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신문=강환웅 기자] 한의약 건강돌봄 사업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를 활성화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 마련의 필요성과 함께 현장에서 필요한 교육내용 등을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한 연구결과가 발표돼 눈길을 끌고 있다.
‘대한예방한의학회지’ 제28권 제1호에 게재된 ‘한의약 건강돌봄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한의사 요구도 조사(강지혜·김동수 동신대 한의대 교수, 안은지 동신대 한의대 석사과정, 한국한의약진흥원 의료지원센터 이지현 센터장·성동민 선임연구원, 한유진 주임연구원)’에서는 방문진료를 경험한 한의사를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요구도 조사 및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우리나라가 ‘25년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급속한 고령인구의 증가는 각종 사회문제를 야기시킬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정부 차원의 지역사회 돌봄정책 추진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국민건강보험공단 등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19∼‘22년), 노인 의료·돌봄 통합지원 시범사업(‘23∼‘25년), 제4차 한의약 육성발전 종합계획(‘21∼‘25년) 등을 통해 다양한 돌봄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역사회 통합돌봄’이란 돌봄이 필요한 주민(노인·장애인·정신질환자 등)들이 살던 곳(자기 집·그룹홈 등)에서 개개인의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보건의료, 주거, 요양, 돌봄, 일상생활의 지원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지역주도형 정책을 말한다.
현장 적용가능한 구체적 프로세스·공용된 가이드라인 ‘부족’
한의계에서도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위해 ‘21년 한국한의약진흥원에서 노인을 대상으로 한의약건강돌봄 진료 가이드북을 제작했으며, 가이드북에는 △코로나 감염관리 지침 △한의 감염관리 지침 △응급상황시 대처법 등과 함께 대상환자 질환별 치료법과 안내사항, 방문진료 한의사가 현장에서 참고할 수 있는 평가 도구(WHO, ICOPE 기반)에 대한 설명 등이 포함돼 있다. 또한 가이드북 이외에도 방문진료시 참고할 수 있는 한의사·환자 대상의 교육자료와 포스터 등이 함께 개발된 바 있다.
그럼에도 한의약 건강돌봄 사업에 참여하는 한의사의 경우 현장에서 적용가능한 구체적인 프로세스나 공용된 가이드라인이 부족해 개별 상황에 맞춰 개인 역량에 따른 방문진료 등을 수행해 오고 있어 체계적인 교육과 이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 개발이 지속적으로 요구돼 왔다.
이와 관련 저자들은 “제4차 한의약 육성발전 종합계획의 분야별 세부계획에 ‘한의약 건강돌봄 제도적 기반 마련’이 명시됨에 따라 한의약 건강돌봄 지원 체계 마련은 상당 부분 진행 중이고, 이를 뒷받침할 전문인력 양성 교육이 필요한 단계”라며 “더불어 의료인 이외에도 사회복지사나 지자체 사업 담당자의 건강돌봄에 대한 홍보와 안내, 교육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한의약 건강돌봄 활성화를 위해 교육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한 실정인 상황에서 이번 연구는 방문진료를 경험한 한의사를 대상으로 요구도 조사 및 분석을 실시했다”며 “이를 통해 개발된 교육 프로그램은 다직종 보건의료 인력과 지자체 담당자의 한의약 건강돌봄 사업 이해도를 높이고, 직종간 사업 흐름 공유로 협업 능력 향상 및 협력 강화뿐 아니라 건강돌봄 현장에서 해소되지 않았거나 해결 필요성이 제기된 부분에 대한 한의사의 교육을 지원해 한의사의 돌봄 전문역량을 강화하는 기초자료를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방문진료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한의사를 대상으로 선정, 설문조사를 통해 수집된 자료를 SPSS 24.0을 사용해 △수행도 △중요도 △난이도 △교육필요도에 대한 빈도분석을 실시했으며, 중요도와 수행도를 활용해 IPA 분석을 실시했다.
욕창 관리, 다양한 연구 통해 한의치료 효과 ‘입증’
우선 교육 요구도 분석 결과에서는 우선추진과제로 ‘욕창 등 피부관리’에 대한 교육이 선정됐다. 욕창 등피부관리는 난이도와 교육필요도에 대해서도 높은 요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후순위 추진과제로는 △대상자 배정 △대상자 접수 및 방문예약 △사례회의 △사례관리 △라인관리 △영상 평가 △지역사회 자원 연계 및 기타 사항 △방문간호지시 △다제약물관리로 나타났다.
저자들은 “욕창의 경우에는 이미 여러 문헌들에 대한 메타분석 결과 침, 뜸, 한약 등 한의학 치료법이 효과가 있다는 선행연구가 있는 만큼 앞으로 한의약 건강돌봄에서 욕창 등 피부 관리에 대해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또한 후순위 추진과제들로 나타난 업무들은 한의사들이 중요도를 낮게 책정한 항목들로, 임상적인 영역이 아닌 행정적인 업무이거나 임상적인 영역이라도 간호처치에 해당하는 업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의약 건강돌봄에서 임상 관련 업무는 가장 주요한 업무로도 볼 수 있어 임상과 관련성이 낮은 항목은 중요도를 낮게 측정한 한의사들의 요구도 조사 결과는 타당한 측면이 있지만 행정 업무나 간호·관리와 같은 항목도 현장에서 원활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한의사도 숙지해야할 사항인 만큼 앞으로 개발되는 교육 프로그램에도 포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직종 협력에 대한 교육도 반드시 필요
이와 함께 논문에서는 요구도 조사에는 포함돼 있지 않지만, 다직종 협력에대한 교육(Interprofessional Education·IPE)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즉 한의약 건강돌봄과 같은 일차의료 환경에서는 한의사 외에도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 다직종이 협력을 하는 팀 기반 서비스 제공이 요구되기 때문이라는 것.
저자들은 “이번 연구 결과에서도 라인관리, 케어플랜 수립, 포괄평가, 다제약물 관리 등이 난이도가 높게 조사됐는데, 이는 환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서비스이지만 한의사가 독자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업무이기도 하다”면서 “따라서 향후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 다직종의 전문가들과 어떻게 협력해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저자들은 “2026년 전국 실시가 계획돼 있는 노인 의료돌봄 통합지원 시범사업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이번 연구는 한의약 건강돌봄에서 한의사의 업무를 분류하고, 이에 따른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한 첫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앞으로 한의약 건강돌봄에서 한의사 대상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는데 있어 이번 연구가 기본자료로 제공돼 한의약 건강돌봄 활성화 및 재가 노인의 삶의 질 제고에 이바지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4차 한의약 육성발전 종합계획에 따른 정부-지역의 건강돌봄 사업에 전문화된 역량을 가진 인력 확보는 필수적인 요소”라며 “이번 연구에서의 한의 건강돌봄 전문인력 양성 교육프로그램 개발이 추후 진행될 관련 사업의 제반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