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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시, 경로당 찾아가 어르신 건강 챙긴다![한의신문] 이천시(시장 김경희)는 공중보건한의사와 함께 보건진료소장들이 직접 경로당을 찾아가 어르신들에게 한의진료와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찾아가는 온(溫)마음 한방돌봄사업’을 지난 6월부터 본격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교통이 불편한 농촌 지역 경로당을 중심으로 운영되며, 보건진료소장이 평소 지역주민들과 쌓아온 친밀한 관계를 바탕으로 한의진료를 비롯해 건강상담, 기초 건강측정, 치매 예방교육 등을 함께 제공한다. 이천시는 현재 15개 보건진료소를 운영하며, 의료기관 접근성이 낮은 농촌 지역주민들의 건강을 지키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보건진료소장은 주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늘 건강을 살피는 든든한 ‘건강지킴이’로서, 경로당 방문 전 사전 홍보와 대상자 추천, 현장 운영까지 세심히 챙기며 이번 사업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진료를 받은 한 어르신은 “멀리 병원에 가기 힘들었는데, 평소 믿고 의지하던 보건진료소장님이 한의사 선생님과 함께 와주셔서 마음이 든든하다”면서 고마움을 전했다. 이천시보건소 관계자는 “보건진료소장은 지역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단순한 의료서비스가 아니라 주민의 삶을 보듬는 돌봄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경희 이천시장은 “지역 곳곳에서 헌신하는 보건진료소장님들과 공중보건한의사들의 노력 덕분에 어르신들이 더 건강하고 따뜻한 노후를 보내실 수 있다”면서 “앞으로도 의료 사각지대를 줄이고, 어르신 맞춤형 보건사업을 지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법무부, K-메디컬 글로벌화에 속도 낸다[한의신문] 법무부(장관 정성호)는 세계 최고 수준의 ‘K-의료서비스’를 전폭 지원하기 위해 1일부터 총 90개의 ‘2025년 의료관광 우수 유치기관’을 운영한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방문한 의료관광객은 117만명으로 역대 최대실적을 달성한 바 있으며, 외국인환자 유치사업은 단순한 의료서비스를 넘어 국내 산업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경제적 파급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의료관광객의 국내 지출액은 총 7조5039억원으로 추정되며, 이로 인해 국내 생산 13조8569억원, 부가가치 6조2078억원 유발 및 총 14만명 이상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법무부는 더 많은 외국인환자에게 비자 편의를 제공할 수 있는 ‘의료관광 우수 유치기관’을 39개에서 90개로 대폭 확대 지정해 외국인환자 유치를 적극적으로 뒷받침한다. 의료관광 우수 유치기관은 비자 신청서류 간소화, 신청 후 3일 이내 발급되는 전자비자 신청, 초청할 수 있는 외국인환자의 동반가족 확대 등의 혜택이 있다. 이를 통해 법무부는 진료부터 숙박·교통·쇼핑·문화까지 이어지는 ‘고소비 의료관광객’을 더 많이 유치해 ‘K-의료 수출’과 ‘경제 활성화’라 두 가지 목표 달성을 이끌 추진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법무부를 이를 위해 지난달 4일 ‘의료관광 우수 유치기관 지정 심사위원회’를 통해 69개 우수 유치기관을 새롭게 지정한 바 있으며, 기존에 지정한 21개 기관을 포함한 총 90개의 기관(유치의료기관 72개, 유치사업자 18개)을 ‘2025년 의료관광 우수 유치기관’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또한 이날 심사위원회에서는 지난 8월 ‘국정기획위원회 규제 합리화 TF’에서 병원의 진료실적뿐만 아니라 외국인환자 유치업자의 유치실적도 의료관광 우수 유치기관 신청을 위한 기준에 포함될 수 있도록 실적 기준의 현실화를 제안한 사항을 반영, 의료기관의 진료실적뿐만 아니라 외국인환자 유치업자의 유치실적도 우수 유치기관을 지정하기 위한 기준으로 확대했다. 이와 관련 정성호 장관은 “의료관광 우수 유치기관을 확대해 외국인환자의 편의를 증진하고, 정부의 의료관광 활성화 전략에 호응할 수 있도록 현장 체감형 비자제도를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한의약 기반 웰니스 의료관광산업 현주소 ‘한눈에’[한의신문] 대구광역시한의사회(회장 노희목·이하 대구지부)의 주관으로 20일부터 21일까지 양일간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2025 K-메디웰니스 페스타’가 국내외 참가자들의 큰 관심 속에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특히 이번 행사는 점차 규모가 커지고 있는 웰니스 산업의 한 축으로서 한의약이 미래의료를 선도하고 도약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자리로 대구지부가 주도적으로 진행해 더욱 큰 의미를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윤성찬 대한한의사협회(이하 한의협) 회장을 비롯해 최운백 대구시청 미래혁신성장실장, 대구시의회에서 김재용 경제환경위원장, 박종필, 김태우 경제환경위원, 이재덕 한의협 예결산위원장, 변준석 대구한의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 송상화 부산시한의사회 회장, 이원구 대전시한의사회 회장, 황명수 울산시한의사회 회장, 이용호 경기도한의사회 회장, 오명균 강원도한의사회 회장, 김진균 충청북도한의사회 회장, 정병식 충청남도한의사회 회장, 김봉현 경상북도한의사회 회장, 장세환, 송금덕, 배주환, 손창수, 전병욱 명예회장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개회식에서 윤성찬 한의협 