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한의대 김형민 교수

기사입력 2004.07.30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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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의학 연구는 한의학 본질을 훼손시키지 않는 방향에서 발전과 성장해나가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하며 현재 한의계 전반에 걸쳐 진행되고 있는 분석학적 학문접근에 우려의 눈길을 보내는 경희한의대 김형민 교수. 약사출신으로 한의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그는 한의계의 학문적 풍토는 분산보다는 힘을 집중할 수 있는 시스템이 중요한 과제라고 진단한다.
    한 때 SCI(science citation index)에 등재된 국제 전문학술지에 3년 연속으로 한약학과 학부생 전원의 논문을 투고하도록 지도하고 자신도 매년 SCI급 논문 30여편 이상을 독자적으로 발표하는 학구파인 김교수로부터 한의학의 미래와 현황을 들어보았다.(편집자 주)

    - 한의학의 미래는 어떤 비전이 있다고 보는가.

    첨단을 지향할수록 삶의 질 향상에 필요한 한의학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될 것이다. 하지만 그 동안 잘 가꿔온 한의학을 훼손시키지 않으면서 발전시켜야 한다고 본다. 미국 시카고대학 의학과 천수얀교수(American Journal of Chinese Medicine 편집위원장)는 “Tang Center”란 이름의 중국전통의학연구소를 매우 큰 자긍심을 가지고 운영하고 있다. 우리 ‘탕(湯)’의 가치도 극대화 시켜야 한다고 본다. ‘탕’ 중에 함유된 유효성분은 단순한 참고사항에 불과하다.
    현대 과학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알려진 비타민C도 합성품의 경우 여러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다. 한약 중 유효성분을 발굴해, 이른바 서양식 신약개발을 모색하거나 학문적 호기심 등으로 자신도 모르게 한의학을 왜곡시키는 경우가 많아지면 한의학의 미래 비전은 없어진다. 한의학을 바탕으로 한 학문적 성과물이 쏟아져 나올 때 세계인과 함께할 수 있는 한의학의 융성 시대를 맞이할 것이다.

    -한의계는 오래 전부터 한의학의 세계화에 이어 산업화를 주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넘어야 할 과제들이 많다고 보는데.

    국경없는 무한경쟁시대에 한의학을 특별보호 해야 한다는 유아적 생각을 우선 버려야 한다. 그리고 가장 좋을 때가 가장 큰 위기일 수도 있다는 경각심이 필요하다. 미래를 위해 인접 학문보다 더 우수한 과학적 성과물을 많이 도출할 수 있도록 불철주야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하며 힘을 합해 수적 열세를 극복해야 한다. 한의학을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똘똘 뭉쳐서 제도적 문제를 해결하고 실질적인 지적재산권의 확보와 제형도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

    - 우리 의료를 둘러싼 법과 제도는 한의학이 발전하기에 많은 장애와 한계를 느끼게 한다. 이같은 풍토 속에서 한의학이 자생력을 갖추고 살아가기가 점점 힘들어지는데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우리는 삼성이 특정분야 경쟁력 우위를 위해 최대 경쟁사인 소니와 힘을 합하는 시대를 살아간다. 한의학 발전을 위해서도 각 분야별로 우리 모두의 역량을 집결시킬 수 있는 시스템들이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개인이기주의나 상호 불신감이나 소모적 경쟁체제를 효율적이고 명분있고 상호 이익이 되는 협조 시스템으로 발전시켰을 때 그 상승효과는 매우 클 것이라고 본다.

    - 국내외 의료시장에서 한의약의 경쟁력과 장단점을 지적해 달라.

    한의약의 경쟁력은 한의학적 원리에 따라 다각적으로 검토된 과학적 효능, 안전성과 안정성, 복용의 편리성 등에 달려 있을 것이다. 한의약은 근원적인 치료 효과를 발휘하지만 치료율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특이적 효능을 지속적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우수 한약재 확보를 위해 투자하고, 과감한 제형개발을 위해 노력해야만 한다.
    모든 한의약은 GMP시설에서 생산돼야 할 것이고, 이를테면 탕제의 경우도 지역별 GMP 시설을 갖춘 업소에서 일괄 제조하여 환자한테 특송시키는 시스템 구축으로 제품의 신뢰도 향상을 꾀했으면 한다. 또한 양방처럼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일반약과 한의사 처방이 꼭 필요한 처방약으로 분류돼 발전했으면 한다.
    -최근 한의계 내부에서 주변학문과의 연계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이같은 학문 간의 연계에서 바람직한 방향과 방법론은 제시해준다면.

