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근 한국체육대학교 운동건강관리학과 교수
<편집자주> 지난 10월1일 오재근 교수(한국체육대학교 운동건강관리학과)가 한의사로는 처음으로 아시아배구연맹 의무위원장으로 임명돼 4년간 활동하게 됐다. 오재근 교수는 대한배구협회 의무위원으로 30여 년간 국가대표 팀닥터로 활동하고 있으며, 대한체육회 의무위원으로 진천선수촌 내 한방진료실 개설에도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본란에서는 오재근 교수에게 의무위원장으로 활동하게 된 소감과 함께 배구를 비롯한 각종 스포츠 활동에서의 한의약의 역할 등에 대해 들어봤다.
Q. 본인을 소개한다면?
현재 한국체육대학교 운동건강관리학과에서 ‘스포츠의학’과 ‘운동재활’을 연구하고 강의하는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학에 오기 전에는 경희의료원 한방병원 한방재활의학과에서 임상강사(펠로우)로 근무했다. 중풍이나 비만클리닉에서도 근무했지만 한방병원에서는 처음으로 ‘한방스포츠클리닉’을 개설했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경희대 한의대를 졸업한 후 체육대학에서 조교로 근무하면서 대학원에서는 스포츠의학을 전공으로 학위를 취득했고, 국군체육부대 의무실에서도 근무하면서 선수들을 치료했던 경험이 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그 후 한방병원에서 수련의를 하는 과정 동안 대학원 지도교수님이 회장님으로 계셨던 ‘대한스포츠한의학회(SSKM)’의 간사와 이사가 됐는데, 그때 만난 선배님의 소개로 대한배구협회(KVA) 의무위원회 의무위원이 되어 30년 동안 국가대표 팀닥터로 활동하고 있다. 12년 전인 2012년 1월 당시 의무위원회 위원장님의 권유로 대한배구협회의 추천을 받아 아시아배구연맹(AVC)의 의무위원회 의무위원이 되어 아시아 지역에서 개최되는 국제배구대회에 의무감독관으로 파견돼 왔고, 8년 전부터 총무로 지명받아 회무를 맡고 있었다. 그러다 지난 10월1일 아시아배구연맹에서 4년 임기의 의무위원장으로 임명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Q. 아시아배구연맹 의무위원장으로 임명된 소감은?
실은 아시아배구연맹의 의무위원장 임명이 다소 정치적인 결정에 의한 것이라 내가 의무위원으로 활동해 왔던 12년 동안 일본, 아프가니스탄, 태국 등 그때마다의 상황에 따라 의무위원장의 국가도 달랐다. 그래서 이번에 아무 연고도 없는 한의사인 내가 임명된 것이 약간 의외이기도 했다. 대부분 아시아배구연맹 의무위원회의 활동 범위와 내용은 국제배구연맹(FIVB) 집행부의 예산 배정과 의무위원회의 지침에 따라 달라져서 국제배구연맹과의 긴밀한 협조를 필요로 한다. 지금까지 의무위원과 총무로서 지켜봐 왔던 이전 위원장님들의 어려움과 고충을 잘 알고 있기에 의무위원장으로 임명받은 것이 기쁘기보다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Q. 한의사로서는 처음으로 의무위원장에 임명됐다.
배구뿐만 아니라 다른 종목에서도 국제연맹의 의무위원회에는 한의사가 없는 상태다. 배구만 해도 내가 위원이 되기 전까지 의사들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 아시아배구연맹의 의무위원으로 추천받을 때만 해도 별로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위원이 되고 나서는 한국의 한의사로서 적어도 욕은 안 먹고 임기를 마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운이 좋게도 위원장님들과 여러 위원들이 잘 도와주시고 이해해 주셔서 총무를 거쳐 의무위원장까지 맡게 된 것 같다. 앞으로도 임기 동안 한의사로서 역할과 책임감을 잊지 않고 아시아배구의 의무지원 시스템에 한의약이 접목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잘 살펴보도록 할 것이다.
