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 전문의제도 옳은가? 광범위한 의견 수렴으로 방향성 정립
한의협, 한의학회·8개 분과학회·한방병원 관계자 등과 간담회 개최
[한의신문=윤영혜 기자]통한한의학전문의제 신설을 비롯한 전문의제도 개편과 관련해 한의계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댔다. 이 자리에 모인 대한한의사협회(이하 한의협), 대한한의학회(이하 학회) 및 8개 분과학회, 한방병원 관계자들은 현재의 소수 전문의제도 개편에 대한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는 향후 세부적 논의를 통해 중지를 모으기로 했다.
지난 5일 자생한방병원 대회의실에서 열린 학회 대상 간담회에서 최혁용 한의협 회장은 의료일원화를 목표로 한 전문의제도 개편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최 회장은 세계적 의료 패러다임의 변화에 발맞추기 위해 제도 개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구 고령화는 세계적 추세로 우리나라 역시 국민의 70%가 만성병을 앓고 있고 이 때문에 미국, 유럽에서도 1차 의료를 담당할 전문가 집단 양성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며 “질병의 예방, 관리 등 포괄적 접근이 중요해진 상황에서 한의계에서도 이를 담당할 전문 인력의 양성은 시대적 요구”라고 강조했다. 일반의 중심에서 전문의 중심으로의 제도 개편이 선행돼야 정부가 최근 시행하는 만성질환 관리제, 치매국가책임제, 커뮤니티 케어 등 공공사업에서의 한의계의 참여 확대를 요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 회장은 이어 “당장 최근 국회에서 마약류관리법이 개정 대마를 의료용으로 쓸 수 있게 됐지만 전문의가 처방해야만 쓸 수 있는 게 현실”이라며 “이외에도 정부는 요양병원 수가 가산 시 전문의 비율 기준을 70%로 공표하는 등 전문의냐 아니냐에 따라 수가 행위가 달라지는 예는 수도 없이 많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또 “최종적으로 한의사도 의사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가기 위해 먼저 의사들이 받는 교육의 양을 확충하고 작은 구멍을 뚫어서 키워갈 것”이라며 “미국의 DO제도가 최종적으로 그리는 의료일원화의 모습”이라고 전했다.
이 자리에 모인 학장들은 전반적인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당장의 양적확대보다 장기적 관점에서의 접근을 촉구했다.
“순기능 감안해 기득권 내려놔야”
최도영 학회장은 “침구학 전공자로서 말하자면 수가를 500원이라도 인상하려면 부위별 전문성이 있어야 하는데 한의계는 일반의 중심 체계다보니 전문과가 가질 수 있는 치료기술로 들어가 수가를 올리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지금 치과의 경우 전문의 비율이 25%, 우리는 12%로 추정되는데 추나도 제도권으로 들어온 이 시점에서 과연 소수 전문의제를 유지하는 게 좋을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의 중심으로 개편되면 가중 수가를 받을 수 있어서 보험 수가도 바뀌는 발전적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것.
이어 최 학회장은 “우리나라의 모든 제도나 정책이 양방 중심인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예컨대 치매안심병원의 경우 양방은 전체가 참여 가능하지만 한의계는 신경정신과 전문의 숫자가 180명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 이 소수의 인원을 위해 정부가 정책 추진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줄 가능성은 떨어진다는 것. 그는 “모든 제도에는 순기능, 역기능이 함께 공존한다”며 “미래 한의학의 발전을 위해 전체에 좋은 방향이라 생각한다면 자신이 가진 기득권도 내려놔야 하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개편 방향 공감…숨고르기 필요”
장규태 한방소아과학회장은 “기존 전문의들이 기득권 때문에 반대할 수는 있겠지만 설득하면 할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꼭 이권 얘기뿐만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스텝도 수련의도 못 뽑고 진료과도 망해가는 상황에서 숨고르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영일 대전대 둔산한방병원장은 “지금까지 전문의제를 만든 것은 병원협회나 학회였는데 갑자기 한의협에서 전문의를 만든다고 하니 기존 사람들은 당황스럽고 인정하기가 어려운 것 아니겠냐”라며 “결국 통합한의학 전문의도 학회가 도와줘야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통합한의학전문의, 네이밍 적절한가? 지적 제기
안영민 경희대한방병원 교육부장은 신설될 ‘통합한의학전문의’의 네이밍이 적절한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안 부장은 “간과한 것 중 하나가 통합한의학과가 병원에서 신설과로 자리 잡았을 때 교육, 연구, 진료라는 영역을 담당할 수 있을 정도의 네이밍인가”라며 “당장 양적으로 전문의 숫자를 늘리는 데 성공할 수는 있을지 모르나 독립과로 살아남을 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최인화 안이비인후피부과학회장은 “‘통합한의학’이라는 용어와 ‘전문의’라는 단어가 매칭이 잘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며 “차라리 가정의학과로 가는 게 낫지 않을까”라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최혁용 회장은 “‘한방 내과’라는 용어도 내재적 발전에 따른 우리의 이름이 아니었고 양방 내과가 있어서 한방 내과라는 이름의 전문의 제도가 생긴 것”이라며 “마찬가지로 이미 양방에 가정의학과가 있고 치과에 통합치의학과가 있는 이상 우리의 네이밍도 한방 가정의학과나 통합한의학과를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또 “네이밍은 정책의 결과”라며 “정책적 고려를 통해 적절한 이름을 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협회에서 용역을 발주해 보고서가 작성중인 부분에 대해 최 회장은 “협회가 목적에 따라 정책적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기존 분과학회의 역할을 어떻게 정립할지 여기 계신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께서도 의견을 내 달라”며 “부족하다면 독자적인 연구 보고서를 내주셔도 좋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