    미국의 경우 의사가 회진 때 PhD와 함께 한다고 한다. 한의학도 주변학문과의 연계를 넘어 적극 흡수 포용해야 한다고 본다. 이는 한의학의 한계 역시 존재하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질병을 유전자 수준에서 이해하고 있는 시대에 생물학 등 기초과학자의 도움은 필수적이 아닌가. 물론 한의학전공자가 인접학문도 얼마든지 잘 할 수 있겠지만 전공자도 많지 않고, 접근 방법 등도 차이가 있을 것이다. 이들과 자유롭게 수시로 토론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거나 한의과대학에 인접 학문을 전공한 전임교수를 많이 채용하는 것도 좋은 연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많은 SCI급 논문을 발표한 것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한의학 산업화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의학산업화가 쉽지 않은데 출발배경과 성과에 대해 말해 달라 .

    우리나라 식약청에서는 식품원료로 사용 가능한 안전성이 높은 한약재를 규정해 놓고 있다. 안전성이 높은 만큼 일반적으로 대단한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려운데 믿을만한 학문적 근거도 없이 과대광고에 의해 판매되고 있는 한약재를 원료로 한 건강식품들은 한의약의 신뢰도에 나쁜 영향을 끼친 것이 사실이다.
    또 자신의 아들보다 젊어진다거나 요강이 뒤집어진다는 유명 약주들 역시 한약을 가벼이 여기게 하는데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닌가 한다. 각 기업들은 마케팅 측면에서 볼 때 매우 훌륭한 전략일 수 있고 보편적 식품이나 기호품에 한약재를 가미함으로써 한약의 대중화에 기여했다고 볼 수도 있다. 반면 진정한 한의약의 가치를 전반적으로 희석시켰다고 할 수도 있다.
    부족하지만 ‘가미형개연교탕’을 많은 시험관실험, 동물실험 및 임상실험을 거쳐 10여편의 논문을 발표하고 미국특허획득 및 FDA승인을 거쳐 현재 미국에서 시판 중에 있다.
    최근에는 결명자, 산사, 녹차 등이 함유된 비만억제 약주도 개발 시판 중에 있다. 이들은 독성실험결과 모두 안전했고, 알코올 발효 했을 때 매우 효과적이어서 탕제, 환제처럼 한방 제형 중의 하나인 주제로서 활용될 수 있기를 바랐지만 주제를 의약품으로 허가받기까지는 여러 어려움이 있어 약주로 시판 중에 있다.
    이들 제품들은 실제로 모두 믿기 어려울 정도로 효과가 우수하다. 가미형개연교탕의 경우 공동연구에 참여한 양방 이비인후과 의사가 만성재발성삼출성중이염 환자에게 투여한 결과 삼출액이 없어져버려 분석할 검체를 얻을 수 없을 만큼 파워풀한 효과를 나타냈다. 나머지 두 제품도 대부분의 환자들한테도 매우 효과적이었다는 점을 확인했다.
    한의학 전공자가 아닌 본인이 한의학 연구에 빠져 들어가는 이유가 여기서 찾을 수 있지만 , 가까운 사람들조차 수년간에 걸쳐 자체 및 타기관 의뢰에 의한 반복실험결과를 근거로 출시된 제품에 대해 반신반의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끊임없이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 한의계는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인류의 건강을 위해 서양의학이 필요하지만 한의학 또한 당연히 필요하고 더욱 중요한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진정한 한의학 분야 연구결과가 많이 도출될 수 있도록, 그리고 세계적인 한의약 브랜드가 다수 탄생될 수 있도록 젊은 학생들을 지원할 계획이다. 전성호 기자 jsh@ako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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