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도 하지 않는 의료기기 회사 직원이 수술장 '들락날락'
윤일규 의원, 철저한 감사 및 정보 공개 등 신속한 대응 촉구
[한의신문=강환웅 기자]국립중앙의료원 소속 의사가 수년간 의료기기 회사 사장과 직원에게 대리수술을 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이미 지난달 21일 신경외과 정모 과장이 의료기기 회사 영업사원에게 대리수술을 시켰다는 제보로 홍역을 치른 바 있으며, 정모 과장의 이런 행위가 수년간 진행된 관행이라는 정황이 추가로 발견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윤일규 의원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대리수술 의혹을 제기한 내부자 1인 외에 내부자 3인(의사 2명, 직원 1명)과 외부자 1인(의료기기 회사 관계자)이 입을 모아 정모 과장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의료기기 회사인 L사의 사장과 직원에게 무려 42건이나 대리수술을 시켰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5명의 진술 내용도 서로 일치하며, 굉장히 구체적이다. 윤 의원이 공개한 진술서에는 '척추성형술을 할 때 한 쪽은 정모 과장이 하고, 반대쪽은 L사 사장이 한다', '후방 요추체간 유합술을 할 때 L사 직원이 피부를 절개했다', '(L사 직원이) 뼈에 스크류를 박으려고 망치질을 했다' 등의 내용이 담겨 충격을 주고 있다.
이와 함께 윤 의원은 2017년에 찍힌 대리수술 의혹 사진도 공개했다. 사진 제공자의 설명에 따르면, 하늘색 모자를 쓴 정모 과장과 분홍색 모자를 쓴 L사 직원이 미세수술에 쓰이는 현미경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이다.
국립중앙의료원에 따르면 L사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국립중앙의료원에 의료기기를 대여하거나 납품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국립중앙의료원의 수술장 방문 기록에 대리수술 의혹 날짜와 일치하는 L사 직원의 방문 기록이 17건이나 남아 있으며, 2016년 5월30일에는 L사 사장이 수술장 방문 사유를 '시술'이라고 적었다.
또한 L사 직원의 NMC 주차장 출입내역을 조회해보니 대리수술 의혹을 받는 날짜에 방문기록이 21건이나 됐고, 체류시간도 평균 4시간41분(281분)으로 나타나는 등 납품도 하지 않는 의료기기 회사 직원이 대리수술 의혹이 있는 날마다 병원에 드나든 것은 매우 수상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는 지적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국립중앙의료원은 내부감사를 통해 지난달 21일 대리수술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종결지었다. 감사 과정에서도 의료원측이 내부고발자를 색출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으며,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한다는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의료원에서는 이 같은 외부 시선을 의식한 듯 지난 17일자로 정모 과장을 보직해임했다.
이와 관련 윤일규 의원은 "보건복지위원회 국회의원이기 전에 30년을 넘게 진료한 신경외과 의사로서, 이런 대리수술 의혹에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데도 국립중앙의료원은 정모 과장 감싸기에 급급하다"며 "더 이상 국립중앙의료원의 내부감사 결과를 믿을 수 없게 된 만큼 보건복지부는 철저한 감사를 해야 하고, 그 결과를 국민들에게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며 신속한 대응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