Q. 의무위원장으로 어떤 활동을 하게 되는가?
아시아배구연맹의 의무위원회는 아시아에서 개최되는 각종 국제배구대회의 의무지원 시스템과 도핑검사를 기획하고 감독하는 역할을 하는데, 의무위원장은 대회마다 그러한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총괄하는 자리다. 의무위원회 위원 중 매년 개최되는 대회에 파견할 의무감독관을 지명하고, 의무감독관들과 함께 결과와 문제점들을 검토해 아시아연맹과 국제연맹에 보고하고 논의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Q. 배구를 비롯한 각종 스포츠 활동에서 한의약의 역할은?
한의약이 선수들은 물론 일반인들의 스포츠 활동으로 인한 스포츠 손상의 예방과 치료와 재활의 측면에서 매우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이라고 확신한다. 특히 침, 뜸, 부항, 약침, 추나 등은 스포츠 현장에서 발생하는 급성 미세손상의 응급처치는 물론 과사용으로 인한 만성 근골격계 손상의 예방과 회복에 신속하고 탁월하다. 또한 수술 후 재활 과정에서도 조직을 재생시키고, 회복 기간을 줄여서 보다 빠르게 스포츠 활동으로 복귀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한약은 대부분 도핑으로부터 안전하며, 선수들의 경기력을 향상시켜 줄 뿐만 아니라 피로 개선 능력을 통해 빠르게 신체 기능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해준다. 더욱이 질병 치료는 물론 체중조절과 불안정한 심리상태의 균형을 완화시키는 데도 좋은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나는 이러한 한의약의 장점들이 여전히 스포츠계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Q. 한의사들이 스포츠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기 위해 필요한 점은?
처음 스포츠의학을 공부할 때만 해도 스포츠계에서 활동하는 한의사들이 적었다. 지금은 대한스포츠한의학회를 중심으로 많은 후배 한의사들이 팀닥터에 관심을 가지고 스포츠한의학에 대한 공부를 하고 스포츠 현장에서 활동을 하고 있어서 미래가 밝아 보인다. 하지만 보다 더 큰 발전을 위해서는 앞으로 대학과 병원과 연구기관과 협회를 비롯한 한의약 전체에서의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 대학에서는 ‘스포츠한의학’이란 신설 전공 학문을 가르치고, 병원에서는 ‘한방스포츠학과’나 ‘한방스포츠클리닉’을 개설하는 한편 한의학 연구기관에서는 ‘스포츠손상과 도핑 연구 파트’를 만들고, 협회에서도 도핑 관련 기관들과의 업무 협조나 대내외 홍보 및 국제대회 참여로 적극적인 지원을 해 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최근 한약에 대한 도핑 문제는 한약의 안전성에 비해 연구 근거나 홍보가 부족해 대처가 필요하다. 학회의 노력만으로는 어려운 점이 많기 때문이다.
Q. 선수들을 치료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은?
팀닥터가 되고 처음으로 갔던 출장지가 이란 테헤란이었는데, 성적은 별로 좋지 않았지만 부상 때문에 시합이 어려울 거라던 선수가 한의치료를 받으면서 대회를 끝까지 뛰었고, 최근에 프로배구팀의 감독이 되어 팀선수에 대한 치료를 부탁한 적이 있다.
그리고 역시 대회 성적이 좋을 때가 더 기억에 많이 남는데, 몇 년 전에는 1승이 귀했던 남자배구 대표팀이 여름인 프랑스에서 시합을 마치고 겨울인 아르헨티나로 이동해 비행시간, 시차, 날씨, 선수들 컨디션, 현지 응원 등 모든 열세를 극복하고 이겼을 때 선수들과 함께 기뻐하며 눈물을 흘렸던 적도 있다. 그런 경험이 있고 나면 한의약 치료에 대한 팀의 신뢰는 절대적이 된다. 팀닥터가 하는 한의약 치료는 안전하고 즉효성이 있으며, 적은 치료 장비와 공간으로도 치료 효과도 좋을 뿐만 아니라 도핑에서 자유롭기도 하는 등 많은 장점이 있어서 선수들이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