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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 ‘PA 간호사’ 법적 근거 마련…‘간호사법’ 추진[한의신문=강현구 기자] 국회 정무위원회 유의동 의원(국민의힘 지역·필수의료혁신TF 위원장)은 현재 시범사업으로 운영되고 있는 ‘PA(진료지원인력) 간호사’ 운영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보건복지부령으로 ‘간호인력 지원센터’를 설치·운영토록 한다는 내용을 담은 ‘간호사법 제정안’을 28일 대표발의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발의·논의된 ‘간호법 제정안’은 지난해 5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바 있다. 이에 이번 제정안에서는 법제 명칭을 ‘간호법’이 아닌 ‘간호사법’으로 하고, 양방의료계 등에서 제기해 왔던 ‘간호사들의 지역사회 의료·돌봄 독점’과 관련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지역사회’ 문구를 삭제했으며, 최근 발생한 의료대란 등에 따른 보완책으로 간호사들의 구체적인 업무범위 규정을 통해 PA를 합법화했다. 대통령실은 29일 “대통령이 거부한 지난 ‘간호법 제정안’과는 차이가 있다”면서 “의료 공백 사태가 현재 진행 중인 상황에서 PA 간호사 활동을 합법화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유의동 의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최단기 초고령사회 진입과 만성질환 중심의 질병구조 확산 등으로 질병을 동반하는 ‘유병장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보건의료체계의 개선이 시급히 필요한 상황이고, 만성질환 예방 및 맞춤형 간호돌봄·요양서비스의 확대 등으로 의료기관은 물론 재택간호, 노인복지시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적인 간호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 ‘의료법’은 의료기관 개설 및 운영 시 준수사항 등 의료기관에 관한 사항을 중점적으로 규정하고 있어 의료기관 외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간호사의 업무와 특성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또한 우수한 간호사의 장기근속을 위한 간호사의 업무범위 명확화 및 권리 보장, 간호사 대 환자수 규정, 지역의료 강화 및 필수의료 분야의 숙련된 간호사 양성·확보·지원을 위한 체계적인 간호정책을 수행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에 유의동 의원은 이번 제정안을 통해 전문간호사 및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등 간호인력과 관련한 사항을 규정한 독자적 법률 제정을 통해 간호에 대한 법 보호 체계를 구체화하고, 간호인력의 수급이나 교육 등에 관한 사항 등을 체계적으로 규율하도록 했다. 이번 제정안을 살펴보면 제1조(목적)에 모든 국민이 보건의료기관, 학교, 산업현장, 재가 및 각종 사회복지시설 등 간호인력이 종사하는 다양한 영역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간호에 관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의료의 질 향상과 환자안전을 도모해 국민의 건강 증진에 이바지한다는 내용을 명시했으며, 제11조(업무)에는 간호사는 환자의 간호 요구에 대한 관찰, 자료수집, 간호 판단 및 요양을 위한 간호, 건강증진활동의 기획과 수행, 간호조무사 업무보조에 대한 지도로 규정한다고 명시했다. 특히 제12조에 전문간호사는 자격을 인정받은 해당 분야에서 전문간호를 할수 있으며, 의사의 포괄적 지도나 위임하에 진료지원에 관한 업무를 수행토록 하는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업무 범위를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명시했다. 