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높이에 맞는 정서교감’으로 치유하는 정신건강한의학

기사입력 2024.06.10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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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애의 억울한 마음을 몰라줬던 게 너무너무 미안해요”
    “‘정신건강 국정 어젠다 정책’에 적극적인 동참 나서야”

    김명희 원장님.png

     

    김명희 연구원

    한의학정신건강센터(KMMH)

    경희대 한방신경정신과 박사 수료

     

    지난 4년간 현 인류가 세기적으로 겪었던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팬데믹 경험은 미래에 나타날 감염 대응에는 물론 ‘국가, 사회적 스트레스’의 개념마저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다.

     

    정부가 금년부터 정신건강 피해, 치료절벽 문제, 고위험군 정신질환치료기술과 연구 노하우 등 국민의 정신건강 문제를 국정 어젠다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은 흔들리고 있던 정신건강과 사회적 우울증을 바로잡기 위해서다.

     

    정신질환은 복잡하든 단순하든 개인생활과 환경조건이 얽히면서 발생하는 바, 한의학은 오기능의 협조와 길항을 통해 형신의 이상변이를 정상으로 돌아오게 하는 우수한 임상역량을 지니고 있다.

     

    한의학은 수천 년을 두고 인간개체를 형신일원적, 구조역학적 동의생리학리를 기반으로 예방, 치료, 회복에 이르기까지 자발적 자기대사력으로 치유해 왔다.

     

    정신건강한의학은 정신장애 증후군에서 전체성적 관찰, 분석과 치료방법으로 자체조화를 회복시켜 치유하는 공격적인 치료방안이자 한의학리만이 지니고 있는 임상파워이다.

     

    한의학에서는 몸의 ‘생장화수장’과 마음의 ‘혼신의백지’를 오행, 즉 목(발생력), 화(추진력), 토(통합력), 금(억제력), 수(침정력)의 작용에 따른 구조역학적 동의생리학리로 생명현상을 분석, 연구해 왔다.

     

    정신건강한의학에서는 개체별 생활 및 환경에 따른 음양부조화로 이상변이가 일어나 병증이 나타나게 되는데, 이를 자발적 자기대사력을 통해 정상으로 돌아오게 하는 학리로 임상에서 정확한 확실성을 실증해왔다.

     

    정부도 한·양방 이원화 보건의료제도에 걸맞게 정신건강한의학을 ‘정신건강 국정 어젠다 정책’에 균등하게 지원할 때, 비로소 정신건강한의학은 매력적인 의과학성으로 세계화, 국제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김명희 원장님2.png

     

    임상사례

     

    30대 중반의 부인이 황망한 표정으로 두 형제아이 손을 잡고 진료실로 들어왔다. 엄마가 큰아이를 의자에 앉히려고 하자 돌연 청진기를 귀에 갖다 대며 엄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경혈동인상’ 팔을 빼버리는 등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엄마는 “아이가 수업에 집중을 못한다고 1학년 때 학교선생님 권유로 간 대학병원에서 ADHD로 진단받아 지금껏 향정신약을 복용해 왔는데, 2학년이 되어서도 산만함은 여전하다”라며 “수업시간에 과잉행동을 막아 달라”고 간절히 호소했다. 진찰해보니 맥활삭긴(脈滑數緊)하였다.

     

    한의사: 언제부터 이런 증상을 보였나요?

    엄마: 큰 애가 어릴 때는 성격이 활발했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고 해서 활동적이라고만 생각했어요. 작년에 초등학교 입학하고 나서야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산만하게 돌아다니고 과잉행동을 한다’고 연락 와 알게 됐어요.

    한의사: 그럼 유치원 다닐 때도 그랬나요?

    엄마: 그 때는 코로나 시기라 집에서 생활하며 학습지 공부도 제가 봐주고는 했는데 민섭이가 이렇게 산만한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던 것 같아요.

     

    한의사: (주변에 돌아다니는 큰아이와 눈을 맞추며) 이제 여기 의자에 와서 앉아볼까?

    아이: (그새 엄마를 붙들고 뭐라 뭐라 얘기하는 남동생을 한 번 슬쩍 쳐다보더니) 네...

    한의사: 학교생활은 재미있니?

    아이: (심드렁하게) 그냥 그래요.

    한의사: 친한 친구들은 많아?

    아이: (의자를 이리저리 돌리며) 음...같이 노는 친구들은 몇 명 있어요.

