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스크래요”, “협착증이래요.”, “인대가 늘어났대요.” 개원가에서 통증 환자들을 진료하면 흔하게 듣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해면 현재 대한민국에서 이뤄지는 통증 진료 방식이라면 대부분의 이런 진단들은 믿을 수가 없다. 아니, 환자도 직접 자기 눈으로 X-ray나 MRI 영상에서 이상을 확인했다는데, 진단을 믿을 수 없다니 무슨 소리냐고?
이와 관련하여 우선 전세계 의학의 교과서라고 할 수 있는 ‘해리슨 내과학’에 나와 있는 내용들을 한번 살펴보자.
“영상 검사에서 발견되는 추간판 돌출이나 협착증, 관절염과 같은 퇴행성 변화는 증상이 없는 일반 인구에서도 매우 흔하며, 이러한 영상 소견만으로 통증의 원인을 단정해서는 안 된다. 또한 임상에서 가장 흔한 근육 긴장이나 염좌와 같은 대부분의 연부조직 문제는 영상 검사로 확인되지 않는다.”
즉, ‘영상 검사만 가지고 통증 환자를 진단·치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비단 ‘해리슨 내과학’ 뿐만 아니라 전세계 통증 진료의 공동 가이드라인이고 기본이 되는 내용이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에서 이게 잘 안 지켜지고 있기에 진단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유명 대학병원들의 진단 조차도 단지 영상의학적 검사만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의 사례
66세 J씨는 정형외과와 신경외과 3곳에서 영상 검사를 통해 ‘요추 추간판 탈출증’ 진단을 받고 ‘신경 차단술’ 등 시술을 반복적으로 시행 했지만 증상이 전혀 호전이 되지 않아 내원했다. 진찰 결과 단순한 둔부 근육 문제로 판단됐고, 4회 치료 후 증상은 완전히 소실됐다.
25세 L군은 1년 이상 지속된 극심한 허벅지 통증으로 대학병원에서 영상 검사를 통해 척추 수술까지 권유를 받았다. 하지만 환자의 증상 표현과 진찰 소견은 단순한 ‘대퇴피부신경포착’이었고, 역시나 간단한 보존적 처치로 완전히 호전시킬 수 있었다.
65세 P씨는 야간에 심한 어깨 통증으로 잠을 이룰 수 없어 두 곳의 병원을 방문했다. 두 곳의 병원 모두 영상 검사를 우선 시행했는데, 심지어 각기 진단명이 달랐다. 한 곳에서는 ‘석회화 건염’ 때문이라고 했고, 다른 곳에서는 ‘회전근개 파열’ 문제라고 진단했다. P씨는 이후 대학 병원에도 방문했는데, 대학병원에서도 역시나 바로 영상 검사를 시행했고 회전근개 문제라며 “수술 밖에는 답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렇게 P씨는 수술 일정을 기다리는 상태로 내원했다. 하지만 환자의 증상은 임상적으로 전형적인 유착성 관절낭염(오십견) 형태였고, 영상 소견과 무관하게 보존적 치료를 시행했는데 다행히 야간통은 쉽게 개선됐다. 오십견이 맞았던 것이다. 참고로 오십견 역시 영상 검사보다는 병력 청취와 이학적 검사로 진단하는 질환이다. 앞선 병원들에서 환자의 어깨를 한 번만 들어봤어도 쉽게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와 같은 사례가 대한민국 통증 진료 현장에서 너무 많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앞서 (조금 과장을 보태서), 현재 대한민국에서 이뤄지는 많은 통증 진단들을 있는 그대로 믿을 수 없다고 이야기한 것이다.
영상 이상 ≠ 통증 원인
대규모 메타분석 연구에 따르면 CT, MRI 상 디스크 돌출, 퇴행성 변화, 추간판 팽윤 등의 이상 소견은 무증상 성인의 1/3에서 통계에 따라서는 90%까지 흔히 관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해리슨 내과학’에서도 만성 요통의 치료는 영상의학적 검사만을 기반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못을 박고 있다. ‘척추관 협착증’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노인 인구에서는 30~50%까지 영상 검사상 ‘척추관 협착증’ 소견이 발견될 수 있다. 하지만 영상상 협착의 정도와 증상의 심한 정도 사이에 일관된 상관 관계가 없으며, 상당수는 영상상 이상이 있어도 무증상일 수 있기에 역시나 영상 검사가 절대적인 진단 기준이 될 수는 없다.
뉴잉글랜드저널(NEJM) 연구에 따르면, 급·만성 요통의 85% 이상은 특별한 병리적 소견이 없는 ‘비특이적 요통(nonspecific low back pain)’으로 분류되며, 명확한 구조적 병변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국제 가이드라인에서는 초기 요통 환자에게 Red Flag Sign이 없는 경우, 우선적인 영상 검사를 권장하지 않는다.
