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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평원 광주전남본부, 폐의약품 수거사업 ‘지원’[한의신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광주전남본부(본부장 임상희·이하 광주전남본부)는 올해 광주광산시니어클럽과 함께 폐의약품 수거사업을 추진한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폐의약품 수거사업은 광주광산시니어클럽 어르신들 70여 명이 관내 어린이집 및 지역아동센터 등을 방문해 폐의약품을 수거하고, 광주전남본부는 폐의약품 수거에 참여한 대상자에게 화장지 등 생활물품을 지원할 예정이다. 광주전남본부와 광주광산시니어클럽은 2022년부터 업무협약을 체결해 지역사회 노인일자리 창출을 위해 상호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앞서 21일에는 광주전남본부 김명호 지역심사평가위원장이 광산시니어클럽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고령층 의약품 오남용 예방 및 폐의약품 안전 수거’에 대한 교육을 실시한 바 있다. 임상희 본부장은 “폐의약품의 올바른 배출에 대한 주민 접근성을 높여 안전한 의약품 사용 환경 마련을 위해 앞장서겠다”면서 “폐의약품 수거사업을 통한 노인일자리 창출이 어르신들의 노후생활에 건강한 활력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
국내 결핵환자 13년째 감소했지만 노인·외국인 환자 비율은 늘어[한의신문] 우리나라 결핵환자가 13년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65세 이상 고령층과 외국인 결핵환자의 비율은 점차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청장 지영미)은 24일 ‘제15회 결핵예방의 날’을 맞아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4년 결핵환자 신고현황을 발표하고 지난해 결핵환자가 총 1만7944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대비 8.2% 감소한 수치로, 2011년 이후 지속된 감소 추세가 이어진 것이다. 전체 결핵환자 중 신규 환자는 1만4412명(80.3%), 재발 및 재치료 환자는 3532명(19.7%)으로 분류됐다. 재발 환자는 1832명, 치료 실패 후 재치료는 32명, 치료 중단 후 재치료는 171명이었으며, 이 외에도 과거 치료력이 불명확한 환자도 554명 포함됐다. 연령대별로는 고령층 환자 비율이 여전히 높았다. 65세 이상 환자는 전체의 58.7%인 1만534명에 달했다. 특히 80세 이상 고령자에서는 인구 10만 명당 환자 수가 205.1명으로 증가하는 등 결핵이 고령층에서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5세 미만 연령층의 환자율은 10만 명당 18.0명으로, 고령층과는 6배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외국인 결핵환자 수는 1077명으로 전체의 6.0%를 차지했다. 절대 수치는 줄었으나 전체 환자 대비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결핵 환자 수는 2011년 5만491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매년 평균 7.6%씩 감소해 2024년까지 총 64.5% 줄었다. 인구 10만 명당 환자 수는 같은 기간 100.8명에서 35.2명으로 크게 낮아졌다. 연령표준화 환자율 역시 하락세를 이어갔다. 결핵 유형별로는 폐결핵 환자가 1만4095명(78.5%), 폐외결핵 환자가 3849명(21.5%)이었다. 도말양성 폐결핵 환자는 4658명으로 전체 결핵환자 중 26%를 차지했다. 약제내성 결핵은 461명으로 전년 대비 16.3% 감소했다. 약제내성 유형은 크게 다제내성결핵(MDR-TB), 리팜핀단독내성결핵(RR-TB), 이소니아지드단독내성결핵(INH-R TB), 광범위약제내성결핵(XDR-TB), 그리고 그 전 단계(pre-XDR-TB)로 구분되며, 이 중 리팜핀과 퀴놀론계 약제 모두에 내성을 보이는 pre-XDR, XDR 사례도 점차 드러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고위험군 조기 발견과 치료 성공률 제고를 위해 ‘찾아가는 결핵검진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약 18만7000건의 검진을 통해 133명의 결핵환자를 조기에 발견했으며, 전국 결핵 역학조사반의 활동으로 집단시설 및 가족 접촉자 중 250명의 추가 환자도 조기에 확인됐다. 이는 전년 대비 25% 증가한 수치다. 민간·공공 협력체계(PPM)에 기반한 통합관리 사업도 본격화되고 있다. 올해부터는 진단, 복약관리, 사회복지 연계, 전문치료까지 아우르는 맞춤형 관리가 추진되며, 전국 174개 의료기관과 259개 보건소에 총 889명의 전담 인력이 배치돼 환자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외국인 환자에 대한 접근성도 강화된다. 질병청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10개 언어로 구성된 안내문을 제작·배포할 계획이며, 관계 기관과의 연계를 통해 검진 접근성과 진단율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결핵 퇴치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도 확대된다. 다제내성결핵 조기 진단기술과 고위험군 예측 모델, 단기 치료법 개발이 추진 중이며, 치료 후 환자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후유증 관리 연구도 함께 진행된다. 한편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결핵예방의 날 기념식에서는 결핵관리 유공자 80명에 대한 정부 포상이 진행됐다. 대통령 표창은 김주상 인천성모병원 교수와 이재호 분당서울대병원 교수가, 국무총리 표창은 황민희 아주대병원 간호사와 전남 영암군 보건소가 각각 수상했다. 지영미 청장은 “세계적으로 결핵 환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국가결핵관리 사업을 통해 13년 연속 감소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결핵은 과거 질병이 아닌 현재진행형 감염병인 만큼 고위험군 중심의 정기검진과 사회적 관심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
신미숙 여의도 책방-62신미숙 국회사무처 부속한의원 원장 (前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 [편집자주] 『신미숙의 여의도 책방』은 각 회마다 1개의 키워드에 5권의 도서를 추천하는 형식으로 이어갑니다. 새해 결심상품으로 골프나 테니스 혹은 배드민턴을 시작한 분들이 많았던 모양이다. 초심자의 설렘은 열정 과다로 이어지고 이 초과분은 바로 의도치 않은 부상을 야기한다. 스포츠 손상을 피하며 끝까지 보람과 재미만 느낄 수는 없는 법이다. “이제 막 재미 붙였는데, 어제 경기하다가 삐끗했어요”, “코치가 잘 한다고 칭찬해서 마지막 경기는 안 뛰었어야 했었는데 다친 사람 대타로 경기하다가 제가 더 크게 다쳤지 뭡니까” 응급실로 실려갈 정도의 골절이나 근육파열은 아니지만 급성 손상이라 응급 처치가 필요한 상황을 자주 목격한다. 아이스팩과 사혈처치, 침치료 후 보호대 고정 그리고 주의사항 교육까지가 풀세트로 수행되어야 하는 중요한 시기. 운동에 열심인 사람들은 몸 관리도 잘해온 사람들이라 그런지 치유 속도도 빠르다. 하루하루 달라지는 호전의 경과를 관찰하는 것도 재미있고 오래 지나지 않아 다시 운동장으로 복귀하여 국회 내 동아리 팀전에서 우승했다는 소식을 나중에라도 전해오면 그 또한 기쁜 일이다. 스포츠한의학회 소속으로 국가대표들을 직접 치료하는 주치의 한의사들의 보람과 자부심은 남다를 것 같다. 