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 치료 가치를 현대 의과학적 맥락서 이해하는데 도움될 것”

기사입력 2019.05.3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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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훈1

    이 승 훈 경희대한방병원 침구과 교수

    침의 최신 과학적 기전부터 임상 근거까지 한권에 정리
    이승훈 교수, ‘침의 과학적 접근과 임상활용’ 번역 출간

    이승훈2
    최근 의학계에서 근거중심의학이 강조되면서 한의학 분야에서도 무작위대조시험이나 체계적 문헌고찰 등을 통해 다양한 질환에 대한 침의 임상근거들이 마련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침의 효능이 어떠한 과학적 기전으로 발생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경희대한방병원 침구과 이승훈 교수는 1998년 초판이 소개된 이후 2016년 전면 개정된 바 있는 'Medical Acupuncture: A Western Scientific Approach'를 번역한 '침의 과학적 접근과 임상활용'공동 역자: 강중원, 권승원, 김건형, 김태훈, 이지은, 조대현)을 출간했으며, 출판 5일만에 1쇄 선주문이 완료되고 2쇄 인쇄가 들어가는 등 큰 호응을 얻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이승훈 교수는 전통경락이론에 과학적 접근법을 접목한 침 치료를 바탕으로 실제 임상 진료뿐 아니라 현재 보건산업진흥원 한·양방 융합과제를 수행하는 등 침의 과학적 근거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이 교수는 이번 서적 발간과 관련 "이 책은 △침의 과학적 기전 △과학적 임상 접근법 △침과 유사한 다른 치료법들 △침 임상연구 방법론 △21개 질환에 대한 임상 활용으로 구성돼 있으며, 크게 보면 '침의 과학적 기전'과 이를 바탕으로 한 '임상 활용'으로 나뉠 수 있다"며 "즉 침의 자극방법에 대한 과학적 기전에서부터 다양한 질환에 대한 임상 근거까지 잘 정리돼 있어, 침 치료의 가치를 현대 의과학적 맥락에서 이해하고자 하는 의료인 및 연구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이승훈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Q. 침의 과학적 기전은 어떠한지?
    “과학적 접근방법에서는 침 치료를 국소(local) 자극, 분절적(segmental) 자극, 전신적(general) 자극 등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선 국소 자극은 흔히 아시혈로 알려져 있는 환부를 직접 자침하는 근위 취혈을 말하는 것으로, 말초 조직에 침 치료를 시행하면 축삭반사, 아데노신A1수용체 활성, 근막유발점 비활성화 등을 통해 국소 부위의 통증을 줄이거나 혈액 순환이 원활해진다. 이는 아시혈의 실제 과학적인 기전으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음을 설명하는 것으로, 즉 특정 질환에서는 국소 아시혈 치료가 원위 경혈 자침에 비해 효과적일 수 있음을 말한다. 특히 근골격계 질환 치료의 경우 아시혈 치료의 기전을 알고 정확한 자극을 주는 것이 중요한데 이때 과학적 기전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또 분절적 자극은 신경이나 경락을 따라 자극하는 방법으로, 주로 물리치료에서 사용하는 ‘관문조절설’을 통해 설명된다. 또한 체성 신경은 내장 신경과 척수 후각에서 연접해 뇌로 상행하며, 전통 경락체계에서도 경맥이 장부와 연결되거나 다른 장부로 분지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방법을 통해 체표 경혈 자극이 특정 내부 장기를 조절하는 원리를 설명할 수 있다. 특히 이를 바탕으로 체성내장반사 등을 통한 배수혈과 복모혈 자침이 임상적으로 중요하다.
    또한 전신적 자극은 흔히 오수혈 등을 이용한 원위 취혈법에 대한 원리를 설명한다. 척수나 뇌에서 베타엔도르핀, 도파민, 세로토닌 등의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통하거나 뇌의 변연계와 같이 정동적인 영역에 작용해 전신적인 통증 억제, 약물 중독, 우울증, 불임 등의 치료효과를 설명할 수 있다.”

    Q. 한의사가 침의 과학적 기전을 알아야 할 이유는?
    “한의사는 침의 전문가이다. 그래서 침을 해석하는 관점인 전통경락학설과 의과학적 맥락(과학적 기전, 근거중심의학) 모두에서 전문가가 돼야 한다. 그 중 이번 서적에서는 침의 전문가로서 알아야 할 두 가지 관점 중 하나인 의과학적 맥락에서 침의 자극 방법에 대한 과학적 기전과 함께 다양한 질환에 대한 임상적 근거를 두루 소개하고 있다. 또한 전통경락학설 뿐 아니라 의과학적 맥락을 모두 잘 이해한다면, 실제 임상에서 침 치료를 더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즉, 침의 과학적 기전을 알면 전통경락학설에서 제시했던 이론들을 좀 더 세부적으로 이해하고 임상에 구체적으로 적용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언제 환측이 아닌 건측에 침 치료를 해야 하는지, 보사법에 따른 자극이 어떻게 다른지, 치료 시간은 몇 분을 해야 가장 효과적인지, 전침 치료시 몇 Hz가 가장 적절한지 등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다.”

    Q. 침 치료원리를 이해할 때 전통경락학설과 과학적 관점이 공존할 수 있을까?
    “침 치료가 일반 물리 자극요법과 다른 점은 단순히 국소 자극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체를 유기적인 체계로 인식하고 표와 본을 치료하는 한의학 이론의 맥락 하에 치료를 시행한다는데 있다. 이때 표증 치료를 위한 국소 자극(근위 취혈)은 해부학 및 신경생리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아시혈, 통증유발점 등을 치료해야 한다. 그러나 본증 치료를 위한 경혈 자극(원위 취혈)은 과학적인 관점을 견지하되 전통적으로 사용되던 오수혈이나 배수·복모혈을 활용해 장부나 전신적인 측면을 치료할 필요가 있다. 근위 취혈에 대한 과학적 기전은 많은 연구들을 통해 밝혀져 있지만, 원위 취혈의 경우 척수상위, 변연계, 자율신경계 등을 통해 전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앞으로 많은 연구가 필요한 실정이다. 단, 원위 취혈은 경혈 자체의 속성에 의미가 있는 것이지, 혈자리를 오행이나 육기에 배속해 단순히 이론적으로만 그 혈성을 해석하거나 운용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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