이어 제13조를 통해선 간호조무사는 간호사를 보조해 간호사의 업무(안 제11조 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의원급 의료기관에 한정해 한의사·의사·치과의사의 지도하에 환자의 요양을 위한 간호 및 진료의 보조를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제28조에는 국가가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를 줄이기 위해 필요한 정책을 수립하고, 이에 따른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했으며, 국가가 병원급 의료기관 중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간호사가 규칙적이고, 예측 가능한 교대 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제29조에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간호사 등의 장기근속 유도, 이직 방지, 전문성 및 자질 향상 등을 지원하기 위해 간호인력 지원센터를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해 설치·운영하도록 하고, 제31조부터 제35조에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간호종합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고, 3년마다 간호사 등에 관한 실태조사를 실시, 간호사 등의 양성 및 처우 개선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장관 소속의 간호정책심의위원회를 둬야 한다고 명시했다. 한편 이번 제정안에는 유의동을 비롯해 박대수·박정하·서범수·서병수·우신구·윤영석·이달곤·이상민·이종성·이태규·임병헌·임이자·최형두·하태경·황보승희 의원이 참여했다. -
“턱관절 장애에 추나치료 효과적”[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한의약융합연구정보센터(KMCRIC)의 ‘근거중심한의약 데이터베이스’ 논문 중 주목할 만한 임상논문을 소개한다. 우현준 세명대학교 충주한방병원 KMCRIC 제목 턱관절 장애에 추나 치료를 단독 혹은 병행 치료할 경우 기존의 치료보다 더 효과적인가? 서지사항 Lee NW, Lee SH, Kim KW, Ha IH, Cho JH, Lee YJ. Effectiveness of Chuna (or Tuina) Manual Therapy for Temporomandibular Disorder: A Systematic Review. Altern Ther Health Med. 2023 Jan;29(1):258-68(2021 IF 1.804). 연구 설계 추나요법 단독 시행 혹은 통상적인 치료(온열요법, 초음파요법, 전기 치료, 양방 약물치료, 극초단파 치료, 레이저 치료, 침 치료, 한약 치료, 특정 전자파 치료)와 병행한 시험군과 통상적인 치료만을 시행한 대조군을 비교한 무작위 대조군 연구를 대상으로 수행한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 연구. 연구 목적 턱관절 장애 환자에게 수행한 추나요법의 안전성과 효과, 통증 경감, 삶의 질 및 기능적인 회복 정도를 확인하기 위함. 질환 및 연구대상 턱관절 장애를 가진 19세 이상의 성인 환자. 시험군 중재 시험군 1: 추나요법(Chuna Manual Therapy, CMT). 시험군 2: CMT + Conventional Therapy. 시험군 3: CMT+중의학 치료(Traditional Chinese Medicine, TCM). 대조군 중재 대조군 1: 일반 치료(Usual care). 대조군 2: Conventional care only. 대조군 3: TCM only. 평가지표 1. 통증 개선 정도(VAS, NRS, Facial Pain Score Scale). 2. 기능적 개선 정도(ROM, Jaw Functional Limitation Scale). 3. 삶의 질(SF-12, EQ-5D-5L, EQ-VAS). 4. 효과율(Effective rate). 주요 결과 1. 통증 및 턱관절 기능, 삶의 질 개선 정도: △CMT 군에서 최대 개구 범위와 삶의 질 측면에서 기능적인 향상이 Usual care군에 비해 컸음. △침 치료, 한약 치료 등을 CMT와 함께 시행했을 때 더 큰 통증 경감 효과가 관찰됨. 2. 효과율: △기존 치료만 시행한 군에 비해 CMT를 병행했을 때 통증과 기능적 측면에서 개선 효과가 컸음. △수기 조작 후 즉각적인 효과가 나타나는 CMT의 특성상 단기적인 효과가 두드러졌음. 3. 부작용: △심각한 부작용의 보고는 없었으며 국소 부종, 발적, 가벼운 수준의 두통, 이명, 구강 내 부종이 보고됨. △CMT는 다른 중재에 비해 비교적 안전함. 