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사망자 비밀누설한 의사에 의료법 위반 판결
사망자의 개인정보 인터넷 사이트 게시는 비밀 누설
<한의신문> 질병 발생을 예견하거나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필요한 검사나 치료를 하지 않은 경우 의사의 업무상 과실로 인정되며, 사망한 환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지 않은 경우도 의료인의 비밀 누설 행위에 속한다는 판결이 나와 주목되고 있다.
대법원은 11일 의사의 과실 존부와 의료법상 사망한 자의 비밀도 보호되는지 여부에 관한 사건에 대해 상고기각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 사건(2018도2844)은 의사인 피고인이 자신이 진료하던 환자에게 제때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못해 사망한 사건과 사망 이후 사망환자의 개인정보를 인터넷 사이트에 게시한 것과 관련하여 업무상 과실치사, 업무상 비밀누설, 의료법 위반 등의 유죄 판결에 대해 불복하고 상고한 것에 따른 것이다.
이 사건은 의사인 피고인의 병원에 2014년 10월에 피해자인 환자가 복강경을 이용하여 위장관 유착박리 수술을 받은 이후 지속적인 통증을 호소했음에도 피해자에게 단순한 ‘수술 후 통증’이라고 설명하였고, 퇴원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피해자의 흉부를 촬영한 엑스레이 사진에는 좌측 횡격막 상부에 공기 음영이 있어 심낭기종과 종격동기종의 소견을 보였다. 일반적으로 복부와 장 유착으로 수술한 환자가 퇴원을 하려면 대변 배출, 구강 음식섭취 가능, 경구용 진통제로 통증 조절이 가능한 상태여야 하나 피해자는 이러한 퇴원조건을 갖추지 못했다.
며칠 후 병원을 다시 찾은 환자는 왼쪽 가슴 통증, 복통, 오심을 호소했다. 심전도 검사 결과 피해자의 맥박은 분당 145회로 심각한 빈맥 상태였고, 심장전압은 0.19mV로 현저히 낮은 상태였다. 이에 따라 의사는 환자를 타 ○○병원으로 전원시켰다.
○○병원 의료진은 복막염, 장 유착, 심낭압전의 소견을 확인하고 응급으로 개복수술 등의 치료를 하였지만, 피해자는 범발성 복막염에 의한 심낭압전에 따른 저산소 허혈성 뇌손상으로 사망했다.
이와 관련, 법원은 피해자와 같이 장 유착 상태가 심하고 주변 장기들도 많이 약해져 있는 경우에 유착박리술 이후 지연성 천공은 예상되는 합병증이므로 그 발생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계속 피해자의 경과를 관찰하는 등의 조치를 할 주의의무가 있으나 이를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피해자에게 고열, 메슥거림 등의 증상이 있고 심한 복통이 상당한 기간 지속되었으며 높은 백혈구 수치, 빈맥 증상이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으로서는 지연성 천공 등으로
인한 피해자의 복막염 가능성을 예견하였거나 이를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아야 함에도 피해자에게 이에 관한 위험성을 제대로 고지․설명하고, 경과 관찰이나 필요한 검사를 통하여 피해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이에 대한 조치를 하거나 이러한 조치를 할 수 있는 병원으로 전원시킬 주의의무가 있었으나 이 또한 게을리했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특히 피고인의 수술 후 복막염에 대한 진단과 처치 지연 등의 과실로 피해자가 제때 필요한 조치를 받지 못하였다면 피해자의 사망과 피고인의 과실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의사인 피고인이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게시판에 피해자의 위장관 유착박리 수술 사실, 피해자의 수술 마취 동의서, 피해자의 수술 부위 장기 사진과 간호일지, 내장비만으로 지방흡입 수술을 한 사실과 당시 체중, BMI 등 개인 정보를 임의로 게시함으로써 의료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의료인의 비밀 누설 또는 발표 행위를 한 것이라고 보았다.
이는 구 의료법 제19조에서 정한 ‘다른 사람’에는 생존하는 개인뿐만 아니라 이미 사망한 사람도 포함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특히 형벌법규에서 ‘타인’이나 ‘다른 사람’이 반드시 생존하는 사람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법에서 보호하고자 하는 법익에는 사망한 사람도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의료인의 비밀누설 금지의무는 개인의 비밀을 보호하는 것뿐만 아니라 비밀유지에 관한 공중의 신뢰라는 공공의 이익도 보호하고 있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에 의료인과 환자 사이에 형성된 신뢰관계와 이에 기초한 의료인의 비밀누설 금지의무는 환자가 사망한 후에도 그 본질적인 내용은 변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