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 진료 톺아보기⑭

기사입력 2024.11.18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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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몸 모든 관절이 아파요, 그런데 부정맥까지 있는 줄 몰랐어요”
    맥파계, 초음파 영상 진단장치, 심전계, 홀터심전계 등 의료기기는 한의학적 진단과 치료를 위해 시행하는 맥진 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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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원 원장

    대구광역시 비엠한방내과한의원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한방내과(순환신경내과) 전문의 이제원 원장으로부터 한의사의 내과 진료에 대해 들어본다. 이 원장은 내과학이란 질환의 내면을 탐구하는 분야이며, 한의학은 내과 진료에 큰 강점을 가지고 있다면서, 한의사의 내과 진료실에서 이뤄지는 임상추론과 치료 과정을 공유해 나갈 예정이다. 


    우리 몸의 발생과정 중 가장 먼저 형성되는 기관은 순환계이다.  즉, 생명 활동은 심장이 박동하면서부터 시작되고, 그 박동이 멈춤으로써 마감하게 된다. 『素問』에서는 이를 ‘心者, 生之本, 其充在血脈’이라는 내용으로 설명하고 있다.  

    맥박은 심장의 박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주기적인 파동을 일컫는다. 한의학에서는 맥박을 살피는 脈診을 통해 “以常衡變, 以變識病”의 원리로써 辨證施治를 위한 객관적인 정보를 얻게 된다. 脈診은 한의학적 진단과 치료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임상적 의의가 있다.

    “손가락 마디와 발바닥을 포함해 온몸의 관절이 아프고, 몸에 염증이 심합니다.” 

     

    60대 여성 환자가 내원했다. 환자는 거의 온몸에 걸쳐 반복되는 관절 통증과 염증으로 양방 정형외과 등에서 주사 또는 약물치료를 받아 왔다고 했다.   

    환자가 호소하는 통증과 염증의 원인을 찾기 위한 임상 추론을 시작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수양명경 경락기능검사상 부정맥 의심 소견이 관찰되었다(그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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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1. 부정맥 의심 소견의 수양명경 경락기능검사 결과

     

     

    환자는 병력 청취 과정에서 부정맥에 관한 내용을 서술하지 않았다. 환자에게 부정맥이 있는 것을 알고 있었느냐 다시 물었고, 환자는 전혀 몰랐다고 했다. 手指를 사용하여 氣口脈에 대한 切診을 시행했다. 맥박이 遲緩하면서 때때로 止하는 結脈이 관찰됐다. 이와 함께 沈 • 滑한 脈象도 관찰됐다. 

    초음파 영상 진단장치를 이용하여 氣口脈에 대한 脈診을 시행하는 요골동맥 부위의 혈류를 분석했다(그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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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2. 초음파 영상 진단장치를 이용한 요골동맥 혈류 분석

     

    結脈에 해당하는 파형이 명확하게 시각화되었다. 모니터에 나타난 파형을 통해 환자 역시 자신의 부정맥 상태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부정맥의 종류를 진단하기 위해 심전계를 이용하여 12채널 심전도를 측정했다. 10초의 기본 검사로는 부정맥 소견이 관찰되지 않았다. 60초 이상 검사를 시행했고, 그 결과 3단맥 심실조기수축(Trigeminy premature ventricular contraction)이 확인됐다(그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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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3. 3단맥 심실조기수축(Trigeminy premature ventricular contraction)으로 확인된 12채널 심전도

     

    부정맥에 대한 더 정확한 평가를 위해 홀터심전계를 이용한 추가 정보 수집이 필요하다고 환자에게 설명했다. 약 나흘 동안 심전도 자료를 수집한 결과, 하루 중 심실조기수축으로 있는 시간인 ‘심실조기수축 부담(Burden)’이 약 4.26 %임을 알 수 있었다(그림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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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4. 홀터심전계를 이용한 부정맥 환자 검사 결과

     

    우연히 발견된 심실조기수축으로 인한 부정맥 외에도 진단의학적 검사에서 γ-GTP 47 IU/L, Triglyceride 183 mg/dL, hs-CRP 4.71 mg/L 등의 이상 소견이 관찰됐다. 

    이후 시행한 경흉부 심초음파 검사에서 좌심실 박출률(Ejection fraction)이 57 %로 정상 범위에 있었으나, E/A값이 0.63, 최고 E값이 0.47 m/s로 관찰되어 1단계 좌심실 이완기능 장애(Grade I diastolic dysfunction)로 진단할 수 있었다(그림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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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5. 1단계 좌심실 이완기능 장애(Grade I diastolic dysfunction)로 진단된 경흉부 심초음파 검사 결과

     

    환자는 체질량지수(BMI) 28.6 ㎏/㎡ 로 전비만단계에 속했고, 舌質은 榮 • 淡紅, 舌苔는 白 • 厚했다. 이러한 소견들을 바탕으로 濕痰證 및 濕熱證으로 진단했다. 

    주 증상인 관절 통증과 염증에 초점을 맞추되, 환자의 체질도 고려하여 치료 계획을 수립했다. 

    심실조기수축과 관련한 증상을 크게 호소하지는 않았지만, 부정맥에 대한 부분도 치료 과정에서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荊防導赤散을 바탕으로 茯苓, 澤瀉 그리고 石膏를 크게 加味하고, 간기능 검사의 γ-GTP 수치를 고려하여 茵蔯蒿도 사용했다. 

     

    치료 4주 후, γ-GTP 10 IU/L, Triglyceride 54 mg/dL, hs-CRP 0.42 mg/L 로 감소하여 정상 범위로 회복했다. 이렇게 회복된 수치는 첩약을 기반으로 한 치료 기간 내내 잘 유지됐다. 

    결과적으로 치료 7개월 후, 환자의 BMI는 24.2 ㎏/㎡ 로 회복됐고 주 증상이었던 관절 통증 역시 크게 개선됐다. 환자는 “몸이 많이 건강해졌어요. 나의 건강을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치료 결과를 요약했다. 

    치료 후 다시 시행한 홀터심전도 검사에서 환자의 심실조기수축 부담은 약 4%로 관찰됐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환자는 심실조기수축과 관련한 증상을 크게 호소하지 않고 있다. 

     

    환자가 한의사의 내과진료실을 주기적으로 내원할 때마다 나는 손가락을 이용한 氣口脈 切診에 더해 맥파계, 초음파 영상 진단장치 및 심전계 등 다양한 의료기기를 활용하여 환자의 건강 상태를 살핀다.  

     

    辨證施治라는 한의학적 진단과 치료를 하기 위해서는 脈診을 통한 객관적인 정보 수집이 필요하다. 맥파계, 초음파 영상 진단장치, 심전계, 홀터심전계 등과 같은 의료기기는 脈診으로 더 정확하고,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도구이다. 다양한 의료기기를 활용한 脈診은 한의사의 진단을 더욱 정확하게 만든다. 이를 통해 더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가 가능함으로써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데 크게 이바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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