선수가 메달을 따면 같이 메달을 딴 동료나 감독의 딱 그 심정으로 주치의도 먼 발치에서 눈물을 글썽이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부상이 잦은 라켓 운동 종사자들은 평소에 스트레칭을 하면 확실히 덜 다치는 걸 알면서도 워밍업과 쿨링다운, 말이 쉽지 그게 참 잘 안 되더라는 말을 자주 한다. 문진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운동에 대한 이야기들을 종합해 보면 여환 2명 중 1명은 요가, 필라테스, 발레 등의 스트레칭 위주의 운동을 필수적으로 겸하고 있는 것 같다. “필라테스를 주 2회 다니고 있어요”, “점심시간 요가 클래스가 있어서 주 5회 배우는 중입니다”, “체력단련실에 스트레칭 공간이 있어서 일주일에 두세번은 몸 풀러 가요”, “경미한 교통사고가 있었는데 해오던 운동이라 그냥 했어요. 필라테스니까 몸을 더 풀어줄 것 같아서. 그런데 더 아플 수도 있나요?” 등등. 필라테스, 최근 20여년 사이 폭발적으로 성장 2004년 모 백화점의 문화센터에 개설된 ‘요가 필라테스 스트레칭’이라는 강좌가 국내 필라테스 대중화의 첫 걸음이었다. 지난 20여년 사이 국내 필라테스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여 2023년 통계자료에 의하면 교습소 숫자가 1200개를 훌쩍 넘긴 것으로 알려져 있고 발레나 체육 전공자들 여기에 운동처방사, 물리치료사들까지 다양한 전공자들이 각 분야의 명예(?)를 걸고 필라테스 지도자에 합류하고 있는 실정이다. 부산대 한의전 입학생 중에도 요가 지도자 출신이 있었다. 강남 모처에서 요가를 가르치다가 몸에 대한 관심이 지대해졌고 한의사를 겸한다면 요가를 더 잘 가르칠 수 있을까 해서 입학을 결심하게 되었다는 자소서를 본 기억이 어렴풋하게 남아 있다. 지금은 한의원을 하는지 더 규모있는 요가원을 운영하는지 그녀의 근황은 알 수 없으나 어떤 형태로든 요가 수련은 지속하고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위와 같은 성장세를 확인시켜 주듯이 아파트 상가에 거의 필수적으로 서너개는 걸려 있는 간판이 바로 요가와 필라테스이다. 따박따박 월회비를 내어주는 회원 확보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최근 받아본 전단지에는 아예 필라테스 클리닉 혹은 요가 클리닉이라는 상호명에 지도하시는 분이 박사학위를 취득하신 분으로 최상급 호텔 웰니스 센터에서 연예인들과 프로 운동선수들도 다수 지도했다는 경력도 몇 줄 포함되어 있다. 아울러 예비 회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광고 문구에는 이런 것들도 있었다. “필라테스로 자세를 바꾸면 삶이 바뀝니다”, “자세가 좋아지면 통증이 사라집니다”, “병원 대신 요가원으로 오세요” 등등. 스트레칭만 잘 하면 병원 갈 일 없다는데 이보다 더 달콤한 요가-필라테스샵 광고 문구가 또 있으랴?! 『죽기 전까지 병원 갈 일 없는 스트레칭』 (Jessica Matt hews, 동양북스, 2019년 5월/개정판 2022년 11월) 저자는 요가 지도자로 미국 유력 언론들이 가장 많이 찾는 운동학자이다. 운동법 지도에 몸담아 온 수십년의 경험을 토대로 15개 주요 관절별 동작과 일상활동, 운동, 만성질환, 특정 주제별 스트레칭 분류를 통해 각자의 몸에 맞는 프로그램 구성을 제안하고 있다. - 유연성은 관절을 움직일 수 있는 운동 범위를 말한다. - 근육이 팽팽하게 긴장한 단축성 수축 상태가 지속되면 유연성이 떨어지고 근육이 약화된다. - 올바른 스트레칭은 근육의 양 끝단을 서로 반대되는 방향으로 늘여 근섬유를 정렬하는 움직임을 말한다. - 누운 자세에서 허벅지 뒤쪽 늘이기는 조깅이나 하이킹을 한 후에 뭉치기 쉬운 햄스트링을 풀어주므로 요통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다. - 벽에 양손 대고 종아리 늘이기는 하이힐을 신고 걷거나 계단을 오르내릴 때 뭉치기 쉬운 종아리 근육을 풀어주며 발목과 무릎의 통증을 완화시킨다. 『치료적 스트레칭』 (Jane C. Johnson, 대성의학사, 2020년 8월) 저자는 근골격계 질환을 전문으로 하는 공인 물리치료사이자 스포츠 마사지 치료사이다. 수년에 걸쳐 연부조직 이완법(STR;Soft Tissue Release)을 사용하고 교육해 왔으며 다양한 유형의 환자들에게 STR을 적용했고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본서와 더불어 『심부조직 마사지』(2020년 8월)와 『연부조직과 통증유발점 이완법』(2020년 11월)을 출간한 바 있다. - 치료적 스트레칭 동안 일반적으로 환자들은 통증이 없는 범위 내에 있는 운동이나 스트레칭을 수행하는 것이 권장된다. 이것은 재부상의 가능성을 감소시킨다. - 건염은 과도한 사용으로 인해 발생되는 힘줄 질환으로 심한 통증을 동반한다. - 근막의 변성으로 인한 결과로 여겨지는 일반적 질환 두 가지는 족저근막염과 장경인대증후군이다. - 근막 이완은 연부조직의 부드럽고 지속적인 견인력을 수반하며 따라서 특정한 치료 결과를 가져오는 스트레칭의 요소를 구현하기 때문에 치료적 스트레칭의 범주에 속한다고 말할 수 있다. - MET는 특히 짧아지기 쉬운 자세 유지 근육의 길이에 도움이 된다고 여겨진다. - STR은 부상으로 인해 관절 가동범위에 제한이 있을 때 유용한 스트레칭이다. - 일반적으로 염증으로 오해되는 족저근막염은 발바닥 근막의 미세손상으로 인한 것으로 매우 고통스럽다. - 이상근 증후군은 이상근 근육에 의한 좌골신경 압박에 따른 엉덩이와 하지의 통증에 붙여진 이름이다. 『무릎관절 트레이닝 & 스트레칭』 (TODA Yoshitaka, 랜딩북스, 2023년 6월) 저자는 정형외과 의사이자 의학박사로 개원의로 활동하면서도 수술 없이 변형성 무릎관절증을 치료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으며 방송에서는 ‘무릎평론가’로 활약하고 있다. - 계단을 내려갈 때에 무릎이 아픈 사람은 대퇴사두근과 함께 외전근과 내전근도 단련해야 한다. - 왜 오래 서 있으면 무릎이 아플까? 그것은 장요근이 약해져 있기 때문이다. - 변형성 무릎관절증 환자에게는 발끝을 안쪽으로 향하는 안짱다리 코너 스쿼트를 실시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 필자는 환자들에게 통점 스트레칭으로 아족(거위발;pes anserinus)과 내측측부인대를 눌러 늘리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아족은 무릎 안쪽에 있으며, 뒤에서 앞으로 비스듬히 부채 모양으로 펼쳐진 근육의 집합체로 무릎을 구부리는 기능을 한다. 또 측부인대는 무릎 안쪽에 세로로 뻗은 인대로, 무릎이 좌우로 흔들리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 바깥쪽이 높은 쐐기 모양의 족저판은 새끼발가락 쪽을 인위적으로 들어올릴 수 있다. 이것이 무릎통증을 완화시켜주는 족저판의 원리이다. 『견고한 유연성으로 변화 스트레스 끄기』 (Brad Stulberg, 프리렉, 2024년 5월) 대학에서 문학, 과학, 예술학, 공중 보건을 공부한 저자는 《포츈》 500대 기업의 경영인, 전문직 종사자, 세계적인 아티스트와 크리에이터, 올림픽 국가 대표들을 코치했다. - 우리는 견고한 유연성(rugged flexibility), 변화를 생각하고 다루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을 배워야 한다. 견고한 유연성은 우리의 괴로움, 초조, 불안을 경감시키고 깊은 행복감과 지속적인 성취감을 높여준다. - 견고한 유연성의 첫 번째 핵심 자질은 삶의 흐름에 마음을 여는 것이다. - 고통은 통증과 같은 게 아니다. 고통은 통증 곱하기 저항이다. - 고통을 없애려는 모든 노력이 실패로 끝난 후, 최후의 시도로 전 세계 사람들이 미네소타주 로체스터(메이요클리닉의 세계적인 통증재활센터)로 모여든다. 프로그램의 궁극적인 목표는 환자들의 통증을 없앤다기보다는 통증을 없애려는 환자들의 불가항력적 욕구를 없애는 것이다. - 통증에 대한 기대치를 새롭게 하고 어느 정도의 고통은 괜찮다는 사실을 받아들여 저항을 줄이는 법을 배우는 것으로 끝난다. 