회장은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한의약이 자연스럽게 전 세계로 홍보된 것처럼, 우리 한의약은 이미 대중문화와 글로벌 콘텐츠 속에서 주목받고 있으며 한의약이 시대와 국경을 넘어 미래 의료와 건강 문화를 이끌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며 ‘한의약, 웰니스를 구하다’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이번 ‘2025 K-Mediwellness Festa’는 이러한 세계적 흐름 속에서 한의약이 질병을 치료하고 진정한 회복과 행복을 찾게 하는 소중한 축제가 될 것”이라며 “대한한의사협회도 한의약이 가진 잠재력을 현대 기술과 접목해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한의약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닌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운백 실장은 환영사에서 “이번 축제는 한의약과 웰니스 산업을 시민과 공유하고, 나아가 미래 의료·헬스케어 산업의 발전 가능성을 확인하는 뜻깊은 자리”라며 “이번 페스티벌을 통해 건강한 삶을 위한 다양한 체험과 정보를 제공하고 대구가 미래형 의료·웰니스 산업의 선도 도시로 도약하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라 확신하며 대구시도 웰니스 산업 육성을 위해 지원과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김재용 위원장은 축사에서 “이번 행사를 통해 한의약 전문가들과 기업들이 어울려 건설적인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한의약과 웰니스 산업이 접목해 대구가 미래형 의료·헬스케어 산업의 거점 도시로 발전할 수 있도록 대구시의회가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이날 대구지부는 엑스코 서관에서 ‘2025 대구한의사회 학술대회’를 함께 진행해 한의약의 다양한 최신 지견과 술기들을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다. 윤성찬 한의협 회장은 학술대회에도 참석해 “이번 학술대회는 한의원에서의 엑스레이 촬영, 전문의약품과 현대진단기기 활용에 대한 새로운 비전과 관련한 강의들을 통해 ‘한의학, 오랜 지혜에 현대의 눈을 더하다’라는 우리 협회의 슬로건처럼, 회원 여러분께 최신 지견을 제공함과 동시에 현대 한의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며 “모쪼록 오늘 학술대회의 교육내용들이 한의학의 학문적 지평을 넓히고 국민의 건강과 행복에 기여하는 원동력이 되기를 기대하며 협회 역시 회원 여러분이 진료에 매진하실 수 있는 의료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역설했다. 노희목 대구광역시한의사회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면서 몇 천조 원의 산업으로 성장 중인 웰니스 산업을 한의약 기반으로 펼쳐나가기 위해 2025 K-MediWellness Festa를 작년에 이어 대구한의사회가 주관하고 대구광역시 주최, 문화체육관광부, 경상북도 후원으로 개최하게 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의료인으로서 너무나 당연한 권리인 현대진단의료기기의 사용이 서서히 자리잡고 있으며 초음파 진단기기의 법적 최종 승리를 시작으로 앞으로 차별 없는 현대진단기기의 활용을 통해 환자에게 더욱 신뢰를 얻는 한의약이 되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이어 노 회장은 “방대한 학술대회를 통해 학문적 연구와 임상 응용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며 “국민의 질병 치료와 건강 증진을 위해 쉬지 않고 연구하며 진료에 적용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은 후손들이 누릴 행복한 대한민국의 초석이 될 것이며, 그 출발은 학문적 근거에 있음을 기억하고 앞으로의 학술대회에도 적극 참여해 달라”고 당부했다. 학술대회 1일차에는 △‘레이저, 스킨부스터를 활용한 미용진료 도입 △’장애인 학대 신고의무자 교육 △‘오행 체질론’ △‘한의원에서의 엑스레이 촬영 방법을, 2일차엔 △한의사 피부진료 보조에 필요한 부작용 완화 의약품 △한의진료의 지평을 넓히다. 전문의약품과 현대 진단기기 활용의 새로운 비전 △미용 성형의 미래 등 다채로운 주제로 강연이 진행됐다. 아울러 이튿날인 21일에는 대구지부가 대구한의사의 날을 개최해 축제의 장을 마련했다. 특히 이번 대구한의사의 날은 2016년 이후 9년 만에 개최해 그 의미를 더했다. 이날 행사에선 △한의사 가족이 참여한 ‘그림그리기 대회’를 비롯 △대구한의대 ‘동의마당’ △대구한의대 ‘제니스’ △구미대 ‘천무응원단’ △초청가수 ‘노라조’등 다양한 공연과 행운권 추첨을 통해 푸짐한 경품을 나눴다. 노희목 대구지부 회장은 대구 한의사의 날 인사말에서 “의료인인 한의사로서 당연한 가져야 할 여러 권리가 직역 이기주의를 앞세우는 단체와 눈치 행정을 펼치는 정부 앞에 가로 막혀 답답한 현실에 직면하고 있는 중차대한 시기에는 회원여러분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절실하다”며 “2016년 한의사의 날 이후 9년 만에 다시 한의사의 날을 개최하게 돼 영광이며 생물학적 수명은 증가했지만 저출산 문제, 치매, 고혈압이나 당뇨 등의 만성질환 등으로 인한 삶의 질 문제의 해결을 위해 대구광역시한의사회가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역설했다. 또 노 회장은 “현대 양방의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한의학에서 현대과학의 산물인 진단의료기기를 사용한 진단과 검증이 반드시 필요하고 이런 준비만이 세계의학 시장으로 진출할 유일한 방법”이라며 미래의학으로서의 한의학의 재발견을 강조했다. 이어 노 회장은 “최근 경북 산불피해에 보여준 회원들의 자발적 진료참여와 성금 모금처럼 나눔의학으로서 한의학의 책임완수를 통해 유관기관과 협력하고 사회 소외 계층을 위해 더 노력해 시민들을 위해 직접 실천하는 한의학이 되도록 하자”고 당부했다. -
