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동의보감 속 약초들이 그림으로”…허준박물관 민화전

기사입력 2023.04.07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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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준박물관 개관 18주년·동의보감 간행 410주년 기념 민화전 개최
    동의보감 속 약초 50여종 주제로 창작 민화 전시…46명 작가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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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특별시 강서구에 위치한 허준박물관. 이곳에서 박물관 개관 18주년과 동의보감 간행 4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오는 108일까지 동의보감 속 약초들을 주제로 민화전이 진행되고 있다.

     

    동의보감 속에는 다양한 약재가 설명돼 있는데, 이번 민화전에서는 모란·박하··칡 등 50여종의 약초를 주제로 46명의 현대 민화작가들이 각자의 창작 민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건강을 기원하는 민화 속의 약초들

     

    허준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에서 진행되고 있는 민화전은 박물관 내 다른 곳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우선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벽면까지 미술관과 같은 느낌을 주도록 꾸며졌다.

     

    이곳에는 다양한 화가들의 민화작품들이 자리잡고 있다. 무딘 사람이라면 눈치채지 못할 수도 있지만, 민화 속에 담긴 약초들을 보자면 사람들의 건강을 기원한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민화는 17세기부터 민간에 널리 퍼졌던 대중미술로, 기존 회화와는 다른 독자적인 예술영역을 구축하며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민화는 대중미술인 만큼 재료나 그리는 방식 등이 비교적 자유로워 다양한 표현이 가능한 게 특징이다. 특히 허준박물관에 전시된 민화들은 전통적인 민화와는 달리 색, 질감 표현이 다채로웠으며, 입체적으로 표현한 작품들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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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명희 '휴식'

     

    작품마다 달린 설명표를 보면 해당 작품이 어떤 약초를 주제로 했는지, 해당 약초에는 어떤 효능이 있는지 등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날 박하를 주제로 한 강명희 작가의 도기작품 휴식을 봤는데, 도자기 속 그림만 보고서는 어떤 약초인지 알기 힘들었다. 하지만 설명표를 함께 보니 해당 그림이 박하라는 것, 또 박하는 두통·발열·눈 충혈·현기증·복통 등을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는 약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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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박은영 ‘좋은 봄날’, 권성녀 '수확의 기쁨'

     

    한복 속에 민화를 그려 넣은 작품도 있었는데 해당 작품은 연꽃을 주제로 한 박은영 작가의 좋은 봄날이었다. 연꽃은 발열·복통·출산 후에 나타나는 어지럼증에 효과가 있는 약초다.

     

    또한 권성녀 작가의 수확의 기쁨은 귤을 주제로 하고 있었는데 귤은 소화불량·흉복부의 팽만감, 변비에 효과가 있는 약초다.

     

    ◇ 작품마다 다양한 뜻 담고 있어

     

    다채로운 작품들에 마음이 뺏겨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감상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흘러가 버렸다.

     

    이날 현장에서는 모란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출품한 박수애 작가도 만날 수 있었다박수애 작가는 2017년부터 전업작가로 활동해온 민화 전문가로특히 허준박물관과는 오랫동안 봉사를 하면서 인연을 맺어왔다.

     

    박수애 작가는 본인의 작품인 모란과 여인에 대해 신윤복의 미인도에서 모티브를 따와 그렸다고 설명했다다만 모란과 여인은 미인도에 비해 조금 더 다양한 색상을 사용해 보다 생동감 넘친다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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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수애 작가와 그의 작품 '모란과 여인'

     

     

    박수애 작가가 모란을 주제로 그린 작품 중에는 모란 문자도: (목숨 수)’도 있었다. 해당 작품은 를 모란·거북 등 건강과 장수의 상징들로 형상화해 사람들의 만수무강을 기원했다.

     

    박 작가는 작품 하나하나마다 작가들이 기원하는 뜻이 담겨 있다면서 한자뿐 아니라 한글을 형상화한 작품들도 많아 뜻을 유추해보면서 감상하면 더욱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말을 듣고 작품 속에 숨겨진 글자와 뜻을 찾아보면서 감상하니 한층 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문뜩 어떻게 작가마다 그릴 주제를 어떻게 정했는지 궁금해져 물어봤다. 박 작가는 “50가지 약초 명단이 사전에 있었고 그중 작가들이 그리고 싶은 주제를 고르는 방식이었다개인적으로 모란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민화에서 가장 대표적인 꽃 중 하나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작가는 이어 동의보감 속에 나오는 약초들을 예쁜 그림과 문자로 표현하니 사람들의 호응이 높다면서 마침 아침에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해설을 직접 진행했는데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민화전에서는 민화 액자 꾸미기, 나무약합 꾸미기, 텀블러백 꾸미기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도 함께 운영 중이다. 만약 봉사자가 있는 시간이라면 작품들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관람하는 것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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