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 맥진기 표준 제정과 ‘3차원 맥영상 검사’ 행위등재

기사입력 2021.08.12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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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맥진의 중요성, 세계적으로 공통된 인식…ISO/TC249에서도 가장 먼저 국제표준 착수
    국제표준에 부합한 맥진기기 활성화…미래 한의학 및 한의산업 발전에 큰 기여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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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희정 대요메디(주) 대표


    맥진은 한의학 진단기술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진단기법으로, 망문문절로 구성되는 전체 진단법 중 환자의 생체신호를 직접 살피고 병증을 확인하는 기술이기 때문에 확진법이라고도 한다.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그 가치를 인정받는 동의보감의 편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맥을 진단하는 것은 ‘병의 원인-맥-치법-처방’으로 연결되는 한의 의료행위의 필수요소임을 알 수 있으며, 실제 임상에서 치료 전후에 맥을 진단해 치료의 방향을 설정하고 그 효과를 확인하는 유용한 기술이다. 

    맥진의 중요성은 전 세계적으로도 동일하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한의학 국제표준제정위원회인 ISO/TC249 내에서 가장 먼저 개발에 착수한 국제표준대상이었으며, 가장 치열하고 뜨거운 논의를 거쳐 개발된 표준 중의 하나로 맥진기 국제표준인 ISO 18615가 2020년 1월6일 제정됐다. 또한 이렇게 개발된 표준장비를 임상에서 활용하는 행위인 ‘3차원 맥영상 검사’가 까다로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모든 심의과정을 통과해 2021년 8월1일부터 보험으로 등재됨으로써 드디어 한의진단의 객관화·표준화의 구체적인 실제 사례가 나타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국제표준의 내용을 살펴보고 보험 등재의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전통적 맥진법, 개인이 직접 구현하기 어려움…

    맥진기기 개발에 박차

    사람의 감각으로 미세한 맥동의 변화와 차이점을 감별해 내야 하는 전통적 방법의 맥진법은 그 유용함을 알면서도 이를 임상의 개인이 직접 구현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한의 진단의 핵심기술임에도 불구하고 그 활용도가 줄어들고 있고, 맥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진단결과를 포기하게끔 하고 있다. 이처럼 맥진은 중요하지만 어렵기 때문에 측정 장비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점과, 그 관찰 대상이 명확한 인체의 맥동신호라는 점에서 현대적 맥진기기 개발에 대한 수요와 가능성이 높아, 한의 의료기기 중에서는 그 개발이 일찍부터 시작됐다. 

    중국에서는 1950년대부터 정부의 지원으로 맥진 현대화 연구가 시작되면서 1980년대부터 다양한 맥진기기가 개발됐고, 우리나라는 1969년 경희대학교 이봉교 교수가 맥진기기를 처음 개발한 이후 압전소자를 이용한 맥진기기가 연이어 개발돼 오다, 2005년 압력센서와 가압로봇이 적용된 세계 최초의 3차원 맥영상 검사기기가 대요메디(주)에서 개발됐다. 3차원 맥영상 검사기기는 기존의 압전센서와 달리 객관적으로 가압값과 맥압값을 측정해낼 수 있으면서, 다채널 압력센서를 적용해 혈관위치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고, 3차원의 맥영상을 분석하는 기능이 있어 재현성과 정확도가 향상된 측정기기이다.

    한국과 중국뿐만 아니라 일본, 홍콩, 대만, 프랑스, 러시아, 캐나다 등에서 다양한 형태의 맥진기가 개발돼 왔는데, 그동안 맥진의 핵심인 위수형세(位數形勢) 정보를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요구사항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맥진기의 품질 향상을 위해 한국에서 맥진기 표준안을 ISO에 제안해 국제표준 ISO 18615를 개발하게 됐다. 맥진기 표준은 ISO에서 개발 진행된 첫 번째 한의 의료기기 표준으로, 가장 선도적인 기술을 토대로 전문가 합의를 거쳐 개발돼야 한다는 국제표준 개발지침에 따라 수년간 전 세계 전문가협의를 거쳐 완성됐으며, 2020년 1월 발행됐다.