‘폐의약품 안심 처리 사업 동행 선포식’ 성료[한의신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대전충청본부(본부장 김연숙·이하 대전충청본부)는 22일 대전충청본부 회의실에서 ‘폐의약품 안심처리 사업 동행 선포식’을 개최했다. 이번 선포식은 지역사회 환경과 안전을 위해 대전충청본부 주관으로 대전광역시약사회,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대전 YMCA, 한국환경공단 충청권환경본부가 참여했다. 대전충청본부는 선포식에서 △폐의약품 안심처리 사업 및 기대효과 △정기수거 일정 및 담당기관 역할 분담 △지역사회 확산을 위한 국민 대상 교육 프로그램 제공 △지속가능한 운영을 위한 방안 마련 등 다양한 의견을 교류했다. 또한 폐의약품을 안전하게 수거·처리해 환경을 지키고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겠다는 공동의 다짐을 선포했다. 김연숙 본부장은 “올바른 폐의약품 배출은 우리 지역사회 환경과 건강을 지키는 데 직결된다”며 “앞으로도 지역 기관들과 협력을 통해 환경보호 및 지역사회 안전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
論으로 풀어보는 한국 한의학(304)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최근 AI의 물결이 전국을 뒤덮고 있다. 세계적 추세에 대해서는 아직 실감이 가지 않지만 최소한 국내만 놓고 본다면 가히 열풍이라 할 수 있다. 대형서점에 나가보면 가판마다 놓여있는 관련 서적들의 물결 속에 그 출판의 양과 질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몇 개의 책을 구입해 보면서 어떤 지식에 대해 이해할 만하면 다른 신지식이 등장해서 이전의 책이 헌책이 되는 현상이 매우 빠른 속도로 일어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어떤 책은 이러한 흐름으로 판매량이 떨어질 것을 염려해서인지 출판연도와 날짜가 서문이나 추천사 등에 기록하지 않으려는 듯한 노력을 하는 느낌을 보이기도 한다. 최근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확산으로 인하여 인문학의 위기론이 이야기되기도 한다. 반면 이러한 AI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은 인문학적 견해를 가진 유형의 인간형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것은 반복적 업무나 데이터 기반의 분석 기술에 의해 인간을 대체하는 직군이 계속 발생할 수 있지만, 기계가 모방할 수 없는 인간고유의 역량이 더욱 중요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문학이 이러한 역량을 길러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디지털과 한의학과 인문학을 연결시킨 ‘디지털한의인문학’의 문법적 맥락은 이제 수면 위에서 논의되어야 할 시점으로 넘어왔다. 오랜 기간 한의학을 인문학적 입장에서 바라보는 습관으로 살아온 필자와 같은 의사학자로서의 한의학자는 앞으로 한의학의 미래에 대한 본질적 차원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주어진 데이터에서 답을 찾아가는 AI와 비교할 때 인간의 비판과 질문의 능력은 문제의 본질을 파고들어갈 수 있다. 각종 질문형 AI를 통해 받는 답변은 항상 일정하지는 않지만 방향성이 있는 치료법, 처방 등이 제시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발열, 두통, 복통, 오한 등의 증상이라도 그 원인은 전혀 상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을 일선에서 오랜 기간 활동하는 한의사라면 모두 알고 있다. 실제로 몇몇 한의학 전문 AI를 통해 질문을 해보았을 때, 몇 개의 원인과 증상별로 예시를 나열하고 마지막에 “그러나 최종적으로는 전문가 한의사와 상담이 필요합니다”라는 식의 맨트가 붙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만약 한의학을 디지털한의인문학적 측면에서 개발하기 위해서 어떤 방안이 좋을가 생각해본다. 과거의 지식으로부터 미래의 질문에 답을 주는 생성적 지식 플랫폼을 구축하는 길을 만드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처방전을 담은 대형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동의보감, 방약합편, 의방유취, 향약집성방 같은 고의서뿐 아니라 근현대 한의사들의 임상 처방 기록과 관련 연구 논문, 의안 기록 등이 디지털 텍스트로 변화된 형태로 디지털화가 필요한다. 어떤 증상에 대해 해당하는 처방을 찾아내는 인공지능은 이러한 바탕에서 진입이 쉽게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시대별, 의가별, 학파별 치료술의 조합 등은 학습이나 연구뿐 아니라 치료에 있어서도 깊이 고려하는 한의사들이 존재한다. 지역별 특성, 약재 특산 지구별 차이, 체질별 차이, 성격적 경향성, 다국적 시대에 고려해야 할 국적별 차이 등 고려해야 할 차이가 수없이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러한 분야가 디지털한의인문학 분야의 담당구역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차이를 고려한 디지털화 방안은 한국 한의학의 세계화 방안과도 연계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여기에 있다. -
