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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27일 (토)

한의대에 안부를 묻다-20

한의대에 안부를 묻다-20

“결심에서 결실까지”
한의학과, 나의 미래 직업이 나의 사명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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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형 대구한의대 한의예과 1학년


[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전국한의과대학·한의학전문대학원학생회연합 소속 한의대 학생들에게 학업 및 대학 생활의 이야기를 듣는 ‘한의대에 안부를 묻다’를 게재한다. 


“한의예과 진학을 결심한 이유는?” 매번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질문이다.

 

처음에는 단순했다. 학교에서 배우는 과학이나 한문 같은 과목을 좋아해서 한 선택이, 여기까지 오게끔 만들었다. 결심부터 결실까지의 과정을 거치며, 질문에 대한 답이 점점 영글어 갔다. 공부를 할수록, 교과목에 대한 흥미와 사람들에게 느끼는 특유의 헌신 정신을 사회에 선한 방향으로 기여하는데 사용하고 싶었고, 그 마음은 내가 한의학을 더 알아가면서 느꼈던 한의학의 방향성과도 일치했다. 

 

대구한의대 한의예과에 입학하는 신입생으로서, 이번 기고 활동이 도입의 첫 질문처럼 성찰의 계기로 느껴지기에 큰 감사를 느낀다. 아직 본격적으로 학교생활을 해보진 않았지만, 한의대 생활에 초점을 맞춰 입학 전인 이 시점까지 있었던 일들을 풀어나가 보고자 한다. 


한의예과 진학을 위한 노력

 

한의예과 입학을 위해 고등학교 교과과목 공부와 학생부 관리에도 심혈을 기울였지만, 가장 심혈을 기울였던 부분은 마음가짐을 단정히 하는 것이었다. 나의 삶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명확한 목표를 이루려고 다방면으로 노력했다. 교과과목들에 대한 흥미가 한의예과 진학 희망에 크게 기여한 것은 맞지만, 한의예과를 목표로 한 이상 단순한 정도의 관심만 갖는 것은 부족하겠다는 생각에 한의예과(와 한의학)에 관련된 탐구와 체험 활동을 하면서 대학 입학을 준비했다. 대표적인 활동 세 가지를 소개해 보겠다. 

 

우선 독서 활동이다. 한의학 교수가 저술한 청소년용 한의학 도서를 읽으며 한의학이 어떤 학문인지, 한의사가 되려면 어떠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대학에 가서는 어떤 공부를 하는지 등을 알아봤다. 이 책을 읽은 후 독서감상문을 비롯한 여러 가지의 글들을 작성하면서 책에서 배웠던 내용들을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후 읽었던 다른 도서로는 입문자를 위한 한의학 용어 사전이 있다. 한의학 용어를 세부 분야별로 분류해 한자와 그 뜻을 제시한 책이었는데, 인체와 관련된 한자에 집중하며 책을 읽었다. 읽은 후에는 이 책과 인터넷 사전의 도움을 받아 나만의 한의학 인체 용어 사전을 만들었는데, 인체의 대표적인 기관들을 뜻하는 한자, 그 부수와 뜻, 용례를 직접 손으로 적어 보며 나의 한자 지식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나갔다. 특히, 배 복(腹), 간 간(肝), 창자 장(腸) 등의 한자에서 좌측에 위치하며 몸을 의미하는 육달월 부수가 기억에 남는다. 이 활동을 통해 형성자의 원리를 이용해 대학 진학 후 모르는 한자가 나와도 부수를 통하여 의미를 유추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두 번째 활동은 한의원 방문이다. 한의원에 직접 방문해 치료를 받아 보며 책에서 읽었던 한의학적 치료의 특징을 몸소 체험했다. 한의학은 종합적인 특성을 지닌다고 배웠다. 다시 말해, 어느 한 부분이 아프다고 하면 그 부위만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부위에도 치료를 해 몸의 조화를 맞추어야 한다는 원리에 기반한 특성이다. 축구공에 엄지손가락을 맞아 통증으로 고생하고 있던 방문 당시, 몸의 다양한 부위에 침을 맞으면서 한의학적 특징을 직접 몸으로 느껴볼 수 있었다. 

 

마지막 활동은 고등학교 교과시간에 했던 활동이다. 학교 과제로 수행했던 조사와 발표 활동은 진로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고 미래의 내 모습을 상상해 보는 계기가 됐다. 우선 일본어 시간에는 ‘한·일 직업 비교하기’라는 과제를 수행했는데, 한의사가 되고 싶었던 나는 한국 한의사와 일본 한의사를 모두 알아보려고 했다. 하지만 조사를 통해, 일본에는 한의사가 별도로 존재하지 않아 의사가 한의학을 공부해 한의치료를 수행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직업 비교 활동을 통해 양국간 의료체계의 차이를 파악할 수 있었으며, 진학 후 학생이나 한의사로서 외국과의 한의학 교류가 있을 때에도 이러한 차이점들을 고려해야겠다고 느꼈다. 