저자 결론 추나요법(CMT) 단독 치료와 병행 치료 모두 턱관절의 기능적 향상, 통증 경감, 삶의 질 향상에 효과적이나, 포함된 연구의 질과 근거 수준이 낮아 양질의 대규모 RCT 연구가 필요하다. KMCRIC 비평 본 체계적 문헌 고찰에서는 12편의 연구가 포함되었다. 포함된 연구 12편 중 11편은 중국 논문이었으며, 1편은 한국 논문이었으나 출판되지 않은 논문이었다. 표본 수는 863명이었으며, 치료 기간은 10일에서 4주까지로 다양했고, 평균 치료 횟수는 13.5회였다. 시행된 추나요법으로는 압박, 주무름, 문지름, 밀기, 꼬집기, 돌리기, 턱관절의 가동 등이 포함되었고, 11편에서는 턱관절 주변 경혈에 대한 압박과 주무름, 8편에서는 원위 혈자리에 대한 압박과 주무름, 3편에서 턱관절에 대한 직접적인 가동 혹은 교정이 시행됐다. 치료 전후 평가는 기능적 평가 도구로서 ROM(4편), Friton’s craniomandibular index(1편), 통증 평가 도구로서 VAS(5편), Facial pain score scale(1편), 삶의 질 평가 도구로서 SF-12, EQ-VAS(각 1편)를 사용했다. 효과율을 관찰한 논문도 8편 있었는데 증상, ROM, 최대 개구 범위, 염발음, 저작 기능, 압통 등을 포함하여 4단계로 나눠 기록했다. 결과 분석시 추나요법군과 통상 치료군의 비교에서는 효과율, 통증, 최대 개구 범위에서 유의미한 효과가 있었으며, 삶의 질에서도 EQ-VAS와 SF-12 PCS에서는 효과가 있었으나 EQ-5D와 SF-12 MCS에서는 효과가 없었다. 추나 치료군, TCM 복합 치료군, TCM 단독 치료군의 비교에서도 효과율, 통증에서 유의미한 효과가 있었으나, 하위 분석에서 TCM 치료로 한약 치료를 시행한 군에 대한 비교에서는 두 군의 효과 차이가 없었다. CMT, 통상 치료 병행군, 통상 치료군을 비교하자 효과율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도출되었다. 부작용을 3편의 연구에서 보고하였는데, 약물 그룹에서 13건의 부작용 (오심, 식욕 부진, 소화기계 불편감, 복통)이 발생했고, 한 연구의 추나 그룹에서 국소 부종과 피부 발적이 관찰됐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추나 그룹에서 두통, 이명, 구강 내 부종이 발생했고, 기존 치료 그룹에서 이통, 경추통, 턱관절 통증 증가가 보고되기도 했다. 본 연구의 의미와 한계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본 연구는 턱관절 장애에 추나요법을 중재로 시행한 연구의 첫 번째 체계적 문헌고찰이다. 비슷한 방식으로 시행하는 수기요법이 있으나, 그 이론적 배경이 다르기 때문에 본 연구에서는 유사한 수기 요법을 제외하고 한국 Chuna와 중국 Tuina 등 추나요법만을 포함해 중재를 더 엄밀하게 선정하였다는 의미가 있다. 또한 1편의 한국 논문이 출판되지 않은 회색문헌으로 출판 비뚤림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선정된 논문 12편 중 11편이 중국 논문으로 지역적 편향의 한계는 여전히 존재한다. 그리고 시행된 추나요법을 살펴보면 근위, 원위부 경혈에 대한 자극이 대부분이며 관절을 직접 가동하거나 교정한 연구는 3편에 불과하고, 턱관절 부위 치료시 경추부 추나 기법을 자주 시행하는 한국의 실정[7∼9]을 잘 반영하지 못하였다. 이와 함께 포함된 연구의 비뚤림 위험에 대해 파악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고, 특히 이중 맹검에 대한 부분에 대해 비뚤림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수기 요법의 특성상 시술자와 환자 사이의 맹검은 거의 불가능하여 연구 설계상의 애로사항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평가자 맹검의 불완전성, 적절하지 않은 무작위 배정으로 인한 비뚤림의 가능성은 아쉬웠다. 그리고 포함된 연구에서 시행한 통상적인 치료의 종류가 매우 다양하고, 시행한 추나요법의 구체적인 방법도 다양하게 나타나 이질성이 높게 나타났으며, 추나요법 전반에 대한 효과는 파악할 수 있었지만 구체적인 방법별 효과는 파악할 수 없었다. 향후 대규모 기법에 대한 표준화와 더불어 더 큰 규모의 RCT와 그에 기반한 문헌고찰을 통해 더 높은 수준의 근거를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KMCRIC 링크 https://www.kmcric.com/database/ebm_result_detail?cat=SR&access=S202208137 -