신미숙 여의도 책방-68신미숙 국회사무처 부속한의원 원장 (前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 [편집자주] 『신미숙의 여의도 책방』은 각 회마다 1개의 키워드에 5권의 도서를 추천하는 형식으로 이어갑니다. 오십견으로 2주일에 한 번 오실까 말까 하셨던 국회 파견 외부 공무원 한 분이 “이번에는 종목이 바뀌었어요, 오늘은 허리입니다. 원장님”하고 인사를 하시며 오랜만에 내원하셨다. 언젠가 장인어른과 장모님께서 한 분은 뇌졸중 후유증으로, 다른 한 분은 척추수술 후유증으로 휠체어 생활을 하고 계셔서 두 분 모시고 어디 외출이라도 할라치면 본인과 아내분이 각각 휠체어를 밀어야 해서 어깨가 아프고 보니 이런 일상 생활도 많이 힘들더라고 말씀하셨던 게 생각났다. 요통의 경위와 함께 두 어르신들 안부를 여쭈려던 찰라, 먼저 털어놓으신 요통의 히스토리는 다음과 같았다. 그 대단한 병들도 다 이겨내신 분들이 지난 초여름 차례로 폐렴을 앓으시더니 최근 한 달 간격으로 돌아가셨다고 한다. 두 어르신들의 장례를 치루고 이런 저런 절차 다 밟고 나니 이번에는 두 분이 30년 넘게 사셨던 아파트 짐 정리가 남아 있더란다. 그 다음 입주민들의 이사 날짜가 정해진 터라 먼저 외부 청소업체를 부르고 온 식구들이 붙어서 같이 작업을 했지만 그 긴 시간 한 가족의 추억과 역사가 뒤섞여 있는 공간이었던 지라 당근 거래용과 폐기용으로의 버릴 것의 분류와 최종으로 남길 것의 선정에 있어서 가족들간의 의견이 엇갈렸으며 남길 것 중에서도 내 것이냐, 네 것이냐의 작은 갈등까지 조정하고 정리하자니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고 한다. 두 어르신의 짐정리를 하며 미니멀리스트를 결심하지 않기가 힘들더라는 이야기도 덧붙이신다. 세상을 떠난 이들과의 소중한 추억 포장지만 살짝 뜯어서 선물 내용만 확인하신 듯한 수년 전 어버이날 선물해드린 속옷박스하며 세탁소 택도 뜯지 않은 드라이 완료된 패딩에 코트에 한 번도 신지 않으신 어르신용 운동화, 간편화가 들어있는 신발 박스들, 그 많은 화장품 세트는 왜 뜯지도 않으신 건지? 휠체어 타시느라 흙 한 톨 묻어있지 않은 꽤 비싸 보이는 지팡이 개수를 세며 ‘휴우, 이 많은 걸 다 어떻게 이고지고 사신 걸까?’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더란다. 어찌어찌해서 청소에 이사에 작은 집수리까지 그나마 어깨가 도와줘서 일 잘 마무리했다 생각했었는데, 앉았다가 섰다가를 수백번 하고 나니 한 번도 겪지 않았던 견디기 힘든 허리 통증이 발생했다는 기나긴 스토리. “큰 일 하셨어요. 장례에서 짐정리까지 만만치 않은 과정이셨겠지만 아내분이 얼마나 든든하셨을까요? 정말 귀한 일 하신 거예요. 이 요통은 좋은 일 하시다가 발생한 거라, 오래 안 갈 겁니다. 며칠 입원하셨다 생각하시고 중요한 업무만 처리하시고 바로바로 퇴근하셔서 댁에서 누워서 많이 쉬셔요. 며칠간은 날마다 제 진료실 들르십쇼.” 생각해보니 친정 아버지께서는 돌아가시기 한참 전에 이런 상황을 미리 상상이라도 하셨는지 다섯 딸들 불러 놓으시고 당신이 수집하신 모든 애장품들을 공평하게 나눠주셨다. 수십권의 앨범도 한 곳에 쌓아두시고는 사진 한 장 또 한 장 꼼꼼히 들여다 보시며 각자의 독사진은 당사자들에게로 또한 서로 가져가겠다는 사진에 대해서는 토론을 붙이거나 가위바위보를 시키기도 하셨다. 그리고 선물받고 개시도 못한 셔츠들, 넥타이, 지갑과 벨트 세트, 카메라, 기타, 장구, 북과 북채도 사위들과 손자 손녀들에게 골고루 나눠주셨다. “죽은 뒤에는 죽은 사람 짐 처리하기가 애매해진다고 하더라. 버릴지 말지 너희들 마음 심난할까봐 미리미리 적재적소로 위치 이동시키는 거다. 아버지 죽을 준비하는 거 아니다. 지금 해둬야 내 마음이 좋을 것 같아서 그런다.” 아버지의 실행력 덕분에 돌아가신 후 우리 가족들이 따로 정리할 짐은 거의 없었다. 아버지 것이라고 부를 만한 게 이렇게도 없었나... 너무도 깔끔해서 뭔지 모르게 죄송했고 뒤이어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잔물결처럼 몰려들었다.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 (케이틀린 도티, 반비, 2020년 1월) - 나처럼 멋진 여자가 시체를 처리하는 이런 창고에서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지? 스물세 살 여성이 장례업에 종사하고자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것은 어딘지 수상쩍었다. - 심박조율기 속에 든 리튬 배터리를 화장 전에 미리 빼놓지 않으면 화장로 속에서 그것이 폭발한다고 한다. - 집에서 죽은 사람을 데려오는 일을‘하우스 콜’이라고 부른다. 의사는 더 이상 어쩌지 못해도, 장의사 직원들은 밤이든 낮이든 기꺼이 간다. - 이제는 환자의 마지막 순간에 입회하는 사람은 의사이다. 생사 문제를 하늘에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의학이 다루게 된 것이다. - 죽음이 다가오고 있음을 안다면, 옛날에 적대시했던 사람을 용서하고 일을 덜 하고 여행을 더 하고 사랑에 빠지고 싶어질 것이다. - 늘어나는 노인 인구를 적절히 돌볼 만한 자원이 우리에게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의학적으로 개입하여 그 노인들을 살리려고 한다. - 죽음은 우리 삶에서 의미를 없애기 위해 나타날 수도 있지만 사실 그것은 바로 우리 창조성의 원천이기도 하다. 『웃으면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법』 (줄리언 반스, 다산책방, 2023년 10월) - 아버지는 현대식으로 죽었다. 의학이 생명을 연장해 주었으나 그렇게 얻게 된 삶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어질 때까지 몇 달을 살다가 병원에서, 가족 없이, 어느 간호사가 최후의 몇 분을 지켜보는 가운데 눈을 감았다. - 현대 의학은 죽어가는 기간을 늘리는 것으로 유명한 유언을 양산하는 데 일조해 왔다. - 몽테뉴는 죽음을 물리칠 수 없는 우리가 죽음에 반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한시도 놓지 않는 것이라고 믿었다. - 나는 인생의 의미가 죽음에 달려 있음을 이해한다. 먼저 붕괴하는 별들이 죽지 않는다면 우리에겐 행성도 없다. - 우리는, 당신과 나는 아마 병원에서 죽을 것이다. 현대적인 죽음이며, 전통적인 관례가 끼어들 여지가 거의 없다. - 우리는 살고, 우리는 죽고, 우리는 기억되고, 우리는 잊힌다. 『수명이 다하느냐, 돈이 다하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코가지 사라, 윌스타일, 2025년 7월) - 왜 아버지는 이렇게나 제멋대로이고 자기중심적일까... 지금 여기서 요구를 다 들어준다면 더 안하무인으로 나올 것도 예상이 됐다. - 노인 돌봄에 지쳐 일어난 사건 소식을 들을 때마다,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마음이 술렁인다. - 노인 돌봄 문제는 가족 혼자 끌어안고 있으면 금방 탈이 난다. - “감정 제어를 못 하고 같이 사는 가족에게 화풀이를 하는 것도 전형적인 치매 증상입니다.”