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한방내과학회(회장 고창남)는 지난 14일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200여명의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바로 내일부터 한방내과 임상에 활용 가능한 진단의료기기’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 다양한 진단검사를 활용한 회원들의 임상역량 강화에 나섰다.
고창남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한의계에서는 각종 영상진단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한의임상에 있어 영상의학은 매우 중요한 도구이며, 일정량의 혈액을 통해 수많은 정보를 얻어낼 수 있는 혈액검사 역시 한방내과학 분야 진료에 있어 중요한 툴(tool)이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고 회장은 “이번 학술대회는 다양한 진단검사가 한의 임상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한 눈에 알 수 있도록 프로그램으로 준비한 만큼 회원들의 임상역량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강의를 시작으로 일선 한의임상현장에서의 진단검사기기 활용도와 관심도를 높이는데 주력할 계획이며,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전통 한의진료 한계 극복, ‘근거기반사고’ 중요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을 통해 한의사가 활용하는데 법적 문제가 없는 혈액검사를 비롯해 임상에서 기본적인 셋팅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간기능 및 신기능 검사와 더불어 대표적인 내분비 질환인 갑상선 질환, 당뇨병에 활용할 수 있는 검사도구, 알레르기 질환에 활용할 수 있는 지표까지 다양한 진단검사들이 소개됐다.
특히 권승원 경희대 한의대 교수는 ‘한의 임상에서 진단검사의 의의’를 주제로 한 발표를 통해 한의 임상에서 진단검사가 필요한 이유와 함께 의의를 설명해 큰 관심을 끌었다.
권 교수는 “진단검사의학이란 인체로부터 채취되는 혈액, 소변, 대변, 체액, 뇌척수액, 세포 등 다양한 검체에 존재하는 어떤 물질을 과학적 방법으로 측정·분석·판독하는 검사행위를 수행해 그 결과에 임상적 의의를 부여하는 것”이라며 “전통 한의의료 현장에서는 병력청취나 신체진찰은 가능했지만 진단검사에는 어려움이 있는 한계가 존재, 확정진단의 어려움을 겪어왔다”고 운을 뗐다.
이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그는 진단검사의 활용뿐만 아니라 근거기반사고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진단검사, 적절한 치료의 토대
권 교수는 “근거기반의학은 현재까지 축적된 체계적인 연구결과를 통해 얻어진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판단자가 자신의 의학적 판단을 검토하는 행위라고 정의되고 있기 때문에 꼭 현대저널만이 근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이에 현대 한의진료 현장에서는 진찰과 검사 등을 통해 정확한 진단을 위한 단서를 취득하게 되고, 진찰·검사 소견을 종합한 진단을 내린 후 치료를 진행하는 프로세스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진단검사는 일상진료의 기본도구이며, 근거기반사고는 일상진료의 필수요건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근거기반의학의 과학적 근거에 속하는 문헌적 근거를 사용할 때는 문헌적 근거의 한계점을 고려하면서 실제 임상에 활용해 나간다면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특히 권 교수는 임상 현장 속의 진단검사의 의의로 △환자의 질병을 진단 및 감별진단할 수 있다 △질병의 중증도 및 경과 판단을 통한 치료방침의 결정이 가능하다 △예후 판정을 돕는다 △건강검진이나 선별검사를 통해 질병을 조기발견하거나 예방할 수 있게 된다 △치료효과 및 안전성의 추적관찰이 가능하다 등으로 제시했다.
그는 “진단검사를 활용한 정확한 진단은 적절한 치료의 토대가 되며, 증상이 없는 환자도 진단명을 부여할 수 있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또한 건강검진 후 사후관리는 필수적인 가운데 이에 대한 일차의료기관으로서의 한의원이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데 충분히 활용될 수 있을 것이며, 치료 후 치료효과의 관찰이나 한약 등의 안전성을 확보해 나가는 데에도 유용한 도구”라고 밝혔다.
진단검사결과 활용시 ‘참고치’ 이해 중요
이와 함께 권 교수는 진단검사결과의 활용에 있어 주의할 점으로 ‘참고치’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동반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 교수는 “예전에 기준치라고 불리웠던 참고치는 현재 건강하며, 인종·성별·연령·생활습관 등 다양한 조건이 유사한 사람을 대상으로 시행한 검사 결과 얻은 측정치의 95%가 포함된 범위”라며 “즉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기준범위 밖에 있더라도 건강한 사람이 100명 중 5명은 있다는 의미로 풀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기준범위를 벗어났다고 해서 ‘이상(질환)’이라고 할 수 없고, 기준범위 안에 있다고 ‘정상(질환 아님)’을 보증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으로, 각 감사별 민감도·특이도·위양성율·위음성율·양성예측치·음성예측치 등을 고려해 임상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권승원 교수 이외에도 △간기능 검사의 이해와 활용(김명호 우석한의대 교수) △일반혈액학검사의 이해와 활용-빈혈 임상을 중심으로(이남헌 대전한의대 교수) △혈액검사를 통한 신장 비뇨기 질환 접근법(신선미 세명한의대 교수) △안전하고 효과적인 경혈초음파 사용법(추홍민 원광한의대) △갑상선기능검사의 이해와 활용(최유경 가천한의대 교수) △당뇨병 관련 주요 검사의 이해와 활용(조충식 대전한의대 교수) △알레르기 검사의 이해와 활용(김관일 경희한의대 교수) 등이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