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단오에 창덕궁에서 동의보감 만나보니…

기사입력 2023.06.27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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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의학연, 단오 맞아 동의보감 강의·한의약 음료 시음 등 행사
    한의약 통한 건강한 여름나기법 소개로 외국인들에 인기

    창덕궁 (동의보감).jpg


    한국 4대 명절 중 하나인 단오를 맞아 창덕궁 약방에서 동의보감에 대한 지식을 얻고 한의약을 통한 건강한 여름나기법을 배울 수 있는 행사가 개최됐다. 한국한의학연구원(원장 이진용·이하 한의학연) 동의보감사업단이 최근 진행한 ‘동의보감, 단오에 창덕궁에서 만나다(이하 동의보감 단오 행사)’를 통해서다. 동의보감 단오 행사는 문화재청과 경상남도, 산청군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이번 행사는 국내외 관람객 대상 동의보감과 한의학 강연·한의진료 체험·동의보감 문화콘텐츠를 소개하고자 오는 30일까지 진행된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동의보감’

     

    지난 22일 첫째 날 행사에 방문했을 때 느꼈던 점은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방문했다는 점이었다. 이번 행사에서는 외국인 참가자들을 위해 영어 통역도 지원하고 있었다.


    이날 행사는 이정화 한의학연 박사(동의보감사업단 연구책임자)의 동의보감 소개로 포문을 열었다.


    창덕궁 (이정화).jpg


    이정화 박사는 “동의보감은 당시 동북아시아 여러 나라에 공유되고 전승돼 오는 다양한 의학지식과 이론, 치료법 등을 한 데 모은 것으로, 동서고금의 의학 장벽을 뛰어넘은 한의학 대표 서적이자 우리나라 국보로 지정돼 있다”며 “특히 동의보감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도 지정돼 우수성과 독창성을 세계에서도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조선의 동의보감, 동의보감 중국판, 동의보감 일본판, 동의보감 대만판을 비롯한 한의학연 동의보감사업단 소장의 유네스크 세계기록유산 등재 관련 자료 등이 전시돼 있었다.

     

    동의보감은 1613년 초간본 간행된 이후, 당시 중국과 일본에서도 동의보감을 직접 판각해 간행했다. 동의보감은 당시 백성들이 쉽게 이해하고 위급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우리 약재인 향약 637개를 한글로 표기했는데, 동의보감 중국판과 일본판에도 한글 향약명이 그대로 표기돼 있다.

     

    특히 눈에 띄었던 건 동의보감 영영(嶺營)판과 동의보감 완영(完營)판이었다. 동의보감은 17∼19세기 전라감영(완영)과 경상감영(영영)에서 여러 차례 간행돼 유포됐다. 다양한 판의 동의보감이 한자리에 전시돼 있으니 한의학 역사에 대해 보다 심도 있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이 박사는 “동의보감은 전문의학서로는 세계 최초로 세계기록유산으로 선정됐다”며 “동의보감이 16세기 당대 다양한 의학 지식의 종합판이었던걸 입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의학연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이날 영어·중국어·일본어 등 다양한 외국어로 번역된 동의보감 핸드북을 참석자들에게 전달, 외국인들이 동의보감을 통해 한의학의 우수성을 이해하고 건강을 챙길 수 있도록 했다.


    창덕궁 (최주리).jpg


    ◇ 한의사가 추천하는 여름나기 방법은

     

    이어진 한의학 강연 시간에는 최주리 한국한의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이 ‘단오와 건강한 여름나기’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최주리 이사장은 먼저 조선왕실 의료기관인 내의원에서 단오에 왕에게 만들어 바친 건강음료 ‘제호탕’에 대해 소개했다. 최 이사장은 “제호탕은 초과(냉기 감소에 효과), 백단향(복통 감소에 효과), 오매육(갈증 해소에 효과), 사인(소화 촉진에 효과)을 이용해 만들어진 한의약 음료로 조선 당시 건강한 여름나기를 위해 많이 이용했다”며 “특히 허준도 제호탕에 대해 ‘여름철 더위를 풀어주고 가슴이 답답하고 갈증이 나는 것을 그치게 한다’고 소개했을 만큼 효과가 뛰어났다”고 말했다.

     

    제호탕은 영조 12년 7월2일에 작성된 승정원일기에도 기록돼 있는데, 당시 영조는 “날씨가 이처럼 더우니 마시도록 하라”고 제호탕을 설명하기도 했다.

     

    최 이사장은 이어 사상체질에 따른 건강한 여름나기 방법도 소개했다. 최 이사장은 “건강하지 못한 소음인은 잦은 설사와 지나치게 많은 땀을 흘리므로 주의해야 한다”며 “또한 건강하지 못한 소양인의 경우 더위로 인해 몸 안에 열이 쉽게 쌓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최 이사장은 이어 “태음인은 과도한 냉방으로 땀이 나지 않거나 과도하게 땀을 배출하게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언급했고, 태양인에 대해서는 “땀을 많이 흘려 소변이 농축돼 붉고 탁하거나 양이 적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 이사장은 각 사상체질에 따라 여름에 먹으면 좋은 음식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소음인의 경우 제호탕과 복숭아, 소양인은 수박과 맥주, 태음인의 경우 오미자차와 막걸리, 태양인은 포도와 키위를 섭취하면 건강한 여름나기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창덕궁 (한의진료).jpg


    ◇ 다양한 한의약 체험도 진행

     

    이날 행사에서는 외국인들이 많이 참석했던 만큼 한의약을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는 체험도 이어졌다.

     

    먼저 체험했던 건 ‘약초 향기주머니’ 만들기였다. 다양한 효능이 있는 한약재인 박하·정향·천궁·당귀·팔각 등을 주머니에 넣어 직접 약초 향기주머니를 만들어 볼 수 있어 많은 참석자의 관심을 끌었다. 만든 약초 향기주머니는 가져가는 것도 가능했다.

     

    이어 한의사들이 직접 진행하는 한의진료 체험도 해볼 수 있었다. 방문한 날에는 최주리 이사장과 정상욱 리체안한의원장이 참석자들의 맥을 짚어 사상체질과 체질에 따른 주의점을 설명했다. 기자는 정상욱 원장에게 진맥을 받았고 소양인이라는 진단 결과를 얻었다.

     

    행사장에서는 약초 향기주머니 만들기·한의진료 체험 외에도, 제호탕 시음·동의보감 목판 체험 등 다양한 한의약 활동도 함께 진행됐다.

     

    이날 만난 한 중국인 참석자는 “동의보감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좋았고, 한의사가 직접 사상체질을 진단해 주고 이에 따른 주의점을 알려주니 유익했다”며 “오늘 행사가 이번 한국 여행 중 했던 가장 특별했던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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