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연장학회 진태준 이사장(제주도 진한의원장)

기사입력 2005.03.11 10:31

SNS 공유하기

fa tw
  • ba
  • ka ks url
    B0022005031137904.jpg

    유명 달리한 두 아들 넋 기리고자 출범
    한의대·의대생 66명, 효행자 18명 수혜

    “장학사업은 무엇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줄 때 기분 좋으면 그것으로 절대 만족하는 것이 이 사업이다.”
    올 해로 32년째를 이어오고 있는 동연(東燕)장학회의 설립자이자 이사장인 제주도한의사회 진태준 명예회장(진한의원/81세). 동연장학회는 올해까지 매년 한번도 빠지지 않고 66명의 한의대생 및 의대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또한 노인들을 정성을 다해 공경하는 효행자도 18명을 발굴, 시상함으로서 우리 사회의 올곧은 경로효친 사상을 심어주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와관련 진 회장은 “아들의 넋을 기리고자 시작한 장학사업이 어느새 사회적 책무로 수행하게 됐다”며 “이 과정에서 많은 보람을 느꼈는데 그것은 내 자신 스스로에 대한 만족”이라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만족’에는 사회공헌에 대한 긍지 외에도 짙은 슬픔이 함께한다. 이는 동연장학회의 설립 배경에서 찾을 수 있다.
    동연장학회는 당초 1973년 11월15일 제주도 오현고등학교에서 재학중 급환으로 유명을 달리한 아들 남철군의 이루지 못한 꿈을 키우고자 지난 1974년 ‘남철장학회’로 출범한 것이 시초다.
    하지만 1978년 1월7일 강원도 철원군에서 군 복무중이던 아들 용철군마저 호국의 영령으로 산화하자 두 형제의 죽음이 헛되지 않고, 영원토록 기억될 수 있도록 1979년부터 ‘동연장학회’로 명칭이 바뀌어 장학사업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불우 이웃에 희망의 메시지 전달
    4년 사이 두 아들을 잃어 억장이 무너지는 황당함과 깊고도 깊은 슬픔이 담긴 천붕(天崩)같은 한(恨)이 서려있는 사업이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장학금 전달은 한의대·의대생들에게만 지급됐다. 하지만 올해 장학사업 규정을 개정해 보다 폭넓은 수혜자들이 생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와관련 진 회장은 “의대에 진학하는 많은 학생들의 가정 형편을 살펴 본 결과 그들은 우리 장학회에서 돕지 않아도 충분히 학업을 마칠 수 있는 역량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앞으로는 의대생에 국한하지 않고 불우한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그 폭을 넓혀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 회장은 또 자신의 아호를 딴 ‘동연(東燕)’장학회와 관련, ‘東燕’이란 따뜻한 봄을 찾아 비행하는 제비를 뜻한다고 말했다.
    즉, 우리나라 우체국을 상징하는 마크가 ‘제비’인 것에서도 느낄 수 있듯 제비는 옛날부터 이로운 새로 알려져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해 왔다. 따라서 장학사업이 이 땅의 불우이웃들에게 삶의 용기와 위로를 전하는 복음으로 퍼져나가길 기원하는 의미란다.
    두 아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시작한 장학사업이 30여년을 넘긴 오늘 날 그동안의 결실에 대해 진 회장은 이렇게 말한다.
    “두 마리의 학(鶴)이 날고 간 자리에는 그들의 배설물(排泄物)이 밑거름되어 ‘산수(傘壽)’의 노송(老松) 주위엔 어느새 푸른 소나무들이 빼곡이 자리하게 됐다.”
    진 회장은 가슴 깊숙 한 구석에 자신의 아픔을 차곡차곡 쌓아 만든 30여년의 장학사업의 결과물이 이제는 훌륭한 인재를 배출, 지역사회는 물론 국가 보건의료에 기여하는 동량(棟樑)으로 자라난 것에 만족한단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진 회장은 최근 한의협을 찾아 중앙회관 건립기금으로 1천3백만원을 전달하기도 했다.

    봉사할 곳 찾아 모든 열정 쏟아
    긴 생애의 마지막 길을 걷고 있는 자신에게 봉사할 곳, 헌신할 곳이 남아 있다면 자신의 모든 열정을 토해 내겠다고 한다.
    진 회장은 “흐르는 시냇물에서 돌들을 치워 버리면 그 냇물은 노래를 잃는다”며 “인생에 있어서 역경과 고난의 돌을 치워버리면 우리는 삶속에서 아름다운 노래를 들을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따라서 자신이 많지 않은 금액이나마 정성을 다해 기울이는 장학사업이 불우이웃들에겐 마음 속 고이 간직하는 하나의 작은 돌이 돼 삶을 아름답게 꾸며 나가는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진 회장은 또 “인재를 기르는 것은 곧 미래를 키워 나가는 것”이라고강조했다.
    나라와 지역사회의 밝고 희망찬 내일을 이끌어 가기 위해 선도적 길을 걷고 있는 그의 외길인생의 참된 뜻은 우리 들 곁에 오랜동안 따뜻한 기운으로 남아 주위를 맴돌 것이다.
    backward top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