지난해 초·중·고교생 건강지수 상승…우울감↓ 신체활동↑[한의신문=강준혁 기자] 지난해 코로나19가 종식되면서 우울감을 느끼는 초·중·고교생은 줄고 신체활동을 하는 학생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와 질병관리청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3년 학생 건강검사 표본 통계’와 ‘2023년 청소년 건강행태조사’ 결과를 28일 발표했다. 학생 신체 발달 상황을 담은 학생 건강검사 통계는 지난해 3~9월 전국 초·중·고교 중 표본으로 선정된 1009곳 소속 학생 8만7182명의 건강검사 자료를 분석한 것이며, 청소년 건강행태조사는 지난해 6~7월 전국 800개 학교 소속 중1~고3학생 6만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 비만군 학생 줄어…3년 내 최저 과체중과 비만을 모두 합친 ‘비만군’에 해당하는 초·중·고교생 비율은 지난해 29.6%로, 2021년 30.8%, 2022년 30.5%와 비교해 최근 3년간 가장 낮게 나타났다. 중·고교생들의 비만군 비율은 전년대비 각각 32.8%와 30.0%에서 28.1%와 29.9%로 소폭 줄었지만, 초등학생은 29.8%에서 30.3%로 증가했다. 또 읍·면 지역의 비만군 학생 비율(34.4%)이 도시 지역(28.7%)보다 5.7%p 높았다. 초·중·고교생 최고 학년의 평균 키는 최근 2년간 발달 정도와 유사했지만,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의 키 발달 상황은 2022년보다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교 6학년의 경우 남학생 153.3cm·여학생 153.2cm였다. 중학교 3학년은 남학생 170.9cm·여학생 160.9cm였고, 고등학교 3학년은 남학생 174.4cm·여학생 161.7cm였다. 2022년의 경우 초등학교 6학년 남녀 학생들의 평균 키는 각각 153.7cm·153.5cm로 지난해보다 0.4cm·0.3cm씩 컸다. ◇ 아침 결식 비율 41.1% 주5일 이상 아침 식사를 거르는 학생들은 41.1%로 나타났다. 결식률은 여학생이 42.6%, 남학생이 39.7%로 남학생보다 여학생이 아침을 먹지 않는 경향을 보였다. 주3회 이상 패스트푸드 섭취율은 26.9%인데, 남학생이 29.2%, 여학생이 24.4%로 나타났다. 또한 주3회 이상 단맛음료를 마신다고 응답한 비율은 64.9%로 전년(63.6%)보다 1.3%p 높아졌고, 이 비율은 남학생이 69.9%, 여학생이 60.6%였다. 흡연율은 4.2%로 전년(4.5%) 대비 0.3%p 하락했다. 2023년 남학생의 현재 흡연율은 5.6%로 전년(6.2%)보다 0.6%p 줄었고, 여학생의 경우는 2.7%로 전년(2.7%)과 같았다. 학생들의 현재 음주율 11.1%로 2022년(13.0%)보다 1.9%p 하락했다. 남학생의 현재음주율은 13.0%, 여학생은 9.0%를 기록했다. 이 비율은 전년인 2022년에 15.0%, 10.9%였다. 일주일에 3일 이상 고강도 신체활동을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41.2%였다. 이 비율은 남학생 52.1%, 여학생 29.6%로 전년보다 각각 4%p, 3%p 늘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교육부는 관계부처·시도교육청과 협력해 건강증진교육을 강화할 것”이라며 “예방효과가 큰 건강증진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등 제2차 학생건강증진기본계획을 내실 있게 추진해 학생들이 건강하게 성장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학생 건강검사 표본통계 분석결과 보고서와 청소년건강행태 상세 보고서는 각각 교육부 학생건강정보센터, 질병관리청 청소년건강행태조사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
醫史學으로 읽는 近現代 韓醫學(518)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1994년 제17회 전국한의학학술대회에 논문 발표를 위해 내한한 중국 西安 陝西中醫科大學 학장 杜雨茂 교수와 曾福海·王宗柱 교수 3인은 10월29일 오후 6시 서울시 중구 퇴계로 세종호텔 소나무홀에서 열린 임상학술좌담회에 초대돼 열띤 토론을 벌였다. 배원식 선생이 초청해 만들어진 이날 자리에는 한국측 인사로 배원식, 신태익, 김홍구, 조홍건, 박성은, 이문순, 이봉주, 김봉권, 손숙영 등 한의사들이 참석하였고, 중국측은 杜雨茂, 曾福海, 王宗柱 등이 참석했다. 본 학술좌담회는 손숙영 원장이 통역을 담당했고, 박성은 원장이 내용을 정리했다. 정리된 내용은 1994년 11월 간행된 『醫林』 제223호에 게재돼 있다. 