    한의사: 집에서 민섭이는 엄마가 집안일로 바쁘실 때 동생과 잘 놀아 주겠네?

    아이: (풀죽은 목소리로 쭈뼛거리며) 동생은 저랑은 절대 안 놀아요. 쟤는 언제나 엄마 옆에만 붙어있어요.

     

    한의사: 민섭이는 엄마랑 함께 놀고 싶어도 엄마가 힘들까봐 억지로 꾹꾹 참았구나.

    아이: (고개를 끄덕이며) 네.

    한의사: (다정히 눈을 맞추며) 민섭이는 알고 보니 정말 속이 깊고 의젓한 형님이네!!

    아이: (살짝 웃으며) 네.

    엄마: (눈물이 맺히며) 저는 민섭이 속이 그렇게 타는 줄도 모르고... 코로나 때 집에만 있는 어린 아이들을 돌보며 살림한다고, 사실 둘째는 어릴 때부터 심하게 칭얼거리며 제 곁을 떠나지 않는 껌딱지였어요. 친정도 멀고, 남편도 늦게 퇴근하다보니...

     

    한의사: 큰애가 그동안 자신의 감정을 말로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네요. 불안하고 많이 원통했을 거예요. 엄마도 육아에, 살림에 많이 지치고 힘드셨겠어요.

    작은아이: 엄마, 엄마(갑자기 칭얼대며 또 뭔가를 얘기하려 한다)...

    아이: ...(동생이 대화에 끼어들자 엄마를 빤히 쳐다보고 또 긴장한다)

    엄마: (둘째를 바라보며) 너는 잠깐 기다려 봐.

    아이: ...(엄마가 동생에게 엄하게 대하는 태도를 보며 차분해진다)

    엄마: 참, 큰애가 집에서 산만하게 행동할 때는 제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의사: 부모가 긍정적인 마음과 눈빛으로 아이를 인정하는 행동을 보여주고 그때그때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연습을 꾸준히 해나가면 크게 효과를 볼 거예요.

    아이: ...(필자와 엄마와의 대화를 진지하게 듣고 있다)

    엄마: (눈빛을 반짝이며) 큰애에게는 그동안 신경을 많이 못써줘서 무척 미안하죠. 병원에서는 ‘치료시기를 놓치면 자라서도 대인관계가 어려울 수 있다’고만 하시고 자세한 설명은 없어서 답답했는데, 이번 기회에 선생님께 자세히 상담 받고나니 희망이 보이는 것 같고 마음도 훨씬 편안해지네요.

     

    ‘혼신의백지’는 정신을 살아나게 생명활동현상

     

    복약 3개월 후 다정하게 내원한 모자는 “선생님 덕분에 큰아들의 감정을 이해하게 되었고, 요즘은 불안과 감정기복 없이 차분해지며 집중력도 좋아지고 잠도 푹 자요. 게다가 얼마 전에는 온가족이 놀이공원에서 신나게 놀고 왔어요”라고 기뻐했다.

     

    위 사례에서 보듯 ‘소아정신질환은 중추신경을 자극해 집중력을 호전시킨다’는 해부학적 뇌(The Brain)이론에서 벗어나, 한의학적 오기능의 계열적 분화로 발현하는 생명현상에 맞춰 어머니와의 대화와 눈빛교감을 통해 ‘어린 동생에게 늘 당해왔던 억울한 감정’을 확인하였고 ‘아이가 필자와 엄마의 지지적 정서교감’을 바로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게 해 자발적 자기대사력을 회복시킬 수 있었다.

     

    가정과 학교생활에서 발생하였던 욕구불만, 정서불안, 억압, 긴장, 충격이 ‘과잉행동, 산만, 주의력 결핍, 야뇨증’으로 나타난 어린환자에게 필자는 정지변동이 발생기능의 ‘노’로 편항돼 일어난 변이증후군을 ‘신허, 간양상항’으로 변증분석하고, 이를 ‘오장의 화·수·장기능과 오신의 의·백·지기능’을 상생시키는 지언고론요법, 경자평지요법, 정서상승요법, 오지상승위치, 이정변기요법 및 가감보음안신탕으로 침구·방제해 정확한 치료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정상과학시대에 정신건강한의학이 경쟁력 있는 의과학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관련 산·학·연·병도 정부의 ‘정신건강 국정 어젠다 정책’에 맞춰 세계보건기구, 국제표준화기구와 한의학중심의 표준화 혁신을 주도할 계획과 미래비전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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