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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23일 (토)

“양방 중심 감염병 체계서 한의계도 '할 수 있다'를 증명”

“양방 중심 감염병 체계서 한의계도 '할 수 있다'를 증명”

“한의진료센터 통해 수 백명의 감염병 치료 경험 한의사 양성”
“감염병 치료 통해 한양방 협진·한의 감염병 전문기관 지정 기회 삼아야”
코로나19 한의백서(가칭) 추진 위한 ‘한의약 정책포럼’ 비대면 개최


정책포럼.jpg


대한한의사협회(회장 최혁용)는 지난 28일 협회관 2층 명예회장실에서 ‘코로나19 한의약 정책포럼’을 비대면 방식으로 개최하고, 감염병에 대한 한의약 역할과 활용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한의계 구성원들은 ‘코로나19 한의백서(가칭)’ 추진 사항을 공유하고, ‘코로나19 한의진료 전화상담센터’의 한의약 치료 사례를 근거로 국가 감염병 관리체계에 있어 한의계의 역할 확대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날 정책포럼에서 나온 한의계 내부 구성원들의 주요 발언들을 모아 정리했다.   

 

방대건 대한한의사협회 수석부회장

“한의협이 불가능해 보이는 일들을 실제로 해냈다. 아직도 기억난다. 최혁용 회장이 코로나 진료센터를 해보자는 말을 처음 했을 때, ‘당연히 해야 하는데’ 라는 생각과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교차했다.


이 센터를 실제로 구현해내기까지 정말 많은 분들이 수고해줬다. 최진만 대구광역시한의사회장, 이정호 수석부회장, 김현일 경북한의사회장, 김봉현 수석부회장 등 대구경북에서 실제로 센터를 만들어내기까지 많은 고생을 했다. 감사 인사를 정중하게 드린다.


사무처 통계를 보면 진료 실제에 참여한 한의사가 477명, 참여했던 한의대생 320명이다. 우리 한의계에 이렇게 800명 가까운 소중한 자원이 쌓였다. 감염병을 실제로 진료한 자원이 있기 때문에 같은 상황에서 보다 나은 모습으로 해낼 수 있을 것이다. 백서에 우리의 성과를 잘 담아서 힘찬 전진을 준비했으면 좋겠다.“

 

최문석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

“정부나 국회 관계자와 만나다보면, 코로나19 국면에서 확산 방지를 무엇보다 중시한다는 인상을 받는다. 치료나 관리 측면에서 한의학이 참여한 부분은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을 못 하고 있다. 그러면서 데이터 얘기를 많이 한다. 지금 만드는 백서가 중요한 이유다. 앞으로 우리가 대관하거나 국회나 정부를 설득할 때 중요한 자료가 되는 게 이 백서다.


마지막으로 참여했던 분들, 도움 줬던 분들의 영향이 크다. 세세하게 도움 주신 부분까지 모두 구체적으로 담아주셨으면 한다.“

 

김현일 경상북도한의사회 회장

“한의진료센터는 양방일변도 진료체계 속에서 각각의 한의사에게 자신감이 생긴 계기가 됐다. 한의계가 뭔가 액션을 취하고 방향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장이 열렸다는 점에서 큰 성과다.


이번에 우리가 경험하면서 쌓은 한의사 각자의 노하우들을 경험하지 못한 한의사들에게 진료시스템 속에서 어떻게 전달해 줄 수 있을까 고민도 해봐야할 것이다.“

 

김봉현 경상북도한의사회 수석부회장

“코로나19로 우리 한의사들이 하나가 된 건 분명하다. 한약으로 코로나19 환자들이 호전되고 있다는 당연한 소식부터, 소외된 환자들에게 큰 위안이 되고 있다는 이야기, 그리고 우리가 한의사로서 정말 필요할 때 국가와 국민을 위해 소리 없이 기여하고 있다는 데 대해 나 자신만이 느끼는 자부심을 가지게 됐다.


이 땅의 한의사로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이렇게 좋은 치료를 환자들이 더 잘 받을 수 있도록, 다음번에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이 아닌 ‘더 많이 존중받는’치료가 되면 좋겠다.“

 

이정호 대구광역시한의사회 수석부회장

“3월 코로나 위기로 힘들어했던 대구를 위해 내려오신 분들께 감사인사를 드린다. 이번 기회를 통해 현대의학과 경험의학이 같이 공존해 통합의학으로 갈수 있는 모멘텀으로 삼아야 한다. 백서에 그런 해답이 담기기를 기대한다. 한약을 평소 복용했던 사람들이 코로나 감염될 기회가 적었다는 것에 대한 실증도 나오고. 홍보 해주고, 자료 찾아줬으면 좋겠다. 