Red Flag Signs(중증 질환 시사 징후)
: 영상의학적 검사가 우선되어야 하거나, 상급 의료기관으로 즉시 전원해야 하는 경우
· 외상: 추락, 교통사고
등 명확한 외상 후 발생한 통증 (골절 의심)
· 종양
의심: 암 환자 병력, 설명되지 않는 체중 감소, 식욕 부진, 야간 통증
· 감염
의심: 발열, 오한, 최근의 수술 이력 또는 비위생적인 침습적 처치 이력
· 신경학적
응급: 마미증후군(대소변 장애, 항문 주위 감각 저하), 급격한 하지 근력 저하(Foot Drop 등)
· 기타: 70세 이상의 고령에서 발생한 급성 통증, 골다공증, 장기적인 스테로이드 복용력 등 ( 골절 위험을 높이는 요소 )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의 경우 통증 진료를 받게 되면 초기에 바로 영상 검사를 시행하고, 거기에 한 술 더 떠 영상검사만 가지고 진단을 받기도 한다. 그래서 문제라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나름의 다양한 의료 문화적인 요소가 관여하고 있지만, 우선 여기서는 일단 이 문제를 인식이라도 하자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영상 검사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영상 검사를 의료에서 지나치게 맹신하거나 절대적인 기준으로, 지침에 맞지 않게 사용하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한의계 역시 같은 함정에 빠질 수 있다”
한의계에도 최근 영상 진단 기술들의 도입으로 빠른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초음파에 이어 X-ray 까지 한의계의 영상 진단은 앞으로 점점 더 보편화 될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한의계도 자칫 지나치게 영상 검사에만 의존하게 될까 경계해야 한다. 그동안 객관적 진단 검사 장비에 너무 목말라 있던 나머지, 처음 도입하는 진단 장비에 지나치게 기대할 수도 있다. 한의계의 통증 진료에서 우선적으로 감별하고자 하는 ‘골절’ 에서도 영상상 압박 골절 소견을 보이는 환자 2/3가 ‘무증상’ 일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골절’을 객관적으로 발견하여 기쁘겠지만, 막상 환자의 증상과 상관이 없을 수도 있는 것이다. 퇴행성 관절염은 노인에서는 흔하게 발견되며 많은 경우 영상 소견과 상관없이 무증상이고, 협착증과 마찬가지로 영상상 심한 정도와 증상 간에 상관관계가 낮다. 초음파나 엑스레이상 병변만 보고 환자의 증상 원인이나 증상 정도를 유추해서는 역시나 안 되겠다.
오히려 그동안 한의계에서 보편적으로 활용하던 기본적인 진료 방식들이 어떻게 보면 사실 더 중요하고 기본일지도 모른다. 어찌보면 한의계는 그동안 영상 진단 장비의 보급이 부족했기에 더 이런 기본을 충실히 잘 지켜왔을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눌러서 명확한 국소적인 압통이 있고, 특정 동작에 따른 증상의 경감이 있으면 근육이나 연부조직 문제인 경우가 많다. 반면 압통은 없거나 있더라도 넓게 분포하고, 자세와 큰 상관없이 저리거나 깊은 통증이 있으면 신경 문제인 경우가 많다. 물론 디스크라면 증상이 악화되는 특정 동작이 존재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디스크라면 적어도 다리가 저리더라도 막상 다리를 만졌을 때는 크게 압통이 없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이런 일반적인 경향성을 인지한 상태에서, 경추라면 Spurling test, 요추라면SLR, Gaenslen, Patrick test 같은 기본 이학적 검사들을 시행하면 감별에 도움이 될 것이다. 어깨라면 한번 팔을 올려보기만 해도 심한 수동적ROM 제한이 나타나는 견관절(오십견 등) 문제인지, 아니면 Painful Arc Test 양성(충돌 증후군 또는 파열 가능성)인지를 확인 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언제 증상이 생겼는지, 어떻게 생긴 증상인지, 어떤 때 심해지고, 어떤 때 괜찮아지는지 등을 문진을 통해 확인하면 이미 충분히 많은 질환이 감별되는 것이다. 한의계가 그동안 해왔던 기본들이 역시나 여전히 중요하다.
‘등통증’(Back pain)을 비롯한 통증 상병은 항상 전체 건강보험 외래 상병TOP5에 들어갈 정도로 다빈도 상병들이다. 하지만 이 환자들 중 상당수는 첫 내원 의료기관에서 잘못된 진단과 처치로 불필요한 의료 이용을 하고 있는 상태일 수도 있다. 이에 올바른 진단과 한의학적 처치는 통증 환자들에게 비용 효과적이고 안전한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실제 이미 통증 질환은 현재 한의계 외래 환자의 70% 이상을 차지하며, 미국 내과학회(ACP) 진료 가이드라인 상에서도 허리 통증 초기에는 온찜질과 침, 추나(Spinal Manipulation), 마사지와 같은 비약물 치료를 우선하여 권고하고 있을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 이제는 정말FIRST CHOICE로 역할을 해야 할 때가 온 것일지도 모른다.
올바른 처치는 항상 당연히 올바른 진단을 전제로 한다. 이 기회에 한의계에서 올바른 영상의학적 검사 활용과 올바른 진단 문화를 전파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는 현재 건보 재정 부담에도 도움이 될 뿐더러 전 국민의 ‘통증 부담’을 줄이면서, 한·양방 협진 체계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대한민국 통증 진료가 이제는 좀 더 ‘정상화’ 되기를 간절히 한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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