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서울 강남구 한나라한의원 최병학 원장, 한의사 이지만 그의 온 신경은 장애인들의 재활과 복지에 쏠려 있다. 그는 지난해 9월 한의사로는 최초로 사회복지법인 한국재활재단(이하 재단)의 이사장을 맡아 늘 장애인들과 함께 하고 있다. 그의 발걸음을 쫒아가 본다.
장애인 재활서비스의 전문화와 장애인의 복지증진에 기여할 목적으로 1989년 6월 첫 발을 뗀 한국재활재단이 이달에 창립 35주년을 맞이했다. 최병학 이사장이 재단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장애인복지관에서 정례적인 의료봉사를 하면서 장애인들의 고통과 애환을 직접 체험하게 됐고, 이후 전국장애인 도예 공모전의 후원자로 참여하면서 장애인들을 위해 무언가를 돕고 싶다는 간절함이 계기가 됐다.
-한의사 출신 이사장이 지니는 차별점이 있는가?
“우리나라 장애인 재활사업의 시작은 정형외과 의사들이 주축이 돼 발전시켜 왔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 한의사들도 장애인의 재활과 복지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한의의료가 지닌 장점이 장애인들의 재활 치료에 맞춤 의료로 큰 장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재단은 그동안 장애인들의 재활 의지를 북돋기 위한 각종 사업을 펼쳐 왔다.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재원 마련이었다. 이를 위해 지하철역사 내 신문가판대 운영을 통해 장애인의 일자리 창출과 지원기금을 마련해 왔고, 장애인들이 직접 그린 그림의 판매와 사랑의 카드 보내기 등의 사업 및 카페 운영, 후원자 기부금 등을 통해 재원 마련에 앞장서 왔다.
이렇게 마련된 재원은 장애인가정 지원, 장애인 학생 장학사업, 장애인의 문화예술활동 지원, 발달장애인 일자리 지원, 장애인 인식개선 책자 발간 등 장애인의 복지증진 사업에 쓰여 왔다. 그럼에도 곳곳에 허점은 있었다.
-재원 부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야가 있는가?
“무연고 발달장애인들의 거주 지원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1년 365일 내내 지원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만큼 지원할 재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립생활훈련이란 이름으로 생활하고 있어서 언제 무슨 일이 발생할지 불안한 상태다.”
그럼에도 장애인 지원을 꾸준히 이어 가고 있는 재단은 목적 사업, 수익 사업, 후원자 관리를 중점적으로 추진 중이다. 목적 사업으로는 △장애인주간보호센터 4개소 △장애인단기거주시설 2개소 △장애인공동생활가정 4개소 △종합사회복지관 1개소 △어린이집 1개소 △지역자활센터 1개소 △노인지원서비스센터 1개소 △노인복지센터 1개소 △장애인활동 지원 사업 1개소 △푸드마켓 1개소 등의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장애인자녀(고등학생) 장학사업 △장애인의 지역사회 거주 지원센터 운영 △시민 봉사단체 육성 △전국장애인 도예 공모전 △장애인바리스타 육성 사업 △공휴일 장애인 특별지원 사업 △사회복지기관 협력 사업 등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또한 수익 사업으로는 활동지원사교육원과 카페를 운영 중이며, 후원자 관리와 관련해서는 장애인자녀 장학사업과 같은 경우는 후원자들의 절대적인 도움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후원자 개발과 관리에 많은 역량을 쏟고 있다. 이렇듯 활발하게 사업을 펼치고 있으면서도 속내는 정작 편치가 않다.
-각종 시설에서 종사하는 분들의 복지가 매우 열악한 것 때문에 고심 중이다.
“이사장으로 취임 후 재단 산하 17개의 각 시설들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사회복지 종사사 분들의 헌신적인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지만 막상 그분들의 급여나 복지 상황을 살폈을 때 일반 직장인에 비해 매우 열악하다는 점을 알게 됐다. 그 분들이 몸담고 있는 일터에서 보람과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대우해 드리고 싶은데 재단의 재정이 여유롭지 못하다보니 그럴 수 없는 점이 못내 안타깝다.”
근무 조건이 열악하다보니 젊은 사회복지사들이 기피하는 직종이 돼 결국 종사하는 분들의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고, 이는 곧바로 행정 능력의 부족함으로 이어져 정부나 각종 기관에서 요구하는 기준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약점으로 굳어지고 있다.
또한 종사자만이 아니라 많은 장애인들 역시 고령화의 흐름에서 예외가 아니다. 이렇다 보니 몸이 아프고, 나이가 들어가고 있는 장애인들을 위한 맞춤 지원이 더더욱 필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서비스 제공 공간은 물론 지원 인력 및 재원의 부족으로 여러 부분에서 한계를 절감하고 있다. 그는 이 같은 와중에서도 한 줄기 햇살 같은 보람을 찾고자 고군분투하고 있다.
-자랑할 만한 것으로 장애인 도예 공모전을 꼽았다.
“그것은 재단의 대표적인 성공 사업 모델이다. 임직원들의 노력과 많은 후원자 분들의 도움으로 도예 작업을 하는 전국의 장애인 작가들에게 예산을 지원하고, 전시회를 개최해 문화예술 사업을 활성화시키고 있다. 매년 전국장애인 도예 공모전을 개최하고 있는데, 벌써 18년째에 이어왔다. 올 8월에도 제19회 전국장애인 도예 공모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최 이사장은 특히 자신이 한의사라는 신분을 십분 활용해 한의약으로 장애인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그것은 바로 한의사의 장애인주치의제 참여다.
-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한의사협회와 공조하고 있다.
“장애인들의 질병 특성 상 한의약적 케어가 매우 중요하다. 한의사협회와 함께 지혜를 모아 한의사의 장애인주치의제를 실현하고자 박소연 의무부회장과 수시로 만나 협의 중이다. 박 부회장은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저돌적인 추진력을 갖추고 있다, 이에 반해 재단은 초창기부터 복지 전문가들이 장애인들과 직접적으로 접촉해 온 만큼 그 분야의 전문적 노하우를 갖고 있어 한의사협회와 재단이 힘을 모은다면 한의사의 장애인주치의제는 반드시 이뤄질 것으로 확신한다.”
우리나라 인구의 5% 이상이 장애인이라고 한다. 그들은 비정상적 사람들이 아니다. 일반인과는 다른 개성을 지녔고, 신체적 기능이 다를 뿐이다. 그렇기에 동정이 아닌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대상이다. 최 이사장은 많은 한의사 회원들이 장애인의 복지 증진에 조금 더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한의사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이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도 장애인들을 향한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을 부탁드리고 싶다. 가능하다면 원장님 본인과 가족들이 한 달에 1만원이라도 후원해 주시는 따뜻한 후원자가 돼 주시길 당부드린다. 그 1만 원이 장애인들의 삶에 엄청난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단의 구성원들은 장애인을 ‘귀빈(貴賓)’이라고 부른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셨으니 귀하게 마음으로 섬기자는 의미다. 그렇기에 재단 구성원들은 누가 알아주든 말든, 관심을 받든 말든 장애인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들의 역할에 경의를 표해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