실제로 한의진료센터를 통해 한약 복용이 급성 감염병의 후유증을 경감시켰다. 이러한 결론을 잘 잡는다면 21세기 한의학의 미래를 그릴 수 있을 것이다.“

 

강영건 대한한의사협회 국제/기획이사

“매일 한의진료센터가 끝난 저녁에는 콘퍼런스를 했다. 대구에서는 모여서 하고, 서울에서는 온라인으로 했다. 기술발전에 따라 한의진료센터도 업그레이드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옛날이면 이 포럼도 모여서 했을 텐데 지역에 상관없이 같이 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기술 발전을 실감한다.”

 

박종훈 대한한의사협회 보험이사

“신종 감염병 초기 대응은 결국 병원 진료 몫이 될 것이다. 한의계가 협진이나 한방병원으로서 감염병 전문기관이 된다든지, 격리병상이나 음압병상 사용 여건을 마련한다든지 하는 제도적 변화에 대한 어필을 해야 한다.


공공의료의 인력으로서 한의사가 참여하려면 공공의료에 특화된 양성 시스템이 필요하다. 한의사도 여기에 관심 갖고 의료인력 양성에 참여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

 

고동균 대한한의사협회 의무/법제이사

“환경적으로 정부가 한의계를 받아주지 않는 상황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동안 있었던 만성질환관리제, 장애인주치의제, 치매사업 등에서 한의계 배제는 반복됐다. 이게 코로나에서도 그대로 재현됐다. 이번 경험으로 우리는 우리 역량을 어떻게 발휘하고 경험을 만들어갈 지에 대한 실질적인 소득을 얻었다.


우리는 사업모델을 계획하고, 외부 사업 근거를 만들어서 문서화한 것만 갖고 정부와 협의해 왔고 이를 정부가 받아주지 않은 것에 답답해했다. 이번 대응을 통해 정부가 받아주지 않는 데 그치는 게 아닌 적극적인 행동으로 결과를 만들어 냈다. 이게 우리 역량이다.”

 

학술자문단 조남훈 한의협 학술이사

코로나19 한의 전화진료 가이드를 만든 것이 가장 잘한 일 같다. 자문해보니까 원장들마다 진료 스타일이 다 달랐다. 가이드가 없었다면 안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두 번째로 한의사와 자문단간 피드백이 안 된 부분도 간혹 있었다. 이에 처방을 바꾸는 일이 원활히 잘 안된 경우도 드물지만 있었다. 다음에는 더욱 더 원활한 피드백이 있었으면 한다. 또한 백서가 나오고 논문이 잘 나와서 공표가 잘 됐으면 좋겠다. 많은 한의사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학술자문단 윤종현 한의사

“학술자문단이 가장 걱정했던 게 사고다. 혹시나 한의사가 진료하면서 의료사고가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법적책임을 지는 부분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자문단이 나서 방패막이 역할을 했다.


현재 상황을 보면 양방은 그럴 필요가 없다. 매뉴얼 만들고 그대로 진료하면 책임에서 자유롭다. 그러나 한의사가 진료할 때는 그런 것을 개개인이 책임지는 것으로 되어 있다. 굉장히 스스로 꺼리게 만들어지는 요소가 됐다.


지금 치료 데이터 가지고 논문화해 그 근거를 정부에 제시해 결과적으로 중앙방역대책본부에 한의사도 한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방역 프로토콜에 한의사도 역할을 해야 더 많은 환자를 볼 수 있고, 데이터도 더 모을 수 있고, 근거도 더욱 확보할 수 있다.“

 

정책포럼2.JPG

 

이은경 한의학정책연구원장

“감기를 한약으로 치료했던 시기가 20년 전이다. 지금은 일반 환자들이 한약을 치료제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 신종 전염병을 통해 많은 의료질서가 달라지고 있다. 정부도 예산 집행이나 의료를 이끌어나가는 방식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질병, 기후변화, 의료 시스템 등이 어떻게 바뀌는지에 대해 한의계도 조금 더 깊게 고민하고 파악해야 한다. 또 한약을 어떻게 치료약으로 인식하게 할 건지, 가격저항이 있어도 치료를 위해 한약을 써야 한다고 믿게 만들지를 고민해야 한다. R&D 제도와 근거를 어떻게 만들지에 대해서도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협회가 할 수 있는 일은 적다. 그럼에도 한의계가 다뤄야 하는 내용이 있고, 가야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러한 미래지향적인 부분을 백서에 담고자 한다. 담론이 조금 더 풍부해졌으면 좋겠다.“

 

박성우 한의협 무임소이사(서울 강남구한의사회 회장)

