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방 병용 치료 등 다양한 수준의 증례보고 확인
신선미 교수(세명대학교 한의과대학 내과학교실)
2019년 6월 마지막 주, 이미 지난 주에 도쿄에 지진이 일어났다는 기사를 접하고, 약간은 긴장한 채로 일본 하네다 공항에 입국을 했다. 매우 덥고, 습할 줄 알았지만 다행히 생각만큼 덥진 않은 날씨였다. 태풍 3호 스팟의 영향으로 간간이 비가 내리고, 바람이 강하게 불 뿐이었다.
개인 일정을 마치고 본격적인 2019년 JSOM(일본동양의학회) 참가 전에 함께 도쿄를 찾은 동료 교수 및 한의사분들과 저녁 식사 자리가 마련됐다. 증례보고 발표 멘토링을 위한 이 모임에서 나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인가라는 부담이 있어서인지 다소 긴장이 됐다.
“논문 작성을 내가 해야 하는 것인가?” “증례보고 활성화를 위해 나는 어떠 포지셔닝을 취해야 하는 걸까?” 올 초에 있었던 증례보고 발표 멘토링 첫 모임 후 이러한 고민을 계속 하고 있던 차에 한의협 김현호 전 학술이사의 말은 나의 걱정은 다소 누그러지게 했다.
“관심 있는 분야의 포스터 3개 정도를 자세히 보시고, 후기를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포스터 저자와 가볍게 이야기 하셔도 되구요.” 처음부터 가지고 있던 마음의 부담이 완화되었고, 다른 학회와 마찬가지로 부담 없이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에 대해서 어떠한 형식으로 증례보고가 되었는지를 보기로 했다.
일기처럼 환자의 증상 변화를 기술한 증례보고 눈길
토요일 아침, 무거운 몸을 이끌고 게이오프라자 호텔에 도착했다. 일본 의사들의 한방치료 증례보고 발표가 궁금했고, 오전 9시부터 제4학회장에서 시작한 한방입문강좌를 듣기 시작했다.
한방입문강좌여서 강의 내용은 다소 알아듣기 쉬웠다. 소화기계부터 복진과 관련한 이야기 또한 한국에서 접할 수 있는 내용들이었다. 다만 한국보다 좀 더 체계적으로 처방을 사용하고, 다소 양진한치적으로도 접근할 수 있었지만, 복진, 맥, 설진 등을 통한 변증을 통해 환자를 파악하고 이를 통한 한약 처방을 내린다는 정형화된 패턴을 볼 수 있었다.
오전 강의를 듣고, 포스터 섹션으로 내려갔다. 포스터 섹션은 두 군데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내가 관심이 있던 분야는 4학회장과 다소 떨어진 작은 섹션이었다. 내분비, 신장질환 관련 파트였는데, 군데군데 포스터를 만들지 못해 초록을 PPT로 출력하여 급하게 발표한 증례보고를 보니, 역시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도 이런 저자들이 있다는 점에서 강한 유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
정형화된 증례보고 형식이 아닌, 일기처럼 환자의 증상 변화를 기술한 증례보고도 눈에 띄었고, 2형 당뇨병 환자에게 GLP-1 수용체 치료를 하면서 한방치료를 병행하여 치료한 증례보고도 눈에 띄었다.
당귀사역가오수유생각탕이라는 처방을 쓴 환자들을 모아 이들을 골반통 증후군(방광통 증후군, 아마도 일종의 疝氣로 생각되어진다)으로 명명한 뒤 환자의 병명, 증상 등을 분석한 논문도 그 형식에 있어서 다른 증례보고와는 차별화 되어 눈길을 끌었다.
토요일 강의는 첫 시간부터 내분비 대사질환이었기 때문에 앞자리 사수를 위해 그 전날보다 일찍 학회장에 도착했다. 당뇨병, 비만, 대사증후군, 갑상선 질환에 대한 한방치료 효과에 대한 강의였는데, 비만 치료에 쓰이는 마황의 약리 기전을 자율신경계 말단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과 연관시켜 자세히 설명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이후 이어진 소아과 강의에서는 환아의 탈모 치료 개선 효과가 너무나도 우수하여, 한방 단독 치료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교수로서 학생들에게 강의할 때 마다 저 학생은 왜 내 강의시간에 졸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이번 학회 때 오랜만에 강의를 집중해서 듣다 보니 학생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오전부터 오후까지 30분 간격으로 이어지는 6개 이상의 강의를 듣는 과정에서 쏟아지는 졸음 때문에 굉장히 고생했다(아마도 2학기 수업시간에 조는 학생들을 조금이나마 너그럽게 봐 줄 수 있을 듯 하다).
내년 국내서 개최 예정인 ICOM서 많은 우수 증례 보고 발표 기대
이번 JSOM에서 증례보고 현황을 보니, 결코 우리 한국의 증례보고 수준이 떨어지지 않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일본도 그냥 형식 없이 일기처럼 기술한 증례보고에서부터 여러 케이스를 묶어서 패턴화한 증례보고, 단순 1례에 해당하는 한·양방 병용 치료 증례보고까지 다양한 수준의 증례보고들을 볼 수 있었다.
이는 현재 한국에서 발표되는 증례보고보다 형식적인 면에서 다소 부족한 경우도 많았고, 국내에서도 대학병원, 수련의들에 대한 증례보고 교육 뿐만 아니라, 개원가에서도 이뤄진다면, 우수한 증례보고 발표가 이뤄질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내년 개최되는 ICOM에서 여러 증례보고 현황들을 많이 발표됐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한의학의 우수성과 발전 가능성을 이번 JSOM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가 됐다.
