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 실무, 어려워 할 필요가 없다 -13
납세자의 권리
“1억원이 넘는 세금을 냈는데, 도무지 안심이 되지를 않아. 발신인이 세무서나 국세청인 우편물만 봐도 가슴이 철렁하고.” 아마도 많은 원장님들께서 공감하시는 내용일 것입니다. 이런 막연한 불안감은 얼마의 세금을 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확하게 세금을 냈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임을 이미 알고 있다는 사실의 반증이기도 합니다. 세미나를 진행하거나, 세무와 관련하여 상담을 하면서 자주 듣는 세금에 대한 불만사항 중 가장 많은 것은 세금을 많이 내면 혜택이 주어져야 하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일정 수준 이상의 매출이 나오시는 원장님이라면 경비를 제하고 세금과 각종 준조세(건강보험, 국민연금 등)를 포함하여 절반 가까이, 혹은 그 이상을 국가가 가져가는 것이 사실입니다. 환자 한 명을 더 보기 위해서 원장님들께서 기울이는 노력을 생각해보면, 너무나 가혹하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일전에 유행했던 개그 프로그램의 “국가가 나를 위해 해준게 뭐가 있어, ....” 라는 대사를 마냥 우스개로 넘기기에는 너무나 가슴에 와닿는 말이 아닐런지요. 그래서 이달에는 납세자의 권리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너무 교과서적인 내용을 다루면 아무래도 흥미가 떨어질테니, 실질적인 내용을 간추려 정리해 보았습니다.
조세법률주의
조세, 즉 각종 세금은 과세주체인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일반적인 경비를 충당하기 위한 수입을 확보하기 위해서 국민이나 주민에게 부과하는 경제적인 부담입니다. 국가의 입장에서 주요한 재정수입의 확보수단이면서, 국민에게는 재산권에 중대한 제한을 가하는 것입니다. 재산권과 납세의무라는 두 가지 상반된 가치가 충돌하는 영역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내용은 법률로 정해두도록 하고 있는데, 바로 이것이 조세법률주의입니다. 어떻게 세금을 결정하고, 얼마의 세금을 내야 하는지, 그리고 결정된 세금을 언제, 어떤 방법으로 내야 하는지에 관한 모든 사항은 법률로 정해야 하고, 이와 관련한 여러 가지 행정적 절차 역시 법률에 정해진 대로 따라야 하는 것이 그 핵심 내용입니다.
이렇게 법률로 세금과 관련한 모든 사항을 정해두면 과세당국이 임의대로 세금과 관련한 사항을 정하지 못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납세자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게 됩니다. 다만, 법에 정해진 대로 납세자로서의 권리를 보장받고 있다고 실제로 느끼시는지의 여부까지는 보장할 수 없는 일입니다.
납세자권리헌장
사업자등록증을 교부받을 때 함께 받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납세자권리헌장입니다. 이미 알고 계신 분들도 있을 것이고, 제 글을 읽으시고 뭔가 받기는 했다는 기억을 떠올리시는 분도 있으실 것입니다. 친절하게도 국세청에서는 납세자의 권리를 구체적으로 알려드리기 위해 납세자권리헌장을 제정하였습니다.
이 헌장은 성실신고의 추정, 세무조사의 사전통지와 결과 통지, 조세전문가의 조력을 받을 수 있는 권리, 과세정보에 대한 비밀 보호, 부당한 처분으로부터 신속하게 구제받을 것 등의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납세자권리헌장이 의미가 있는 이유는 법률의 어디에서도 정해지지 않은 세무조사와 관련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여러 가지 단서조항들로 제한이 되어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만, 과세당국이 스스로 세무조사에 대한 납세자의 권리를 언급했다는 것 정도에 의의를 두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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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세자권리헌장
납세자의 권리는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존중되고 보장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하여 국세공무원은 납세자가 신성한 납세의무를 신의에 따라 성실하게 이행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보와 편익을 최대한 제공해야 하며, 납세자의 권리가 보호되고 실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여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 헌장은 납세자가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를 구체적으로 알려드리기 위해 제정된 것입니다.
1. 납세자는 기장·신고 등 납세협력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거나 구체적인 조세탈루혐의 등이 없는 한 성실하며 납세자가 제출한 세무자료는 진실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2. 납세자는 법령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세무조사의 사전통지와 조사결과의 통지를 받을 권리가 있고,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조사의 연기를 신청하고 그 결과를 통지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3. 납세자는 세무조사시 조세전문가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고, 법령이 정하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중복조사를 받지 않을 권리가 있습니다.
