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부머 세대, 퇴직 후 만족스러운 삶의 조건은?

기사입력 2020.06.09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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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의 의미와 일에 대한 태도 및 인식 변화로 만족감 높여가
    ‘손상된 존재감 회복’ 위한 보다 다양하고 적극적인 지원 필요
    한국고용정보원, '베이비부머의 주된 일자리 퇴직 후 경력경로 및 경력발달 이해를 위한 질적 종단 연구'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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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의신문=김대영 기자] 베이비부머 세대가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뒤 느끼는 삶의 만족도와 건강·경력 등을 상세히 조사하고 인터뷰 내용을 담은 책이 나왔다.

     

    한국고용정보원(원장 나영돈)은 최근 '베이비부머의 주된 일자리 퇴직 후 경력경로 및 경력발달 이해를 위한 질적 종단 연구(6차년도)'보고서를 발간했다.

     

    우리나라의 베이비부머 세대는 1955년~1963년 태어나 80년대 민주화운동, 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등의 사회경험을 공유한 집단을 일컫는다.

    고용정보원은 급속한 고령화와 노동시장 변화 등에 대비해 중장년층의 안정적인 노후 설계를 돕고 국가적 사회 패러다임 변화에 대비할 수 있는 기초 자료를 제공하고자 2014년도부터 보고서를 생산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베이비부머를 대상으로 성별·학력·주된 일자리 경력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42명의 표본을 선정한 뒤, 지난 2014년부터 2019년까지 6년간의 심층 인터뷰 결과와 변화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이후에도 만족스러운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특성은 △퇴직에 따른 심리‧정서‧관계‧경제적 위기 회복 △내려놓음(변화와 수용) △주체적인 삶의 목표 설정과 실천 △경제적 필요를 충족시키는 가운데 본인을 위한 삶을 지향 △존재감(쓸모있음과 인정욕구) 회복 등으로 조사됐다.

     

    퇴직 후 개인마다 어려움의 정도, 기간 등이 차이가 있으나 위기를 경험하고 각자의 방식대로 극복했다는 특성이 있었다.

    대기업에서 26년 근무하고 임원까지 승진한 뒤 퇴직한 A씨(남, 62세)는 공사현장 쇠파이프 운반, 대형마트 상하차를 거쳐 공공기관 시설보안직으로 취업했다.

    그는 “정년 퇴임 후, 처음에는 사회적으로 왕따 당했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회사라는 온실을 잊고 근로의 가치를 신성하게 보기 시작했다”며 “내 자신의 생활철학을 바꾼 뒤 일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고 밝혔다.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베이비부머에게는 공통적으로 자신의 삶을 대하는 태도에서 기존 인식 혹은 타인과의 비교를 내려놓는 ‘내려놓음(전환)’이 보였다.

    상업고등학교 졸업 후 투자신탁회사와 증권사에서 총무와 영업 등을 거쳐 퇴직한 B씨(남, 62세)는 자격증을 취득하여 6년째 아파트 관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갑작스럽게 닥친 퇴직 당시 자녀들이 아직 독립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토록 버틴 주된 일자리에서 손에 쥔 것 없이 나와 허탈하고 힘든 시기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타인과의 비교와 돈 욕심을 내려놓고 주어진 현실에 최선을 다하는 가운데 아직도 출근하며 가장의 역할을 다 하는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게 됐다"며 “아들이 ‘아빠는 대단한 사람’이라고 문자도 하더라”고 말했다.

     

    본인이 원하는 삶을 주체적으로 지향하고 좋아하는 일과 활동을 선택하려는 노력도 돋보였다.

    호텔조리부에서 33년을 근무하고 정년퇴직한 C씨(남, 64세)는 요리사 밴드(네이버의 모임형 SNS)에 가입해 할 수 있는 일을 적극적으로 찾는 가운데 직원식당 등 여러곳에서 1~3개월의 짧은 경력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항상 요리사란 자부심을 갖고 성실과 책임감으로 살아왔다”며 “움직일 수 있을 때 시간과 돈에 구애받지 말고 살아보자고 생각하고, 취미인 레고 조립 등을 하며 행복을 느끼고 산다”고 했다.

    외국계 기업에서 인사업무를 담당하다 퇴직한 D씨(여, 62세)는 “진짜 열심히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당시에는 잘못 살았다는 느낌과 갑자기 밀려오는 허탈감과 우울감에 힘든 시기를 겪기도 했다"며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은 “90% 이상을 차지하던 일의 비중을 50%로 낮추는 대신 내가 내 삶의 주인이 되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온전히 선택하는 삶을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가운데 만족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은석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주된일자리 퇴직 후 베이비부머의 일과 삶의 변화는 다름이 아닌 자신의 무너진 존재감을 회복해 나가기 위한 고군분투의 과정에 해당한다”며 “퇴직을 전후로 위기는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인식의 전환과 깨달음, 학습과 성장, 일이나 활동을 통한 보람과 의미 추구 등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의 ‘쓸모있음’과 ‘인정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베이비부머는 그만큼 생산적이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기본적으로는 생계유지 측면에서의 취업 및 직업훈련 지원이 이뤄질 필요가 있으나, 행복한 노후와 삶의 질 향상 측면에서는 고용-교육-복지의 긴밀한 연계 하에 이들의 ‘손상된 존재감 회복’을 지원하는 보다 다양하고 적극적 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김 연구위원은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베이비부머가 행복한 노후의 기본적 인 전제 조건인 경제적 여건과 건강을 유지하는 가운데, 생계형이나 사회공헌 형 일자리, 전일제나 시간제 일자리 등 보다 다양한 형태의 일자리에서 자신 의 존재감을 회복해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법 ‧제도적 기반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계속고용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 및 이를 위한 노‧사‧정의 숙의과정, 연금체계 개편 방안 마련, 계속고용지원금 제도의 도입, 직무중심의 임금 체계 개선 방안 마련, 신중년 적합직무의 개발 등이 이와 관련된 주요 정책과제에 해당한다"며 향후 이에 관한 활발한 논의와 연구, 그리고 적극적인 대안 마련을 통해 지속가능한 고령 사회 대비를 위한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보고서는 한국고용정보원 홈페이지(www.keis.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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