마음이 해석한 경험의 결과일 수 있다.

- 우리가 ‘나’라고 부르는 자아도 마음이 만들어낸 하나의 이야기일 수 있다.

- 마음을 관찰하는 능력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힘을 키운다.

- 명상은 마음을 비우는 기술이 아니라 마음의 움직임을 알아차리는 연습이다.

- 마음이 집착을 내려놓을 때 현실을 바라보는 방식도 함께 달라진다.

- 마음의 평온은 외부 환경이 아니라 마음을 이해하고 다루는 능력에서 시작된다.

- 동양의 수행 전통과 현대 신경과학은 마음을 이해하려는 서로 다른 길이지만 같은 질문을 향한다.

- 결국 마음을 이해한다는 것은 자신의 경험을 만들어내는 근원을 이해하는 일이다.


『아픔은 치료했지만 흉터는 남았습니다』(김준혁, 계단,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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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학은 몸의 질병을 치료할 수 있지만 사람의 마음에 남은 상처까지 모두 치유하지는 못한다.

- 환자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 치료는 완치라는 결과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흉터를 남길 수 있다.

- 의료의 기술이 발전할수록 환자의 마음을 듣는 능력은 오히려 더 중요해진다.

- 병을 고치는 일보다 더 어려운 일은 아픈 사람의 마음을 공감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 의사와 환자 사이의 갈등은 종종 서로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시작된다.

- 사회가 만든 차별과 낙인은 몸보다 마음에 더 깊은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 의료는 과학이지만 환자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노력 없이는 완전한 치유가 될 수 없다.

- 의학의 발전은 인간의 생명을 살렸지만 그 과정에서 마음의 고통을 충분히 바라보지 못한 순간들도 있었다.

- 질병은 개인의 몸에서 시작되지만 그 고통은 가족과 사회의 마음 속으로까지 퍼져 나간다.

- 의료가 진정으로 인간적이기 위해서는 몸의 치료와 함께 마음의 존엄을 지켜야 한다.

- 사회가 약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들의 몸보다 마음에 더 깊은 흉터를 남기기도 한다.

- 의학은 생명을 연장할 수 있지만 사람의 마음을 존중하는 태도가 있어야 진정한 치유가 된다.

- 결국 좋은 의료란 몸을 치료하면서 동시에 사람의 마음을 다치게 하지 않는 의료이다.


『뇌를 읽다, 마음을 읽다』(권준수, 21세기북스,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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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 정진은 게으르지 않게 항상 마음의 끈을 적절히 조율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 인간의 마음은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뇌의 작동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 우리가 느끼는 불안이나 우울은 단순한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뇌 기능의 변화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

- 뇌과학이 발전하면서 마음의 많은 부분이 생물학적으로 이해될 수 있게 되었다.

- 마음을 이해하려면 뇌 구조와 신경 전달물질의 역할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

- 정신질환은 마음의 약함이 아니라 뇌 회로의 기능 이상으로 이해해야 할 질병이다.

- 마음의 회복력은 뇌의 가소성(neuroplasticity) 덕분에 가능하다.

- 환경, 경험, 인간관계는 뇌 구조와 마음의 형성에 지속적인 영향을 준다.

- 결국 마음을 이해한다는 것은 뇌와 인간 경험을 함께 이해하는 과정이다.


『원효의 마음 공부』(강기진, 유노북스,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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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효의 가르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진리가 결국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통찰이다.

- 우리가 겪는 고통의 대부분은 세상이 아니라 마음의 해석에서 생겨난다.

- 마음이 집착을 내려놓는 순간 세상은 훨씬 자유롭고 넓게 보인다.

- 깨달음은 특별한 경험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알아차리는 일이다.

- 마음을 다스리는 공부는 생각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생각의 흐름을 이해하는 것이다.

- 마음이 만들어낸 경계가 사라질 때 나와 타인의 구분도 조금씩 희미해진다.

- 마음이 고요해지면 세상에 대한 판단보다 이해가 먼저 생겨난다.

- 마음이 욕망에 끌려갈 때 괴로움이 커지고 마음을 알아차릴 때 자유가 시작된다.

- 수행은 특별한 장소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마음을 바라보는 데서 이루어진다.

- 마음을 밝히는 공부는 지식을 쌓는 일이 아니라 삶을 이해하는 과정이다.


『타인이라는 세계』(홍순범, 다산초당,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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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혼자 존재하는 존재가 아니라 타인의 마음을 통해 자신을 이해하는 존재이다.

- 우리는 타인의 행동을 쉽게 판단하지만 그 행동 뒤에 있는 마음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부족하다.

- 인간관계의 갈등은 대부분 타인의 마음을 단순하게 해석하려는 습관에서 시작된다.