    3차원 맥영상 검사기, ISO의 맥진기 ‘표준 모델’

    ISO 18615 표준에서 요구하는 사항은 맥진기가 위수형세(位數形勢) 정보를 제공함에 있어 안전하고, 정밀한 값을 제공하도록 규정하는데 목적이 있기 때문에, 표준에 적합한 맥진기를 사용하게 되면 환자의 안전, 측정값에 대한 정확도와 신뢰도를 담보할 수 있게 된다. ISO 18615 표준이 담고 있는 맥진기의 성능에 대한 요구사항만 정리하면 아래의 표와 같으며, 이와 같은 성능을 보유해야 앞으로 맥진기로서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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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의 3차원 맥영상 검사기는 ISO에서 맥진기 국제표준의 표준모델로써 (1)가압세기 (2)맥의 세기 (3)박동수 (4)맥파형 (5)굵기와 체적 등의 맥진에 필요한 핵심 측정정보를 제공하고, 국제표준에 실린 표준 맥파를 제공하는 맥진기다.


    맥진기 국제표준 제정…여러 면에서 매우 중요 

    첫째 의료기기로써 맥진기의 성능과 안전에 대한 품질을 국가적으로 관리하고 보장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가 있어 한의 진료의 질이 향상되며, 둘째 품질이 보장된 의료기기를 사용해 측정된 환자의 신뢰할 수 있는 맥진데이터는 임상적 가치를 보유하고 있어 학술적으로, 임상적으로 지속적인 한의기술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다. 

    셋째 국제표준에 부합한 장비를 이용해 축적된 객관적 임상연구 자료는 국가에서 진행하는 국가건강검진 사업에도 사용함으로써 의료 빅데이터 사업 등에 활용할 수 있으며, 임상유효성에 따라 새로운 한의 검사 행위를 창출하고 제대로 평가된 수가가 적용되게 됨으로써 한의사의 진단행위에 대해 적절한 보상체계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한편 마지막으로 3차원 맥영상 검사기는 이미 국제표준에 부합한 장비로 전 세계 전통의학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영향력을 강화하고 한국 한의학의 세계 진출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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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ISO에서는 맥진과 관련한 추가적인 표준화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 예로, 맥진 용어의 표준 개발이 마무리 단계(FDIS)에 와있으며, 표준장비를 활용한 임상 측정방법 표준도 기술보고서(Technical Report)형식의 국제표준으로 개발 중이다. 또한, 우리나라 전자의료기기 중 선도적으로 맥진기가 국제표준을 개발해낸 것을 높이 평가한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2021년부터 맥진기기 성능 평가를 위한 시험기기 개발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국제무대에서 한의 진단기술의 선도 자리를 확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 나아가 3차원 맥영상 검사기는 소형화, 빅데이터 기반의 AI 건강 분석기술 개발, 클라우딩 서비스와의 연계를 통한 한의 헬스케어 시장 진입과 미래의 먹거리 창출을 위해 다양한 연구개발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국민 건강관리에 필수검사로 맥진 활용 ‘기대’

    앞으로 국제표준에 부합한 맥진기가 널리 사용되면서 다양한 상병별 임상자료가 늘어나고 이를 통해 한의 국민건강검진과 같은 한의계 숙원사업도 진행이 되면서 한의진단데이터의 국가 빅데이터 자료에의 활용 등이 시작이 되면, 국민건강관리에 필수검사로 맥진(3차원 맥영상 검사)이 활용되는 날도 머잖아 올 수 있다고 기대된다.   

    ‘3차원 맥영상 검사’ 행위는 기존의 맥전도 검사의 상대가치점수가 43.42인데 비해 83.53점으로 약 2배 가량 높게 책정됐는데, 이는 국제표준 요구사항에 적합한 장비들을 활용해 수년간 축적된 다양한 임상연구 자료가 반영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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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십 년 전부터 갈망해 왔던 한의학 객관화·과학화·표준화라는 숙제는 결국 우수한 한의치료기술을 어떻게 환자들에게 잘 설명하고 치료효과를 극대화할 것인가를 목적으로 한다고 생각한다. 맥진기 국제표준과 이에 부합한 맥진기기 활성화가 앞으로 미래 한의학 발전과 한의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바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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