핵심 과제는 환자가 불편함을 과대평가하길 멈추고 참여할 수 있는 활동 수를 점차 늘려가는 것이다. 『스트레칭의 과학』 (Leada Malek, 사이언스 북스, 2024년 12월) 저자는 물리치료학 박사이자 스포츠 임상 전문가이다. 스포츠와 무용 전문가를 포함한 다양한 운동 선수들과 함께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인체의 복잡성과 움직임의 의학적 가치를 실천하는 운동을 교육하는 분야에서 활약 중이다. - 스트레칭만으로는 모든 원인에 의한 부상을 예방하는 데 충분하지 않다. - 정적 스트레칭은 운동 능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동적 스트레칭은 운동능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스트레칭을 하면 신경 변화와 구조 변화가 함께 일어난다. - 스트레칭은 뼈대근육의 신경적, 비신경적 적응을 통해 유연성과 관절 가동 범위를 향상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 스트레칭 같은 운동은 통증 지각을 줄여주며, 만성 통증 질환과 관련된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완화하고 기분을 좋게 해 정신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스트레칭을 하는 동안 근육과 물렁조직이 안정길이 이상으로 늘어나서 몸에 다양한 생리적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 관절 가동성은 골관절염 같은 관절면의 변화와 관절을 감싸는 관절주머니의 변화로 인해 제한될 수 있다. 작년 추석 때 들렀던 상하이가 너무 좋아서 3월 초에 또 비행기를 탔다. 올 연말까지 중국비자 면제 기간이니 최근의 중국을 못 가본 지인들에게 꼭 한 번은 다녀오라고 독려 중이다. 중국에 대한 지나친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에도 중국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거나 무관심한 태도에 또 한 번 놀랐다. 아무튼 지난번 여행 때 못 들렀던 곳 위주로 동선을 다시 짜보았고 그렇게 윤봉길기념관이 자리한 홍커우쭈추장역의 루쉰공원에 서둘러 도착한 때는 토요일 오전 8시였다. 그 이른 시간에 공원을 가득 메운 수천명의 중국 노인들을 보게 되었다. 삼삼오오 모여서 태극권과 기체조를 하는 소규모 모임이 수십개였고 그 이른 아침부터 중국의 전통가요를 반주 삼아 사교댄스를 추는 남녀 노인들 역시 숫자를 파악하기 힘들 정도의 다수였으며 패왕별희에서나 보았던 경극공연을 벌이는 무대 아래로 또 대규모 인파가 동그랗게 둘러앉아 떼창을 하는 노인들의 건전한 단체 활동의 현장은 생기, 활기 그리고 열기의 복합체 그 자체였다. 그 모습은 동방명주 정상에서 내려다 본 상하이의 낮풍경이나 와이탄의 야경 저리가라 할 정도의 진정한 볼거리였다. 감동과 놀라움을 동시에 느끼는 순간 떠오른 생각은 ‘한국의 노인들은 어떠한가?’, ‘한국의 노인분들도 이만큼 활동적이고 행복하신가?’ 였다. 몸과 마음의 유연함 필요한 시기… 진정으로 견고한 유연성의 지혜 필요 유연함을 갖추며 나이들기란 보톡스나 필러 없이 자세히 보아야 겨우 보일 정도의 얕은 잔주름만 갖춘 채 노인이 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유연한 중년이 되는 것 역시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10년만에 어렵게 만난 고향친구 입에서 내가 전혀 예상치 않았던 정치 성향에 대한 소회를 들었을 때 적잖이 당황했다. 크랙(crack)인 줄 알았는데 크레바스(crevasse)라는 균열이 그 친구와 나 사이를 가로막고 있음을 깨달아야 했다. 나의 생각이 내가 가진 철학이 나의 신념이 나의 종교관이 나의 정치 성향이 분명히 남들과 다른 부분이 있을 텐데, 그 다름이 남들로부터 배척당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는 상상을 해보며 마음 속에 움튼 이 친구에 대한 거부감을 희석시키려고 온갖 다양한 다른 카테고리의 화제를 버무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곧이어 지역과 시간과 정보와 장소의 차이가 우리 둘을 이렇게 다르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고 다행히 그 친구의 눈을 응시하며 대화를 마무리하고 우리는 평화롭게 헤어졌다. 다음 번 만남을 기약하지는 않았지만 또 한 번의 긴 시간이 필요할 지도 모르겠다. 80대 이상 고령층도 전문가 지도 하에 주 3회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더니 근육량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는 연구 결과를 인용한 신문 기사들을 자주 접한다. 그 주된 내용으로는 운동하기 적합한 나이란 없다거나 죽을 때까지 키울 수 있는 유일한 장기가 근육이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몸의 유연함을 기르는 일은 어쩌면 마음의 유연함을 유지하는 일보다 쉬울 수도 있다. 시도 자체부터가 옳다. 그리고 절대로 늦은 법이 없다. 때아닌 3월 중순에 다시 한 번 함박눈이 내렸다. 이제 웬만한 이상기후적 현상에 놀라지 않는다. 수년째 겨울같은 봄이 지나간 끝에 곧바로 여름같은 봄이 시작되곤 했으니까. 진료실 책상에 올려둔 페페로미아의 하트모양 잎사귀를 살짝 만져본다. 여리다. 연하다. 부드럽다. 향그럽다. 유연하다. 어찌보면 유연해야 오래 살아 남는다. 유연하게 변화에 잘 적응한 것들만 살아남고 있을지도 모른다. 변화와 발전만을 지속적으로 강요받는 스트레스를 이겨내야 한다. 진정으로 견고한 유연성의 지혜가 필요한 날들이다. -
論으로 풀어보는 한국 한의학(293)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盧正祐(1918〜2008)는 동양의약대학 부교수, 경희대 한의대 교수, 경희대 부속한방병원 원장 등을 역임하면서 수많은 학문적 업적을 쌓은 한의학자이다. 그의 저술 『백만인의 한의학』(1988년 2판)에는 한의학으로 慢性病을 치료한 방안을 논하고 있다. 아래에 그 내용을 그의 목소리로 소개한다. ① 히스테리와 肝臟: 친구의 부인이 딸만 둘이 있었는데, 몇 해 전에 맏딸이 사고로 숨지고 말았다. 이후 해마다 봄철만 되면 정신적 질환이 일어나 때때로 사람을 물기도 하고, 식구들을 들볶고 심하면 화를 내며, 사람까지 때리다가 제 분에 쓰러지면 팔다리가 꼬이고 까무라치곤 했다. 이것은 한의학에서 肝經에 병이 들어 있다고 본다. 봄에 증상이 심해지는 것과 痙攣은 힘줄의 작용이고, 골을 잘 내고, 눈을 뒤집는 것 등은 肝의 증상인 것이다. ② 脾臟과 神經性消化不良: 불우한 환경에서 고학과 병고의 이중고에 시달리는 대학생이었다. 근래에 조금만 먹어도 소화가 안되고 배가 아프다는 것이다. 단것과 고소한 것이 입에 맞아 깨죽과 약간의 엿으로 끼니를 잇는다고 했다. 말할 때 입 안에 침이 고여 매우 괴롭고, 신발은 작지 않는 데도 엄지발가락이 자유롭지 못하여 걷기에 불편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思慮傷脾한 것이다. 엄지발가락에 足太陰脾經이 지나가니 이런 증상이 나타난 것이다. ③ 肺臟과 大腸: 폐장의 기능이 저하되어 생기는 만성질환의 증후는 안색이 창백해지며 기침을 하게 되고 등[背]이 결리고 아프며 초가을부터 증상이 더 심해진다. 대장 기능까지 영향을 미쳐 대변이 고르지 못하여 설사나 혹은 이질이 생기기 쉽다. 이 증상은 태음인의 만성 기관지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증후들이다. 노정우 교수의 저술 ‘백만인의 한의학’에 나오는 만성병 치료법. ④ 心臟과 노이로제: 얼굴이 자주 붉어지며 上氣되기 쉽다. 怔忡症 즉 心悸亢進이 와서 가슴이 두근거린다. 불면과 신경이 예민해져서 작은 일에도 공연히 마음을 쓰게 된다. 