특이한 점은 이 223호가 『醫林』 창간 40주년 기념 특집호라는 것이다. 정리 자료는 현장에서 진행된 내용을 문답식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아래에 그 내용을 요약 정리한다. 아래의 문)은 한국측의 질문이고, 답)은 중국측의 답변을 의미한다. ○ 문) 선생님의 전공은? 답) 암 등의 난치병을 전문으로 치료하고 있다. ○ 문) 중의의 치료율은 높다고 보는가? 답) 중의의 치료 효과는 매우 높다. ○ 문) 예방의학에 대한 관심은? 답) 중의학적 예방의학은 점차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유행성 출혈열에 紫草가 예방에 큰 효과가 있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 문) 중의의 발전의 비중과 서의와의 협력적 연구를 통한 발전 중 어느 쪽이 비중이 높아고 생각하는가? 답) 중의의 발전은 서의와의 결합적 발전보다는 변증시치의 이론에 의한 연구로써 더욱 발전하는 것 같다. ○ 문) 변증론치라는 것이 주증을 잡는 것이 매우 힘들며 비슷비슷한 증상이 많아 당혹감을 느끼게 되는데. 답) 변증론치를 잘 하는 사람이 명의가 될 수 있다. 주증은 四診 등 여러 가지 진찰을 통해 스스로 터득해야 한다. ○ 문) 중국에서 말하는 명의의 개념을 이야기해달라. 답) 중국에서는 경력, 환자 진찰수 등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정부에서 개인에게 명의의 호칭을 내려준다. 중국 각지에는 약 500명 정도의 명의가 있다. 지금 여기에 있는 杜雨茂 선생도 명의 중 한 분이다. ○ 문) 변증시치 외에 오운육기적 관점에서 한의학을 해석하지는 않는지? 답) 자오유주법 등 일부에서는 이용하는 듯하나 대부분은 변증시치를 기본이론으로 공부하고 있다. 나이가 많은 노의들 중에서 이를 이용하기도 한다. 운기는 溫疫 등 유행성 질환에 운용하나 이 역시 변증론치의 범주 안에 있는 것이다. ○ 문) 공황장애 등 정신과 질환은 어떻게 치료하는가? 답) 여러 치료법이 있을 수 있으나 우리는 팔강변증에 의거하여 치료하고 있다. ○ 문) 암 등의 난치병의 진단과 치료는 어떻게 하는가? 답) 암 등의 진단은 서의적 진단에 의존하며 암으로 확진이 되면 중약으로 치료한다. ○ 문) 사진 중에 가장 선호하는 진단법은? 다시 말해 확진을 내리는데 가장 중요하다고 느끼는 진단법은 무엇인가? 답)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진단법은 없다. -
한약처방 본초학적 해설-50주영승 교수 (전 우석대한의대) #편저자주 : 한약물 이용 치료법이 한의방의료에서 차지하는 중요한 위치에도 불구, 최근 상황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음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모든 문제 해답의 근본은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에서, 전통처방의 진정한 의미를 이 시대의 관점에서 재해석해 응용율을 높이는 것이 절대적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서는 첩약 건강보험 2단계 시범사업의 알레르기 비염에 응용될 수 있는 약물처방(49회∼)을 소개함으로써 치료약으로서의 한약의 활용도를 높이고자 한다. 아울러 효율 높은 한약재 선택을 위해 해당 처방에서의 논란대상 한약재 1종의 관능감별 point를 중점적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한의학에서 코막힘(鼻塞)은 일명 鼻窒이라고도 하며, 靈樞·本神에서 ‘肺氣가 虛하면 코가 막혀 호흡이 순조롭지 않다’고 했다. 우선적으로 風寒에 의한 경우는 鼻塞 呼吸不利 發熱惡寒 頭痛身疼 脈浮緊하므로 宣肺散寒하라 하였으며, 風熱에 의한 경우는 鼻塞 濁涕 發熱咳嗽 脈浮數하므로 疏風淸熱해야 한다’고 했다. 공통으로 코막힘(鼻塞) 증상이 있으나 맑은 콧물과 탁한 콧물의 차이가 중요한 구분기준임을 알 수 있다, 즉 초기의 맑은 콧물 단계는 外寒이 內熱을 束縛하는 증세로서 肺寒에 속하며(正傳), 점차적으로 변환되는 탁한 콧물 단계는 風熱에 속한다고 보고 있는 점(回春)과 일치한다. 한편 鼻淵은 일명 腦漏라고도 불리며, 이는 風寒邪가 腦戶에 응결된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膽液이 下注하므로 濁涕가 되는데 흘러서 그치지 않으면 水泉과 같으므로 鼻淵이라고 했다. 점차 濕熱性으로 변하면서(膽移熱于腦之鼻淵) 탁한 콧물이 줄줄 흘리거나 누런 콧물이 방울방울 떨어져 콧물이 마르지 않는 증상을 나타낸다. 