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조선에서 세계로 진출한 의서 ‘동의보감’

기사입력 2024.07.10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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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의약 넘어 동아시아 전반에 영향 미친 동의보감
    허준박물관, 특별기획전 ‘동의보감, 조선에서 세계로’ 개최

    “향약의 이름을 같이 써서 백성들이 알기 쉽게 하라.” - 동의보감 서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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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성 허준의 출생지이자 동의보감을 집필한 곳으로 알려진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허준박물관. 이곳에서 동의보감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15주년을 기념해 그 의미를 되돌아보는 특별기획전 ‘동의보감, 조선에서 세계로’가 열리고 있다. 

     

    ◇ 동의보감이 지닌 역사적 의미는?


    허준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번 전시전은 박물관 내 다른 곳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벽면까지 동의보감에 나온 문구와 그 의미들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의보감은 약물보다 수양을 우선하고, 여러 의서를 모아 집대성해, 우리나라의 약재를 쉽고 바르게 분류하라는 선조의 명에 의해 허준이 편찬했다. 동의보감에는 당시 동양의학의 지식 대부분을 집대성함과 동시에 예방의학을 강조한 허준의 의학정신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동의보감은 유네스코가 △역사적 진정성 △세계사적 중요성 △독창성 △기록정보의 중요성 △관련 인물의 업적 및 문화적 영향력 등을 기준으로 그 고유한 가치를 인정해 2009년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전시품을 감상하는 것도 의미가 있는 일이지만, 이를 보다 자세히 소개하고 있는 설명표를 보면 해당 전시품이 언제 간행됐는지, 또 어떤 역사적 의미를 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전시품 중에는 동의보감 간기(영영개간본 1책, 완영중간본 4책)도 있었다. 설명을 보니 해당 책은 조선 18~19세기에 간행됐으며, 간기가 새겨진 크기가 책마다 다른 점으로 볼 때 여러 판목이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었다. 단순히 전시품 감상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이를 통해 역사적 사실까지 배울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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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의보감이 현대까지 전해질 수 있었던 이유는?


    책 제목의 동의(東醫)란 중국 남쪽과 북쪽의 의학 전통에 비견되는 동쪽의 의학 전통, 즉 조선의 의학 전통을 뜻한다. 보감(寶鑑)이란 ‘보배스러운 거울’이라는 뜻으로 귀감이란 뜻을 지닌다. 허준은 조선의 의학 전통을 계승해 중국과 조선 의학의 표준을 세웠다는 뜻으로 ‘동의보감’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동의보감은 1610년 완성됐으며, 2009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 2015년 문화재청 의거 국보로 승격되는 등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전시에서는 동의보감의 보관과 관리가 지금까지 어떻게 이뤄져 왔는지에 대한 설명도 볼 수 있었다. 조선시대에는 초기부터 의궤, 실록을 비롯한 왕조의 중요한 기록물을 사고에 보관했다. 처음에는 궐내 춘추관(내사고)과 충주의 외사고에 보관했는데 전란 등에 대비해 전국 여러 안전한 곳에 사고를 추가로 설치하고 기록물을 나눠 보관했다. 하지만 임진왜란을 거치면서 전주사고본만 남고 모두 불타버렸다. 이때 간신히 남은 전주사고본을 바탕으로 기록물을 복원하고 다시 춘추관, 태백산, 정족산, 적상산, 오대산 사고로 분산하게 된다. 


    동의보감도 이런 중요한 기록물에 포함돼 사고에 보관돼 왔는데 일제강점기에 불법적으로 반출됐다가 환수돼, 현재는 국내 여러 기관에 보관돼 있다.

     

    사고에 보관돼 오던 동의보감은 1613년에 목활자로 간행된 초간본들이다. 이런 중요성으로 인해 보물로 지정됐다가 국보로 승격돼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다.


    전시에서는 동의보감 내경편 첫 장에 그려진 신형장부도도 볼 수 있었다. 신형장부도는 인체의 장기와 그 특징을 그린 것으로 동양의 전통적인 자연관인 하늘, 땅, 사람 등 세 가지 요소를 인간의 몸에 상징화한 그림이다. 즉 하늘을 상징하는 둥근 머리, 땅을 상징하는 몸, 머리와 몸을 연결하는 사람의 가장 중요한 구조체인 척추가 묘사돼 있다. 

     

    하늘과 땅이 지닌 선천 기운과 인체 안의 후천 기운이 인체 내부를 통해 순환하는 자연의 원리를 그림으로 보여주면서 인체가 대우주와 소우주의 합일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동의보감 탕액편에는 1212종의 약재에 대한 자료와 4497종의 처방을 수록했다. 특히 우리나라 산천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약재 637개의 이름을 백성들이 알아보기 쉽게 한글로 기록해 만들었다는 점에서 동의보감의 근본적인 목적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전시에서는 세계기록유산으로서 동의보감의 가치에 대해서도 곳곳에서 조명하고 있었다. 


    동의보감의 간행은 시간적으로 동아시아 전통의학의 역사를 반영하고 있고, 공간적으로 문화교류의 현장성을 담고 있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즉 동의보감은 국제적인 유통경로에 따라 이동했고, 그 사실은 중세 동아시아의 의료환경 및 국제관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는 평이다. 

     

    특히 동의보감 편찬사업은 국가적인 사업으로 작성부터 보존, 관리까지 매우 중요하게 여겨졌다는 점도 세계기록유산으로서 가치를 크게 인정받을 수 있었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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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의보감의 세계기록유산 가치


    동의보감은 편찬 이후 조선의 왕실을 비롯해 백성들을 치료하는 데 있어서의 기초의서로, 조선에서 편찬되는 의서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의서다. 이를 통해 당시 사람들의 질병과 치료의 형태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고찰하고 현대의료의 치료결과를 비교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임상자료가 된다. 

     

    현재에도 동의보감은 한의임상진료에 계속 이용되고 있으며, 진단과 약재의 연구 등과 같은 다양한 방면에서 동의보감에 기초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국내에 남아있는 동의보감 초간본은 25권 25책 전본으로 남아있는 것이 드물어 희소성이 있으며, 1613년 처음 내의원에서 훈련도감 활자본으로 간행된 동의보감은 이후 목판본으로 여러 차례 간행됐다. 현재는 초간본 3종이 국보로 지정돼 있다. 외국에서도 우수성을 인정받은 동의보감은 중국과 일본 등지에서 40여 차례 간행됐다. 

     

    이번 기획전은 오는 9월29일까지 진행된다. 동의보감의 역사적 발자취를 느끼고 탐색하고 싶다면 허준박물관에 방문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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