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자체가 운영하고 있는 공립요양병원 현장에서 열악한 근로환경과 함께 비효율적인 의료기관 인증평가 업무 등으로 인해 돌봄 인력난 문제가 발생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강은미 의원(정의당)은 14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공립요양병원 노동실태와 서비스 질 개선 국회토론회'를 열고 공립요양병원 현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강은미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우리 사회는 고령화로 인한 노인성 질환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어 이에 대한 치료와 돌봄에서 요양병원의 역할과 기능이 매우 중요해졌다”며 “각 지차체가 운영하고 있는 공립요양병원은 지역사회 요양의료서비스의 표준이 돼야한다”고 설명했다.
강 의원은 “특히, 그동안 공립요양병원 현장의 목소리와 데이터는 부족하기에 이번 실태조사 결과 발표가 관리·지원체계·서비스 질·노동조건 향상을 위한 첫걸음이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정훈 서울시 감정노동센터 소장은 '공립요양병원 노동조건 실태조사 결과와 함의'라는 주제로 발제에 나서며 노동 실태 조사 결과, 공공요양병원 종사자들은 임금 수준과 근무 환경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낮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감정노동센터는 지난 10월 3주 간 전국 공립요양병원 77개소를 대상으로 실태 설문 조사를 진행했고, 50개 병원의 간병인,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 종사자들이 이에 답했다.
이정훈 소장에 따르면 가장 많은 환자를 담당하는 근무자는 ‘3교대제 밤 당직’으로, 1인당 44.5명을 맡고 있었으며, 월 평균 임금 수준은 세금 공제 후 약 237만원이었다. 또, 종사자의 절반 가까이 환자와 보호자로부터 욕설, 성추행 등 부당한 대우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사자들은 설문조사에서 공립요양병원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근로 조건 개선(63.7%) △인력 확충을 통한 서비스 질 개선(21.4%) △적정 예산 확보(4.1%)를 꼽았다.
이 소장은 “간병인,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은 적은 임금과 과로에 시달리면서도 정신적·신체적으로도 위협받고 있어 돌봄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장기근속자 배출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초고령화 사회에서 건강한 돌봄시스템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먼저 정부가 요양병원 종사자들을 보호하고 보장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보건의료노조 광주시립제2요양병원 김승연 지부장은 '심층 면접 결과 및 제언'이라는 발제에서 병원을 떠나는 인력들을 대신해 무자격자·외국인을 간병인으로 대거 채용하면서 제대로 된 돌봄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아 현장에서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인간병시스템'에서 교육 및 의사소통의 부재가 치명적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지부장은 “한국말이 서투른 데에 적합한 교육 또한 이뤄지지 않아 투약오류, 지시사항 오류, 병원 감염 등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돌봄 인원으로써 소양도 부족해 신체적·언어적 노인학대 사건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 이문호 소장이 좌장으로 진행된 패널토론에서는 의료기관 인증평가 준비로 인한 본연의 돌봄 업무 소홀 문제와 종사자의 퇴사 문제가 제기됐다.
요양병원은 의료법에 따른 의료기관 인증 의무로 인증평가와 운영평가, 서류심사 등 각종 평가로 업무 부담이 과중된다는 불만도 많았으며, 특히 평가준비를 위해 근무 시간 외에 부당 업무 수행 등으로 현장을 떠나는 인력이 많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박성국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은 공립요양병원 7곳 종사자를 대상으로 심층 면접조사를 진행한 결과, 상당수가 각종 평가 때문에 진료와 간호를 소홀히 하게 된다는 고충이 있었다고 밝혔다.
박 위원은 “실제 공립요양병원에는 4년 마다 인증평가, 2년 마다 운영평가, 1년 마다 서류심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보여주기식 행사’에 많은 시간과 인력이 투자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정훈 소장은 “중앙정부와 국회, 공립요양병원을 운영하는 지방정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검토해 기존 인증평가를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치매정책과 최진선 사무관은 “업무 중복과 부담에 대한 의견을 많이 듣고 있다”며 “평가 업무를 효율화해 환자 관리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