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신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강선우 의원(더불어민주당 간사)이 박주민 위원장, 김남희·김윤·서미화·서영석·전진숙 의원(더불어민주당)과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회장 김재학)와 함께 지난달 27일 공동개최한 ‘세계 희귀질환의 날’ 기념행사에서 홈케어가 필수인 희귀질환자에 대한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고자 ‘희귀질환복지법’의 도입이 시급하단 주장이 제기됐다.
희귀질환의 80%는 유전질환으로, 같은 질환이라고 하더라도 발병 양상과 치료 반응에서 차이가 많고, 무엇보다 조기 진단과 사전 예방이 중요하지만 질병의 사례가 적어 정확한 진단에만 오랜 시간이 걸리고, 치료제가 없는 경우가 많고, 있어도 높은 의료비 부담으로 인해 대부분의 환자들과 가족들은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희귀질환 관련 법은 지난 2015년 제정된 ‘희귀질환관리법’이 유일하지만 공급자 중심의 ‘관리법’으로, 실질적인 환자 지원에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강선우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국내에서 희귀질환으로 등록된 환자가 5만명이 넘고 있으며, 이들은 낮은 발병률과 제한적인 치료법, 높은 의료비 부담으로 인해 가족들까지 힘든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부터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희귀질환복지법’ 제정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오고 있다”면서 “제정을 통해 환자들이 병원 치료를 포함해 안정적인 치료와 돌봄을 받을 수 있는 ‘홈케어 지원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는 △‘이분척추증 환자의 삶의 질 연구조사(임성수 한국갤럽조사연구소 헬스케어조사실장)’ 발표에 이어 △희귀질환자 가족 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임성수 실장은 청결 간헐적 도뇨를 실시하고 있는 이분척추증 환우와 환우 가족 9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임 실장에 따르면 ‘이분척추증’은 태어날 때부터 척추 신경 손상에 의해 매일 도뇨를 실시해야하는 질환으로,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도뇨를 위한 카테터가 1일 최대 6개까지 급여가 가능하다.
전체 응답자의 59.4%가 ‘6개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응답했는데 이들은 적절한 카테터 수는 8.7개라고 답했다.
환자 중 45.8%가 ‘1일 기준 물 섭취량이 충분하지 않다’고 답변했는데 그 이유로는 △도뇨에 대한 부담 및 불편(45.5%) △요실금에 대한 우려(9.1%) △카테터 부족(6.8%) 순으로 나타났다.

이어진 자유토론에선 희귀질환자 보호자들이 참석해 환자들이 현실에서 겪는 어려움과 이들의 기본적인 생활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의 시급함을 호소했다.
수포성표피박리증 환자 보호자 권영대 씨는 “이 질환은 아무리 조심해도 피부의 90% 이상이 수포와 상처, 상흔으로 덮여 있으며, 매일 가정에서 시행하는 3시간 이상의 상처 드레싱은 환자와 보호자 모두에게 형벌과 같다”면서“치료제도 없이 현 상황을 유지하기 위한 제반 비용만 월 300만원이 들어가는데 훗날 환자가 보호자 없이 혼자 남은 시간은 상상하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엔젤만증후군 환자 보호자 이영란 씨는 “11세 여자 아이임에도 낮은 지능과 언어장애, 균형감각 이상으로 인한 보행문제와 더불어 수면시간은 하루에 3~4시간 정도로 짧고, 불규칙적이며, 뇌전증으로 인한 경련 발작이 발생하는 위험도 있다”면서 “앞으로 아이에게 부모가 더 이상 곁에 있어주지 못하는 순간이 올 텐데 우리 사회에는 환자가 자립할 수 있는 어떤 시스템도 갖춰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단장증후군 환자 보호자 이다래 씨는 “단장증후군으로 인한 발달장애까지 갖고 있어 아이를 돌보는 것 외에 다른 생활은 꿈도 꿀 수 없었는데 몇 년 전 지적장애 진단을 받고, 장애인으로 등록되자 활동지원사의 보조를 받을 수 있게 됐다”면서 “이는 우리나라 희귀질환 환자들의 현주소로, 희귀질환자들은 현재 장애등록 기준과 맞지 않는 부분들로 활동보조, 특수학교 등 꼭 필요한 돌봄 및 각종 케어비용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분척추증 환자 보호자 양은경 씨는 “하지 마비로 휠체어를 이용하고 있는 가운데 지금은 대학이라는 새로운 삶에 도전하면서 도뇨와 변비, 몸의 변화 조절에 노력하고 있다”며 “이분척추증 환자들은 신경관의 손상 위치와 범위에 따라서 증상이 모두 다르고, 카테터도 하루 5~6개에서 8개 이상 필요한 환우까지 다양한데 환자의 요구에 맞지 않는 급여 지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권영대 한국수포성표피박리증환우회 대외협력팀장은 “희귀질환은 언제, 누구에게 닥칠지 아무도 모른다. 건강 약자이자 소수자인 희귀질환자의 삶이 안전한 사회라면 분명 모두에게 안전한 사회로 한발짝 가까워진 것이라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희귀질환복지법’ 제정은 우리사회가 배제한 희귀질환자들의 정당한 시민권을 회복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매년 2월 마지막날로 정한 ‘세계 희귀질환의 날’은 전세계 희귀질환자들을 위해 희귀질환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환자와 보호자들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지정된 것으로, 특히 올해 슬로건인 ‘당신이 상상하는 그 이상(MORE THAN YOU CAN IMAGINE)’은 희귀질환이 많은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 보다 더 광범위하고 복잡하며,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를 담고있다.
희귀질환자는 전 세계적으로 3억명 이상(17명 중 1명 꼴)으로 추계되며, 국내에서도 현재 국가관리대상 희귀질환은 1314개, 2022년 기준 신규 희귀질환 진단자는 약 5만4000명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