의사는 치매 환자 가족이 놓여 있는 상황을 숙지하고 있는 모양이다. 곧바로 내 심정을 이해해 주었다. - 어느새 딸인 나보다 덩치가 작아진 늙은 아버지의 굽은 등을 보고 있자니, 어쩌면 자신의 노화에 제일 당황하고 있는 건 아버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돌봄 생활이 길어질수록 젊은 시절의 부모님 모습은 귀찮은 노인의 노습으로 바뀌어 즐거웠던 기억도 흐려지게 될 것이다. - 나이 많은 노인들로 넘쳐나는 병원 대기실에 발을 들일 때마다, 이 사람들은 정말로 치료가 필요한 것일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 아버지 역시 딸이 종이 기저귀를 채워줄 때까지 살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내가 죽는 날』(애니타 해닉, 수오서재, 2025년 7월) - 호스피스와 완화 의료가 죽음을 생각하고 관리하는 방식을 바꿔놓은 건 분명하다. - 환자는 일방적인 침습 의료 단계에 따라 움직이는“빠른 의료의 컨베이어 벨트”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워졌다. - 삶이 끝나가는 환자가 스스로 어떻게 임종할지 결정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 의사와 의료 기관 개입은 의료 조력 사망에 사회적, 도덕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중요한 척도다. - 현대 의학의 경이로운 연명 능력에도 불구하고 좋은 죽음을 바라는 마음은 여전히 문화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 의료 조력 사망은 인간이 삶의 마지막을 직접 결정할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 삶의 마지막을 앞당기는 것은 의지력과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려면 본인의 죽음이라는 냉혹한 진실을 받아들이고 눈을 똑바로 뜬 채 죽음을 향해 걸어가야 한다. - 삶의 마지막이 의료화되면서 죽음은 종종 삶의 당연한 단계가 아니라 실패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당신에게 끝까지 다정하기로 했다』 (폴커 키츠, 김영사, 2025년 8월) - 모든 질병은 항상 언젠가는 발생한다. 그러나 치매는 교활하다. 피해자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전혀 모르는 방심한 상태에서 공격을 당한다. - 최근 몇 년 동안‘요양의 필요성’이라는 개념이 좀 더 광범위해졌다. 이제는 침대에만 누워 있거나 겉으로 보기에 바로 알아차릴 수 있는 정도의 치매 환자만 요양 대상에 포함해서는 안 된다고 여기게 되었다. - 고령자를 돕고 싶은 사람들이 해야 할 과제는 남은 시간 동안 그들이 과거를 정리할 수 있게 돕는 것이라고 노인학자 나오미 페일은 말한다. - 어느 순간부터 아버지는 살이 점점 빠졌다. 체중이 급격하게 줄어들어 사람들이 바로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였다. 아버지의 변화는 나를 두렵게 했다. - 아버지와 함께 걸었던 길을 혼자 걷는다. 한때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길 바라도 되는 건지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나중에는 아직 한동안 더 살아 있기를 바라도 되는 일인지 고민했다. - 병이 진행될수록, 아버지가 우리의 세계에서 멀어져 자신만의 세계로 더 깊이 들어갈수록, 우리는 모두 더 잘 지내게 되었다. 몇 주 전, 친정 아버지의 기일이었다. 벌써 2년 전의 일이라니... 시간은 늘 마음의 그것과는 다른 속도로 흐르는 모양이다. 아버지를 떠나보내기 전후의 많은 일들을 떠올려본다. 언니와 나는 세 동생들을 대신해 더 자주 만나 장례 관련 절차들을 미리 학습해야 했다. 전남 장성에 집안의 장지가 있지만 우리들이 모두 수도권에 생활하고 있기에 멀리 모시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결론을 가장 먼저 내렸다. 그 후 납골당과 수목장을 몇 군데 둘러보는데 이 분야도 장삿속으로 무장된 영업력 최강자들에게 이미 잡혀먹은 듯하다. 봉안 기간의 상한선이 30년이냐 그 이상이냐에 따라서, 납골당 공간이 얼마나 넓냐에 따라서, 로얄층에 해당하는 눈높이 안치단이냐 발밑이냐에 따라서 가격은 참으로 꼼꼼하게도 세분되어 있었다. 그저 흙에 묻히고자 하는 소박하고 친환경적인 마인드를 가진 분들이 주로 찾으실 수목장 또한 중대형 소나무에 돗자리를 깔 수 있는 절할 공간이 확보된, 주차장으로부터 멀지 않은 평지에 위치한 곳은 5천만원부터 시작한다고 했다. 언제까지 보존 가능하냐는 질문에 초기 관리비 5년치만 선납이고 그 이후는 어차피 흙과 섞이는 거라 저 나무 밑에 아니 이 산 속에 부모님이 계신다 맘 편히 잡수시면 된단다. 물론 비석이나 표지석 같은 걸 따로 하고 싶으면 그 비용은 추가라며 옵션에 대해서는 더욱더 친절한 안내를 곁들였다. 초고령화로 인한 多死 시대 도래…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납골당도 수목장도 아니면서 가까이에 모시는 방법을 모색하던 중 한 의원님께서 하셨던 “우리는 일본 사람들이 집안에 작고한 가족들의 위패나 영정을 모시는 방식으로 몇 해 전 돌아가신 선친을 집안에 모셨다”는 말씀이 떠올랐다. 다름 아닌 “가정 봉안”이었다. “언니야, 우리도 아버지 집에 모시자”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검색해보니 화장한 유골분을 스톤으로 만드는 장례는 처음에는 주로 반려 동물을 잃은 슬픔을 치유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사람에게도 적용되어 추모석, 영혼석, 유골 보석, 메모리 스톤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려지고 있고 가정 봉안을 위해서는 필수적인 과정으로 고려되고 있다. 아버지가 돌아가실 경우 예약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되는 화장장 근처에 관련 업체가 몇 군데 있었고 우리는 그 중 가장 가까운 곳으로 미리 마음을 정해 두었다. 