風熱性 코막힘(鼻塞)과 더불어 탁하고 누런 콧물의 증상에 응용되는 처방 중에서 많은 빈도수와 오랫동안 사용되어온 대표 처방으로 荊芥連翹湯이 있다. 1. 荊芥連翹湯 荊芥連翹湯은 明나라의 龔廷賢이 저술한 萬病回春에 鼻淵과 膿耳 처방으로 각각 처음 소개됐다. 처방 구성에서 약간의 차이점을 가지고 있으며, 모두 대표약물인 發散風寒 효능의 荊芥와 淸熱解毒 효능의 連翹 사용에 근거한 이름이다. 여기에서는 濁涕를 흘리는 證으로 風熱에 속한 鼻淵에 응용된 荊芥連翹湯을 대상으로 하는데, 다양한 증상(코막힘, 콧물, 코의 소양감, 鼻炎, 알레르기성 鼻炎, 축농증, 비후성 鼻炎 등)에 응용될 수 있을 것이다. 위의 구성 한약재 14품목에 대해 코막힘과 콧물 분비를 기본 증상으로 하는 알레르기 鼻炎을 대상으로 본초학적인 특징을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1) 氣는 微寒5(寒性2), 溫性4(微溫1), 平性2로서 전체적으로는 寒性>溫性 처방이다. 자연스럽게 寒性과 溫性의 상호 反佐의 기능이 발휘되고 있다. 종합적으로는 風熱性鼻炎인 탁하고 누런 콧물 단계에 적합한 조합으로서, 風寒性 鼻炎의 특징인 맑은 콧물에서의 다음 단계인 鼻炎의 초기→중기로 이동되는 시기에 적합한 처방으로 생각된다. 2) 味(중복 포함)는 辛味8, 苦味6, 甘味4(酸味1)로서, 辛苦味가 주된 역할을 담당하고 甘酸味로 보조하는 형태다. 辛味는 風寒 혹은 風熱性 鼻炎에 能散·能行하는 작용(發散·行氣 혹은 潤養)으로 發汗과 行氣·活血 작용을 나타내며, 苦味는 風熱性 鼻炎에 淸熱降火燥濕 작용으로 解熱을 담당함으로써, 전체적으로는 發汗을 통한 淸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편 甘味의 能補·能和·能緩과 酸味의 能收·能澁의 약물을 배합함으로써 지나친 發散에 대한 보완조치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 歸經(중복 및 臟腑表裏 포함)은 肝9(膽4), 肺8(大腸2), 心5(心包1 小腸1), 脾4(胃4), 腎1(膀胱1), 三焦1로서 肝肺心經에 주로 작용하며 脾胃經이 보조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여기에서 肝經은 노폐물 배설과 관련하여 肝主疏泄 肝主風邪 肝火犯肺·肺經은 發汗에 관련하여 肺主氣 肺主皮毛 形寒飮冷則傷肺·心經은 心主火 汗者心之餘液으로 설명할 수 있으며, 脾胃經은 脾統血 脾主升淸 胃主降濁으로 설명된다. 한편 生地黃의 腎經은 淸熱을 통한 滋陰의 경우이며, 防風의 膀胱經은 發汗을 통한 水濕대사의 조정기능인 膀胱主一身之表로 정리된다. 4) 효능은 解表藥5(發散風寒3 發散風熱2), 淸熱藥5, 理血藥3(補血2 活血1), 補氣藥1이다. 여기에서도 寒性>溫性의 비율을 나타내는데, 風熱性鼻炎에 적용되는 부분은 發散風熱2와 淸熱藥5로서 전체의 50%를 차지한다. 아울러 風寒性 鼻炎에 적용되는 부분은 發散風寒3이며, 추가로 과다한 發散에 대한 理血氣약물로 대처하고 있다. 2. 구성약물의 세부 분류 1) 君藥(4종): 解表藥 3종(荊芥 防風 白芷), 淸熱藥 1종(連翹)이 해당되는데, 주로 風熱을 疏散하고 消腫止痛함으로써 上焦의 火를 淸解한다. ① 荊芥: 祛風解表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風病之要藥이다. 性이 비교적 和平하여 辛하되 烈하지 않고 溫하되 燥하지 않는다. 본처방에서는 辛散疏風하는 효능으로 防風과 배합하여 風寒의 邪를 發散시킴은 물론이고, 薄荷 柴胡와 배합돼 風熱을 疏散하므로 外感表證의 風寒이나 風熱을 막론하고 모두 응용되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② 防風: 性味가 微溫하되 燥하지 않고 甘緩하여 峻烈하지 않아 性이 비교적 緩和하므로 風藥中에 潤劑라 부른다. 즉 완만한 發汗으로 津液을 손상시키지 않는 약물이다. 風邪를 없애주어 治風에 通用하는 要藥이 된다(祛風之主藥). 解表하고 祛風하여 止痛하므로 風寒의 表證과 風濕으로 인한 痺痛, 風熱로 인한 目赤과 咽痛 등을 치료하는데 常用된다. ③ 白芷: 祛風燥濕 消腫排膿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辛味는 發散시키고 祛風하며, 溫燥한 性은 除濕시키고, 芳香은 通竅止痛시키는(其氣芳香能通九竅), 足陽明胃經의 主藥이 된다. 足陽明經脈은 頭面을 순행하므로 風寒濕으로 인한 頭額痛과 眉稜骨痛, 齒齦腫痛 및 鼻淵 등 頭面의 모든 질환을 치료하는 要藥이 된다. 外感風寒으로 인한 頭痛 鼻塞을 치료하며(예: 荊防敗毒散), 芳香性을 이용해 鼻淵頭痛에 응용된다(예: 蒼耳散). ④ 連翹: 上焦의 風熱을 없애주어 外感風熱이나 溫病 초기에 응용된다. 주로 頭面部 熱毒에 사용되는데 上焦火로 頭面生瘡한 경우에 응용된다(예: 淸上防風湯). 