혀에 자주 혓바늘이 돋고 갈라지기 쉽다. ⑤ 신장과 당뇨병 및 성기능장애: 신기능이 약해지든지 병이 생기면 소변을 자주 보게 되며, 정력이 감퇴되고 腰痛이 있으며 손발이 차고 얼굴빛이 검어진다. 이러한 증상은 당뇨병환자나 노인에게 흔히 있는 腎萎縮症 같은 것에서 볼 수 있는 증후이다. 대개 신장질환은 겨울에 더 심해지며, 정력이 부족할 때에는 입의 침이 마르며 갈증을 느낀다. ⑥ 神經性인 胃潰瘍: 소화기보다는 심장을 다스려야 병이 근치가 될 것이다. ⑦ 정력을 도와 고치는 소화불량: 過色이나 과로로 인한 만성소화불량은 陽氣 즉 정력이 부족 한 것이니, 八珍湯이나 六味地黃湯 같은 것으로 치료한다. ⑧ 貧血을 다스려서 치료하는 十二指腸潰瘍: 과로와 빈혈에서 오는 십이지장궤양 같은 것은, 血은 肝에 소속한 것이므로 간기능의 異常이 소화기에 미친 것이니, 雙和湯 같은 것으로 치료해야 한다. ⑨ 肝腎을 다스려 고쳐진 胃癌: 어느 위암환자의 체질은 少陽人이었다. 선천적으로 腎과 肝 기능이 부족한데다가 발병전에 몹시 과로한 점이라든지, 일반 증상에 비해 체력이 과히 약화되지 않았다는 것이라든지 뚜렷하게 다른 장기로 전이된 흔적이 보이지 않은 점을 미루어 보아, 補腎하는 방향으로 치료를 정해서 獨活地黃湯加黃連을 투여했다. 이후 胃痛이 완화되고 2개월 후에 완쾌되었다. ⑩ 고혈압과 기침과 변비: 비교적 건장하게 보이는 비만형의 사람, 즉 태음인에게 있는 습관증으로 여름철에도 감기가 떠나지 않는 경우이다. 태음인들에게 폐장과 심장의 기능이 아울러 저하된 데서 오는 것이므로, 調胃升淸湯으로 다스리면 된다 -
한의학 교육의 현재와 미래Ⅱ ⑫한상윤 대전대 한의과대학 교수 (한의학교육학회 회장)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대전대 한의과대학 한상윤 교수(한의학교육학회 회장)로부터 한의학 교육의 질적 향상과 함께 우수한 인재 양성을 위해 ‘한의학 교육의 현재와 미래Ⅱ’ 코너를 통해 한의학 교육의 발전 방향을 소개하고자 한다. 전 세계적으로 의과대학에서는 역량중심 교육과정을 채택하여 의료인이 실제 의료행위를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교육하고 있다. 이러한 조류는 한의학 교육에도 영향을 미쳐, 국내 한의과대학들도 역량중심 교육과정을 도입하고 실천한 지 이미 꽤 시간이 흐른 듯하다. 그러한 기조를 바탕으로 교육과정을 개편하고, 교수법을 도입하고, 평가법에 변화를 주었고 이에 따라 한의사 국가시험의 출제 경향 역시 변화하는 과정 속에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의료인의 역량 강화를 위해서 강조될 수 밖에 없는 것은 바로 임상술기(Clinical Skills) 교육이다. 임상 술기란 환자의 진료 과정에서 의료인이 실제 수행하는 구체적인 기술을 말하는 것으로, 주로 신체 검사나 이학적 검사 등을 통하여 환자를 진단하거나 검사 결과를 해석하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임상술기센터나 시뮬레이션 센터 운영 이제는 한의학교육에서도 객관구조화임상시험(Objective Structured Clinical Examination, OSCE) 이나 진료수행평가(Clinical Performance Examination, CPX)는 더 이상 낯선 용어들이 아닐 정도로 임상 교육에서 보편화되었다. 한국한의학교육평가원이 각 학교의 임상 교육을 평가하는 기준에도 OSCE와 CPX를 각 10개 항목 이상 시행하도록 되어 있어 12개 한의과대학의 임상 실습 과정에서 임상술기 교육과 평가는 이제 필수적으로 자리잡고 있다. 다만, 한평원의 교육 평가로 인해 한의과대학의 임상술기 교육이 어느 정도 평준화를 이룬 것은 사실이나 각 학교의 환경과 여건 상 아직 임상술기 교육의 질에서는 평준화가 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임상술기 교육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의학계에서는 임상 술기를 학생들이 반복적으로 연습할 수 있으면서 안전하게 수행할 수 있는 임상술기센터나 시뮬레이션 센터를 건립하여 효과적으로 교육하고 있다. 모의 진료 환경을 구축하여 교육하는 것의 장점은 무엇보다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학생의 완벽하지 않은 술기 역량에서 다소 실수가 있다 하더라도 그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 단점을 보완하고 숙련된 술기를 연습하게 한다는 점일 것이다. 이는 예비의료인 단계에서 매우 필수적인 교육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임상술기 센터를 건립하고 그 안에 필요한 기자재를 구매하고 유지, 보수하여 지속적으로 교육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양의 비용이 든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교육용 마네킹과 시뮬레이션 모형 각각이 고가에 책정되어 있기 때문에 우선순위를 매겨 예산을 집행하기도 한다. 그러나 술기 교육과 피드백이 이루어지면서 의료인의 완전한 술기 역량을 갖추도록 하기에 이만한 교육 환경은 찾기 힘들기에 아마 많은 학교에서 비용을 부담하며 교육을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교육자의 역할 의학 교육에서 학생이나 전공의가 성취해야 할 학습수준을 바탕으로 평가 방법을 계층화하여 제시한 밀러의 피라미드(Miller’s pyramid)라는 체계가 있다. Knows-Knows how-Shows how-Does 등의 4단계 피라밋 구조인데, Knows는 학생들이 알고 있는 기초 지식의 학습과 평가를 말한다. Knows how는 어떻게 아는지에 대한 평가인데, 지식을 단순히 알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적용하고 해석하는지를 아는가 평가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Shows how는 방법을 보여주는 단계로, 지식(know)과 그에 대한 적용(know how)도 알고 있지만 실제 그것들을 활용하여 환자에게 어떻게 적용하는가를 평가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Does는 실제 의료현장에서 수행능력을 평가하는 것으로, 의료인을 평가하는 종합적이고 다면적인 평가라 할 수 있다. 각 단계에 적합한 교수법과 평가법을 사용해야 교육의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을 것이다. OSCE나 CPX와 같은 임상술기 평가는 Shows how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 단계의 확실한 학습과 평가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그 상위단계인 Does가 의미 없기 때문에 교육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임상술기 교육에서 각종 술기 교육용 마네킹이나 모형과 같은 값 비싼 기자재의 활용도 중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이 교육자의 역할이다. 교육자는 술기 자체를 학생들이 관찰하고 연습하여 습득하는 것을 목표로 해서는 안 된다. 모든 임상술기는 임상추론과 연계하여 학생들의 임상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교육되어야 한다. 학생들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적절한 질문과 피드백으로 학생들을 더욱 참여하고 성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가능한 실제 환자 사례와 연결한다면 매우 이상적인 임상술기 교육이 될 것이다. 초음파나 엑스레이 등 현대 의료기기 사용 현재 한의과대학에서 시행되고 있는 임상술기 교육에는 대부분 의과대학에서 시행되고 있는 모듈이 사용되고 있다. 한의사도 의료인으로서 반드시 알아야 할 필수 임상술기를 학습하고 숙련될 필요가 있으므로 의과대학의 임상술기 모듈 교육도 함께 습득해야 한다. 하지만 한의학 자체의 임상술기 모듈이 더 많이 개발되어 교육될 필요도 있다. 한의학의 치료 수단도 전통적인 침과 뜸, 한약에서 점차 현대화되어 변화되고 있기 때문에 시대의 변화에 따르는 술기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예를 들면 한의과대학마다 어느 정도 차이는 있겠으나 아직 약침에 대한 실질적인 교육이 부족하다고 판단된다. 술기 모듈로 제작하여 교육한다면 충분히 실습을 통하여 숙련된 기술을 갖게 될 것이다. 초음파나 엑스레이 등 현대 의료기기의 사용과 더불어 기존 의학적 임상술기 모듈을 적절하게 변형하여 한의학 술기 모듈로 새롭게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앞으로 효과적인 임상술기 교육을 통해 한의대학생들의 임상 역량이 더욱 향상될 것으로 전망한다. -