그 결과, 아버지는 현재 당신이 평소에 자주 계시던 서재방의 책상 위에 생몰년도가 표기된 작은 이름표와 함께 교사 시절의 사진 속에서 우리를 향해 늘 웃고 계신다. 이런 저런 방법을 모색하는 과정은 꽤 고통스러웠으나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또 있었을까?’ 생각하며 부모님 임종 이후의 절차를 미리 준비하고 있다는 지인들이 고민을 털어놓는 경우, 내가 겪었던 2년 전의 경험들과 그 결과로서의 가정봉안의 방법들을 구체적으로 공유하곤 한다. 2025년 1월 24일 ‘장사 등에 관한 법률(장사법)’ 개정안에 따라 기존의 매장, 화장, 자연장(수목장)에 이어 산분장이 드디어 합법화되었다. 산분장(散粉葬)이란 바다와 육지의 일부 장소에 화장한 유골의 뼛가루를 뿌리는 장례이다. 『제 죽음에 동의합니다, 끝없는 안락사 논쟁』(KBS, 2024년 4월), 『봉안 시설까지 포화, 장례 문화 완전히 바뀌어야』(조선일보, 2024년 10월),『화장장 못 구해서 3일장 힘든 시대... 부산 21%, 서울 46% 그쳐』(동아일보, 2025년 4월) 등등 죽는 과정과 죽음 이후의 처리 방식에 대한 논의와 보도가 그 어느 때보다도 활발하다. 진정 초고령화로 인한 다사(多死)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아버지의 두 번째 기일을 보내며 인간은 결국 죽는 존재라는 엄중한 사실을 다시 한 번 되뇌어본다. “나는 날마다 모든 면에서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는 에밀 쿠에의 자기암시 글귀가 문득 신선하게 느껴진다. 가을을 머금은 선선한 바람 덕분이다. 짧아서 소중한 것은 인생일까? 아니면 가을 바람일까? -
한의학 교육의 현재와 미래Ⅱ ⑰한상윤 원광대 한의과대학 교수 (한의학교육학회 회장)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원광대 한의과대학 한상윤 교수(한의학교육학회 회장)로부터 한의학 교육의 질적 향상과 함께 우수한 인재 양성을 위해 ‘한의학 교육의 현재와 미래Ⅱ’ 코너를 통해 한의학 교육의 발전 방향을 소개하고자 한다. 한의학은 오랜 전통을 지닌 학문이지만, 그 전통에만 머무른다면 미래를 준비할 수 없다. 의료 환경은 지금 이 순간에도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고령 사회의 도래, 만성질환의 급증, 환자 중심 의료(patient-centered medicine)의 등장,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인한 디지털 헬스케어 등 의료인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환경에서 환자를 마주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한의사가 과연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이를 위해 한의학교육은 무엇을 가르쳐야 하고 어떤 변화를 이뤄야 하는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최근 한의사의 의권(醫權) 확대를 둘러싼 논의가 사회적으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진단용 방사선 기기, 초음파 장비의 활용, 한·의 협진의 활성화, 공공보건 분야에서의 한의사 역할 확대 등이 논의되고 있으며, 국민 역시 더 안전하고 과학적이며 통합적인 한의 진료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의권의 확대는 단순히 한의사의 권리가 확보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국민의 건강권 보장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의사의 의권 확대가 국민에게 더 이로운 결과로 나타나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한의사에게 더 높은 수준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한의사는 정확한 진단과 근거 기반 치료, 환자 안전에 대한 높은 감수성을 가져야 하고, 이를 위해서 한의학교육의 변화가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의권 확대와 교육의 변화가 서로 맞물리며 함께 가야하는 이유이다. 교육 철학의 전환이 필요 현재 한의과대학의 교육과정은 기초·임상 한의학과 일부 생의학 과목을 포괄하고 있는데, 사회가 요구하는 한의사상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학생들은 졸업 후 한의사가 되어서야 현장에서 영상진단기기 활용법이나 다학제 협력 경험을 새로 배우며 시행착오를 겪고, 때로는 사회적 불신과 직면하게 되기도 한다. 급변하는 의료 환경과 사회적 요구에 비추어 영상진단기기 활용 능력, 데이터 기반 임상 의사결정, 근거 중심 한의학(Evidence-Based KM), 다학제 협력 능력 등은 필수 역량으로 교육과정에서 충분히 다뤄져야 할 것이다. 사회가 요구하는 한의학교육은 단순히 과목 몇 개를 추가하는 수준이 아니라, 교육 철학의 전환을 필요로 한다. 과거에는 지식을 암기하고 이를 시험으로 확인하는 교육이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문제 해결력, 비판적 사고력, 환자 중심의 소통 능력, 협업 역량을 길러주는 방향으로 한의학교육이 변화해야 한다. 사회적 책임 의식의 교육 강화 일단 첫 번째로 현대화된 교육과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영상진단, 디지털 헬스케어, AI 진단 보조 시스템 등 최신 지식을 커리큘럼에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한의사가 현대 의료 환경에서 소외되지 않고, 의료계 다른 전문가와 대등하게 협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한의대 교육과정에 최신 연구 논문을 활용한 사례 기반 학습(CBL), 문제중심학습(PBL)을 확대하고, 학생들이 스스로 근거를 탐색하고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훈련을 강화하는 것도 좋은 방향이다. 