주된 효능인 淸熱 작용은 表裏에 모두 透達하는데, 荊芥 防風과 더불어 風熱을 疏散하여 消腫하는 것과 같이 실제적으로는 裏熱의 淸解에 더욱 유효하다. 2) 臣藥(3종): 補血藥 3종(川芎 當歸 芍藥)으로서 補血活血하여 주로 君藥의 解表淸熱 작용을 보좌하며 아울러 止痛한다. ① 川芎: “諸頭痛 須用 川芎”과 같이 辛散으로 祛風止痛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上行頭目 下行血海하는 血中의 氣藥으로, 특히 辛溫하여 風寒(예: 川芎茶調散) 혹은 風濕性 頭痛(예: 羌活勝濕湯)에 양호한 효능을 나타낸다. 아울러 祛瘀血→生新血의 기능을 통한 과도한 發散에 대한 견제와, 上焦를 침범하여 나타난 外感性頭痛에 응용된 예에 해당된다. ② 當歸: 甘補辛散하며 溫通의 약물로서 기본적으로 補血약물이지만 活血 작용도 있어 이를 통해 行氣止痛의 효능을 나타낸다. 특히 그 性이 따뜻하므로 血分有寒者에 가장 적합하다고 말할 수 있다. 일부 當歸(土當歸)에서의 活血祛瘀 작용은 川芎과 더불어 和血行血하여 諸經의 血凝氣聚를 散할 수 있고, 川芎의 祛瘀血→生新血의 결과와 합해져 當歸 자체의 補血기능과 더불어 과도한 發散에 대한 보완역할을 가지고 있다. ③ 芍藥: 補血藥으로서 과도한 發散에 대한 보완역할(所以和陰血)을 담당하며, 아울러 凉한 성질은 風熱에 대한 견제기능을 나타낸다. 여기에서 白芍藥 혹은 赤芍藥의 활용 여부는 補瀉 선택기준에 따라 선택이 가능하다. 3) 佐藥(5종): 淸熱藥 2종(梔子 黃芩), 發散風熱藥 1종(柴胡), 淸化熱痰藥 1종(桔梗), 順氣藥 1종(枳殼)이 이에 해당된다. ① 梔子 黃芩 柴胡 : 疏肝解鬱 淸熱瀉火하여 少陽膽經의 火를 瀉해준다. 기본적으로 膽移熱于腦之鼻淵의 원리에 따른 것인데, 肝은 木에 속하고 木은 風을 생하므로 肝에 風이 있으면 陽邪인 風은 빠르게 熱로 변하기 때문이다. 특히 柴胡는 解表淸熱 疏肝解鬱하여 淸凉한 陽氣를 상승시키는 역할을 나타내고 있다. ② 桔梗 枳殼: 桔梗의 祛痰消腫排膿과 枳殼의 祛風 및 위장운동촉진 역할이다. 風熱로 인한 痰에 대한 快氣宣通하는 기능을 발휘한다. 4) 佐使藥(補氣藥 1종): 甘草가 이에 해당된다. 甘草의 일반적인 효능인 諸藥調和로써 여기에서는 發散하는 약과 收斂하는 약을 조화시키는 역할을 하며, 아울러 淸熱解毒 작용으로 淸熱을 보조한다. 3. 정리 이상을 종합하면 荊芥連翹湯은 淸熱疏風 補血活血 瀉火解毒 消腫의 효능을 나타내는 처방으로, 頭痛의 川芎茶調散, 補血의 四物湯, 淸上焦熱의 淸上防風湯 등에서의 약물 구성과 의미를 포함하는 複方이다. 淸熱에 대한 주된 목적으로 전반적으로 성질이 寒冷한 약물이 많고 아울러 通氣 鎭痛 活血의 약물로 구성돼 있다. 이런 점에서 荊芥連翹湯은 熱性으로 진입되면서 나타나는 탁한 콧물성 鼻炎에 유효한 처방이며, 더욱 이상적인 결과를 위해서 辛夷와 蒼耳子 등의 첨가를 고려할 수 있다. -
-'제발 받아주세요' 편- -
“이제 병원은 빨리 졸업하고 싶습니다!!”김은혜 치휴한방병원 진료원장 <선생님, 이제 그만 저 좀 포기해 주세요> 저자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한의사로서의 직분 수행과 더불어 한의약의 선한 영향력을 넓히고자 꾸준히 저술 활동을 하고 있는 김은혜 원장의 글을 소개한다. 오랜 기간 입원해 계시는 환자분들과 자연스레 가깝게 지내다 보면 별의별 말들을 들을 때도 많고, 별의별 일들을 겪을 때도 많았다. 그중에서 가장 크게 회자되었던 한 남녀의 이야기를 전한다. 한 여자가 입원하러 왔다. 아주 왜소한 체격에 낯빛에서 우울한 기색이 여실히 보이는 40대 환자였다. 난소암으로 자궁 전체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고 잔존 암 없이 4년 차에 들어선 환자였다. 여기까지 오게 된 이유는 우울함과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한 여러 사건 때문이었다. 아기를 좋아하는데 결혼 상대가 없어 난자 냉동까지 해놓았지만 자궁 전체를 다 들어낸 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말하는 환자는 말을 덧붙였다. “이전에 다른 병원에 입원했는데 제가 힘들다고 말하니 다른 암 환자분들이 ‘그래도 자기는 곧 완치이니 상황이 나은 거’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물론 맞는 말이고 제가 그분들 앞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으면 안 되었긴 한데……. 그렇지만 저한테 완치까지 남은 2년은 긴 시간이고, 사회에 복귀하기에는 저에게 암 투병 중이라는 말이 따라오고, 체력도 안 받쳐주거든요. 위로를 받고 싶은데 마땅한 사람은 없고……. 