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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25일 (월)

국가 및 한의학의 독립 위해 헌신한 변극 교수 ‘재조명’

국가 및 한의학의 독립 위해 헌신한 변극 교수 ‘재조명’

임시정부 활동 물론 원광대 한의과대학 승격 등에 큰 역할 담당
손인철 교수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묵묵히 역할 다한 작은 거인으로 기억”
청강한의학역사문화연구센터, 근현대 한의학연구사 콜로키움 및 동의보감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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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자이자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초대 학장인 변극 교수(1903∼1980)의 일생을 재조명해보는 뜻깊은 시간이 마련됐다.

 

경희대학교 청강한의학역사문화연구센터(센터장 차웅석)는 지난 13일 정동 달개비에서 ‘인술로 구국의 길을 걷다, 독립운동가 한의학자 변극’을 주제로 제3회 근현대 한의학연구사 콜로키움을 개최했다. 이날 주제 발표는 변극 교수의 제자였던 손인철 원광대 한의대 명예교수가 진행했으며, 대담자로는 안상우 한국의사학회장이, 지정토론자로는 김남일 경희대 한의대 교수·국수호 세명대 한의대 교수가 참여했다. 

 

이날 손인철 교수는 “마음 속의 스승인 변극 교수는 한의학과의 깊은 인연에도 불구하고, 한의계에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는 인물”이라며 “변극 교수를 조명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줘 감사한 마음이며, 한의학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도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안상우 회장도 “후학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지만 원광대 한의과대학 설립의 공신이기도 한 변극 교수에 대해 조명해야 겠다는 생각에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며 “임시정부에서도 요직에서 활동하는 등 활발한 독립운동은 물론 한의학의 발전을 위해서도 공헌한 인물인 만큼 생애를 재조명하고 널리 알리는 것이 후학으로서의 도리라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임시정부 산하 의정원 대의사 등 활동

이어진 발표에서 손 교수는 변극 교수의 생애부터 대표저술 및 한의학자로서의 활동내용, 임상에서 활용했던 처방 등에 대해 설명했다.

 

손 교수에 따르면 변극 교수는 한의사였던 부친의 영향으로 한의학을 어렸을 때부터 접했으며, 신학문을 배척했던 부친의 뜻에 따라 당시 한문학으로 명성이 높았던 전우 선생의 문하에서 한학을 공부했다. 그러나 신학문에 목말라했던 변극 교수는 부모들을 설득해 중동고보-휘문고보에서 신학문을 시작한 이후 불교단체의 장학금을 받아 중국 상해에 있는 동제대학으로 유학, 의학부에서 산부인과를 전공하게 된다.

 

변극 교수는 유학시절 해외청년동맹을 결성해 상임위원장을 맡아 독립운동을 시작한 이래 19세 때에는 임시정부 산하 의정원(현 국회)의 대의사(국회의원)으로 활동과 청년동맹 위원장을 맡아 독립운동을 지속했으며, 김구 선생과는 인간적 측면에서 돈독한 관계를 가졌다. 

 

독립운동 중 신의주감옥에 투옥돼 수감생활을 하기도 한 변극 교수는 이후 귀향해 학교를 설립, 교육을 통한 독립운동에도 나서게 된다. 이때 변 교수는 한의원을 운영하면서 학교 운영자금을 마련했다고 한다. 

 

특히 변극 교수 전남대에서 정년퇴임한 이후 ‘69년부터 원광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한의학 발전에 큰 역할을 담당하게 됐다.


동서의학 통합적 관점서 환자 진료

손 교수는 “(야사이기는 하지만)70년대 당시 상황을 보면 정부에서 한의학을 없애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가운데 변극 교수는 박정희 대통령과의 면담 자리에서 한의과대학 설립을 제안했으며, 당시 정관계 인사들과의 두터운 친분 등을 활용해 문리과대학 소속의 한의학과가 한의과대학으로 승격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며 “한의학자로서는 난임환자 치료에 명망이 높았으며, 이는 어릴 적 접했던 한의학을 바탕으로 서양 산부인과를 전공한 만큼 동서의학의 통합적 관점에서 환자들을 치료한 것으로 생각되고, 자신이 직접 임상을 하면서 치료의학으로서의 한의학을 높이 평가해 한의계의 발전을 위해 몸을 바치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특히 손 교수는 “변극 교수와의 처음 만남에서는 그 분이 그처럼 대단하신 분인줄 모르고, 그냥 시골에서 한의원을 하는 평범한 노인이라는 인상을 받았다”며 “이처럼 변극 교수는 자신이 하는 일을 내세우시는 것이 아니라 묵묵히 역할을 하시는, 작은 거인이셨다”고 회고했다. 

 

이어진 지정토론에서 김남일 교수는 “변극 교수의 한의학술 저술을 살펴보면 ‘향약집성방의 현대적 응용’이라는 책이 눈에 띄는데, 향약집성방의 처방을 활용하고 연구한 것은 극히 드문 경우”라며 “한의학자로서의 변극 교수에 대한 연구가 아직 미흡한 관계로 앞으로 이러한 처방 운용 등에 있어 학술이나 임상에서의 특징적인 부분도 적극 연구했으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국수호 교수는 “오늘 발표를 통해 국가를 위한 독립운동뿐 아니라 한의학의 독립운동도 함께 진행한 분이시라는 것을 새삼 알게 됐다”며 “원불교 입문 후 달라진 의학사상에 대한 연구도 향후 진행됐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게 됐다”고 말했다.


변극 교수의 생애에 대한 지속적 연구 필요

차웅석 센터장은 “‘30년대의 상황을 보면 독립운동의 기조가 무장투쟁에서 문화적인 투쟁으로 전환되는 시기임을 감안할 때 변극 교수도 옥고를 마친 후 귀향해 학교를 설립하고 교육활동에 전념한 것 역시 이같은 독립운동의 기조에 맞춘 자신의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을 것”이라며 “더불어 향약집성에 대한 관심이 높은 부분도 당시 시대상황에 맞춰 이해할 수 있는 부분들을 연구해보는 필요하다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특히 안상우 회장은 “이번에 변극 교수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사상의학처방을 많이 활용했다는 부분도 알게 됐는데, 당시에는 사상처방을 활용하는 한의사들이 적은 가운데 어떤 경로를 통해 사상의학을 접하게 됐는지 연구해 보는 것도 의사학적으로 의의가 있을 것”이라며 “아직까지 연구가 미흡한 변극 교수의 생애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오늘 제기된 의문들을 하나씩 풀어나갔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다음날인 14일에는 경희대 정재한의학역사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근현대 동의보감 연구사 특별전’이 개최, 동의보감 핸드북 10종 및 문화총서 6종 등이 전시됐다.

 

특히 이날 특별전에서는 최근 발간된 동의보감 문화총서인 △딸에게 들려주는 바람(風) 이야기(김홍균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장) △동인상에 기록된 침뜸의학(박영환 시중한의원장) 등 2권의 소개와 함께 저자들과의 간담회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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