한의학과 양자역학 : 음양과 상보성박연철 경희대학교 침구의학과 교수 물리학에서는 양자역학이 고전역학과 뚜렷하게 구별되는 특징을 ‘중첩’과 ‘얽힘’이라는 현상이라고 한다. 중첩(superposition)이란 계의 물리적인 상태가 0 또는 1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확률적으로 0 또는 1로 측정될 수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그리고 ‘측정’이라는 행위를 통해 파동함수가 0 또는 1로 ‘붕괴’하게 된다고 한다. 이것이 물질의 상태를 기술하는 파동함수에 대한 ‘코펜하겐 해석’이라고 한다. 기존의 결정론적인 사고방식과는 배치되는 개념이다. 얽힘(entanglement)이란 두 입자의 상태가 01 또는 10의 중첩상태로 되어있어 한 입자의 상태를 측정하여 0이 관측되면, 계의 01상태가 붕괴되어 다른 입자는 반드시 1의 상태로 관측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2023년 캐나다 오타와대와 로마 사피엔자대 공동연구팀은 ‘광양자 진폭 및 위상에 대한 간섭 현상’논문을 국제학술지 ‘Nature Photonics’에 공개했다. 연구팀은 양자 얽힘 현상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연구를 진행했으며, 실험을 통해 얻은 양자의 위상과 진폭 분포를 시각화한 결과, 그 패턴이 태극 문양과 유사하게 나타났다는 점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이러한 유사성에 기존의 과학자들은 흥미롭지만 그 이상 과학적 의미는 없다고 한다. 코펜하겐 해석으로 양자역학의 새 지평을 연 닐스 보어는 태극문양을 보고 양자역학을 이해할 수 있는 사고의 틀을 마련하여 상보성 개념을 제시하기도 했다. “Contraria sunt complementa.”라는 짧은 라틴어 문장은 “반대되는 것은 서로를 보완한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닐스 보어가 자신의 가문 문장(Coat of Arms)에 이 문구를 새기고, 그 옆에 태극(太極) 문양을 배치했다는 이야기는 물리학뿐만 아니라 사상사적(思想史的)으로도 널리 회자되는 일화다. 태극 문양에 담긴 음(陰)과 양(陽)의 조화는 동양 철학의 근간을 이루는 개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서양의 근대 과학을 혁신한 양자역학의 대가가, 어떻게 전통적인 동양 사상의 정수를 상징하는 이미지를 자신의 문장에 병기하게 되었을까. 닐스 보어는 20세기 초 혼란에 휩싸여 있던 물리학의 새 지평을 열었다. 빛이 파동인지, 입자인지, 혹은 둘 다인지를 두고 많은 논쟁이 벌어지던 시기에, 그는 서로 모순되거나 대립되어 보이는 성질이 사실은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 존재해야만 온전히 설명될 수 있다는 통찰을 제시했다. 이것이 바로 보어가 주창한 상보성(相補性, Complementarity) 원리다. 고전 물리학 시대에는 한 사물이나 현상에 대해 오직 하나의 속성만 참이 될 것이라 여겨졌지만, 양자 세계에서는 관찰자가 어떤 조건에서 실험하느냐에 따라 파동처럼 행동하기도 하고 입자처럼 행동하기도 하는 전혀 새로운 패러다임이 열렸다. 이렇게 배타적으로 보이던 두 개념이 실제로는 상호 의존적이라는 보어의 주장은, 당시로서는 쉽사리 받아들이기 힘든 혁명적 사고였다. 동양 철학에서 태극 문양에 담긴 음양 사상은 상보성 원리와 놀라운 유사성을 지닌다. 음과 양은 서로 반대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둘이 합쳐져야 비로소 온전한 전체를 이룬다는 점에서 상반된 속성의 동시적 존립이라는 구조를 공유한다. 음과 양은 대립함과 동시에 통합을 지향하며, 어느 한쪽이 지나치게 우세해지면 다른 쪽이 상대적으로 위축되어 궁극적인 조화를 깨뜨리게 된다. 이러한 음양의 사유는 수천 년간 한의학의 이론적 토대를 형성해 왔다. 한의학에서 사용했던 태극, 음양, 오행은 관념적이거나 추상적이 개념이 아니라 인체 시스템을 설명하기 위한 용어이다. 핵심은 자연 만물의 순환 체계인 상승과 하강(升降)이고, 그 현상은 대표적으로 뜨거움과 차가움(寒熱) 로 나타난다. 서로 상반되면서 상보적인 음양은 움직임이 없는 태극상태에 혼재해 있다가 추동력(中氣)의 발동과 함께 상승(陽)과 하강(陰)으로 분리되어 순환한다. 이는 자연 만물 변화의 핵심을 가장 단순하게 설명한 체계일 뿐이다. 순환을 가장 단순하게 시각한 것이 원(O)이며, 01과 같은 음(⚋)과 양(⚊1)의 기호로 순환의 형태를 도식화한 것이 선천팔괘이고, 순환의 실제 모습을 도식화한 것이 후천팔괘이다. 태극,음양,팔괘의 위치와 형태를 통해서 순환의 상보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으며, 한의학에서는 각 영역에 특성에 맞는 경락과 장부를 배속하여 인체를 이해했다. 이러한 체계속에서 관찰을 통해 얻은 증상들의 관련성을 패턴화하고, 합리적 추론을 통해 변증이라는 진단체계를 발전시켜 왔다. 한의학의 변증체계는 개개인에 대한 맞춤치료를 제공하고 있으며, 같은 질환이라고 할지라도 개인의 증상과 체질에 따라 다른 처방을 사용하기도 하며, 다른 질환이라고 하더라도 동일한 처방을 사용하기도 하는 특징이 있다. 또한, 사는 지역, 먹는 음식, 계절에 따라 치료법을 달리 적용하기도 한다. 이는 인체의 요소들을 독립적인 객체로 보는 것이 아니라 서로 간의 상호 반응하는 기능적인 요소로 보는 특징이 있다. 물리학의 상보성과 한의학의 음양론 사이에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많은 과학자들이 양자역학과 동양철학 사이의 유사성에 흥미를 갖고 있지만, 이러한 유사성은 그 자체로 흥미로울 뿐 과학적으로는 큰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과학은 실험적 증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양자역학과 인식론적인 공감대나 철학적 접점은 분명 존재한다고 말한다. 나아가 필자는 한의학이 새로운 기술과 융합한다면 단순한 흥미를 넘어 의학적 패러다임의 변환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동아시아에서는 수천 년간 정치, 사회, 경제, 문화, 과학, 의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동양철학을 기반으로 음양학을 적용해 왔다. 지금 이 시대에 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유일한 학문은 한의학이고, 한의학은 이론적 체계에 국한되지 않고 실제로 인체에 적용하여 매 순간 한의학 이론 체계를 검증하며 발전해 왔다. 그러나, 오늘의 한의학은 현대의학의 과학화라는 걸맞지 않은 검증체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질병을 바라보는 체계가 다른 눈과 잣대로 한의학을 평가하려는 짧은 시간 동안 한의학의 본모습이 사라져가고 있다. 