4. 납세자는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세무조사 기간이 연장되는 경우에, 그 사유와 기간을 문서로 통지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5. 납세자는 자신의 과세정보에 대한 비밀을 보호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6. 납세자는 권리의 행사에 필요한 정보를 신속하게 제공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7. 납세자는 위법적인 또는 부당한 처분을 받거나 필요한 처분을 받지 못함으로써 권리 또는 이익을 침해당한 경우에 적법하고 신속하게 구제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8. 납세자는 위법적인 또는 부당한 처분으로 권리 또는 이익을 침해당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그 처분을 받기 전에 적법하고 신속하게 구제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9. 납세자는 국세공무원으로부터 언제나 공정한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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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부분은 세무조사에서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내용입니다. 여러 차례의 세무조사 경험을 통해서 조사 담당 공무원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아시는 원장님은 거의 없으실 것입니다. 직접 해보시기엔 너무나도 큰 위험과 비용이 들어가는 실습이구요. 세무조사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다보면 가장 궁금해 하시는 부분이 바로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하느냐 입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사전에 세무조사에 대한 통지를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세무대리인에게 연락을 취하여서 조사기간 중 대응을 해 줄 것을 요청하시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세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충돌하는 경우가 빈번할 정도로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 세법입니다. 원장님 스스로 조사에 대응을 하시는 경우에 조사 담당자의 의도대로 조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현저히 높아지게 됩니다.
세무조사를 받는다고 해서 진료를 아예 안하실 수도 없는 일이고, 여러 가지로 번거로운 경우가 생기게 될 것입니다. 실제로 조세심판원의 자료를 보면 대리인이 있는 경우 납세자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는 비율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2배 이상 높습니다. 실력 있는 세무사 사무실과 거래를 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조세불복제도
개원을 하고 한의원을 경영하시다 보면 불가피하게 세무조사를 받는 경우가 분명 있을 것입니다. 개원부터 은퇴를 하실 때까지 세무조사를 한 번도 받지 않을 수만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입니다. 실제로는 극히 드문 경우라 할 수 있고, 개원을 하신 이상 최소한 한번 이상의 세무조사를 경험하시게 될 것입니다. 작정하고 세금을 내지 않으려 불성실하게 신고를 하시는 경우는 예외로 하고, 대부분의 원장님들께서 겪게 될 상황은 세무에 대해서 정확한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실수로’ 신고를 잘못 하신 것이 문제가 되어 조사를 받는 경우일 것입니다. 일부 신고내용이 잘못되어 조사가 나오고, 그에 대한 세금이 결정된 경우라 해도 소명의 기회가 주어집니다. 마지막까지 잘못된 조세행정으로 납세자가 받게 될 피해를 방지하는 것이 바로 조세불복제도입니다.
세금을 고지하기 전에 과세내용을 납세자에게 알려주어 사전에 과세처분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도록 하는 ‘과세적부심사제도’와 과세금액이 결정되고 그 처분에 이의가 있는 경우 ‘이의신청’, ‘심사청구’, ‘심판청구’, ‘소송’ 등을 통해 사후적으로 과세처분에 대한 시정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조금 복잡한 용어들이 사용되었는데, 아래의 표는 조세불복제도의 전체 흐름을 간략하게 나타낸 것입니다. 원장님의 입장에서 꼭 알고 계셔야 하는 사항은 과세처분(얼마의 세금을 내야 한다고 통지를 받은 날)으로부터 90일이 지나기 전에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짐작하셨겠지만 세무대리인을 통해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노력과 결과면에서 유리합니다.
지금까지 납세자가 가지는 권리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아마도 가장 기본적인 납세자의 권리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일부 성실하지 못한 분들로 인해 사회적으로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기도 합니다만, 전문직 자영업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세금을 많이 내는 개인 집단입니다. 또한 대부분의 원장님들께서는 열심히 일하시며 벌어들이신 소득에 상응하는 만큼의 세금을 내고 계십니다. 평소에 잘 계획된 세무 관리를 통해서 적절한 수준의 세금을 내고 계신다면, 나라가 잘 돌아가고, 발전하는데에 기여하고 계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당당하게 세금에 대한 이야기를 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감수 - 세무법인 다울 김용호 대표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