- 마음은 혼자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계속 만들어지고 변화한다.

-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마음이 형성된 맥락을 이해하는 일이다.

- 마음은 보이지 않지만 우리는 끊임없이 타인의 마음을 추측하며 살아간다.

- 공감은 타인의 마음을 완전히 아는 것이 아니라 그 마음에 가까이 가려는 태도이다.

- 마음은 사실보다 해석에 더 크게 영향을 받으며 관계의 방향을 결정한다.

- 우리는 타인의 마음을 읽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종종 자신의 마음을 투사하고 있을 뿐이다.

- 마음을 이해하는 능력은 지능이 아니라 경험과 관계 속에서 길러진다.

-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순간 우리 자신의 마음도 조금 더 깊어지기 시작한다.

- 인간은 타인의 마음을 상상할 수 있는 능력 덕분에 협력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다.

- 마음을 이해하는 사람은 타인의 행동보다 그 행동의 이유를 먼저 묻는다.

- 결국 타인을 이해하는 일은 다른 마음의 세계를 존중하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지선’이라 불리우는 6월3일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향한 일정이 각당 후보 확정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국회는 좀 조용해진다. 미움받을 용기와 정치하려는 마음을 동시에 가진 사람들만이 정치판에 들어올 수 있는 것 같다. 시대가 혹은 특정 세대가 적극적으로 호출했기에 선거에 나선 자들도 있지만 아무도 호출한 적 없고 본인의 능력도 부족함을 알지만 이건 운명이라며 돌발적으로 선거에 나서는 자들도 상당수다.

 

이 두 부류는 입장은 다르지만 공통점은 맷집이 강하다는 사실이다. 정치하려는 마음, 선거에 나서는 마음은 과연 어떤 것일까? 초심을 유지하겠다는 약속이나 초심을 돌아보겠다는 반성은 거리에 나뒹구는 ‘처음처럼’ 소주병처럼 흔하지만 첫 마음을 끝까지 지켜낸 자들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정치하려는 마음’은 점차 ‘갑질하는 마음’으로 발전하고 간혹 ‘뇌물을 받고 싶은 마음’에까지 도달하여 실행이라도 하게 되면 한번에 훅 간다. 정치야말로 사람 그것도 엄청난 숫자의 사람들의 마음을 한꺼번에 얻어야 하는 일이니 이 얼마나 무거운 일인가?


지하철 환승통로 간이매점에서까지 7천원짜리 두쫀쿠를 팔길래 이제 두쫀쿠도 끝물이구나 싶다. 이번에는 난데없이 봄동비빔밥이 그 다음 유행템이란다. 아무리 다이나믹 코리아라지만 전국민적 유행의 변신에는 특별한 기준도 맥락도 없다. 매주 목요일 열리는 집앞 장터에 밤고구마를 사러 들렀더니 요즘 봄동 유행인거 모르냐며 야채코너 사장님이 내 허락도 맡지 않고 봄동이 담긴 봉다리 하나를 고구마 위에 강제로 올려놓으신다. ‘유행이라고 하니 그래도 한번은 먹어줘야겠지? 두쫀쿠에 비하면 이 얼마나 저렴하고 건강한 유행인가?’ 싶어서 흐뭇한 마음으로 계산하고 콧노래까지 부르며 귀가했다. 유행에 민감하지 않으면서도 또한 유행에 뒤떨어지지 않으려는 이 마음은 또 어디서 온 것인가? 


『맘고쳐 한의원』(즐하, 봄마중, 2025년 5월)이라는 동화책에 “에구구, 얼굴을 보니, 고민이 가득하네! 자 털어놔 봐. 여기는 어떤 마음이라도 고쳐 주는 맘고쳐 한의원이라고!”라는 문장이 있다. 낮에는 사람들을 고치는 ‘다고쳐 한의원’이었다가 밤에는 물건들을 고치는 ‘맘고쳐 한의원’으로 변신한다는 이야기. AI가 인간의 모든 영역을 대체 가능할 것이라는 가까운 세상에 맘고쳐 한의원 혹은 다고쳐 한의원은 과연 어떤 미래를 마주할 것인가?


힙한 을지로 일명 힙지로 형성의 시발점이 되었던 카페 ‘커피한약방’과 디저트가게 ‘혜민당’이 재개발에 밀려 이번달 말로 영업을 종료한다. 커피한약방에 걸려있던 “이곳은 옛 허준 선생님이 병자를 치료하시던 혜민서 자리입니다”라는 나무 액자도 사라질 것이다. 허준 선생님의 흔적이 어떤 방식으로든 이어지기를 기대하는 온고지신의 마음으로 삼월을 떠나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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