현시점에서 양자역학과 한의학을 직접 연결 지으려는 시도는 과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자역학에서 강조하는 상보성 그리고 한의학에서 말하는 음양의 동시적 공존과 순환 체계에서의 상보적 기능은 “서로 대립하거나 모순되어 보이는 것들이 사실은 하나의 온전한 틀을 이루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라는 메시지를 함께 전해 준다. 양자역학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것은, 대립적으로 보이는 두 속성이 사실은 분리 불가능한 한 덩어리라는 사실이다. 입자성이 옳고 파동성은 틀렸다는 이분법이나, 그 반대가 옳다는 식의 단정은 양자 세계를 온전히 이해하는 데 걸림돌이 될 뿐이라는 점이 확인되었다. 이러한 통찰은 한쪽 면만으로는 사물의 전모를 볼 수 없다는 태도로도 이어진다. 마찬가지로 한의학에서는 특정 장부나 국소 부위만 떼어 진단하는 방식을 지양하고, 인체 전체를 유기적 구조로 파악한다. 몸과 마음을 분리하지 않는다는 점, 개개인의 체질적 차이 따라 보는 관점을 달리한다는 점, 자연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중시한다는 점 역시 한의학이 오랫동안 견지해 온 통합적 시야를 보여준다. 이러한 시각을 조금 더 확장해 보면, 모든 학문이 독자적 발전을 추구하면서도 결국은 유기적 연관 속에서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서로 다른 접근법이 충돌하는 지점이 곧 혁신이 일어나는 순간이기도 하다. 양자역학의 등장이 고전 물리학 체계를 뒤흔들었듯이, 한의학도 다양한 학문 분야와 융합 연구를 통해 전통 이론을 새로운 언어로 해석하고 검증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졌고, 이는 한의학의 미래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과정이 될 것이다. 결국 닐스 보어가 자신의 문장에 태극 문양을 새긴 일화는 상징적 장면으로서, 서양의 첨단 과학과 동양의 전통 철학이 인식론적 차원에서 만날 수 있음을 알려 준다. 이 만남이 실제로 어느 정도 실질적 인과성을 갖는지, 혹은 단순히 비유적 해석에 불과한지는 사람마다 견해가 다를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가 세계를 바라보는 여러 가지 관점이 충돌할 때, 그 안에서 새로운 조화를 발견하려는 노력이 인류의 지식과 문화에 커다란 진보를 가져온다는 사실이다. 반대되는 것들 사이에 놓인 경계를 허물고, 그 경계 위에서 서로가 서로를 보완함을 깨닫는 태도가 바로 “Contraria sunt complementa”라는 문구가 오늘날에도 전해 주는 중요한 울림이 아닐까. -
한국건강산업협회, KIMES서 ‘AI시대, 뇌건강혁신포럼’ 개최[한의신문] 제40회 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전시회(이하 KIMES)에서 우리나라 뇌 건강 관련 산·학·연·병 전문가들이 AI 기반 바이오헬스 연구와 개발 성과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건강산업협회(회장 윤제필)는 22일 열린 KIMES에서 ‘AI시대, 뇌건강혁신포럼-진단과 치료 그리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100명 정원 강연장에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번 포럼은 지난해 열린 ‘2024 KIMES 부산’에 이은 두 번째 개최되는 포럼으로, 100세 시대를 맞아 새로운 화두로 급부상하고 있는 ‘뇌건강’과 ‘AI’를 주제로 새로운 의료·기술 트렌드와 이를 활용한 진단과 치료 그리고 보건의료계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등을 모색코자 마련됐다. 이날 윤제필 회장(필한방병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100세 시대를 맞아 신체적 건강을 넘어 정신건강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학술·의료·산업 분야에서 의미 있는 연구와 성과를 거두고 있는 다양한 전문가들의 유기적인 협력이 필수적”이라면서 “이번 세미나를 통해 뇌질환의 진단과 치료가 한 단계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한국건강산업협회는 앞으로도 뇌건강은 물론 다양한 산·학·연·병의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우리 사회가 직면한 초저출생·고령화 등 여러 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임상·연구·산업 분야 전문가들이 연자로 나선 이번 포럼 세션1(좌장 이진한 동아일보 의학전문기자)에서는 △AI를 통한 바이오헬스 기술혁신(이도현 카이스트 바이오·뇌공학 교수) △인공지능과 뇌 건강의 미래(이진형 엘비스 창업자·美스탠퍼드대 전자공학박사) △뇌전증의 진단과 치료(김원주 연세대 의대 강담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 △건강 혁신을 위한 라이프로그데이터-뇌와 신체 건강을 위한 빅데이터(이범용 ㈜지티에이컴 대표이사)를 주제로 연구 내용이 공유됐다. 또한 세션2(좌장 윤종영 국민대 소프트웨어융합대 교수)는 △알츠하이머 치료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김상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 △알츠하이머 치매 예방을 위한 내독소 가설과 임상적 증거(이건호 조선대 노인성뇌질환실증연구단장/조선대 의생명학과 교수) △파킨슨병 진단에서의 AI역할(신동훈 ㈜휴런 대표이사) △파킨슨병 극복을 위한 AI의 역할-도전과 기회(이언 이메디헬스케어 대표·신경외과 전문의) 등의 주제발표가 진행됐다. 이날 ‘AI를 통한 바이오헬스 기술혁신’이라는 주제로 기조발제에 나선 이도헌 교수는 최근 큰 화두가 되고 있는 AI 관련 신의료기술 트렌드를 소개했으며, 이진형 박사는 혁신적 뇌질환 진단 기술로 평가받고 있는 AI기반 뇌질환 진단 및 치료 플랫폼인 ‘뉴로매치(NeuroMatch)’를 소개해 큰 관심을 불러모았다. 두뇌 회로를 분석할 수 있는 뉴로매치는 가상 공간에 실물과 똑같은 대상(쌍둥이)를 만들어 다양한 모의시험(시뮬레이션)을 통해 검증하는 기술인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을 통해 환자의 뇌를 분석, 뇌의 문제 부분을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향후 치료 약물 개발, 의료기기, IT 등 다양한 분야의 발전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어 김원주 교수는 수십년간 뇌전증과 수면 분야 연구내용을 발표했으며, 이범용 대표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스마트웨어러블 기기에 현황과 발전 과제 등을 제시했다. 이어진 2부에선 인류가 극복해야 할 최대 난제 중 하나인 알츠하이머(치매)와 파킨슨병 분야 권위자인 김상윤 교수가 알츠하이머 치료의 과거, 현재, 미래 세 분야로 나눠 임상의 현주소를 조망했으며, 이건호 단장은 추진 중인 치매 관련 내독소 가설 연구와 임상 근거 제시와 함께 세계 최초로 개발한 치매 유발 예측 형광물질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또 신동훈 대표는 알츠하이머치매, 파킨슨병, 뇌졸중, 뇌 전이암 등 대표적인 노인성 뇌신경 질환 솔루션을 소개했으며, 이언 대표는 반지형 웨어러블 헬스케어 기기인 바이탈링 개발 성과를 발표했다. 한편 산·학·연·병의 유기적 협력으로 지난해 출범한 한국건강산업협회는 건강산업 강국 달성을 위한 공동연구, 기술개발 및 산업 고도화 등을 도모해오고 있는 단체로, 앞으로 뇌질환·저출생 문제 등 직면한 사회적 문제 해결과 감염병 등 재난 위기 극복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갈 계획이다. -
