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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22일 (금)

“한의사와 작가는 모두 자신을 다듬는 직업”

“한의사와 작가는 모두 자신을 다듬는 직업”

“글을 쓰든 환자를 보든 진심을 담아야 해, 그런데 글은 쓰면 쓸수록 어려워”
한의사협회 추천 도서 선정 《한의사 딸과 엄마가 텃밭에서 찾은 보약》
저자 권해진 원장(파주시 래소한의원), 前作은 《우리 동네 한의사》
그림책 읽는 어르신 많아, 다음엔 그림책 통해 삶을 돌아보는 이야기 담고파

[한의신문] 대한한의사협회 소아청소년위원회(위원장 박소연)가 소아청소년들에게 긍정적인 한의약 이미지 전달을 위한 ‘2024년 추천도서’로 《한의사는 어때?(저자 안수봉)》와 《한의사 딸과 엄마가 텃밭에서 찾은 보약(저자 권해진·김미옥)》을 선정했다. 이에 본란에서는 권해진 원장을 만나 저술 활동과 관련한 이모저모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텃밭.jpg

<권해진 원장(오른쪽)과 공동 저자인 권 원장의 모친 김미옥 여사>   

 

권해진 원장은 경기도 파주시 문발동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오랜 기간 래소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다. 그가 저술한 《우리 동네 한의사-마음까지 살펴드립니다》는 지난 2022년에도 한의사협회 추천 도서로 선정된 바 있다. 이 책은 동네 환자들과 수다를 떨며, 때로는 병과 몸에 대해 진지하게 소통하는 가운데 환자들의 몸을 살뜰히 돌보고 마음까지 살폈던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이번에 추천도서로 선정된 《한의사 딸과 엄마가 텃밭에서 찾은 보약》은 권해진 원장이 자신의 어머니인 김미옥 여사와 함께 직접 텃밭에서 기른 각종 채소를 재료로 다양한 요리 레시피를 만들고, 이를 한의학적으로 설명하는 내용으로 엮었다.

 

특히 봄·여름·가을·겨울 등 사계절에 따라 텃밭에서 키우고, 수확할 수 있는 작물과 그 작물을 이용해 맛있는 음식이자 건강한 보약으로 식탁에 오르고, 그것을 섭취했을 때 미치는 긍정적 효과를 상세히 소개해 큰 인기를 끌었다.

 

"한의사협회로부터 인정, 매우 기쁘고 감사해"

 

그에게 자신의 책이 협회 추천도서로 선정된 소감을 물었다. “한의사협회로부터 인정을 받았다는 의미여서 무척 기쁘다. 저의 첫 책인 《우리 동네 한의사》가 2년 전 추천 도서로 선정된 이후 또 다른 책으로 새롭게 선정이 돼 매우 기쁘고, 감사하다.”

 

그는 또 협회의 추천도서 선정 제도를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님 작품만 봐도 그렇다. 수상 발표 이후 그분의 책이 전 국민이 아닌 전 세계인이 관심을 갖고 읽는 책이 됐다. 협회 소아청소년위원회의 추천도서를 통해 매해 좋은 책들이 발굴돼 많은 독자들이 보다 더 한의학 도서에 친근감을 갖고 읽을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무엇보다 이는 한의학 관련 책을 쓰고자 하는 저자를 격려하고, 책을 만들고자 하는 출판사에게도 큰 힘이 된다.”

 

텃밭보약.jpg

 

그가 생각하는 《한의사 딸과 엄마가 텃밭에서 찾은 보약》은 어떤 책일까? “어머니가 텃밭을 하신 지 10년이 넘었다. 저희 아이들이 어릴 때 온 가족이 함께 텃밭에 매달려서 살았다. 키운 작물로 아이들을 먹인지라 지금도 채소는 너무 잘 먹는 청소년으로 자랐다. 텃밭을 하면서 있었던 일과 작물을 키우는 방법 그리고 그것을 음식으로 만드는 방법을 담았고, 이에 더해 저의 한의학적 지식을 보태 건강에 도움이 되는 글로 채운 책이다.”

