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약 기술 격차, 중국과 좀처럼 좁히지 못해
“중장기적 투자로 지속가능한 발전 담보해야”
[한의신문=최성훈 기자] 2020년 한의약 R&D 예산이 올해보다 31.4% 증가한 204억5300만원으로 편성되면서 한의약 진흥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세계 대체·전통의학시장이 2015년 1140억 달러(131조8980억원)에서 2020년에는 1540억 달러(178조1780억원)로 나날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보다 장기적인 대규모 투자로 한의약 분야의 기술 수준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2020년 한의약R&D 신규과제 지원분야 사업설명회를 개최하고, 한의약 R&D 예산을 발표했다.
2020년 한의약 R&D 예산의 세부사항을 살펴보면 △한의약선도기술개발사업 72억3500만원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 77억7900만원 △한의기반융합기술개발사업 54억3900만원 등이다.
이번 예산 편성에서 한의약 R&D 예산이 크게 증가한 이유로는 한의약선도기술개발사업의 일몰로 내년부터 시행될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20~29)’이 꼽힌다.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을 통해 복지부는 근거창출 및 지침개발을 중점지원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공익적 연구개발에 초점을 맞춘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문제는 한의약선도기술개발사업을 포함한 복지부 한의약 R&D 예산은 지난 2016년을 기점으로 올해까지 ‘제자리걸음’이었던 상황.
실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간한 ‘(신)과학기술표준분류 중분류별 보건복지부 보건의료 R&D 투자 현황’에 따르면 한의과학 분야 R&D 예산은 △2012년 57억원 △2013년 75억원 △2014년 85억원 △2015년 130억원 △2016년 158억원 △2017년 160억원을 기록했다. 심지어 2019년 한의약 R&D 예산은 이전 2016년이나 2017년 보다 적은 156억원이었다.
이로 인해 한의계에서는 한의약 분야에 있어 최고기술 보유국인 중국과 비교했을 때 우리 한의학의 경쟁력은 더욱 약화될 것이란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었다.
실제 최고기술 보유국 대비 기술수준을 나타내는 ‘의료·바이오 분야 기술수준(KISTEP)’ 지표상에서도 우리나라의 지난 2016년 기준 ‘한의약 효능 및 기전 규명 기술’은 84.3%로 중국과 비교해(100) 약 2.9년 뒤쳐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2년 84.7%(3.1년)이나 2014년 83.9%(3.1년)과 비교해 봐도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국내 의료 분야 전체를 놓고 따져봤을 때(77.5%, 3.8년) 보다는 높지만 전 세계적으로 대체·전통의학시장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인 만큼, 이번 예산 증액이 일회성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게 한의계의 중론이다.
이에 대해 한의계 관계자는 “전 세계 대체·전통의학시장이 날로 커지는 상황에서 한의약이 국가의 확고한 산업으로 자리매김한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며 “물론 이 과정에서 한의의료가 과소평가되거나, 제 평가를 받지 못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그렇다고 중장기적인 방안을 찾지 않은 채 한의약 R&D 투자를 외면해선 지속가능한 발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속적인 연구 개발을 통해 선보이는 결과물들도 국가 산업과 한의계 임상가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며 “이 같은 선순환 구조는 궁극적으로 육성 계획의 비전인 ‘한의약을 통한 국민건강 증진과 국가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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