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원 M&L심리치료학회장
(M&L 심리치료 트레이너, 원광대 한의과대학 학장)
<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한의학을 기반으로 한 M&L(Mindfulnes & Loving Beingness) 심리치료가 트라우마와 PTSD 치료에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강형원 M&L심리치료학회장으로부터 들어봤다. 강형원 회장은 최근 대한여한의사회(회장 박소연)가 진행한 ‘트라우마 한의 일차진료 전문과정’에 강연자로 나서, 트라우마에 대한 한의학적 접근 방법과 효과 등을 소개했다.
Q. M&L 심리치료가 트라우마 치료에 어떻게 활용되는가?
M&L 심리치료는 인간이 원래 가지고 있는 두 가지 힘, 즉 알아차리는 힘(Mindfulness)과 존재 자체로서의 사랑의 힘(Loving Beingness)에 근원을 둔 치료법이다. 즉, 안심·안전의 관계성 안에서 마음챙김(Mindfulness)과 러빙 비잉네스(Loving Beingness)를 통해 스스로 알아차리는 치유의 과정을 환자-치료자가 동행하는 치료법이다.
트라우마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환자는 침습적 사고의 재경험, 회피, 자율신경계의 만성적인 과각성 상태의 신체적인 증상, 그리고 이로 인한 부정적 인지 및 정서의 변화로 일상생활의 지장뿐만 아니라 삶의 질이 현격히 떨어지게 된다.
M&L 심리치료는 안전·안심의 관계성 안에서 흘려보냄과 받아들임, 그리고 내 안에서 조각난 기억, 감정, 감각 등을 하나로 통합하는 과정을 함께 지지하고 이끌고 돕는 역할을 한다.
Q. M&L 심리치료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당시 도쿄에서 하코미세라피 트레이너이면서 가고시마 의과대학을 졸업한 유수양 선생님과의 만남에서 시작됐다. 이후 2011년부터 2년간 매달 1회씩(토·일) 후쿠오카를 왕래하면서 트레이닝코스를 수료한 후 수련과정을 걸쳐 미국 하코미 연구소 인증 하코미 세라피스트 자격을 취득했다.
내용 면에서는 현대심리학과 동양사상의 접목인데, 여기서 다루는 대부분의 내용이 한의학과 흡사했다. 이미 우리 한의학에 좋은 심리치료적인 자원이 많은데 오히려 미국에서 가져온 것을 인증받는 게 굉장히 충격이었고 또한 한의학의 심리치료적인 요소를 매뉴얼로 만드는 게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그때 하게 됐다.
한의학의 가장 강점인 인간 존중, 인간 중심 차원에서 망문문절(望聞問切)을 관계성 기반으로 가져오고 한의학의 옷을 입히는 작업을 하게 됐다. 이를 기반으로 2013년도에 한방신경정신과 교수 및 전문의 대상으로 ‘제1기 M&L 프로스킬 트레이닝코스’를 개설해 24명이 수료한 이래 10주년이 되는 올해 현재 제8기가 진행 중이다.
Q. 최근 여한 트라우마 한의 일차진료 전문과정이 끝났다.
트라우마 치료에 있어 심신의학적인 접근을 하는 한의치료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한의사 스스로도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도 몰랐던 점이 많았다.
이번 계기를 통해 일차의료기관에서 트라우마에 대한 이해와 관련 질환에 대한 치료 방법과 심리치료 스킬들을 배우고 익혀 한의계에도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환자들이 한의 치료 혜택을 많이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저변 확대가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Q. 심리치료에 있어 치료자의 자세는?
트라우마 환자들은 ‘세상은 안전하다’는 기본 신념이 무너져 버린 상태로 오게 된다. 치료자는 이런 환자들과 작은 치료실 공간에서 새로운 관계를 설정하고 안전한 재경험이 이뤄지도록 정말 조심스럽게 함께해야 한다. 내 자신의 지식과 치료 방법이 아닌, 환자의 상태에 더 집중하는 것이 우선이다. 치료자는 환자의 부서져 버린 마음을 가슴에 안고 환자의 속도와 언어로 천천히 접근한다. 그러면서 그 가운데 괜찮은 부분을 조금씩 확대해 나가면 스스로 일어날 힘을 갖게 되는 것을 임상에서 많이 보게 된다. 본래 환자가 가지고 있는 자원으로 치료가 되는 것이지 있지도 않은 것을 주입해서 치료가 되진 않는다. 한의학의 부정거사(不正去邪)의 원리가 그대로 심리치료에도 적용되는 것이다.
Q. ‘침’이 정신 치료에 있어 굉장히 좋은 매개체라고 했는데.
침의 원리는 ‘조기치신(調氣治神)’으로, 기를 조절해서 정신을 치료하는 원리를 가지고 있다. 또한 오늘날 정신치료의 한의학 용어는 ‘이정변기(移精變氣)’인데, 이는 정을 옮겨서 기분을 변화시킨다는 의미다. 정신(精神)의 어원 또한 동의보감의 정기신(精氣神)에서 왔다. 즉 정신은 기의 움직임으로 표현된다. 침은 정신의 문제가 신체 증상으로 나타나 있는 것을 기의 움직임을 통해 해소하는 탁월한 효과가 있다. 불편한 신체 증상을 침을 통해 즉각적인 변화를 유도하는 것은 다른 정신 치료에서는 볼 수 없는 무기이다. 침은 심신의학으로서 한의학이 정신과 치료에 큰 장점을 발휘하고 있는 좋은 치료 기술이다.
Q. M&L 심리치료 수업을 통해 어떤 변화가 있었는가?
매회 프로스킬 트레이닝 코스가 끝날 때마다 하는 고백과 피드백은 지금까지 M&L 심리치료를 전하게 한 원동력이다.
제4기 때 신경과 의사 선생님의 고백은 지금도 깊은 울림으로 남아있다. “제 인생을 둘로 나눈다면 M&L을 만나기 전과 후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제 마음부터 치료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M&L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후 저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고 사랑해 주는 방법을 배우게 됐습니다. …… (중략) …… 기계적으로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가 아닌 정말로 환자를 잘 치료할 수 있는 쓸모 있는 의사가 되기 위해서 환자를 사랑하는 연습을 하게 됐습니다.”
자기 치유와 성장 그리고 자기돌봄과 확장이라는 한결같은 고백은 자기 자신을 넘어 타인과 사회에까지 범위를 넓히게 한다.
Q. 앞으로의 목표와 계획은?
심리치료라 하면 대부분 서양에서 수학해서 자격증을 받아오는 시스템에 익숙할 것이다. 앞으로 한국적 심리치료 특히, 한의학 기반의 심리치료가 미국, 유럽을 비롯한 세계시장에 전파하고 이것을 배우기 위해 한국으로 찾아오고 자격증을 발급하는 꿈을 꾸고 있다.
학회를 통해 학술적·임상적으로 M&L 심리치료의 완성도를 높여 심리치료 역사에 한 페이지 들어갈 수 있게 하는 것이 개인적인 꿈이기도 하다.
Q. 기타 하고 싶은 말은?
환자-치료자의 관계성은 질환에 상관없이 치료 예후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 한의학의 큰 장점 중의 하나인 심리치료를 전문적으로 배우고 익혀 개인 임상에 접목할 수 있기를 바란다. 기존 해왔던 임상에서 M&L 심리치료적 요소를 가미한다면 치료 효과 면에서 그리고 개인 성장과 삶의 의미에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