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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6월 17일 (수)

히말라야 트레킹 15일간의 기록(上)

히말라야 트레킹 15일간의 기록(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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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神을 보았을까?



네팔 수도 카트만두의 국제공항인 트리부번공항은 우리의 지방공항보다도 훨씬 못하다. 출입국 신고를 컴퓨터가 아닌 수기로 기록하는 나라로 기록될만하다. 특히 시설뿐만이 아니라 길게 늘어선 승객들하고는 관계없이 직원들끼리 농담하는 모습이 정말 짜증나는 일이지만 도리없이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은 아직 익숙하지 않다. 네팔의 시련은 도착하면서 시작된다.



20kg이 넘는 배낭을 챙겨 출국장에 나오니 처음 보는 가이드 ‘리마’가 촌스럽고 겁먹은 모습으로 피켓을 들고 있다. 옷은 우리 등산객들이 선물했는지 a증권 b산악회 등이 적힌 이름표를 가슴과 어깨에 붙인 등산복을 입고 있었다.



우리 일행에게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베이지색 싸구려 목도리인 ‘카타’를 목에 걸어주는데 트레킹 온 기분이 들기에 충분했다. 그들은 손님이 오면 어김없이 ‘카타’를 준비했다가 손님에게 걸어주는 것이 관습이고 예의이다. 산악인 다큐멘터리에서 보던 그런 모습의 주인공이 되니 7시간 비행으로 생긴 피로쯤이야 한 순간에 없앨 수 있었다. 4년 전 안나푸르나 트레킹 이후로 만나는 카트만두는 매연이 가득하지만 반갑고 정겨웠다.



다음날 루클라로 떠나는 16인승 국내선 항공기는 1시간 늦게 출발했는데 네팔에서는 이런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된다. 출발만 해도 고맙고 1시간 정도의 지연 출발은 애교이다.



히말라야로 들어가기 전에 네팔과 그 국민을 알아야 한다. 만년설, 영산, 그리고 신의 거처인 히말라야를 보기 위해서는 그들의 열악한 삶을 이해하고 포옹해야 한다.



카트만두 쇼핑 중심부 타멜 상가들의 바가지 상혼, 코를 찌르는 불결한 화장실, 거리마다 동전을 요구하는 거지와 홈리스족, 그리고 알랑미의 껄끄러운 달-바트 음식 등을 이해하지 않고는 히말라야를 오를 자격이 없는지 모른다. 검게 그을리고 바짝 마른 그들을 보면서 ‘빈곤’만을 떠올린다면 그것은 불경스런 판단이다.



루클라(Lukla·2500m)에서 3시간 산책 겸 산보로 팍딩(Phakding·2700m)에 도착하여 배낭을 내린다. 가이드와 포터가 동행하기에 필자와 일행은 물통과 카메라 그리고 초콜릿이 든 가벼운 소형 배낭만 매고 걷는다. 가볍게 맥주를 마시고 첫날 밤이니 그들의 전통음식인 달-바트를 먹는다. 고추장에 비벼 먹는 친구, 그리고 남도 토하젓을 준비한 친구도 있다. 필자는 이번에도 그 음식과 그리 친하게 사귀지 못하여 반도 못 먹고 그릇을 내놓는다.



추운 롯지에 앉아 따뜻한 차를 마시는데 창문 사이로 음악이 들린다. 애잔하면서 구슬픈, 그렇지만 경쾌한 리듬이 팍딩의 밤을 깨운다. 일행은 파카를 입고 롯지에 나가 음악을 찾는다. 바로 위 롯지 마당에 춤판이 벌어졌다. 싸구려 앰프에서 네팔 음악이 흘러나오고 동네 10대 청소년들이 사람들을 모아 놓고 그 가운데에서 춤을 춘다. 동네 사람들과 트레커들이 모여 환호와 박수를 보낸다.

쌀 쟁반 위에 촛불이 놓이고 트레커들은 한판의 춤이 끝나면 답례로 동전과 지폐를 놓는다. 소년 소녀들은 어색하지 않게 부모로부터 배운 춤을 춘다. 음악은 전통음악이니 춤 또한 그런 부류이다.



그 높고 험한 산을 넘으며 슬픔과 고통을 달래는 그들의 춤사위이다. 추위와 기근을 이기며 고향을 버리고 히말라야를 넘으며 부르짓는 원한의 소리요 몸짓이다. 쉐르파 노릇을 하며 산 속에서 죽어간 선조들의 아픔을 노래했다.



