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당적 논의 전개해 양극화된 정치권 갈등 관리역량 회복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의신문=강환웅 기자] 국회미래연구원(원장 김현곤)은 지난달 26일 미래전략에 대한 심층분석 결과를 적시 제공하는 브리핑형 보고서인 ‘Futures Brief’ 제23-21호을 발간했다. 이번호에서는 ‘의대정원 문제와 입법정치(박현석 연구위원·거버넌스그룹장)’란 제하의 내용으로, 정치적 환경의 변화가 의대정원 증원을 둘러싼 입법정치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정책적 함의 및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역 필수의료를 살리고, 초고령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의료인력 확충과 인재 양성은 필요조건’이라면서 의대정원을 확대할 것을 제안했으며, 이에 국민여론도 의대정원 확대를 지지하고 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에서는 충분한 협의 없이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를 결정할 경우 총파업을 불사하겠다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와 관련 박현석 연구위원은 “우리의 목적은 의대정원 증원을 지지 혹은 비판하거나 의대정원과 관련된 최적의 정책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사례들과 비교하며 정책결정 과정 분석의 관점에서 현재의 의대정원 증원 논의를 살펴보고자 하는 것”이라며 “현재의 의대정원 논의를 둘러싼 정치환경은 결국 실패로 끝난 2020년의 의대정원 증원 사례보다는 타협을 통해 입법에 성공한 공정경제 3법 입법 사례와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갈등적인 의제를 입법화하기 위해서는 △정책의제를 제시 △이해관계자 집단을 설득하거나, 이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론의 지지를 통해 정책의제 추진 △원내 다수의 지지를 확보해 입법화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장기간 지속돼온 갈등적인 정책의제들의 입법과정 사례를 분석한 결과, 입법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정당간의 의석 분포, 원내 다수파의 응집력, 이해관계자 집단의 파급력, 정당과 이해관계자 집단의 공조 여부 등이 중요한 고려사항이라고 제시했다.
이와 함께 보고서에서는 현재와 2020년 의대정원 증원 논의에 대해 비교한 결과 정책의 대상은 동일하지만 국회 내의 정치상황, 압력집단의 응집력, 정당-압력집단간의 연계 등 정치적 환경에서는 차이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우선 ‘원내 다수 지지 여부’와 관련 2020년은 여당이 원내 다수 의석을 점유하는 단점정부였으나 야당이 의사단체와의 연계해 강력하게 반발한 반면 현재는 여당의 의석점유율이 과반에 미치지 못하는 분점정부지만, 다수를 점유하는 야당인 민주당도 각론의 차이는 있지만 의대정원 증원이라는 방향에는 찬성하고 있다. 즉 단점정부였던 2020년과 비교하면 분점정부라는 정치상황은 대통령의 정책의제가 입법화 되는데 장애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야당이 정책의 방향에 찬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타협을 통해 원내 다수의 지지 확보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익집단의 파급력 및 응집력’ 분석에서는 2020년에는 의사협회와 전공의단체가 공조해 강력히 반발했고, 의대생들이 국시를 거부하자 의과대학 교수들도 전공의와 의대생을 지지하며 정책에 반발했지만, 현재는 개업의들을 대변하는 의사협회를 중심으로 의대정원 증원에 반발하고 있지만, 비인기 분야의 전공의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의과대학과 대형병원 등은 의대정원 증원에 찬성하는 등 의사집단의 응집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당과 압력집단의 연계’ 부분에서는 2020년의 경우 보수계열의 야당이 의사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의료계와 공조해 강력히 반대에 나선데 반해 현재 여당은 2020년의 반대 입장에서 선회하여 의사정원 증원을 추진하고 있으며, 야당인 민주당은 의대정원 증원에 찬성하며 각론에서는 공공의료 강화를 강조하는 등 여당과 이견을 보이고 있다. 또한 2020년과 달리 현재는 의대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의사단체의 정책 선호를 대변하는 정당이 존재하지 않는 것도 차이점으로 제시했다.
‘정치환경’ 측면에서도 여당인 민주당이 강력히 지지하는 가운데 보수야당의 지도부도 지지해 표결을 통해 본회의를 통과한 ‘공정경제 3법’을 들며, 입법정치 관점에서 볼 때 공정경제 3법의 사례와 유사한 현재의 정치상황을 고려한다면 현재의 의대정원 증원 논의는 여야 타협을 통해 입법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박현석 연구위원은 “현재의 의대정원 증원 논의는 2020년에 추진됐던 의대정원 증원 정책의 사례와 비교할 때 정책의 대상은 유사하지만, 정치 환경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오는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정부가 의대정원 증원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지는 불투명하지만, 여야의 정책선호가 큰 방향에서 수렴하고, 의사단체의 반발도 상대적으로 약하며, 증원에 반대하는 의사단체의 선호를 대변할 정치세력이 국회 내에서 약화됐다는 점에서 여당과 야당이 타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밝혔다.
박 연구위원은 또 “고령화로 의료수요가 증대되고, 필수 의료인력 공급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다수의 시민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중요한 민생의제인 의대정원 문제에 대해 여야 정치권이 초당적으로 논의를 전개해 양극화된 정치권의 갈등 관리 역량을 회복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면서 “보수정당이 입장을 선회하면서 의사단체와 정당간의 연계 수준이 낮아졌고, 여야의 입장이 의대정원 증원으로 모아지는 만큼 입법과정에서 전문가이자 이해당사자인 의사단체가 소외되지 않도록 이들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통로도 적극적으로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