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으로 보는 삶의 지혜는?

기사입력 2024.03.25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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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의학 속 양생 개념, 현대 사회 문제 해결하는 데도 도움”
    고미숙 박사,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 특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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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의신문=강준혁 기자]“누구나 자기 몸의 병과 자기 정신의 지도를 그리길 원하고 있다. 하지만 본인 스스로 그걸 담을 그릇이 없으면 담을 수 없다.”

     

    고미숙 박사(고전평론가)는 22일 허준박물관에서 열린 ‘동의보감으로 보는 삶의 지혜와 비전-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 특강에서 이같이 설명했다.

     

    고 박사는 “의사가 전문적인 행위를 해도 내가 내 몸을 모르면 대응을 할 수 없다”면서 “내 몸을 탐구하려고 하지 않는 게 만병의 근원”이라고 소개했다.

     

    근본적인 본성을 왜곡하거나 가려놓기 때문에 현대인들이 고립돼서 물질적인 걸 찾아다니게 된다. 지금 청년들도 마찬가지다. 취업을 하나 안 하나 공허한 상태에서 살게 되는 것이다.

     

    고 박사는 허준을 거인의 무등을 탄 ‘자연철학자’라고 표현했다. 그는 “허준은 학문적인 자질이 뛰어났기 때문에 내의원에서 많은 임상을 할 수 있었고 동의보감을 집필할 수 있었다”면서 “특히 임진왜란이라는 전란 시기부터 유배를 떠나던 시기에 동의보감을 집필했다는 데서 더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고 박사는 “동의보감은 목차 분류가 굉장히 잘 정리돼 있어 문외한인 사람이 봐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돼 있다”면서 “특히 동의보감을 공부하면 자기 몸을 고칠 수 있을 뿐 아니라 주변 사람도 도울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고 박사는 또 “특히 현대 의학은 병이 일어난 후에 고치지만 한의학은 병이 되기 전인 미병 단계에 고친다는 데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고 박사는 또 “동의보감이 나오기 이전에는 중국의 의서를 통해 한의학을 공부했어야 했지만, 중국 의서에서 설명하고 있는 약초들은 중국의 약초들이기 때문에 당시 조선의 현실과는 다른 부분이 많았다”면서 “동의보감의 탄생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동의보감 속에는 양생의 개념이 나온다. 양생은 병이 일어나기 전에 어떻게 예방하고 고치는지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는 통즉불통(通則不痛)이라는 개념과도 이어진다. 고 박사는 이러한 동의보감이 논리가 단지 의학뿐 아니라 정치나 사회에도 적용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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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박사에 따르면 현대 사회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법으로 해결하는 법만 고민한다. 하지만 이를 예방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고 박사의 주장에 따르면 이러한 논리는 한의학 속 양생의 개념과도 이어진다.

     

    고 박사는 물질보다 정신적 성숙함이 더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100억을 가지고 있는 부자도 본인이 어렵다고 하는데, 이는 상대적 박탈감 때문”이라며 “이러한 문제는 스스로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 박사는 “허준이 동의보감이라는 거룩한 작업을 했다는 점도 중요하지만, 동의보감이라는 미션이 허준의 노년을 빛나게 했다고 생각한다”면서 “마찬가지로 노년을 잘살아나가기 위해서는 내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찾는 게 중요한데, 물질보다는 지혜를 그 목표로 삼길 바란다”고 밝혔다.

     

    고 박사는 “배움보다 나를 더 젊게 하는 건 없다”면서 “경쟁하는 것은 정기신을 소진할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이어 “물질적인 것에 욕심을 내고 경쟁하기보다는 나만의 삶의 지혜를 설정하고, 이를 목표로 살아간다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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