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신문] 대한한방신경정신과학회(회장 조성훈)는 지난달 26일 오송에이치호텔 세종시티에서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치매, ADHD, 알코올 관련 장애, 조현병 스펙트럼 장애’를 주제로 춘계학술대회를 개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신경정신과 분야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의 개발 과정을 공유하는 한편 향후 업데이트 방향을 제시했다.
조성훈 회장은 개회사에서 “이번 춘계학술대회는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한의표준CPG를 주제로, 주요 질환에 대한 임상지침의 고도화 및 신규 개발에 대한 내용으로 준비했다”면서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정신건강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한의학의 역할 또한 새롭게 조명받고 있는 만큼 이 자리가 한의신경정신과학의 근거와 전문성을 더욱 공고히 다지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총 2개의 세션으로 나눠 진행된 이날 학술제의 첫 번째 세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고도화(좌장 이재혁)’에선 △치매 한의표준CPG 고도화와 전문가 합의 연구(조성훈 회장)를, 두 번째 세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신규 개발(좌장 정인철)’에선 △조현병 스펙트럼장애 한의표준CPG 개발과정 및 전문가 의견 수렴(최유진 한의학연구원 선임연구원) △알코올 관련 장애 한의표준CPG 개발과정 및 전문가 의견 수렴(임정화 부산대 한방병원 교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한의표준CPG 개발(김윤나 경희의료원 교수)을 주제로 각각 발표가 진행됐다.

이날 조성훈 회장은 지난 2021년 발표된 치매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초판을 바탕으로 한의학적 치매 치료에 대한 근거를 체계적으로 축적하고, 이를 디지털 가이드라인 형태로 재구성하는 과정을 소개했다.
조 회장은 “개발된 지 5년이 경과한 치매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에 최신 임상 근거를 반영하고, 임상연구 및 경제성 평가를 통해 국내 실정을 반영한 개작이 시급하다”고 강조하면서 대전대 산한학협력단(연구책임자 정인철)과 ‘치매 한의임상진료지침(이하 한의표준CPG) 고도화 및 표준임상경로(이하 한의진료CP) 개발’에 착수, △한·중·일 CPG를 반영한 치매 한의표준CPG 고도화(Hybrid adaptation) △디지털 가이드라인 인증 및 출간 △근거 강화를 위한 임상연구 △한의표준CPG 개작, 인증·출간 △4종(한의원, 한방병원, 협진의료기관, 공공의료기관)의 치매 한의진료CP 개발을 완료하고, 이를 적용한 임상연구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조 회장팀은 알츠하이머형·혈관성 치매환자를 대상으로, 항치매약물 단독요법 대비 한약 병용요법, 침·전침 치료 등의 효과성을 MMSE, MoCA, ADL, BEHAV-AD 평가척도를 적용해 분석했으며, 인지기능·일상생활능력·행동심리증상(BPSD) 개선 여부를 체계적으로 검토한 권고안을 CPG·CP에 담아낼 계획이다.
조 회장은 “이번 고도화 작업은 근거 상향 임상연구와 국내 최초 한·중·일 하이브리 수용 개작 방법론을 도입한 것으로, 치매 한의치료 표준화를 통해 치매 치료·관리에 대한 사회적 비용 절감과 더불어 국가 보건의료체계에서 한의진료 활용성을 증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조현병 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한의표준CPG 개발 경과 발표에 나선 최유진 선임연구원은 한약 치료(온담탕가미, 억간산, 양심탕가미 등)와 침구요법이 조현병에 대한 △양성·음성증상 보완 △항정신병약물 부작용(체중 증가, 대사질환, 고프로락틴혈증 등) 완화에 유의미한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최 연구원은 양성·음성 증상의 보완치료를 위한 한약 병용요법으로 △온담탕가미(조현병 대표처방) △억간산(치료저항성 조현병) △양심탕가미(전증 심비양허) △전광몽성탕가미(광증 기체혈어) △도담탕가미(전증 담기울결) △소요산가미(전증 간울비허)를, 침 치료의 경우 △백회(GV20) △인당(EX-HN3) △사신총(EX-HN1) △사지부 내관(PC6) △신문(HT7) △삼음교(SP6) △족삼리(ST36)에, 전침의 경우 △백회·인당(GV20·EX-HN3) △양측 태양(EX-HN5)에, 이혈지압은 △심(心) △간(肝) △비(脾) △위(胃)에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또 임정화 교수는 알코올 관련 장애에 대한 한의표준CPG 개발 과정과 초기 결과를 소개하며 “간·심혈관 질환, 암, 정신장애 등을 유발하는 알코올 사용 장애는 국내외적으로 막대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초래하는 주요 질환군임에도 정신건강서비스를 이용한 비율은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면서 “재발 방지와 신체적·정신적 합병증 관리가 치료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갈근탕, 치자청피탕 등의 한약 요법과 침구치료가 △금주 유지율 향상 △금단증상 완화 △우울·불안감소 등에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기존 문헌 및 예비 임상연구 결과를 공유하며 “향후 표준화된 핵심임상질문(CQ) 도출과 체계적 문헌고찰을 통해 근거 수준을 강화한 최종 CPG를 완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ADHD에 대한 한의표준CPG 개발 현황을 공유한 김윤나 교수는 한의치료가 환자의 △주의집중력 향상 △과잉행동 감소 △충동성 조절 및 우울·불안 등 정동 문제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들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현재 ADHD는 약물치료 중심으로 관리되고 있으나 장기복용에 따른 부작용과 한계로 인해 대체·보완적 치료법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와 더불어 성인 환자에 대한 내용도 포함해 전 국민에 대한 적절한 관리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 교수는 소아청소년 및 성인 환자에게 적용 가능한 한의치료(침 치료, 한약 투여, 한의정신치료, 한의기공명상 프로그램, 생기능 자기조절 훈련)가 주요 증상(부주의·과잉행동·충동성 증상)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해 진료 알고리즘을 구축했다. 이를 위해 △임상적 핵심 질문(PICO)을 선정하고, △주요 데이터베이스(PubMed, EMBASE, Cochrane Library 등)·전문 데이터베이스(CINAHL, AMED, PsychArticles 등)·한중일 대표 데이터베이스 등 14개 문헌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분석·평가를 진행했다.
김 교수는 “ADHD에 대한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을 통해 한의진료의 표준화와 환자 만족도 향상은 물론 효율적인 의료자원 활용을 통한 건보재정 안정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향후 다양한 한의약 중재 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의료진의 CPG 접근성을 강화해 전문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