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특허청 서기관이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약초를 한눈에 정리한 책을 펴내 화제가 되고 있다. 책에서 소개하는 특허와 연구 논문 건수가 1,300여 건, 수재된 사진 수는 1,700여 장에 이르는 등 지금까지 나온 책과 차별화되어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허청 조식제 서기관이 최근 발간한 ‘특허로 만나는 우리 약초’(아카데미북)는 약 700여 쪽의 분량으로, 동네 뒷산에서 만날 수 있는 나물, 지리산·덕유산·오대산 등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귀한 약초에 이르기까지, 특허나 논문으로 발표되어 있는 자원식물(약용식물) 260여 종을 선별해 소개하고 있다. 저자가 직접 찍은 약초의 4계절이 천연색으로 담겨 있어 읽는 재미보다 보는 재미가 더 크다.
특히 ‘방약합편’이나 ‘동의보감’ 등에서 밝히는 기존 한의약 정보와 함께 △최근 발표된 특허·연구 논문에서 밝히는 새 효능 △피부미백·주름살 개선과 같은 한방화장품으로서의 이용 가능성 △혼동되기 쉬운 약초 구별법 △귀한 약초나 버섯의 재배법도 곁들여 소개하고 있다.
저자가 약초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계기는 특허청에서 약용식물 관련 특허 심사를 맡으면서부터다. 약용식물에 관한 특허 연구 자료들을 검토하고 심사하면서 그간 우리 선조들이 수천 년 동안 이용해 온 약초들이 귀한 자원식물이라는 것을 확실히 인식하게 되었다.
조 서기관은 "우리 약초들에 대한 한의약 지식의 객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동의보감, 방약합편 같은 고전 의서뿐만 아니라 최근 발표되는 연구 논문, 관련 특허 등을 살펴보면서 자생식물의 가치와 특성을 알게 되었고, 이를 보기 쉽게 정리했다"고 밝혔다.
조 서기관이 책을 낸 데는 가슴 아픈 사연이 하나 있다. 몇 년 전 친형이 암으로 세상을 떠난 것. 현대의학을 온전히 믿고 의지했지만 한계가 있음을 깨닫고, 그를 보충할 수 있는 항암 약초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높은 산, 깊은 숲을 헤치고 다니면서 수많은 약초를 만나고 약효도 나름대로 체험했지만 그 과정에서 가장 크게 깨달은 것은 ‘자연 그 자체가 지니고 있는 치유의 힘’이었다.
조 서기관은 말한다. “숲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수많은 생명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움직이는 동물계, 한자리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식물계, 버섯과 같은 균계의 온갖 생명체들이 이 지구라는 초록별에 함께 하고 있는 것입니다. 식물은 에너지를 생산하는 반면, 동물은 다른 생명을 이용해서 생존하지만 알게 모르게 식물이나 균류들의 번식을 도와주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균류는 사멸된 동식물의 사체를 분해하여 자연에 되돌리는 역할을 하는데, 분해된 동식물은 다시 식물, 동물에게 흡수되어 그 자양분이 되는 것입니다. 저도 언젠가는 생명이 다하게 될 것이고, 자연 속에 흩뿌려진 제 몸 일부는 어느 식물의 꽃으로도 피어날지 모르고, 혹은 이름 모를 나비의 일부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저자(조식제) 소개:-前 지식경제부 사무관 -現 특허청 서기관, 심사관, 심판관 -네이버 카페 ‘약초천국’ 매니저, 네이버 블로그 ‘如雲 如旅’ 운영 -우리숲진블로그 3, 4기 나뭇잎 블로거
△출판:아카데미북(02-927-2345), 가격 6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