“더 나은 한의사가 되도록 애쓸 것”[한의신문] 최근 경희대 한의과대학 봉사자들(강윤아·남도현·성윤수·박성율·한진석)이 전남 완도 생일도 생일면에서 그동안 진행해 온 교육봉사에 대한 공로로 감사장을 받았다. 이들은 11년째 교육기관이 부족한 생일도에서 봉사를 이어 왔다. 본란에서는 봉사를 이끌어온 한진석 한의사(자생한방병원)에게 봉사를 진행해 온 이유 및 이번에 감사장을 받은 소감 등에 대해 들어봤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이제 막 사회로 나온 새내기 한의사, 한진석입니다. 자생한방병원에서 일반수련의로 근무하며 임상의 한의학은 어떤 모습인지 겨우 하나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국가고시를 치르기 딱 1주 전, 사회복지사 1급 국가시험에도 응시해 올해 한의사가 되는 동시에 사회복지사가 되는 기쁨도 누렸는데요. 어떻게 하면 저의 두 전공을 살려 쓸모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지 계속해서 고민해 보려 합니다. 생일도에서 진행한 11년 동안의 봉사도 그 과정 중 하나였다고 생각합니다. 제자들 중 절반은 이미 저보다 일찍 사회인이 되어 있는데요, 요즘엔 제자들에게 더 많은 걸 묻고 배우게 됩니다. Q. 최근 전남 완도군 생일도서 감사장을 받으셨습니다. 소감 있으실까요? 수련 생활을 시작하면서, 이제는 먼 섬마을까지 찾아오는 것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1년 동안 이끌어온 봉사를 후배에게 하나씩 넘겨주고, 아이들과도 마음속으로 작별인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도민 분들과 면장님이 마음을 모아 감사장을 주셨어요. 저에게는 한의대 생활 중 받은 그 어떤 상보다 귀한 의미가 있었습니다. 감사장을 받고 어떻게든 생일도, 그리고 아이들과의 약속을 이어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폭설이 내리던 날, 배가 끊겨 낚싯배를 타고 섬에 들어간 날도 있거든요. 바쁘고 힘든 날이 이어지겠지만 마음만 있다면 다시 섬에 닿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Q. 생일도에서 진행해 오신 봉사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려도 될까요? 생일도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분교만 있고, 고등학교를 비롯한 교육기관이 많이 부족합니다. 또 청년들은 섬에서 나가 생활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아이들이 의지하고 따를 만한 선배들도 거의 없는 편입니다. 그래서 제가 가장 하고 싶었던 봉사는 언제든 의지할 수 있는 형 누나, 모르는 걸 편하게 물어볼 수 있는 선생님이 되어주자는 것이 었습니다. 방학 동안 저와 봉사자들은 아이들이 모르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짚어내고, 그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아침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공부방에서 함께 시간을 보냅니다. 고등학생들은 아침에 학교에 갔다가 저녁에 섬으로 들어와 저희와 공부하기도 했고요. 그렇게 열심히 따라와 준 덕분에 아이들이 하나둘 대학생이 되고,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졸업한 학생들이 공부방으로 다시 돌아와 동생들을 가르치는 선순환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Q. 생일도에서 봉사를 시작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실까요? 생일도라는 섬이 있다는 것도, 그곳에 이렇게 천사 같은 아이들이 있다는 것도 몰랐습니다. 처음 찾아가던 날 서울에서 섬까지의 거리에 크게 놀랐던 기억도 생생합니다. 그만큼 이곳에서 봉사를 해야겠다는 특별한 사명의식은 없었습니다. 다만 생일도에 처음 간 뒤로 11년 동안 봉사를 이어온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섬에서도 아이들이 다음 만남을 당연히 기대해도 되는 어른이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10년 넘게 아이들과의 약속을 지키면서, 아무에게나 배울 수없는 오랜 시간이 드는 가르침을 주려 노력했습니다. Q. 사회에 기여해 오시는 이유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게는 봉사가 저의 쓸모를 깨닫는 과정이라 느껴집니다. 아이들이 저를 필요로 하고, 저와 함께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제가 더 배우고 더 살아가야 할 이유를 찾게 됩니다. 그래서 새벽배로 등교하는 고3 친구들을 아침마다 배웅하고, 꾸벅꾸벅 졸며 수업 준비를 마칠 때에도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다른 곳에서, 다른 사람들을 만났다면 제가 계속 봉사를 할 수 있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바닷바람이 모이는 도서관, 그리고 쉬는 시간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외치는 아이들 속에서 저는 이제껏 느껴본 적 없는 위안을 얻었습니다. Q. 젊은 한의사로서, 앞으로 어떤 방법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실 예정일까요? 수련의 면접이 있던 날 밤, 자정쯤 버스를 타고 생일도로 향했습니다. 버스 터미널 의자에서 쪽잠을 잔 뒤 아침 배를 타고 섬에 들어갔습니다. 입사 3일 전에는 서울특별시 청년정책조정위원회의 회의에 참석해 청년들의 건강, 프리랜서 청년을 위한 정책 등을 제안하는 자리에 참석했습니다. 일을 시작하면 생일도도 점점 멀어지게 되리라 생각했는데 사실 일을 시작한 이후로 하루하루 아이들에 대한 생각이 커져갑니다. 이제는 하루하루 전문성을 더해가며 제 손으로, 더 깊이 있는 시정 참여 활동으로 또 다른 누군가의 힘이 되고 싶습니다. Q. 한의신문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한의사에겐 봉사에 활용할 수 있는 도구가 정말 많다고 생각합니다. 침과 약, 그리고 환자를 세심히 살피는 눈만 있다면 별다른 공간의 제약 없이 먼 섬마을까지도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의학의 영역을 넓히는 방법엔 새로운 기술과 연구도 있겠지만, 한의학이 닿지 않던 공간에서의 봉사활동도 좋은 방법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먼 나라의 환자부터 가깝지만 소외된 이웃을 돌보는 한의사분들까지 이미 대단한 분들이 정말 많은 줄 압니다. 서로의 생각과 경험, 방법을 공유해 더 많은 분께 생일도 같은 섬이 하나씩 생기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 마음속에는 늘 생일도라는 섬이 떠 있고, 그 덕에 조금 더 나은 한의사가 되고자 애쓰게 되는 듯합니다. -
