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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6월 13일 (토)

한의사회관에는 가을이 없다

한의사회관에는 가을이 없다

여름이 끝났다고들 했다. 그러나 요 며칠사이 늦더위가 찾아와 선들바람을 기대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후덥지근한 공기를 불어 넣고 있다. 그럼에도 시나브로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을 결국은 느끼게 될 것이다.



강서구 구암공원에 위치한 대한한의사협회. 그곳 회관에선 결코 가을을 느낄 수 없다. 대결과 갈등구도로 뜨거움만 존재할 뿐이다.



한의사전문의제도 개선안에 따른 전한련의 회관 점거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이로인해 한의협 사무처와 한의신문사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고 있다. 시위를 하게 된 배경과 원인을 따지기에 앞서 이미 그 방법에서 절대적인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93년 커다란 사회적 문제로 번졌던 한약분쟁 때 보였던 선배 한의사들과 학도(學徒)들의 시위 형태와는 대조적이다. 그때의 시위는 자기 희생이었다. 거대한 힘과 맞서 절대로 물러설 수 없었던 절박함 속에서 절규해야 했던 약자의 안쓰러움이 있었다.



선배 한의사들은 타인을 향해 돌을 던지기에 앞서 자신들의 머리를 삭발했다. 그리고 빗물 뚝뚝 떨어지는 조계사 처마아래서 배를 굶어가며 오랜 기간 단식투쟁을 했다.



동시대의 아픔을 온 몸으로 함께 겪었던 학생들의 투쟁 역시 자기 희생이었다. 배움을 뿌리쳤다. 그리고 수업 거부에 따른 유급을 당당히 맞이했다. 이 또한 자신이 고행을 감내하겠다는 희생과 다름아니다.



하지만 오늘날 한의사회관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한련의 투쟁에선 처절한 자기 희생이 보이질 않는다. 나의 아픔을 아픔으로 승화시키지 못하고 타인의 희생을 담보로 그 아픔을 보듬으려 하고 있다.



자신들의 정당한 주장과 권리 행사 못지않게 타인의 그것 또한 존중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전한련은 타인들을 배려함에 소홀했다. 회관 1, 2층을 점거한 것에 그치지 않고 그곳을 완전 폐쇄함으로서 사무처와 한의신문사의 기능을 마비시켰다.



법과 원칙을 넘어서 물리적 수단을 동원해 무엇을 얻었다고 하자. 과연 그것이 얼마만큼 정당성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그 정당성은 훗날 또 다른 물리적 힘에 의해 상처받을 수 있음을 인식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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