이제는 원한을 한으로 승화시킨 그 몸짓이지만 아직 슬픈 자락이 남아있다. 고통과 환희가 뒤엉킨 음악이 히말라야를 찾은 트레커들에게 주는 첫 선물이었다. 필자는 첫날 밤 그들의 ‘아리랑’을 들었다. 그리고 그들의 ‘恨의 文化’를 생각해 보았다.



둘째 날 2시간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 이번 트레킹의 제일 큰 마을인 남체에 도착했다. 카트만두 중심 상가인 타멜같은 상가에는 기념품, 등산용품 등이 즐비하고 티베트에서 넘어온 사람들이 생활용품을 판다. 티베트인들은 누추한 작은 텐트 안에서 잠을 자고 아침이면 좌판을 벌리는데 마치 각설이 타령의 주인공을 연상한다. 티베트 자치국을 주장하며 중국으로부터 독립을 외치는 그들이 이 3500m 남체 마을까지 옷가지며 신발 등을 팔러 온 것을 보면 그들의 열악한 경제를 알 수 있다. 마음이 아픈 광경들, 하지만 ‘나눔’이라는 의식을 하지 못하는 마음이 무겁다.



히말라야에는 밤이 일찍 찾아온다. 롯지(우리의 산장)에 들어가 잠을 청하지만 그리 쉽지 않다. 롯지 창가에 서서 어둠에 쌓인 남체 마을과 저 멀리 흰 눈을 이고 있는 설산을 바라보며 MP3에 흘러나오는 ‘글렌골드의 골든베르크’를 듣는다. 경쾌하고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이 이 고산에 울러 퍼지다니 신기하고 신비롭다.



그런데 밤이면 여지없이 영하로 떨어지는 롯지의 한기는 우리의 체온으로 녹여야 잠을 잘 수 있다. 낮에 흘린 땀은 씻을 수 없고 겨우 양치와 손을 닦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저녁식사는 감자 두 쪽과 준비해 온 따뜻한 커피믹서 한잔과 초콜릿이 전부였다.



나도 모르게 부르르 몸서리쳐진다. 서울의 따뜻한 샤워와 된장찌개, 그리고 저녁 9시 뉴스가 그립다. 우리는 하찮은 일에 우울하고 울적해 진다. 도시 생활에 젖어 있는 트레커들에게 히말라야는 이방인의 땅이다. 나는 무엇을 보기 위해 이곳을 찾았는가? 나는 무엇을 찾기 위해 이곳에 왔는가? 롯지 만큼이나 마음이 춥다.



고독은 인간의 근원적 감성이다. 물질문명이 발달하기 전 태고적 인간 고유의 모습은 고독이었다. 풍요 이전 우리의 정신세계에는 항상 고독이 같이했다. 그래서 우리는 인간의 심연적 모습인 고독을 느끼기 위해 태초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히말라야를 찾는지 모른다. 고독해야 인간의 본 모습을 보고, 그래야 진지하고 겸손하게 살아갈 수 있다. 고독을 느끼는 일은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많은 고통이 수반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음날 남체를 떠나 텡보체(3900m)로 오른다. 한 모퉁이를 지나면 히말라야 설산이 나타나고 또 한 모퉁이를 돌면 또 하나의 히말라야가 우리를 맞이한다. 얼마나 보고 싶은 얼굴인지 모른다. 얼마나 만나고 싶은 만년설인지 모른다.



하늘은 높고 맑으며 설산은 더 이상 희고 고울 수가 없다. 흥분, 경악 그리고 행복을 느낀다. 히말라야는 제 모습을 주저없이 보여주고 또 드러낸다. 축복의 땅, 그리고 감사의 순간들이 흐른다. 가슴과 필름에 히말라야를 담는다.



트레킹은 대개 6000m 이내의 산자락을 걸으며 자연과 매우 가까이 할 수 있는 아마추어 등산객들에게는 최고의 행운이고 도전이다. 트레킹 코스 중에 제일 경치가 좋은 코스로 이곳 쿰부 지역을 꼽는 것은 히말라야를 가장 가까이에서 가장 멋있는 에베레스트 로체 아마다블람 등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계 각지에서 많은 트레커들이 이곳에 모인다. 서양인들이 90% 이상이고 동양인들 중에는 거의 일본인들이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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