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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27일 (토)

“의료인으로서 대의에 투자를 좀 더 높여야 할 때”

“의료인으로서 대의에 투자를 좀 더 높여야 할 때”

한의학 웰빙 & 웰다잉 18
근거와 대안이 없다면 어느 정도는 수용할 수 있는 자세를 연습하는 것 또한 의료계라는 공동체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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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혜 경희대학교 산단 연구원

(전 강동경희대한방병원 임상교수)

<선생님, 이제 그만 저 좀 포기해 주세요> 저자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한의사로서의 직분 수행과 더불어 한의약의 선한 영향력을 넓히고자 꾸준히 저술 활동을 하고 있는 김은혜 경희대 산단 연구원의 글을 소개한다.


초음파와 (저선량)엑스레이에 이어서 코로나 검사로 대표되었던 RAT(신속항원검사)까지, 한의계에 희망적인 바람을 불고 오는 변화들이 올해 유독 자주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주변에서, 특히 학생 나이대의 후배들에게서, ‘정말로 못해도 10년 전과 같은 분위기만도 못 하냐’는 질문을 들었을 때 최근 몇 년간은 이미 질문에 들어있는 부정적인 뉘앙스를 단칼에 반박할 수 있는 실질적인 증거물이 없다고 느껴질 때가 많았다. 


어딘 가에서는 고군분투하는 분들이 있기에


정작 내 주변의 개원의들, 병원급에 자리 잡은 지인들, 자동차보험의 개악에 대한 소문이 서서히 퍼지기 시작할 때부터 새로운 영역을 찾아가던 친구들, 그리고 한의계에서 벗어나 한의사 면허를 타 영역과 융합하고자 첫 걸음을 내딛기 시작하던 사람들 모두 본인의 방향성에 대한 열정이 있는 사람들에게서는 실제로 우는 소리를 들은 적이 거의 없었다. 


다들 ‘일이 너무 많아서 힘들다’는 하소연을 할지언정, 의료인의 본질을 떠나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각자의 먹거리에 대한 고민을 붙잡고 있는 지인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개인의 삶일 뿐이고 후배들에게 확실하게 내보일 수 있는 희망적인 증거물은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미디어에 가장 잘 노출되어 있는 세대인만큼 인식 개선에 있어서는 가장 듬직한 아군들에게 보일 것이 없는 이러한 현실에 나도 미안한 감정이 들었고, 그래서 나름대로 나 또한 한 영역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모습을 더욱 보이려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올해 몇 번이나 ‘내일 X시에 판결 나온대’라는 소식에 마음 졸이며 잠을 청했다가 다음 날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는 결과들을 몇 번 접하자 이제야 얼굴 들 낯이 생기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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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류는 불평하고, 1류는 극복한다”


사실상 지금의 결과들에 있어서 내가 한 일은 아무것도 없지만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역시 어딘 가에서는 현대한의학의 방향성에 걸맞는 변화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계시는 분들이 있으셨다는 것 자체가 후배들에게 전할 수 있는 가장 유의미한 증거물이 아닐까 싶다.


현대한의학의 방향성에 더불어 가장 최근에는 첩약의 건강보험 적용에 대한 이슈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찬성의 입장도, 반대의 입장도 모두 이해되는 바이지만 지금에서 결과는 이미 적용 될 가능성이 현저히 높아졌기에 이러한 현상으로 대변되는 한의계의 변화는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가볍게 읽었던 한 책에서 ‘3류는 불평하고, 2류는 적응하며, 1류는 극복한다’와 같은 대사를 읽은 적이 있다. 분명한 건 한의계의 반 이상이 한의학의 고유한 진단 과정이든 치료 도구이든 어떤 분야라도 좀 더 제도권에 들어가야 한다고 소리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결과였다. 


지금은 왜 하필 그 대상이 ‘첩약’이었냐는 점에서 내분이 나오고 있는 것은 알고 있으나 결과론적으로 추나요법이 여전히 노동 대비 수가에 대한 대립되는 의견이 있음에도 그것의 급여화가 한의계에 불러일으켰던 호재의 바람을 생각하면 서로의 이견을 그리 이해 못 할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길게 나열하면서 결국 개인적으로 남기고 싶은 말은, 첫째는 작금의 한의계는 미래와 의료인으로서 대의에 대한 투자를 좀 더 높여야 하는 기로에 놓인 시기라고 생각하며, 둘째로는 변화에 대해서 비난을 쏟고 싶다면 근거와 대안이 동반되어야 더 유의하다고 생각하며, 마지막으로는 근거와 대안이 없다면 어느 정도는 수용할 수 있는 자세를 연습하는 것 또한 의료계라는 공동체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순풍의 분위기 속에서 개인적으로 대비하고 있는 것은, 우리가 맞이하게 될 변화들이 이미 환자들에게는 대중적으로 우리보다도 더 익숙한 의료기기이자 제도라는 점이다. 


세간에 본인의 병에 대해서는 의료인보다도 더 똑똑한 환자들이 진료하기 제일 힘들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사회에서 ‘한의학’ 전문가라는 인식이 강하던 한의사에게 초음파, 엑스레이, 항원검사, 그리고 치료약의 보험화는 환자분들의 경험보다 오히려 몇 걸음 늦은 시작으로 인식될 수 있다. 


여전히 한의사가 뇌졸중 이외의 중증 내과 질환을 진료한다는 것, 혈액검사를 사용한다는 것, 현대 의료기기들의 판독 결과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주는 것 등의 역할을 잘하고 있으며,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를 어색해하는 분위기가 없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의학 방향에 걸 맞는 전문 의료인 지향


그렇기에 앞으로의 분위기가 순풍을 타고 흐르면서도 더 이상 한의사가 ‘한의학’만 전문인 의료인이 아닌 현대의 의료기술에도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으며 이것을 심지어 한국 고유의 학문인 한의학과 융합까지 해낸 의료인이라는 인식을 널리 퍼뜨리기 위해 각고의 노력과 실천이 필요함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환자를 눈앞에 두고 최전선에서, 누군가는 제도권을 저울질하는 심판대 앞에서, 누군가는 변화를 위한 단상과 실험대 앞에서 노력하고 있음을 잊지 않고 모든 한의사들이 현대한의학의 방향에 걸 맞는 전문 의료인을 지향하는 한의계가 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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