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의 행복한 삶을 열어가는 정신건강한의학

기사입력 2024.01.05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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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이 ‘부모님 살아계실 때 잘해드려서 고맙다’고 말해줬어요”
    개개인의 생활 및 환경조건에 따른 생명현상 분석이 우선

     

    김명희 원장님.png

    김명희 연구원

    한의학정신건강센터(KMMH)

    경희대 한방신경정신과 박사 수료


    정부는 새해를 맞아 오는 3월 대통령 직속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를 발족하여 국민 신체에서 정신에 이르기까지 정신건강 문제를 ‘정책국정 어젠다’로 삼아 해결해 나가기로 했다.

     

    국민 정신건강 문제를 둘러싼 의학계의 보건의료 환경은 한·양방 의학이 각기 지니고 있는 이론체계에 걸맞는 임상 치료법을 개발하고 실증하는 일이 어느 때보다도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한의학은 수천 년을 두고 인간개체를 ‘몸과 마음(형신形神)’의 일원적 생명현상으로 연구하고 다루는 방법을 임상에서 실증해 왔다.

     

    신체에서 정신에 이르기까지 인간 개체는 외인이나 내인에 의해서든 형신에 이상변이가 일어나야 질병이 되는 것으로, 한의학은 생명활동현상을 신체 내의 목·화·토·금·수 오기능 작용에 따라 동의생리학리로 관찰·연구해 왔다.

     

    한의학에서 오기능의 상관관계를 보면 몸(형)의 생·장·화·수·장에서 생은 발생기능, 장은 추진기능, 화는 통합기능, 수는 억제기능, 장은 침정기능이다. 마음(신)의 혼·신·의·백·지에서 혼은 발생기능, 신은 추진기능, 의는 통합기능, 백은 억제기능, 지는 침정기능으로 정신건강한의학은 이를 개개인의 생활 및 환경조건에 따라 생명현상으로 분석하여 음양부조를 음양조화로 이끌어내 치유해 왔다.

     

    임상기술 경쟁도 중요하지만 인공지능(AI)시대의 한의학 임상현장에서 표준진료지침(CPG)과 근거중심(EBM)연구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개별맞춤식 변증으로 수천 년 축적된 한의임상에서의 연역적 데이터들을 한의학적 접근 근거를 통해 귀납적인 양적, 종적, 질적 연구방법으로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의학의 형신일원론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 없이 나열식 해부학적 연구체계의 트랜스포머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분석하여 임상기술로 개발하는 경우, 자칫 기계론적 물리적 잣대로 AI가 인간의 형신을 자의로 선택, 편집하는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

     

    지난 해 세계보건기구(WHO)가 의료분야에 사용되는 AI의 데이터 편향이나 오용 가능성의 위험성을 경고한데 이어 프란치스코 교황도 올해 교황청 주제를 ‘인공지능(AI)과 평화’로 정했다. 생성형 AI가 다양한 데이터를 다중으로 분석, 추론하는 ‘멀티모달(Multi Modal)’ 기능으로 발전하는 변화의 시대에 ‘인공지능이 영적, 윤리적, 도덕적 사회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라는 경고의 메시지들을 곱씹어봐야 한다.

     

    임상사례

     

    40대 후반의 부인이 상기된 얼굴로 내원했다. “대학병원에서 공황장애로 진단받고 향정신약을 수년 간 복용해도 불면, 두통, 가슴이 답답한 증세는 여전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심하게 화도 나고 마음이 뒤집어지다가 우울해진다”라며 “숨이라도 제대로 쉬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망문문절 진단하니 맥활삽긴하초허(脈滑澁緊下焦虛) 간실폐허하였다.


    한의사: 어쩌다 대학병원에 가게 됐나요?

    환자: 코로나가 한창 유행하던 시기에 시아버지가 갑자기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시어머니는 코로나에 중풍후유증으로 1년 새 두 분 다 돌아가시는 바람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서 가게 됐어요.

    한의사:  저런, 어찌 그런 일이...

