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 최근 한의사가 참여하는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됨에 따라 일선 한의사들의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본란에서는 건기식에 대한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설휘훈 원장으로부터 건기식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 및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들어본다.
Q. 건강기능식품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한의사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식약동원’에 대한 막연한 연정을 품고 있던 중 경희대학교 동서의학대학원 의학영양학과에서 의료인을 대상으로 ‘헬스케어영양학(medicla nutrition)’ 석사과정을 오픈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고, 당시 함께 임상 공부를 하던 동료 한의사 2명과 함께 2022년 석사과정에 진학하게 됐다.
처음에는 졸업한 지 20년 된 한의사가 한의학이나 의학 부문 석사과정으로 진학하지 않는 것에 대한 주위의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영양학에 대한 이해가 의학과 의술을 연결하는 기본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20년 간의 임상을 통해 확신하고 있었기에 스스로에게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결정이었다. 석사과정에 진학한 이후 가능한 많은 과목을 수강하려 했고, 학부 때 개인적으로 부족했던 생리나 병리와 같은 기초과목에 대한 공백들을 채워나갈 수 있었다. 나아가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이론적·실무적인 이해와 더불어 제조와 관련된 현실적인 지식도 충분히 배울 수 있었고, 보다 넓은 인프라를 갖출 수 있게 됐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 건기식 시장이 결국에는 한의사가 빠질 수 없는 무한경쟁의 메디컬 마켓이라는 현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Q. ‘로컬한의사를 위한 임상 영양 그리고 건기식의 이해’라는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 강의는 한의사가 건기식을 복용하고 있는 소비자를 이해하기 위한 기초적인 정보들을 모아 내용을 구성했다. 근거가 없고,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정보들이 유튜브 세상에서 남발되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 전공자로서 팩트 체크가 이루어진 정확한 정보를 동료 한의사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 강의의 또 다른 목표 중 하나다.
일반 소비자들이 지금 자신이 복용하고 있는 건기식에는 어떤 종류가 있고, 어떤 기준으로 만들어지며, 어떻게 유통되고, 어떻게 복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현실적인 내용들을 소개하는 강의다. 더불어 이같은 내용은 트렌드에 따라 계속 변하고 진화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필요한 정보라고 생각한다. 즉 건기식뿐만 아니라 기능성을 가진 모든 식품에 대해 한의사가 의료인 전문가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해 필요한 내용들로 구성했다.”
Q. 한의사가 건기식 분야에서 갖는 강점은?
“한의사에게 건기식은 한약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는 부정적인 대체재로 인식되고 있지만, 임상에서 훌륭한 한약의 보완재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또한 최근 개별인정형 건기식들을 보면 그 구성이 한약의 구성과 유사한 부분이 있다.
안전성에 방점을 두고 있는 식약공용한약재뿐만 아니라 의학적 효과에 방점을 두고 있어, 한의사의 전문적인 지도 하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전문한약재에 대한 기준과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현실에 직면해 있는 만큼 건기식 분야에서 한의사의 역할과 참여는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Q. 향후 건기식 시장에서 한의사의 역할에 대한 전망은?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16조의3∼5에 따라 맞춤형건강기능식품판매업소에서는 건강기능식품의 안전한 소분·조합, 소비자 상담, 기록 관리 등을 담당하는 책임자를 두어야 한다. 이 책임자를 ‘맞춤형건강기능식품관리사’라 하며, 이에 대한 자격요건은 시행규칙 제16조의3 제1항 기준으로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간호사 △약사 △한약사 △영양사 및 식약처장이 지정하는 관련 교육과정을 이수한 자 중 1가지 이상 해당자를 관리자로 선임이 가능하다.
이처럼 한의사는 맞춤형건기식사업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으며, 보다 큰 시장에서 다른 직역들과 무한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현실은 한약재를 이용하는 의료시장의 독점적 지위에서 벗어나, 건기식뿐만 아니라 식품을 이용한 예방-치료-재활의 의료산업에서 한의사의 역할을 고민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의 의도와는 다르게 식품과 약품의 영역이 교집합 영역이 생긴 것처럼, 진단과 상담의 영역도 교집합의 영역이 생기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준비를 통해 한의사가 건기식과 기능성 식품의 영역에 있어서 실제 소비자에게 필요한 의료 전문가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할 것이다.”
Q. 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에서 의학영양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데.
“의학영양학과는 동서의학대학원 요람에 따르면 ‘영양학과 의학 및 한의학을 접목한 체계적인 교육을 통하여 의학영양학의 전문가를 양성한다’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석사과정을 통해서 임상과 결합된 영양평가 및 만성질환 관리에 있어서 임상 영양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러한 과정에서 앞으로 한의사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더불어 이와 관련하여 인프라 형성 그리고 한의약과 식품의 복합 치료에 대한 연구가 요구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 분야에 대한 비전을 확신하게 되었기 때문에 박사과정에 진학해 공부하고 연구하게 됐다. ”
Q. 향후 계획은?
“무엇이든지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현재 동서의학대학원 의학영양학과에서 석사과정에 있거나 석사학위를 받았거나, 또는 박사학위 과정에 있는 한의사는 저를 포함해 9명 정도가 된다.
의학영양학 분야는 본질적으로 한의사에게 유리한 분야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원석에 가까운 상황이라 원석이 그 가치를 드러내기 위해서는 많은 가공의 노력이 필요하다. 많은 인력과 인프라가 필요하고 지속적인 정보에 대한 습득과 공유가 필요한 만큼 이를 위해서는 학회를 통한 지속적인 피드백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후 실제 맞춤형건강기능식품판매사업과 관련하여 다양한 포지션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올해 하반기 내에 ‘(가칭)대한한의약헬스케어영양학회’를 구성하여 또 하나의 길드를 통해 앞으로의 미래를 대비할 계획이다.”
Q. 이외에 하고 싶은 말은?
“한의사의 입장에서뿐만 아니라 의료인의 입장에서 보완재로서 건기식과 기능성 식품을 이용해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하는 한의사라면 이 강의를 추천한다. 나아가 대학원 진학에 관심이 있는 젊은 한의사 회원들은 의학영양학과의 진학을 한번 고려해 볼 것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