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국내 최초로 주간 정치 정례조사를 도입하는 등 한국의 대표적 여론조사기관 중 하나로 자리매김한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가 정치에 참여하고자 하는 한의사에게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 : 다양한 매체를 이해하고, 다양한 형태의 메시지에 접근해 분석 및 평가,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를 기를 것을 조언했다.
지난 4일 열린 대한한의사협회 정치아카데미 제6강 ‘정치와 여론조사’ 강의를 맡은 이택수 대표는 지난 4.7 보궐선거에 대한 분석을 통해 서울과 부산 모두 야당이 압승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를 분석하며, 미디어와 여론조사를 통해 나타난 표심을 설명했다.
최근 선거 추세는 ‘구도’에 좌우되는 경향 보여
선거의 3대 요소로 인물, 정책, 구도를 꼽은 이 대표는 과거 선거가 인물과 정책에 좀 더 초점이 맞춰졌던 것에 비해 이번 4.7 보궐선거에서는 보다 구도에 좌우되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는 당시 여론조사를 통해 발표된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와 정당 지지도 등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보궐 선거가 진행됐던 4월 1주차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는 긍정 33.4%, 부정 62.9%로 서울시장의 투표결과(국민의 힘 오세훈 후보 57.50%,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 39.18%)와 부산시장 투표결과(국민의힘 박형준 후보 62.67%,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후보 34.42%)와 그 궤를 같이 한다는 것. 또한 당시 정당 지지도 역시 범여권이 35.7%, 범야권이 62.3%로 집계되어 인물과 정책이 구도에 밀린 선거라는 것이 그의 평가다.
이 대표는 최근 몇 년 간 치러진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와 투표율이 매우 유사하게 나타났는데, 이명박 대통령 3년차인 2010년 민선5기 선거 당시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는 긍정 49%, 부정 41%로 나타났고, 이는 당시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가 47.43%로 민주당 한명숙 후보(46.83%)를 누르고 당선된 비율과 비슷하다는 설명이다.
이후 2011년 이명박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긍정 37%, 부정 55%)가 뒤집힌 상황에서 치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무소속 박원순 후보가 53.4%를 득표하며 당선됐으며, 이후 박근혜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치러진 서울시장 선거 모두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와 선거의 투표결과 및 득표율이 정비례했다는 분석이다.
이 대표는 또한 이번 보궐선거 결과의 원인으로 △여당의 책임론 △부동산 정책과 LH 사태 △언론의 연이은 LH 사태 보도 △당청 인사들의 부동산 논란 △코로나-19 확진자 수 증가로 인한 K-방역의 위기 △백신 확보 난항 및 접종률 최하위 보도 등을 꼽았다. 또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임과 남북 관계 긴장 고조, 네거티브 일관도의 캠페인 효과 실패 등도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당시 두 후보 간 여론조사 결과의 해석에도 많은 차이가 있었다고 소개했는데, 박영선 후보의 경우 ‘매일 2%씩 지지율이 오를 것’, ‘지지율 격차가 이미 한 자리수로 줄었다’ 등의 밴드웨건 전략을 펼쳤던 것에 반해, 오세훈 후보가 ‘여론조사 믿지 말라, 지금 박빙이다’라고 자만을 경계하며 펼친 언더독 전략이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여론조사, 조사방법 따라 결과 차이 있어”
이날 이택수 대표는 여론조사 조사 방법에 따라 벌어지는 결과의 차이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여론조사 방식인 전화면접, 자동응답, 스마트폰 앱 등의 비율에 따라서, 문항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서, 조사하는 시간대 혹은 여론조사 시 소개되는 의뢰 언론사의 정치적 성향 혹은 질문의 보기 중 호명하는 순서에 따라서도 조사결과가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한 휴대폰 번호에도 아직까지 어느 정도 지역정보가 남아있을 수 있어 특정 국번을 대상으로만 조사를 하는 경우 결과가 왜곡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이 대표는 미디어와 여론조사 리터러시를 통해 ‘숨겨진 표심’을 정확하게 분석하는 것이 선거 전략 수립 및 선거 운동을 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