“이번 경험이 한의계에게는 아주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그 구성원의 일원이 된 것에 대해 행복하게 생각한다. 계속 이런 상황들이 만들어질 텐데 한의계가 더욱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모영택 한의사(한의진료센터 참여 원장)

“쳥폐배독탕 위주로 처방해야 하는 환자들의 경우 대체적으로 생활치료시설에 격리돼 있는 바람에 처방을 할 수 없었다. 이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저는 이번 8월 경기도 긴급의료지원단에도 지원했다. 경기도에서도 어디에 배치할 지 고민을 많이 하더라. 제가 배치 받은 역할은 역학조사관이었다. 그럼에도 부르지 않았다. 감염병 대응에 있어 한의사가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정부나 양방의료계하고 협조가 필요할 것 같다. 어떻게 방향을 잡아가야 할지 고민해봐야 한다.“

 

정동기 한의사(한의진료센터 참여 원장)

“코로나 감염병 치료의 경우 실제 양방중심으로 돌아갔다. 의원도 진료 못했다. 거점병원만 했다. 만약에 추후 이런 일이 또 발생한다면 한의계도 한의치료할 수 있는 거점병원을 지정을 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실제 진료할 수 있는 장소가 없다는 난제가 있었다. 감염병을 치료할 수 있는 한방병원이 있다면 거길 거점으로 삼아 더욱 잘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질병청에 한의사 인원도 배치돼야 한다. 그래야 정부와도 대화 창구가 열린다. 한의 쪽에서 감염병 연구할 수 있는 거점기관도 필요하다. 공공기관 활용 등을 통해 연구기관에서 한의치료에 대한 논문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논문 신뢰성도 높아진다.“

 

심희준 대한한의사협회 의무이사

학술자문단에서 조언해준 게 참 많은 도움이 됐고 감사드린다. 코로나19 확진자 치료에 대한 데이터화 작업은 서울센터의 최건희 이사가 가장 늦게 퇴근하면서 수고를 했고, 김용수 이사도 고생이 많았다.


현재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하는 한의 방문 진료 사업 현황을 파악하는 일을 하고 있다. 한의 방문 진료는 현장 참여도가 높고 한의사도 열심히 하고 있다. 방문수가도 조속히 나와야 하는데, 관련해서 더욱 노력하겠다.“

 

최건희 대한한의사협회 의무/정보통신이사

“전화상담센터를 열고 이런저런 압력을 받았다. 환자유인행위 아니냐는 지적까지 받았다. 민원이 들어오기도 했는데, 진료환자 숫자가 늘어나면서 그런 말을 더 이상 듣지 않아도 됐다. 나중에는 한의진료센터 참여를 고려해보겠다는 반응을 이끌어낼 정도로 인식전환을 만들어냈다. 여기 참여했던 한의사에게도 인식 변화가 있었다. 우리도 전염병 진료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그것이다.”

 

오지현 한의사(한의진료센터 참여 원장) 

“저는 대구와 서울 한의진료센터 두 곳에서 진료를 했다. 사실 처음 진료할 땐 긴장했다. 그러다 진료를 계속 보다 보니 경험치가 쌓였다. 이 부분이 의료진에게는 중요한 지점이라 생각한다. 의료진뿐만 아니라 환자들도 한의약 치료에 대한 경험치가 쌓였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또 한의진료 가이드라인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가이드라인을 통해 진료하는데 있어 도움을 많이 받았다. 감염병 시대를 맞아 한의계 역시 가이드라인을 더욱 체계화, 디지털화해야 될 것이다.” 


신혜진 대구한의대 본과 4학년(학생 자원봉사)

“전화상담센터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점은 모두가 한뜻으로 모여 했기 때문이다. 국가방역체계 포함되지 못하다 보니 학생으로서 한계도 느꼈다. 환자들이 한약을 못 받는 것 보고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한의계도 국가방역체계에 빨리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울러 가능하다면 정부로부터 코로나 겪었던 사람들이 치료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방안도 있었으면 좋겠다. 코로나19 격리해제 된 후유증 있는 환자들에게는 한의원에서 침 치료할 수 있도록 캠페인도 펼쳤으면 좋겠다.“

 

장연수 동의한의대 본과 1학년(학생 자원봉사)

“한의진료센터에 대한 다큐멘터리도 제작중이라 들었다. 다큐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한의 내부 구성원이 아닌 대중과 언론에 소개된다면 그 효과가 굉장할 것 같다.


한의약에 대한 제 주변 인식은 어르신들 드시는 약이나 면역증진을 위해 먹는 약, 어깨 아플 때 가서 침 치료받는 것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한약에 대한 인식 전환을 위해 질병치료제라는 점을 더욱 어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의계가 20대나 30대를 타겟으로 한 콘텐츠를 기획·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리 = 최성훈, 민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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