팅바오 교수(하버드 의대 다나파버 암 연구소)
[한의신문=강현구 기자] 대한암한의학회(회장 유화승)는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하고, 하버드 의대 산하 다나파버 암 연구소 자킴 통합의학센터장인 팅바오 교수를 특강 연자로 초청, 통합암치료에 대한 최신 연구를 발표함으로써 회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최근 암 생존자의 삶의 질 개선이 중요한 과제로 대두돼오고 있는 가운데 종양내과 교수이면서도 전통의학에 관심을 갖고, 동양의학·양의학을 접목한 통합암치료 및 관리에 나서고 있는 팅바오 교수를 통해 전통의학에 대한 견해와 통합암치료 동향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Q. 이번 학술대회에 참가하게 된 계기는?
국제통합암학회(Society for Integrative Oncology)는 지난 2004년 미국의 대표적인 하버드·엠디앤더슨·메모리얼 슬로안 캐터링 암센터 등이 주축이 돼 창설된 통합암치료 분야의 가장 대표적인 학회다.
국제통합암학회의 이사를 맡고 있는 유화승 회장과의 인연을 통해 이번 춘계학술대회에 초청받게 됐다.
유 회장은 그동안 한국의 의료진들에게 암 환자를 위한 통합의학과 자킴 통합의학센터에서 실시하고 있는 치료를 소개하고 싶어했다.
이번 초청을 통해 ‘Integrative Medicine for Chemotherapy-induced Peripheral Neuropathy’를 주제로, 항암제 유발 말초신경병증의 통합암치료에 대한 최신 연구 성과를 공유할 수 있었다.
▲유화승 회장과 팅바오 교수
Q. 현지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가?
현재 하버드 의과대학 부속 다나파버 암 연구소의 통합의학 및 건강생활 프로그램 센터의 공동 책임자로 활동하고 있다.
‘환자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암 환자들을 위한 통합의학 치료법을 제공해오고 있으며, 특히 암 환자들을 위한 맞춤 의학 연구와 임상 건강관리 및 교육 등을 수행해오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전통 침술을 비롯해 암 환자에게 마사지, 운동 및 영양 상담 등 생활 프로그램을 병행해 실시하고 있다.
Q. 자킴 통합의학센터에서 암환자 치료법은?
센터는 기본적으로 하버드 의대 암센터 소속이기 때문에 암을 치료하기 위해 수술, 화학요법(항암제), 방사선, 면역요법, 표적치료 등의 표준 항암치료를 시행한다.
환자들이 이러한 통상적인 암치료를 잘 받을 수 있도록 통합의학적인 치료법들을 함께 병행하고 있다.
Q. 종양내과 전문의면서 전통의학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중국 베이징에서 태어나 자란 만큼 전통의학으로 환자들을 치료하는 모습은 매우 익숙하다.
감기에 걸렸을 때 한약을 복용하고 회복하는 등 중국인들의 생활에 있어 전통의학은 밀접해있다.
미국에서 의사가 되어서도 전통의학에 대한 중요성은 잊지 않고 있다.
특히 침술사(Acupuncturist) 자격증을 보유, 실제 현지에서 침 치료를 시행하며 침술이 환자들에게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를 잘 알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의학과 전통의학을 결합해 환자를 케어하는 것을 이상적인 목표로 삼고, 연구에 매진해오고 있다.
Q. 통합치료에 대한 대표적 임상 및 연구 사례는?
많은 유방암 환자들이 관절 근육통을 유발하는 여성호르몬 차단제를 복용하고 있는데 침 치료를 병용 시 증상이 완화됐으며, 약물복용 순응도 또한 크게 개선됐다.
특히 항암제로 인한 자율 신경계 손상으로 나타나는 ‘말초신경병증(이하 CIPN)’은 감각저하, 운동저하, 이상 감각 및 통증, 기립성 저혈압을 유발하는 병증으로, 현지 병원 등에선 관리기준에 따라 마약, 항우울제, 항간질제를 통해 증상관리를 하고 있지만 제한적인 효과와 더불어 극심한 부작용이 뒤따르고 있다.
하버드 의대에서 CIPN 환자에 대한 처방 제제인 ‘둘록세틴(Duloxetine·항우울제)’과 침 치료의 대조군 실험을 실시했는데 둘록세틴의 경우 독성에 의해 피로, 불면증, 메스꺼움을 동반한 반면 침 치료의 경우 부작용 없이 신경병증성 통증이 유의미하게 개선된 것으로 확인됐다.
Q. 한국의 한의약(Korean Medicine)에 대한 생각은?
미국에서도 한국의 한의약은 매우 유명하고, 흥미로운 의학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시기적으로 앞서 연구되고 있는 중의학에 이어 가장 주목받는 전통의학으로 부상하고 있다.
현지에선 동양 전통의학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가 높으면서도 아직 보편화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미국 의료계에서는 침술 분야가 많이 알려져 있어 임상연구 및 진료도 침술로 이뤄지고 있으며, 최근 한약에 대해서도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데 향후 더 많은 연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K-컬처를 동경하는 만큼 한의약과 한의학적 암치료법에서도 궁금한 점이 많고, 더 많은 연구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한국과 많은 소통을 이어가고 싶다.
Q. 한국 한의사들의 해외 진출은?
언제든지 환영한다. 진료 및 연구에 있어 서로 다른 학문을 전공한 의료인과의 교류는 매우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서로 배우며 발전하고, 진료에서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한국의 한의사들이 기회가 돼 우리 암 연구소로 오게 된다면 우리 모두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 한의사들을 기다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