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서 수평선 같은 편안한 느낌을 받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 대구에서 동판화(etching)전시회를 개최한 누베베(울산) 한의원 김서영 원장에 대한 첫 느낌이 바로 그랬다. 그녀는 “작품과 함께 있으면 성당에서 기도하는 마음과 같다”고 말했다.
그런 느낌은 그녀의 작품에서 한결 더 커졌다. 작품의 구도가 모두 따뜻함과 평화로움이 묻어나는 수평·수직 구조였기에 더욱 더 그랬다. 그녀는 가늘고 섬세한 선으로 로마의 또 다른 모습을 표현해냈다. 그녀의 작품에는 로마의 상징이라 불리는 거대한 석상과 건물보다는 넓은 초원의 풀밭과 그 끝에 다다르면 보이는 커다란 소나무가 등장한다. 특히 김 원장이 가장 아끼는 작품이기도 한 ‘로마로 가는 길(Road to Roma)’이 바로 그랬다. 같은 그림을 세 가지 색상으로 표현해 낸 작품은 심정변화를 분명하게 표현해냈다. 작품은 초원의 풀밭을 묘사하고 있으며 그 끝에는 소나무가 버티고 있다.
유독 그녀의 작품에는 나무가 많았다. 이유를 묻자 김 원장은 “소유보다는 존재가 위대하고 소나무가 로마를 비웃는 듯한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고 전한다. 그녀에게 나무는 감정이입의 대상이며, 일종의 내적욕구의 표현소재인 셈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김 원장에겐 슬픈 사연이 있었다.
“미대를 진학하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쳐 꿈을 포기하게 됐죠. 하지만 마치 상사병에 걸린 것처럼 오랫동안 열병을 알았어요.”
오랜 세월동안 들끓는 예술 혼을 억누르는 과정이 그녀에게 많은 고통을 주었을 터. 그녀는 지난 해 1월 마침내 침묵을 깼다. 특히 동판화를 택한 이유를 자신의 그림이상에서 찾았다.
“동판화는 섬세한 선이 부식효과로 인해 더 돋보여요. 그래서 꾸미지 않고도 좀 더 자연스럽게 표현해낼 수 있는 장점이 있거든요.”
김 원장은 다음 전시회는 서울서 열어볼 생각이다. 작품 컨셉에 대해선 “특별한 틀은 없다. 물 흐르는 듯 지나가다보면 어떤 느낌이 모아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모호한 대답을 늘어놓는다. 그것은 어쩌면 더 이상 틀에 갇히고 싶지 않은 파랑새의 간절한 소망일지도 모른다. 한편 김서영 원장은 대구 한의대 11기로서, 현재 소아전문 프랜차이즈 누베베한의원 공동대표원장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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