 

영어 시간에는 한의학과 관련된 내용을 영어로 발표하는 활동을 했다. 피부의 흡수력을 다룬 영어 지문을 읽은 후에는, 한의학에서 피부에 시행하는 뜸 치료를 영어로 소개하고, 더불어 개인적인 느낌의 정도를 숫자 지표로 표현하는 내용의 지문을 읽은 후에는, 한의학에서의 진단 절차인 사진(四診)과 라포 형성에 관한 내용을 영어로 발표했다. 이는 한의원에 방문했을 때 한의사 선생님께 아픔의 정도를 숫자로 표현하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었던 경험을 살린 발표 활동이었다. 의사와 환자 간의 유대감인 라포를 잘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문진(사진 중 세 번째에 속하며, 문답 과정을 통해 환자의 정보를 얻는 절차) 과정에서 숫자 표현을 비롯한 다양한 방법으로 환자에게 친절하게 다가가야 함을 되새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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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캠프서 한의사에 필요한 융합적 사고와 지식쌓아

 

대구한의대 합격 이후 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어느 정도의 기간이 있었는데, 이 때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대구한의대 SW·AI 캠프에 참여했다. 평소 컴퓨터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있었지만, 컴퓨터를 전공하지 않더라도 관련 교양지식을 쌓아 놓는 것이 중요함을 인식하고 있었다. 내가 다닐 학교에 대해 알아보고, 또 앞으로를 살아가기 위한 컴퓨터 관련 정보를 습득하고 싶어 해당 캠프에 지원했다. 1박2일의 일정으로 진행된 이 캠프는 학교의 기숙사를 숙소로 제공해 주었는데, 이 기숙사가 내가 학교에 입학 후 지낼 곳이기 때문에 미리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이번 SW·AI 캠프의 강의는 학교의 교수님들께서 맡아 주셨다. 이틀이라는 시간 동안 학생들이 즐길 수 있고 또 많은 것들을 배워갈 수 있는 프로그램들로 알차게 구성돼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 모형 자동차를 엔트리(entry) 프로그램을 이용해 자동차 주행법을 조종하는 명령문을 만들고 시행하는 것이었다. 주어진 제시문들을 수정하고 배열한 대로 자동차가 움직이는 것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캠프 도중 코딩 프로그램과 관련 교수님께 질문을 드린 적이 있는데, 그때 교수님께서 답변해 주신 내용이 인상 깊었다. 한의사에게 전공자 수준의 코딩 프로그램과 코딩 능력이 요구되지는 않지만, 일반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프로그램의 간단한 틀을 잡아 놓으면, 협력 전문가들의 손을 거쳐 한의사 활동(한의원 운영 등)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 탄생할 수 있기에 한의사(가 되려는 한의대생들)도 관련 교양지식을 쌓아 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해 주셨다. 답변을 듣고 이번 캠프에 참여한 것이 앞으로의 미래를 고려한 좋은 선택이라는 생각에 보람을 느꼈고, 대학 진학 후에도 계속하여 컴퓨터 관련 지식을 배워 놓아야겠다고 결심했다. 캠프 시간을 통해서도 느꼈듯이, 융합적 사고와 지식은 앞으로의 직업 활동에 있어서 대체불가한 자산이 될 것이다.


“한의예과 진학은 어떠한 선택이었는가?”

 

위에서 소개한 고등학생 시절 활동들을 통해 한의대에 입학하는데 큰 도움을 받았고, 또 입학에 앞서 진행된 교내 캠프를 통해 앞으로의 학교 생활을 미리 체험해 보기도 하였다. 그 과정들을 거치고 지금의 나를 마주하며 느끼는 점은 다음과 같다.

 

대학생이 되며 주어지는 자율성은, 많은 것들을 가능하게 만든다. 학생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교내 활동도 많아지고, 캠퍼스 내외에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 또한 풍성해진다. 다만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감도 지녀야 함을 스스로 명심해야 하겠다. 

 

도입에서 언급했던 ‘선한 기여’라는 표현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 마음에는, 대학 생활에서 길러갈 능력을 통해, 내가 속한 이 세상에 받은 사랑을 베풀며 살아가겠다는 사명감이 담겨 있다.

 

나의 학과와 나의 미래 직업이 나의 사명이 되기를 바라며 글을 쓴다. 그리하여 미래에는 내 스스로가 “한의예과 진학이 어떠한 선택이었는가?”라는 질문에 보람과 자긍심을 느끼며 대답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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