신선미 교수(세명대학교 한의과대학 내과학교실)
2019년 6월 마지막 주, 이미 지난 주에 도쿄에 지진이 일어났다는 기사를 접하고, 약간은 긴장한 채로 일본 하네다 공항에 입국을 했다. 매우 덥고, 습할 줄 알았지만 다행히 생각만큼 덥진 않은 날씨였다. 태풍 3호 스팟의 영향으로 간간이 비가 내리고, 바람이 강하게 불 뿐이었다.
개인 일정을 마치고 본격적인 2019년 JSOM(일본동양의학회) 참가 전에 함께 도쿄를 찾은 동료 교수 및 한의사분들과 저녁 식사 자리가 마련됐다. 증례보고 발표 멘토링을 위한 이 모임에서 나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인가라는 부담이 있어서인지 다소 긴장이 됐다.
“논문 작성을 내가 해야 하는 것인가?” “증례보고 활성화를 위해 나는 어떠 포지셔닝을 취해야 하는 걸까?” 올 초에 있었던 증례보고 발표 멘토링 첫 모임 후 이러한 고민을 계속 하고 있던 차에 한의협 김현호 전 학술이사의 말은 나의 걱정은 다소 누그러지게 했다.
“관심 있는 분야의 포스터 3개 정도를 자세히 보시고, 후기를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포스터 저자와 가볍게 이야기 하셔도 되구요.” 처음부터 가지고 있던 마음의 부담이 완화되었고, 다른 학회와 마찬가지로 부담 없이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에 대해서 어떠한 형식으로 증례보고가 되었는지를 보기로 했다.
일기처럼 환자의 증상 변화를 기술한 증례보고 눈길
토요일 아침, 무거운 몸을 이끌고 게이오프라자 호텔에 도착했다. 일본 의사들의 한방치료 증례보고 발표가 궁금했고, 오전 9시부터 제4학회장에서 시작한 한방입문강좌를 듣기 시작했다.
한방입문강좌여서 강의 내용은 다소 알아듣기 쉬웠다. 소화기계부터 복진과 관련한 이야기 또한 한국에서 접할 수 있는 내용들이었다. 다만 한국보다 좀 더 체계적으로 처방을 사용하고, 다소 양진한치적으로도 접근할 수 있었지만, 복진, 맥, 설진 등을 통한 변증을 통해 환자를 파악하고 이를 통한 한약 처방을 내린다는 정형화된 패턴을 볼 수 있었다.
오전 강의를 듣고, 포스터 섹션으로 내려갔다. 포스터 섹션은 두 군데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내가 관심이 있던 분야는 4학회장과 다소 떨어진 작은 섹션이었다. 내분비, 신장질환 관련 파트였는데, 군데군데 포스터를 만들지 못해 초록을 PPT로 출력하여 급하게 발표한 증례보고를 보니, 역시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도 이런 저자들이 있다는 점에서 강한 유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
정형화된 증례보고 형식이 아닌, 일기처럼 환자의 증상 변화를 기술한 증례보고도 눈에 띄었고, 2형 당뇨병 환자에게 GLP-1 수용체 치료를 하면서 한방치료를 병행하여 치료한 증례보고도 눈에 띄었다.
당귀사역가오수유생각탕이라는 처방을 쓴 환자들을 모아 이들을 골반통 증후군(방광통 증후군, 아마도 일종의 疝氣로 생각되어진다)으로 명명한 뒤 환자의 병명, 증상 등을 분석한 논문도 그 형식에 있어서 다른 증례보고와는 차별화 되어 눈길을 끌었다.
토요일 강의는 첫 시간부터 내분비 대사질환이었기 때문에 앞자리 사수를 위해 그 전날보다 일찍 학회장에 도착했다. 당뇨병, 비만, 대사증후군, 갑상선 질환에 대한 한방치료 효과에 대한 강의였는데, 비만 치료에 쓰이는 마황의 약리 기전을 자율신경계 말단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과 연관시켜 자세히 설명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이후 이어진 소아과 강의에서는 환아의 탈모 치료 개선 효과가 너무나도 우수하여, 한방 단독 치료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교수로서 학생들에게 강의할 때 마다 저 학생은 왜 내 강의시간에 졸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이번 학회 때 오랜만에 강의를 집중해서 듣다 보니 학생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오전부터 오후까지 30분 간격으로 이어지는 6개 이상의 강의를 듣는 과정에서 쏟아지는 졸음 때문에 굉장히 고생했다(아마도 2학기 수업시간에 조는 학생들을 조금이나마 너그럽게 봐 줄 수 있을 듯 하다).
내년 국내서 개최 예정인 ICOM서 많은 우수 증례 보고 발표 기대
이번 JSOM에서 증례보고 현황을 보니, 결코 우리 한국의 증례보고 수준이 떨어지지 않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일본도 그냥 형식 없이 일기처럼 기술한 증례보고에서부터 여러 케이스를 묶어서 패턴화한 증례보고, 단순 1례에 해당하는 한·양방 병용 치료 증례보고까지 다양한 수준의 증례보고들을 볼 수 있었다.
이는 현재 한국에서 발표되는 증례보고보다 형식적인 면에서 다소 부족한 경우도 많았고, 국내에서도 대학병원, 수련의들에 대한 증례보고 교육 뿐만 아니라, 개원가에서도 이뤄진다면, 우수한 증례보고 발표가 이뤄질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내년 개최되는 ICOM에서 여러 증례보고 현황들을 많이 발표됐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한의학의 우수성과 발전 가능성을 이번 JSOM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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