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흐름을 유연하고 유의미하게 잘 다듬어냈으면 하는 바람
김은혜 치휴한방병원 진료원장
<선생님, 이제 그만 저 좀 포기해 주세요> 저자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한의사로서의 직분 수행과 더불어 한의약의 선한 영향력을 넓히고자 꾸준히 저술 활동을 하고 있는 김은혜 원장의 글을 소개한다.
언젠가 환자로부터 가슴 아픈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당시로부터 수년 전에 한 의료기관(어떤 분야인지는 밝히지 않음)으로부터 ‘당신의 나이와 질환명 상 돈이 크게 되지 않으니 입원은 힘들다’라는 식의 통보를 받은 적이 있다는 말이었다.
물론 환자의 말을 표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에 어폐가 있고, 비슷한 뉘앙스의 말을 전한 해당 기관의 마음도 이해를 못 하는 바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 말을 들은 지 몇 년이 지났음에도 그 후로 어떤 병원을 가든지 간에 문턱을 넘는 매 순간마다 뇌리를 스친다고 말하는 환자의 씁쓸한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요즘 정말 힘들다, 진짜 위기인 것 같다”
의료계를 벗어나서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결국 그들마다 하는 고민이 대부분 꽤 비슷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그중에서도, 요즘에는 어떤 영역이든 간에 ‘요즘은 정말 힘들다. 지금이 진짜 위기인 것 같다’라고 말하지 않는 곳이 드문 것 같다.
그렇게 한 모임에서 누가 누가 더 고군분투하고 있냐는 자조적인 경쟁 아닌 경쟁을 하는 모양새로 왁자지껄하게 떠들고 있었다. 농담 섞인 진담을 주고받으며 여느 흔한 사적 모임과 같이 서로 간 조언을 나누던 중, 최근 몇 년째 부르는 게 값이라고 칭송받는 영역에서 일을 하는 지인의 한마디에 모두가 입을 합 다물었었다.
“너네처럼 그 업계 자체가 위기인 걸 알고 있는 상황에서는 아직 괜찮은 거야. 코앞에 닥친 위기를 과거의 영광에 취해 여태 모르고 있는 게 제일 무서운 상황인 거지. 우리처럼.”
클리셰적인 위기론이었음에도, 소위 제일 잘 나가고 있는 지인이 그런 말을 하니 감회가 새로웠고 지난 기간 우리가 겪어온 변화와 지금의 행보를 새삼 돌아보게 되었다.
예후와 대비 방안이 구체적인 공약으로 제시
원고를 작성하고 있는 시간을 기준으로, 며칠 전부터 협회장 선거 운동이 시작되었다. ‘선거’라는 특성상 발생할 수밖에 없는 갈등들은 거두절미하고, 개인적으로 우리의 선거에 이렇게 건설적인 토론이 가능하고 다양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공약들이 상이하게 나온 지금이 얼떨떨할 정도로 감격스럽다.
한 의학적 치료가 제도권에 들어간다는 것에 이득이 분명한 만큼, 어떤 분야에서는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
아주 옛날의 어느 순간에는 이러한 저울질이 분쟁적 사담의 수준에서 끝났던 시절이 있었는데, 작금에는 이에 대한 예후와 대비 방안이 구체적인 공약으로 제시되고 있는 분위기가 꽤 달갑다.
그뿐만 아니라 고질적인 세대 간 격차를 따져가며 너네 세대와 우리 세대를 나누지 않고 궁극적인 ‘미래 먹거리’를 좇아가자는 내용들도, 작년에 일었던 많은 긍정적인 변화들의 파급력 덕분이 아닐까 생각된다.
모종의 마음과 거듭 저울질을 해야 하는 숙명
의료계를 포함하여 어떤 영역이든, 자본주의 사회에 속해있는 이상 매출에 대해 연연하지 않을 수가 없고, 당연히 아주 중요한 부분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어떤 면에서는 역설적이게도, 매출에 대한 노골적인 욕망을 드러내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의료계라면, 매출과 비례적이기도, 반비례적이기도 한 모호한 관계를 가지는 것이 결국은 환자의 안녕이라는 전제가 있으므로, 끊임없이 모종의 마음과 거듭 저울질을 해야 하는 숙명도 있다.
그럼으로 몰아치고 있는 변화 속에 우리의 숙명과 사명을 결코 잊지 않았으면 한다. 작년의 변화와, 올해의 계승과, 앞으로의 발전이 우리의 미래 먹거리, 사업적 가치적 측면을 위함 보다 더 나아가서 궁극적으로 국민의 건강에 대한 가치 상승을 위함임을 새기며 지금의 흐름을 유연하고 유의미하게 잘 다듬어냈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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