임상실습의 질을 제고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아직도 학생들은 충분한 환자 경험 없이 졸업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체계적 실습, 표준화 환자(SP)를 활용한 임상술기 평가(OSCE), 개별 피드백 중심의 실습 교육이 정착되어야 한다. 이는 학생들에게 자신감을 주고, 환자 안전에도 직결될 것이다. 아울러 소통과 협업 능력을 배양하는 것은 한의학교육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현대 의료는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방식이 아니라, 의사·치과의사·약사·간호사 등 다양한 전문가가 팀을 이루어 환자를 돌보는 방식으로 나아가고 있다. 한의사 역시 다학제 팀에서 효과적으로 소통하고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야 하며, 이를 위해 모의 협진 수업, 시뮬레이션 기반 팀 트레이닝, 환자·보호자와의 커뮤니케이션 스킬 교육 등이 필요하다. 끝으로 전문직 윤리와 사회적 책임 의식의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의권 확대 논의에서 국민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안전과 신뢰가 될 것이다. 한의학교육은 학생들에게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태도와 공익을 고려한 의사결정, 평생학습 역량을 길러주어야 한다. “교육의 변화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아” 이러한 변화는 대학의 노력만으로는 어렵다. 교육 혁신에는 국가와 사회적 관심과 정책적 지원이 병행될 때 더욱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의권 확대가 법과 제도의 영역에서 논의될 때, 그에 걸맞은 교육적 준비가 함께 이뤄져야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교육의 변화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그러나 방향성을 제시하고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여러 한의과대학에서 한의학교육실을 중심으로 교육과정 개편, 교수 역량 강화, 학생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한의학교육실은 한의학교육의 컨트롤타워가 되어, 사회가 요구하는 교육을 구체적 실행으로 옮기고 성과를 관리하는 핵심적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결국 사회가 요구하는 한의학교육은 한의사 개인의 성장을 넘어, 환자의 안전과 건강, 나아가 국민 의료체계의 발전에 기여하는 교육이다. 한의학교육은 전통을 지키되 시대를 외면하지 않아야 하며, 학문적 깊이와 실용적 역량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
경락경혈학회, 오는 23일 온라인 학술아카데미 개최경락경혈학회(회장 김재효)가 오는 23일 ‘뇌졸중 재활 전기자극과 한·양방 융합 신경조절기술’을 주제로 기초 연구자와 임상 한의사가 함께하는 온라인 학술아카데미를 개최한다. 이번 학술아카데미에서는 △뇌졸중재활을 위한 경두개 피질과 체감각 전기 자극의 신경조절(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최병태 교수) △한·양방 융합 신경조절 기술 개발(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신병철 교수) 등의 강연을 통해 뇌졸중 환자를 비롯해 한의의료기관을 방문하는 환자의 운동기능 회복을 위한 최신 연구성과와 임상적용 가능성을 논의한다. 이번 강연에서는 전기자극을 통한 피질 및 체감각 신경조절 기전, 경혈 기반의 다기능 웨어러블 자극기기 개발, 뇌신경자극 시스템 연구성과 등이 종합적으로 소개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 김재효 회장은 “이번 학술아카데미를 통해 전통 한의학과 현대 신경과학의 융합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임상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실질적인 신경조절기술의 발전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온라인학술아카데미의 참가비는 무료이며, 임상 한의사와 연구자들이 보다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저녁 8시에 ZOOM 화상회의로 개최된다. 경락경혈학회 회원의 경우 3회 이상 참석시 ‘경락경혈학회 학술아카데미 이수증’이 수여될 예정이다. 한편 참가 희망자는 신청서 링크(https://forms.gle/HNMKE4UZE6xfDNN59)를 통해 신청 가능하다. -
한의사의 문신 시술·제거 당위성 및 최신 임상지견 ‘공유’[한의신문] 대한통합레이저의학회(회장 장인수·KMALT)는 21일 서울특별시한의사회 송촌지석영홀에서 ‘2025 제2차 임상특강’을 개최, 한의사의 문신 시술·제거의 역사적 배경과 최신 임상 지견을 공유하는 한편 실습을 통해 임상 역량 강화에 나섰다. ‘Tattoo A to Z: 연필 레이저와 지우개 레이저’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임상특강은 총 3개의 강의 및 Hands-on 실습으로 구성·운영됐다. 먼저 첫 번째 강의에 나선 장인수 회장(우석대 한의과대학 교수)은 ‘한의사 문신 시술과 제거의 역사’를 주제로 한 발표를 통해 고대 동아시아 문헌과 고고학적 증거를 토대로 문신이 인류 역사와 함께해온 흔적을 소개했다. 