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한의진료실, “지부의 홍보·학회의 전문성·예비한의사의 열정이 어우러진 곳”
기사입력 2019.08.01 16:20“양적·질적으로 충실한 대회… 다시 못할 경험”
“급·만성 통증 관리에 특화된 스포츠한의학, 선수들도 만족”
[한의신문=윤영혜 기자]본란에서는 2019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선수촌 메디컬클리닉 한의과진료실에서 개막식 전 주였던 7월 5일부터 폐막식이 끝난 다음날인 7월 29일까지 상주하며 진료를 담당한 대한스포츠한의학회 소속 박윤형 기획위원으로부터 그간의 여정과 소감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폐막 소감.
지난달 5~29일까지 동안 단 2일만 쉬면서 진료실에서 오전9시부터 오후9시까지 하루 12시간 상주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선수들을 만났고 길을 지나가면 인사해주고 안부를 물어주는 선수들도 점점 많이 생겼다. 선수촌은 말 그대로 하나의 마을인데 그 안에서 한의사로서 어떤 역할을 가지고 선수들의 삶에 녹아들어갈 수 있었던 것이 즐겁고도 좋았다. 선수들이 아무 때나 한의과 진료실을 방문하면 항상 그 자리에 똑같이 있었고 인사해주고 치료해줬다. 그러다 보니 그들에게 조그마한 위로와 응원을 해 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앞으로 살면서 다시 못할 경험을 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한의진료실에 대해 평가를 해본다면?
이번에 총 진료 건수 중 선수와 팀 코치, 관계자등을 포함한 외국인의 비율이 72%였다. 평창올림픽 당시에도 강릉 선수촌에서 2주간 상주하며 근무해 봤지만 역대 대회 중 한의과 진료실에서 이렇게 높은 수치는 없었던 것 같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너무나 충실한 대회였다고 생각한다.
◇한의과의 성공적 운영 비결은 무엇일까?
우선 광주시한의사회에서는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치러본 경험을 고스란히 갖고 있어서 대회 준비 및 홍보를 완벽하게 할 수 있었다. 또 지역 내 모든 한의사들이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진료에도 정성을 기울였다. 원광대 한의대 봉사동아리 지역사회의료활동반 학생들의 진료 보조도 큰 몫을 했다. 예과 본과생으로 구성된 학생들이 접수 및 안내를 도맡아 해주고 선수 및 외국인들과 힘써 소통해 주었다. 덕분에 스포츠한의학회에서도 다년간의 의무 지원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진료실 분위기를 다잡고 보다 전문적으로 진료가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즉 광주시한의사회의 지역 사회 홍보 및 단합력과 스포츠한의학회의 전문성, 그리고 한의학의 미래인 원광대 한의대 학생들의 열정이 어우러져 다 같이 한 마음으로 큰 세계 대회에서 한의학의 위상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진료하면서 느낀 스포츠한의학의 장점은?
이번 대회에서도 한국 전통의학이 효과가 좋다는 입소문이 났다. 트레이너를 비롯한 코칭스태프들이 호기심에 먼저 방문 후 자국 선수들을 데리고 오는 경우가 있고 근이완을 목적으로 물리치료나 수기요법을 찾다가 한의진료를 경험하고 만족해서 입소문을 내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스포츠한의학은 침과 추나 치료로 통증을 조절하고 근골격 문제를 개선해 주는데다 진통제처럼 도핑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보니 처음 경험하는 선수들도 좋은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의진료는 급,만성 통증을 관리하는 데 특화돼 있을 뿐 아니라 급성손상의 감별로 타과와의 협진도 가능하다.
◇환자들의 반응은?
학회 소속으로 지원을 많이 다녀봤지만 점점 더 한의학에 대한 호응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걸 피부로 체험했다. 샘람사미 FINA 부회장은 진료를 세 번이나 받고 아내까지 같이 왔다. 뉴질랜드 수구팀도 코치가 왔다가 치료 효과에 만족해 선수들도 데리고 오고 수구티도 보내왔다. 우리나라의 이주영 선수도 입촌 후 거의 매일 온 걸로 기억한다. 터키의 싱크로나이즈드 선수는 무릎이 신체보다 뒤쪽으로 빠져있는 슬관절 과신전 증후군을 겪고 있어 근육에 힘도 부족하고 통증이 심했는데 침 치료를 해줬더니 효과가 좋다며 연습만 끝나면 매일 왔다. 8~9일 연속으로 찾아오다보니 더욱 신경을 쓰게 됐다.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는?
카자흐스탄 여자 수구 선수인 Alexandra zharkimbayeva는 1년이 넘은 두통과 어지러움 및 상지 무력감으로 내원했다. 쌍둥이 언니가 얼마 전 생리통으로 한의과 진료실에서 치료를 받고 데려왔다. 여담으로 카자흐스탄 선수들은 영어를 할 줄 아는 선수가 거의 없다. 그래서 진료할 때 구글 번역기를 항상 사용해야 하고 이 선수와도 의사소통 및 진료하는 데에 시간이 더 많이 걸렸다. 이 선수는 한의과에 오기 전 폴리클리닉 다른 과에서 x-ray 검사 후 진단을 받았으나 뾰족한 소견을 듣지 못하고 소견서 및 영상파일을 들고 내원했다. 자신의 증상을 상세히 담은 글귀를 보여주었고 선수촌에 머무르는 동안 치료를 받고자 했다. 경추, 턱관절, 여러 가지 근육의 문제가 있어 4회 치료했고 많이 호전됐다.
후에 이 선수는 치료받은 것이 너무 고맙다며 함께 찍은 사진을 인쇄하고 뒷면에는 감사의 편지를 적어 진료실을 방문했다. 선수촌 내 삼성체험관에서 한정판 사은품을 주는 서비스를 하는데, 시간이 없어 근처에 가지도 못하던 차였다. 하루종일 쉬는 날 없이 일해서 이 한정판 사은품들이 없을 줄 알고 챙겨왔다는 말이 위로가 됐고 감동받았다. 보답으로 기념품 가게에서 손톱깎이 세트를 선물해 주었는데 한 달 간 진료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다.
◇힘들고 고되지만 보람 있는 경험이었을 것 같다.
12시간 강도 높은 근무에 허리를 겨우 펴야 했지만 한의사로서 진료를 본다는 자체에 재미를 느끼는 시간들이었다. 특히 당장 시합에 나가야하는 환자들이다보니 어느 정도 즉시 개선되는 효과가 없었다면 다시 진료실을 찾지는 않았을 것이다. 즉각적으로 움직임을 개선시켜주고 통증만 줄여줘도 굉장히 만족해서 갔다. 부담스러운 치료는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치료했던 환자들의 경기는 최대한 시청하려 했다. 선수들의 움직임을 지켜보면 운동이 개선됐다는 생각에 더욱 뿌듯해졌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중간에 충원되긴 했지만 진료를 원하는 환자 수요에 비해 한의사의 수가 적었던 게 사실이다. 조직위원회 예산상 인력 등록의 여건이 있어 더 뽑지 못한 부분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자발적으로 참여해 준 한의사들이 있어서 진료실 운영에 차질은 없었으나 다음 대회 때는 한의 치료 수요에 맞게 더 많은 한의사들이 처음부터 참여할 수 있다면 더 섬세한 치료가 가능하지 않을까.
◇남기고 싶은 말.
선수단을 위해 마련된 의료서비스 중 하나인 한의과 진료실은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수단으로서도 톡톡히 제 구실을 해오고 있다. 한의 진료를 경험한 외국선수들과 스텝과 관계자들을 통해 우리 한의학의 우수성이 더 멀리 퍼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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