 

"엄마의 요리법 흉내 내려 했더니 쉽지 않아"

 

특이한 점은 이 책은 권 원장 혼자만의 저술이 아니다. 텃밭을 직접 가꾸고, 주방에서는 흑백요리사의 대가처럼 이것저것 뚝딱뚝딱 금방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어머니 김미옥 여사와의 공동 작품이다. “책을 준비하면서 엄마의 요리법을 흉내 내려 했더니 쉽지 않았다. 너는 진료만 열심히 하라고 음식은 자신이 하신다고 하셨다. 어머니는 제게 영원한 식의(食醫)로 남고 싶으신 마음이신 것 같다. 올해로 어머니 연세가 고희(古稀)다. 이제는 천천히 제가 어머니를 위한 식의가 되도록 노력해야 할 때다. 어머니의 손맛을 이어받고 싶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

 

권 원장은 책 발간 이후 진료가 아닌 강사로서도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파주시 교하도서관, 김포시 고촌도서관, 광주시 퇴촌도서관 등 지방자치 도서관 및 커뮤니티에서 많은 강연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책 발간 이후 여러 도서관이나 각종 지역사회 커뮤니티에서 강연 요청이 들어왔다. 강연에서는 주로 생활 속 한의학의 유용성을 강조한다. 가령 두통에 좋은 혈 자리를 알려드리고, 지압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인근 한의원에서 침 치료 받기를 권장한다. 또한 책에서 소개된 식물을 키워보고, 차로 마셔 보기를 권장하기도 한다.”

 

권해진 작가님.jpg

 

그는 또 강연을 하다보면 한의학과 관련된 많은 질문이 쏟아진다고 한다. “참가하신 분들이 적극적으로 질문을 하는데, 잘못된 한의학 상식을 알고 계신 분들도 꽤 많다. 그럴 때마다 한의학에 대한 오해를 풀어드리려 노력한다. 요즘에는 특히 한의학이 초음파기기 등 여러 현대적 진단과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는 점을 설명 드리고, 논문으로 증명된 한약재의 효능도 알려드리면서 언제든지 편안하게 동네 한의원을 방문하실 수 있도록 설명한다.”

 

"삶을 돌아보는 이야기 담은 그림책 준비 중"

 

그에게 한의사와 작가 간의 공통점은 있는지, 아니면 완전 다른 차별적 존재인지를 물었다. “글을 쓰든 환자를 보든 진심을 담아야 하는 게 공통점이다. 글을 쓰다 보면 착하게 살게 된다는 어느 작가가 말에 고개를 끄덕인 적이 있다. 한의사도 비슷하다. 환자를 보다 보면 아프지 않으려고 운동을 더 하게 되고, 건강관리에 많은 신경을 쓰게 된다. 한의사와 작가는 모두 자신을 다듬는 직업인 것 같다. 제게는 글 쓰는 것이 환자 보는 것보다는 조금 더 힘들다. 글은 쓰면 쓸수록 어렵게 느껴진다. 아마 눈이 점점 높아져서 그런가 보다 ㅎㅎ.”

 

그는 한의사들이 출간한 책은 가능한 빠짐없이 구입해서 읽는다고 한다. 최근에 그가 읽은 책은 한의사 오수완 님이 저술한 《아찰란 피크닉》이다.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로 출간된 《아찰란 피크닉》을 구매하면서 저자께 더 좋은 글을 쓰시라고 응원도 했다. 모두가 서로에게 응원이 되도록 글을 써서 다른 한의사 분들에게 도움도 주시고, 출간된 책을 읽어주셔서 저자가 더 힘내서 글을 쓸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권 원장은 내년 중 세 번째 책 출간을 위해 관련 자료를 모으는 등 밑그림 작업에 분주하다. “환자들에게 제가 읽었던 책을 많이 추천하는 편인데, 종종 그림책을 추천하기도 한다. 요즘은 그림책 읽는 어르신들도 많이 늘어나, 그와 관련된 책을 준비하고 있다. 그림책을 통해서 삶을 돌아보는 이야기를 담을 예정이다.”

 

그에게 어떤 한의사가 되고 싶은지를 물었다. “동네환자를 보면서 책을 읽고, 글도 쓰고, 강의도 하는 그런 한의사가 되고 싶다. 너무 욕심이 많은가? 그렇다면 꾸준히 해오던 것을 하는 한의사가 되겠다. 꾸준한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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