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백여종 제품·장치, 천연물 한방신약 개발 주력
한의학의 표준화·대중화·세계화를 위한 새 바람이 일고 있다. 대한한의생명공학회(회장 박기태·이하 생명공학회)가 그 진원지다.
지난 2004년도에 출범해 현재 3년째 약 500여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 생명공학회가 ‘새 바람’의 진원지로 떠오르는 이유는 부설연구소인 한의생명의과학연구소(KMBMS) 보유 때문이다.
5년 전 경남 창원에서 출범한 연구소는 1백여종의 제품과 장치 개발이란 놀라운 연구실적을 갖고 있다. 안이비인후과 신제형 외용치료제 30종을 비롯해 피부과 43종, 내복약 신제형 25종 등이 연구의 산물이다. 또 한약제조장치(3L 증류약탕기 설계제작, 대용량 증류 열 교환기, 젤리 한약 포장기 및 커팅기, 발효추출농축건조기 Pilot(50L), 과립포장기 소형 발효기 등) 6종 등 장치도 자체개발에 성공했다.
현재 연구소는 새로운 한약 개념의 천연물 신약 개발(암전이 억제물질(MMPs Inhibitor) NHAC-1,2 2종류, 항염증 제 NHAI-1,2,3,4,5,6, 6종류, 미백물질 NHW-1,2,3,4,5,6, 6종류, 약물 흡수 촉진제 등)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 3월 말 경남 창원에서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소재 경기바이오센터 13층으로 이전한 연구소는 규모와 연구 인력 확대 등을 통해 명실상부한 연구소로 자리매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학주 연구소장은 “한의생명의과학연구소는 그동안 외용제 중심약물과 제형에 관한 연구에 주력했지만 올해부터는 보다 집중적이고 체계적인 내복약 한약제형연구와 한약의 표준화, 한의학의 세계화를 위한 처방의 약물기전연구 및 약효검증, 그리고 천연물 한방신약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한다.
Drug Discovery Center, Mass Analytical Center, Fermentation & New modification Herbs Center 등 3개의 센터와 1개의 연구행정부서로 구성된 200여 평의 연구소에는 연구소장 등 7명의 전공별 박사급 연구원과 약 20여명의 석사급 연구원 및 연구행정직원들이 포진하고 있다.
연구소 연구인력 풀도 만만치 않다. 독일 괴팅엔대학에서 동물생리학을 전공한 이철원 박사와 일본 쿄토대학에서 효소공학을 전공한 이승재 박사, 한림대 의대에서 생화학을 전공한 오수진 박사 등 약물기전 연구에 있어 독보적인 존재다. 또 질량분석센터와 발효 신 제형 센터에는 설순우 박사(KBSI, 질량분석 전공 15년)와 탁건태 박사(발효공정개발)의 역할에 기대를 모으게 한다. 특히 2년 전 알코올에 의한 간암 유발 Mechanism을 밝혀, 현재 전 세계 관련분야 연구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美 NIH, NIAAA소속 김봉조 박사를 최근 부소장 영입에 성공함으로써 한약의 약물기전 연구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연구소측은 전망한다.
연구소는 물질분석을 위한 전자동 GC Ion trap MS/MS와 HPLC와 Nano HPLC를 장착한 Q-Trap 3200 LC/MS/MS 등 최첨단 분석 장비 및 순도 99.999%로 시간당 g단위로 분취가 가능한 Prep-LC, 그리고 50L 추출농축 Piot 등 초고가의 분석 장비와 기타 고가의 부대 연구 장비를 구축함으로써 명실 공히 국내 최고의 한방연구기관으로 발돋움을 위한 기틀을 끝낸 것으로 평가된다.
올해 연구비 예산으로 책정된 금액이 30억원. 분과 학회 수준의 산하 부설 연구소로는 엄청난 규모인 셈이다. 현재 연구소 전체 자금운영과 계획은 생명공학회 박기태 회장의 책임 하에 이루어진다. 박 회장의 경우 연구소의 필요성을 실감, 연구소 운영을 위해 20억원 이상의 사재를 털어 이미 연구소에 ‘올인’한 상태다.
지금을 ‘한의계의 총체적 위기’라고 진단하는 박기태 회장은 학회 연구소 설립이 “한의계 스스로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의학 입장을 대변하고 미래 한의학의 주역이 될 후학들에게 희망을 주며, 한의학의 세계화를 가로막고 있는 한약 표준화 문제와 임상표준화를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연구소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처방에 대한 확실한 임상학적 데이터와 뒷받침할 분석학적 데이터만이 세계화를 가능케 하고 국민들에게 신뢰받는 한의학이 될 것이라고 덧붙인다.
세상 인심이 그렇듯 취지와 달리 일부 한의계의 곱지 않은 시선에 가슴이 아프다. 화나지 않느냐는 질문에 “한의사를 상대로 돈 벌 욕심이면 20~30억 원씩 소비되는 연구소에 투자할 이유가 없겠지요”라며 웃음 짓는다. 현재 한의계는 대한한의생명공학회에서 주관하는 있는 나비(NABY) 네트워크 출범에 기대와 놀라움을 나타낸다. 한의학이 경쟁력이 있으려면 한의사가 경쟁력이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취지 때문이다.
이에따라 각 분과별 전문가 양성을 위해 학회와 연구소를 회원과 연결하는 가교로서의 나비네트워크는 한의계의 생존을 위협하는 FTA 한·미 협상, 한·중 협상 등 엄청난 변화 속에서도 경쟁력을 갖고 외부적 환경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화 측면에서도 한의계는 강한 응집력을 가진 한의학 전문가 집단이 필요합니다. 나비같은 전문가 집단 네트워크 출범은 지속적인 교육과 토론으로 진료수준과 치료율을 높이고, 급변하는 외부의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게 될 것입니다. 특히 처방에 대한 정확한 통계학적 데이터를 만들고 공유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이고 표준화된 진료 데이터 확보와 약물 기전 연구 및 세계유명학술지 논문에 투고함으로써 한의학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박 회장은 나비(NABY) 네트워크가 연구소와 학회, 그리고 회원이 유기적으로 상호 협력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될 것으로 기대한다. 회원은 전문가로서 임상데이터를 학회와 공유하고, 연구소는 정보를 데이터 베이스화해 신약 및 신 제형 개발에 주력하며, 이를 나비네트워크는 임상 성과물을 전체 한의계와 함께 상생으로 가자는 취지에서다.
박 회장은 “학회와 연구소 나비네트워크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이같은 방향은 개인의 사리사욕이 아닌 한의계 전체의 문제점을 헤쳐나가기 위한 몸부림으로 봐달라”며 “대한한의생명공학회와 한의생명의과학연구소 그리고 나비네트워크가 어떤 방향으로 연구와 그 사업방향에 많은 관심”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