    환자: 아, 네. 두 분 다 코로나가 한창일 때 돌아가셔서 아예 장례식도 못하고 한참 후에야 겨우 화장을 치렀어요. 제가 시부모님 병간호에, 병원비에 이것저것 다 챙겨드렸는데도, 오히려 손위 시누들이 저한테 ‘일도 잘 못한다’며 모진 말들을 쏟아내고, 유산분배로 형제들 다툼까지... 남편은 누나들한테 말 한마디 못했고요. 진짜 제가 속 썩은 거 말로 다 못해요. 지금도 그때 생각만 하면 숨도 못 쉬겠고 너무너무 억울해요.

    한의사: 정말 시부모님을 잘 돌봐드렸던 효부시네요.

    환자: 친정엄마에게도 잘해드리려고 해요. 제가 어릴 때 아버지가 병으로 돌아가셔서 지금도 친정에 무슨 일이 생기면 언니, 오빠, 동생까지 있는데도, 엄마는 오직 저한테만 하소연하시고 제가 다 현실적으로 해결해드렸어요. 얼마 전엔 폐렴으로 입원하셨는데 그 병원비도 제가 다 내드렸어요. 

    한의사: 고생 많으셨던 엄마를 생각하면 마음이 짠하시겠어요.

    환자: 조금이라도 엄마에게 도움이 되려고 저는 낮에는 직장에서 일하며 야간고등학교에 다녔어요. 그때 엄마는 어떻게 월급날을 알고, 딱 맞춰서 찾아오시는지... 언니, 오빠한테는 몸 약하다고 엄청 위하셨고요. 엄마가 저한테만 의지하시는 건 너무 한 거 아닌가요? 

    한의사: 천성이 어릴 때부터 능력이 있어, ‘뭐든지 잘한다’고 동네어른들에게도 칭찬받지 않았나요?

    환자: (살짝 웃으며) 네. ‘제일 야무지다’고들 하셨어요. 부모님 속 한 번 썩인 적도 없고요.

    한의사:  정말 대단하시네요. 남편도, 친정엄마도 환자분에게 무척 고마워할 거예요.

    환자: 남편은 ‘부모님 살아계실 때 잘해드려서 고맙다’고 말해줬어요. 엄마도 저를 늘 든든해하시고요. 시부모님도 그러셨어요.

    한의사:  (눈을 맞추며) 환자분은 가족에 대한 사랑도, 타고난 재능도 많은 분이세요. 좋은 남편도 만나셨고 아이들도 잘 키우시고요,

    환자: (눈물이 맺히며) 선생님 말씀을 듣고 보니 그간 속상하고 답답했던 마음이 풀리면서 살아갈 용기와 자신감이 생기네요.

     

    김명희 원장님2.jpg

     

    혼·신·의·백·지는 생활현상을 다루는 치료법


    복약 석 달 후 내원한 환자는 “지어주신 한약을 복용하면서부터 요즘은 제 몸이 고단해도 향정신약도 끊고 선생님 말씀을 되새기면서 가족들과 즐겁게 지내고 있다”라며 “모두 선생님 치료 덕분”이라고 기뻐했다.

     

    위 사례에서 보듯 필자는 공황장애의 원인이 ‘부모님을 잘 돌봐드려도 고맙다는 형제 하나 없다’는 칠정의 억울함, 갈등, 코로나 충격 등 스트레스에서 오는 병증을 기초개념으로 외부를 향한 노(怒)로 편항(偏亢)된 환자의 생활현상을 분석, ‘가족 사랑과 스스로의 유능함’의 유스트레스로 전환시켜 자발적 자기대사력으로 회복시켰다.

     

    이에 ‘심계정충, 불면증’을 겪고 있던 환자에게 필자는 ‘간양상항, 화병, 대장한습’으로 변이증후군을 변증·분석하여 이를 오신의 통합·억제기능을 조화롭게 하는 지언고론요법, 정서상승요법, 오지상승위치, 이정변기요법 및 가감보폐안신탕으로 침구·방제해 정확한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정신건강정책 국가 어젠다시대’를 맞이하여 정신건강한의학이 선도학문으로 우뚝 서는 자리매김을 하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물리학적, 화학적, 생물학적으로 관찰·연구하기 보다는 오기능의 작용에 따라 형신의 기층부로써 구조역학적 동의생리학리를 도입하여 산·학·연·병도 새로운 한의학적 임상의료기술들을 함께 개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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