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아 교수
대전대 한의과대학
대한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학회 학술이사
이번호에서는 구강에 흑모로 내원한 환자의 모습과 치료에 대해 함께 살펴보려고 한다.
지난해 12월11일 입이 마르면서 혀가 아프고 한달 전부터는 혀가 까맣게 보인다는 66세 여자 환자가 내원했다.
입이 마르고 혀가 아프다고 느껴진 것은 6년 전부터이고, 당시 타 병원에서 구강작열감 증후군 진단을 받았다고 했다. 이후 동일 병원에서 구강가글용제를 장기간 써오는 중이지만 별 호전이 없어 한달 전 한의원에서 약침 치료를 몇 번 받았고 공교롭게도 약침 치료 이후 혀가 까맣게 변한 것으로 환자는 인식하고 있었다. 이 환자의 경우는 장기간의 구강작열감증후군과 이로 인한 흑모설이 나타난 경우다.
구강작열감 증후군은 구강 내 타는 듯한 통증, 특히 혀의 통증을 주로 호소하면서 구강점막이나 혀에 작열감을 느끼는 증상이다. 더불어 환자에 따라 혀가 갈라지거나 지도 모양의 태가 보이기도 하고, 미각이상으로 쇠맛이 느껴진다고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혀에 통증으로 고려해야 할 질환은 상당히 많은데, 우선 구강내 염증이나 구강 건조증 또는 악성 빈혈, 비타민 부족, 당뇨병성 신경병증이나 잘 맞지 않는 의치, 설하의 정맥류나 스트레스 등을 고려하고 하나씩 배제해 나가면서 진단에 접근해야 한다.
구강에 육안상 특이사항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경우에는 진단이 어려워, 최근에는 신티그램을 이용해 신티그래프로 진단을 이끌어 내는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임상현장에서는 아직까지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에 의존해 진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관적인 증상은 강한데 객관적인 소견이 부족하므로 항우울제·항전간제·진통제 계통 대증약을 상당히 오랜 기간 복용하기도 한다. 많은 경우 구강건조와 안구건조, 피부 건조감을 호소하는 50∼60대 여성에서 호발한다.
더불어 흑모설은 대부분 무증상이지만 구강작열감, 미각장애, 구취, 구역 등의 증상이 있을 수 있고 발생하는 원인은 항생제 같은 약물복용, 구강건조, 후천성 면역결핍증, 진행성 암 등이 있다.
미용상의 문제가 아니라면 대부분 치료를 요하지 않지만 구강건조를 동반하는 경우 흑모설의 상태로 열증 또는 한증, 음허증 또는 양허증으로 한열허실을 판단하는 진단요소가 되기도 한다.
환자는 입이 마르다고 느낀 것은 상당히 오래되었는데, 최근 더욱 마르는 듯하면서 화끈거리는 느낌보다는 혀 배부가 전체적으로 아픈 데다 최근 새로 생긴 흑모설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했다. 혀가 까매진 이후 혀를 칫솔로 구석구석 닦아보지만 전혀 변화가 없어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다고 호소했다. 일단 환자는 소화기 증상을 포함해 여타의 기저질환이 없으며, 특별히 복용하는 약이 없고 구강가글제도 몇 달 동안 사용을 중단한 상태였다. 구강건조감은 식사나 말을 하는데 지장이 크지는 않지만 물을 마시지 않으면 입이 마른다는 느낌이 강했다. 고려해야 할 질환들을 하나씩 배제했을 때 남은 상태는 연령에 따른 생리적인 타액 감소가 진행 중으로 황정경에서 말한 “玉池淸水灌靈根 玉池者 口也 淸水者 津液也 靈根者 舌也”에서 타액의 부족으로 혀가 열해진 상태로 음허 열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부족한 타액을 보충해주기 위해서는 한약과 침 치료가 필요했다. 60대 후반의 여자 환자이면서 몸의 진액은 줄어들고 스트레스는 많은 상태를 고려해 생진양혈탕을 투여했고, 타액선을 자극할 수 있는 침 치료 및 입술 주위 전자뜸을 처방했다. 혀 주위 혈자리인 염천, 협거, 지창, 승장혈을 주된 혈자리로 하는 침치료와 뜸치료를 통해 혀의 혈액순환을 증가시켜주며 침샘 지배신경에 자극을 주어 타액분비 활성화로 구강상태를 개선시키려 했다.
다만 침 치료를 무서워하는 환자 특성상 피내침을 이용해 일반 침 치료시간보다 약간 유침시간을 늘려 치료를 진행했다. ‘生津潤口 導引法’에서 설명하는 타액선 마사지로 적극적으로 관리할 것도 설명해 외래치료시에는 아로마 오일로 대타액선 마사지를 내원시마다 시행했다.
또한 가정에서는 소타액선 자극을 위해 감잎차를 머금은 상태에서 혀를 이용해 구강점막 구석구석 굴려주는 운동을 하루 2회씩 규칙적으로 하는 것도 함께 설명했다. 환자는 약 10일간에 걸쳐 4회 치료를 받았고, 치료 10일째 되던 21일에 혀의 통증과 구강건조감이 VaS 5 이하로 줄었고 무엇보다 흑모설이 거의 소실돼 치료를 종료했다.
물론 구강작열감 증후군이 이렇게 짧은 시간에 마무리되기는 어렵다. 다만 이 환자의 경우에는 흑모설이 호전돼 자각적 만족감이 높았던 경우이고, 보통 구강작열감 증후군은 3개월에서 5개월 정도의 적극적인 치료를 요한다.
50∼60대 여성들에게 주요 구강건조의 원인으로 보이는 타액의 부족을 혈액의 보강과 혈액순환 강화를 이용한 한의치료를 통해 증상 해소가 가능함을 보여주는 임상사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