“한의약은 암을 치료하는 근본요법으로써 훌륭”[한의신문] 윤성현 순천 들풀한의원장이 21일 열린 제18회 암 예방의 날 기념식에서 암 예방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암 예방의 날은 3월21일을 암관리법에서 정한 날로 암의 발생을 예방하고, 암의 조기발견 및 암에 대한 인식개선을 고취하기 위해 제정됐다. 윤성현 원장에게 상을 받게 된 소감과 한의약 암 치료의 장점에 대해 들어봤다. Q. 제18회 암 예방의 날 기념식에서 장관 표창을 수상하게 됐다. 그동안의 성과를 인정받은 거 같아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암 예방과 치료를 위해 노력하는 한의사 분들도 짐과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다. Q. 암 치료에 집중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 50대 초반이던 2017년에 복수, 황달, 출혈, 식욕부진과 기력저하 등을 동반한 간경화를 앓게 됐다. 만성 B형 간염에 이은 간경화였다. 사실 40대 초반에도 흉협불리, 하지부종이 있어서 생간건비탕을 써서 나았다. 나이 50이면 음기자반(陰氣自半)한다는데, 더군다나 조심도 하지 않고 노권상, 음식상(심심찮은 음주 등), 칠정상 등을 겹쳐 부른 결과였다. 다행히 의학과 한의학 치료로 빠르게 좋아졌다. 당시에 썼던 처방은 중국 만우생(万友生) 선생님의 별산탕(鱉蒜湯)이다. 적취, 창만 만이 아니라 자라는 허로, 학질 등 만성 세균이나 바이러스 원인 질환에 군약으로 자주 쓰이는 약품이다. 별주부전은 사대강 유역 등 생선회를 먹고 고창 환자가 많았던 지역에서의 치료 경험과 지식을 구전하던 작품이라고 저는 해석한다. ‘금궤요략’에서도 간병에는 먼저 비기를 튼실하게 하랬다고 황기, 인삼, 백출, 진피, 시호 등으로 승청비기(升淸脾氣)하고 맥아, 곡아, 산사, 신곡, 계내금 등으로 강탁위기(降濁胃氣)하면 간문맥을 통해서 간으로 영양과 혈액이 보급되고 담관과 위장관을 통해 간에서 대사산물(답즙)이 배출되는 것이다. 또 삼령백출산으로 대소변을 분리하고 사역산으로 간비의 조화를 도모한다. 소장이나 대장을 포함하는 위장관에서 음식물이 내려오는 것을 다 대표해 위기(胃氣)라고 하듯이 위, 비장, 췌장, 소장, 대장에서 간으로 올라가는 문맥의 흐름을 다 대표하여 비기(脾氣)라고 한다는 사실도 연구하면서 깨닫게 됐다. 그래서 간염, 간경화, 간암으로 야기되는 부종, 창만, 황달도 비기를 튼튼하게(實脾) 해 치료하는 거다. Q. 한의약을 통해 암 치료 시 장점이 있다면? 장점이 아주 크다. 수술 후 회복에도 좋다. 항암으로 토하거나 밥맛이 없을 때 한약의 도움을 받으면 당연히 좋은 것이다. 암을 치료한다는 건 암에 걸린 사람을 치료하는 것이다. 사람을 치료하는 건 사람의 몸과 마음을 치료하는 것이다. 한의약은 보조요법만이 아니라 암을 치료하는 근본요법으로서도 아주 좋다. 암의 근본 원인이 대부분은 칠정상이기 때문이다. Q. ‘암에 대한 재해석과 치료’라는 책을 냈다. 먼저 “암은 재생에 실패하여 재생하려는 질환”이라고 정의했다. 암을 유전자 질환으로 보는 결과론적인 해석이 아니라 발생학적인 원인 질환으로 보는 입장인 것이다. 예를 들어 난소나 나팔관, 복막이나 위장관에서 자궁 내막이 생겨나는 질환이 자궁내막증인데, 유기체가 기존의 자궁내막이 불충분, 불완전하다고 판단해 다른 곳에서 그 조직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암의 궁극적인 특성은 전이, 일종의 딴곳증(이소성, ectopic)이다. 기존의 기관이나 조직을 더 이상 재생할 수 없을 때 딴곳 또는 기존의 자리에다 필요한 조직을 만들려고 줄기세포성(모세포성)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다세포 생명체는 하나의 수정체에서 분열한 줄기세포(또는 모세포)로부터 다양한 조직과 기관을 발생시킨 결과이므로 그 과정을 되풀이하는 거다. 예를 들어 위 점막의 상피세포가 만성적으로 혈액, 림프액, 신경, 호르몬, 근육 운동 등의 도움을 받지 못하게 되면 도움을 주는 이들 조직의 세포로 다분화할 능력을 가진 모세포(줄기세포성)로 역분화하는 것이 위암이다. 유전자의 오류가 아니라 세포와 유기체의 불가피한 선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재생에 실패해 암으로 되는 결정적인 원인은 신경계가 과도하게 항진하는 것이다. 신경계는 움직여야 생존하는 동물의 결정적인 특징이기 때문에 면역, 소화, 생식 활동에 우선한다. 특히 현대인은 24시간 사회활동이나 신경과민 상태에 들 기회가 많아 재생에 필요한 면역, 소화, 생식 심지어 호흡이나 순환 활동도 억제되거나 교란된다. 몸과 마음을 통일시켜 파악하고 치료하는 한의약은 암을 치료하는 데 의미있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Q. 그동안 치료한 환자 중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다면? 80대 여성 간암 환자로 복수, 소화불량 등이 치료되고 있었는데 간호사 딸이 반대한다고 해서 치료를 중단하고 이후 돌아가신 경우가 있었다. 60대 여성 담도암 환자로 수술 후 복통, 설사가 심하여 항암을 포기하고 한약으로 치료한 경우다. 큰딸이 오히려 가족들을 설득해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암을 치료하는 데 의학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의사들을 비롯해 한의학을 폄훼하고 오해하는 현실이 가장 큰 장벽이기도 하다. Q. 한의신문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으신 말이 있다면? 의학은 현미경적인 사실들에 기반한다. 장점이지만 단점이기도 하다. 현미경의 시야에는 천지와 교감하는 유기체적인 관계들을 올려놓을 수 없다. 당연히 한계가 따르게 된다. 오늘날 한의학을 한다는 것은 과학과 의학이 밝혀낸 사실들을 천지음양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재해석하는 일을 포함한다. 스스로 주눅 들지 말고 한의학의 지평을 넓혀가기를 희망한다. -
“건보공단 담배소송을 지지할 100만명을 찾습니다∼”[한의신문]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정기석·이하 건보공단)은 흡연으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손실을 보전하고, 흡연 폐해를 은폐한 담배회사의 책임을 묻기 위한 ‘범국민 지지서명 운동’을 24일부터 5월31일까지 진행하며, 전 국민의 약 2%인 100만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현재 진행 중인 담배회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항소심 판결을 앞두고 국민적 공감대 형성 및 여론을 환기하기 위한 것이다. 전 국민 누구나 자율적으로 참여 가능한 이번 지지서명 운동은 건보공단 운영 누리집, 모바일 앱, 건강보험 고지서 후면, 건보공단 공식 SNS(페이스북, 인스타그램)를 통해(QR코드를 활용한 설문) 참여할 수 있다. 특히 건보공단은 SNS를 활용해 일명 ‘담배소송 소문내기 운동’을 전개하여 보다 쉽게 확산할 수 있도록 추진할 예정이다. 참여 방법은 SNS(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에서 제공된 QR코드를 활용해 지지서명을 완료한 후 본인의 SNS에 인증 게시물을 올리고, 3명 이상에게 공유하거나 댓글로 지인을 태그하면 된다. 참여자들에게는 추첨을 통해 소정의 상품도 제공할 예정이다. 정기석 이사장은 “흡연과 폐암 사이의 인과관계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명백한 것으로, 담배소송은 국민건강과 건강보험 재정의 건전성을 지키기 위한 중요한 법적 대응”이라며 “범국민적 지지를 통해 담배회사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정 이사장은 이어 “이번 지지서명 운동은 단순히 건보공단의 소송만을 위한 것이 아니며, 흡연이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는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것임을 알리는 데 있다”면서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국민 여러분의 많은 동참을 호소드린다”고 당부했다. 한편 건보공단은 지난 2014년 4월 담배회사(㈜KT&G,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를 상대로 약 533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항소심 진행 중으로 오는 5월22일 12차 변론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