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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6월 19일 (금)

신간

책이 있는 풍경2 /

  • 작성자 : 한의신문
  • 작성일 : 04-04-20 11:03
  • 조회수 : 968
“과거에 사로잡히지 않고, 미래를 꿈꾸지 않는다. 현재는 점이 아니라 영원히 계속되어 가는 것이라는 깨달음이 내 가슴을 때렸다. 나는 과거를 되살리지 않고, 미래를 기대하지 않고, 현재를 울려 퍼지게 해야 한다.” 오랜만에 가슴 속에 깊은 감동을 남겨 놓았다고 생각이 든 책 한 권을 읽었다. ‘냉정과 열정사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는 이 책은 남녀의 사랑이라는 주제를 놓고 남자의 입장은 ‘츠지 히토나리’라는 남자 작가가(Blu), 여자의 입장은 ‘에쿠니 가오리’라는 여자 작가가(Rosso) 써내려간 특이한 형식의 책이었다. 아오이의 사랑 - Rosso 뜨거운 물이 받아져 있는 욕조에 들어가 책을 읽으며 명상 즐기기를 좋아하는 여자. 힘들고 견디지 못하는 일이 있을 때마다 그녀가 몸을 숨기는 도피처이기도 하다. 애인 마빈과 함께 행복한 생활을 하던 도중 첫사랑 쥰세이에게 편지가 온다. 그동안 잊고 살았던 첫사랑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혼란을 겪게 되는 아오이. 결국 마빈과 헤어지고, 가슴 속 깊이 묻어 놨던 쥰세이를 하나하나 들추어 가다가 자신의 서른살 생일날 피렌체의 두오모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했던 것을 기억해 내고 그날 서로 재회를 하게 된다. 아오이의 사랑은 냉정이다. 쥰세이의 편지가 오기 전까지 아오이에게 첫사랑이 있었을 것이라는, 잊지 못하는 사랑이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녀는 마빈이 전부고, 그 모습이 행복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녀에겐 과거에 잊지 못하는 첫사랑이 있었다. 그러나 잊지 못하는 사랑이었다고 해도 아오이에게 그 사랑은 과거일 뿐이다. 그녀는 쥰세이가 있을 곳은 오직 자기 가슴뿐이라는 깨달음을 안고 새로운 내일을 예감하며 그를 가슴속에 묻는다. 쥰세이의 사랑 - Blu 고대 미술품 복원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그는 현재 매미와 교재 중이다. 남자는 쉽게 첫사랑을 잊지 못한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는 매미를 보면서 아오이를 떠올리고, 매미의 행동과 아오이의 행동을 비교하기도 한다. 아오이와 헤어지게 된 것을 자기의 커다란 오해 때문이라고 후회하던 중 그녀에게 편지를 쓰게 되고, 며칠 후 자동응답기에 남겨진 메시지를 듣고 아오이임을 직감하고, 그 후 그녀의 전화만 애타게 기다린다. 아오이의 30번째 생일날 피렌체의 두오모에 오르자고 약속했던 것을 항상 생각하며 아오이를 잊지 못하는 쥰세이. 그날 드디어 두오모에서 그녀와 재회한다. 쥰세이의 사랑은 열정이다. 스토리가 전개되는 내내 아오이를 못잊는 쥰세이의 마음은 애절할 정도다. 1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사랑이지만 그에겐 그 시간의 터울은 무의미하다. 아직도 아오이가 곁에 있기라도 한 양 그녀의 모든 것을 다 기억하고 있다. 결국 그 열정이 아오이를 다시 찾게되는 중요한 매개체로 작용하고, 차갑기만 한 아오이의 사랑에 열정이 잠시 주춤했지만 결국 밀라노행 열차에 발을 올려놓으며 다시 그 열정을 불태우게 된다. 여러가지 방법으로 해석 가능 이 책을 처음 집어들 때, ‘그냥 흔한 남녀간의 사랑이야기를 담은 연애소설이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특이한 제목이 관심을 끌기엔 충분했고,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새로운 시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기존 소설에서도 주인공들의 시점 변화를 통해서 동시에 바라보기를 시도해 왔다고 할 수 있지만 소설가가 남자냐 여자냐에 따라 시점은 한 곳으로는 치우치기가 쉽다. 이에 반해 ‘냉정과 열정사이’는 남녀 작가가 함께 만들어냈기 때문에 새로운 시선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러한 새로운 시선 덕분에 이 책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읽을 수가 있다. 첫 번째 Blu를 먼저 읽고 Rosso를 읽을 수가 있을 것이고 이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두 번째 Blu와 Rosso의 한 단락씩을 읽어나가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다양한 사랑의 형태 제시 ‘냉정과 열정사이에는 도대체 무엇이 있을까?’라는 질문이 이 책을 읽는 동안 머릿속을 돌아다녔다. 아오이와 마빈의 사랑, 쥰세이와 메미의 사랑, 이것을 두고 저자는 ‘냉정’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옛사랑을 미치도록 그리워하면서,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시작한 사랑. 처음부터 그 사랑에 뜨거움이나 열정은 있을 수 없는 것이었다. ‘그것도 사랑이다, 아니다’를 섣불리 이야기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그 사랑은 열정적인 사랑은 아니다. 오히려 차가움을 동반한 냉정한 사랑이었음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그에 반해 아오이와 쥰세이의 사랑은 운명이라고 밖에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활활 타오르는 뜨거운, 열정적인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냉정과 열정사이’, 예전에 사랑했고, 지금 사랑하고 있으며, 미래에 또 사랑하며 살고 있을 모든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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