이날 장 회장은 일본 조몬시대 토우, 알프스 빙하인(Ötzi)의 신체 문신 등 고대 문신의 기원에서부터 ‘천금요방(唐, 7세기)’, ‘보제방(明, 1406)’, ‘본초강목(明, 1590)’에 기록된 문신 제거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이를 통해 한의학에서 문신 시술과 제거가 1300년 이상의 역사성을 지니고 있음을 강조하는 한편 최근 문신사법 제정 논의 속에서 한의사의 전문성을 뒷받침할 근거를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문신 제거 전략과 환자 상담’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한 김재돈 원장(다래한방병원)은 △비후성 반흔 여부 △커버업 타투인지 △특정 색소(특히 빨강)로 인한 알러지 위험 △기존 흉터 유무 등 임상에서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요소들을 실제 사례를 들며 설명해 참석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또한 색상별 파장 선택과 에너지 설정에 대한 세부적인 프로토콜을 제시한 김 원장은 “예컨대 검은색과 어두운 파랑은 피코 1064nm, 밝은 파랑은 755nm, 빨강과 노랑은 532nm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임상적 안전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강조하는 한편 나아가 CO₂ 프락셔널을 활용한 시술 후 관리, 스테로이드·습윤드레싱을 통한 흉터 최소화, 내원 주기 설정 등 환자 만족도를 높이는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현장감 있는 강연을 이어갔다. 이와 함께 이승철 대한한의문신학회장(대한통합레이저의학회 학술이사)은 ‘문신 제거 원리와 두피 문신 시술’을 주제로 한 발표를 통해 파장대별 고출력 레이저를 적용한 실제 증례를 공유했다. 이날 이 회장은 영구문신과 반영구 문신의 잉크 특성, 잉크 입자의 크기와 분포, 피부층별 침착 정도에 따라 제거 반응이 달라지는 점을 설명하면서 임상 한의사들의 이해를 높였으며, 특히 두피 문신(Scalp Micropigmentation, SMP) 시술 경험을 공개해 미용적 목적의 문신 치료에서 한의사의 역할을 조명했다. 이 회장은 “문신은 단순한 미용적 시술이 아니라 환자의 삶과 심리적 만족도에 직결되는 중요한 치료 영역”이라고 거듭 강조하며, 최신 레이저 장비와 임상적 경험을 결합한 치료 프로토콜을 제시했다. 강연 이후 진행된 Hands-on 실습에서는 참가자들이 직접 레이저 장비를 다루며 문신 시술 및 제거 과정을 체험했다. 참가자들은 색소별 반응 차이, 피부 타입별 반응, 시술 직후 관리 등을 실제로 확인하며, 이론 강의에서 다룬 내용을 임상 기술로 전환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참석자들은 “문신사법 제정이라는 시점에 맞춰 매우 시의적절한 강의 주제였다”면서 “실제 진료 현장에서 바로 활용 가능한 깊이 있는 강의였다”고 입을 모으면서 높은 만족도를 나타냈다. 한편 대한통합레이저의학회 관계자는 “이번 임상특강은 문신사법 제정이라는 사회적 논의 속에서 한의사가 문신 시술·제거에 있어 역사성과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자 기획했다”며 “앞으로도 문신 시술·제거를 비롯해 레이저 의료의 최신 임상 지견과 실습 교육을 지속적으로 제공해 한의사의 전문성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통합한의 비만치료, 안전성 및 효과성 ‘확인’[한의신문] 방민우 다이트한의원 서울점 대표원장, 강병수 다이트연구소 소장, 임정태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 공동연구팀이 수행한 대규모 후향적 연구에서 통합한의치료가 비만 환자에게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임을 입증했다. 이번 연구는 2021년 7월부터 2023년 5월까지 다이트한의원 서울점을 방문한BMI 30 이상의 비만 환자 3161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것이며, 연구 결과는 SCI(E) 국제학술지 ‘Pharmaceuticals’에 게재됐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환자들의 평균 치료 기간은 약 20주였으며, 평균 체중 감소량은 8.02kg(기저 체중 대비 8.71%)였다. 특히 전체 환자의 67.9%가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수준인 5% 이상의 체중 감소를 달성했다. 특히 가장 우수한 치료 성과를 보인 24명의 Best case series 환자들은 평균 23.02kg의 체중 감소를 통해 BMI를 정상 범위(23미만)까지 낮췄으며, 이를 달성하는데 평균 7.83개월이 소요됐다. 체중 감소와 함께 심혈관 건강 지표의 개선됐다. 실제 수축기 혈압(8.63±16.33mmHg), 이완기 혈압(6.39±12.67mmHg), 평균 혈압(7.14±12.71mmHg)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한 감소를 보였으며, 이는 비만치료가 단순한 외관상 변화를 넘어 전반적인 심혈관 건강 개선에 기여함을 시사한다. 이와 함께 한의치료에서 체중 감량 목적으로 사용되는 마황의 권장 사용 기간은 6개월이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개별 환자의 상태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평균 8.71개월의 치료 기간에도 심각한 부작용이 관찰되지 않았다. 보고된 부작용들은 모두 경미한 수준이었으며, 한약 처방 조정을 통해 3∼14일 내에 개선됐다. 또한 치료 종료 7개월 후 추적 조사를 실시한 결과, 환자들이 감량한 체중이 감소된 상태에서 잘 유지되고 있음이 확인돼 요요현상 없이 한의치료 프로그램을 통해 장기적인 체중 관리가 가능함을 보여줬다. 다이트한의원의 치료 프로그램은 환자 개인의 체질과 건강 상태에 맞춘 맞춤형 한약 처방과 함께 영양사가 참여하는 생활습관 교정, 약침, 매선침, 해독요법, 치료기기 등을 종합적으로 활용하는 통합한의치료를 시행한다. 더불어 ‘다이트 클로즈 코칭’ 프로그램을 통해 영양사와 전문 코칭팀이 개별 환자의 식습관과 생활패턴을 분석하고 지속적인 동기 부여와 정서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이와 관련 강병수 소장은 “이번 연구는 한국에서 통합한의치료와 영양사 주도의 생활습관 교정을 전문적으로 협력 적용한 첫 번째 연구”라며 “앞으로 대조군을 적용한 전향적 연구를 통해 보다 확실한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하고 표준화된 치료 프로토콜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