자꾸 마음을 곱씹다 보면 원래 긍정적이었던 내가 왜 이렇게 되었나 싶으면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런 생각이 끊이지 않아서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까 제가 우울증인 것 같던데 그렇다고 정신과 약을 먹기는 싫고…….” 한 남자가 입원하러 왔다 완치를 앞둔 암 환자들이 생각보다 많이 겪는 딜레마였다. 혹자는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는 것 자체를 부러워하기도 했지만 본인들에게는 너무나도 무겁고 남들에게는 선뜻 내비치기 힘든 감정이었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의사에게도 말하기도 눈치 보인다는 모습으로 말을 이어 나가는 환자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주며, 간호사 선생님에게 지금 배정되어 있는 병실 호수를 바꿔 달라 요청했다. 원래 같은 질환을 가진 분들끼리 한 병실을 쓰도록 되어 있어서 암 환자 병실에 배정되어 있었는데, 이전 병원에서의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환자를 위해 활발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원내를 돌아다니는 분들이 있던 병실로 바꿔 달라한 것이다. 처음에는 그 분위기를 다소 부담스러워하는 기색을 보이던 여자는 이내 어머님들의 친화력에 동화되어 곧잘 같이 다녔고 처음의 우울한 모습이 잠깐이나마 사라지는 순간이 점점 많아지는 나날들이 흘러갔다. 한 남자가 입원하러 왔다. 아주 건장한 체격에 낯빛에서 호탕한 기색이 여실히 보이는 40대 환자였다. 폐암으로 절제술, 항암 치료, 방사선 치료를 모두 받고 잔존 암 없이 3개월 뒤면 완치 판정을 받는다. 여기에 온 이유는 한 달 뒤에 다시 회사에 다닐 예정인데 그 회사에서 ‘세 달 뒤면 완치이며 현재 일상 복귀가 가능한 신체 상태’라는 것을 병원에서 증명해 오라고 했기 때문이다. 전처를 20대 시절 일찍 떠나보내고 본인도 지난 5년간 투병을 해봤지만 암 환자로 사회를 살아가는 것이 참 녹록하지 않다고 말하는 환자는 말을 덧붙였다. “저 같아도 회사 오너면 당연히 확인할 절차이겠지만 막상 또 제 이야기가 되니 씁쓸합니다. 저는 그래도 경력이라도 있으니 이렇게 해주지, 아닌 사람들은 더 고생이겠지요? 남들 앞에서는 이런 고민 털어놓지도 못하는데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병원이 편하긴 하지만……. 이제 병원은 빨리 졸업하고 싶습니다!!” 보이는 것보다도 더 호탕한 성격이었다. 한편으로는 그 성격이, 아내와 본인의 투병 생활을 겪으면서 이겨내 온 고난들의 산물인 것 같아 괜히 마음이 뭉클해지기도 했다. 당시 남자 병실에 비어 있는 자리가 많이 없던 터라 간호사 선생님이 “이 환자는 암 병실 아닌 곳으로 배정해도 되겠냐”는 요청에 흔쾌히 허락을 했다. 배정된 병실의 아버님들이 운동에 진심이었기에 식후마다 산책을 다 같이 나갔는데 마침 취향이 맞았는지 남자는 그 분위기에 곧잘 어울렸다. 매번 어디 다녀오시는 거예요? 몇 주가 흘렀다. 입원 병동을 하루에 두세 번 병실 순서대로 쭉 돌며 환자를 보는데, 묘하게 두 사람이 같이 없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각자의 병실이 통째로 비어 있는 날도 많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어느 날 오후, 두 사람의 얼굴을 못 본 지 며칠이나 되었다는 생각에 그들이 돌아올 때까지 복도에서 기다렸다. 몇 분 뒤, 병동 문이 열리고 여자가 먼저 들어오고 그 뒤를 따라 남자가 들어왔다. 나와 눈이 마주치고 흠칫 놀란 여자는 달려오면서 아는 척을 했다. 눈짓으로 인사를 하고 같이 병실로 들어가면서 “매번 어디 다녀오시는 거예요?” 하고 물었다. 그 말이 병실 전체에 울리자 병실 안에 계시던 어머님들이 갑자기 일괄 키득거리기 시작했다. 병원에서 느끼기에는 아주 생소하게 다가오는 분위기에 고개를 갸우뚱하며 여자를 쳐다보자 여자는 얼굴을 붉힐 뿐이었다. “뭐가 있으신가 보네. 좋은 일인 것 같으니 이야기해줄 준비되실 때 말씀주세요”라고 말하고 병실 밖으로 나섰다. 이어서 남자를 찾아갔다. 평소와 같은 얼굴로 신발 정리를 하던 남자는 나를 보고 “여, 선생님 오셨어요!” 하고 반겼다. 나는 여자에게와 같은 질문을 건넸다. “매번 어디 다녀오시는 거예요?” 남자의 답변은 황당했다. “담배나 한 대 피우고 오는 거죠, 뭐.” “예? 완치를 앞둔 폐암 환자가 담배를요? 담배 끊으신 지 오래되셨다면서요!” “아, 그 담배가 아니고……. 그러게요. 저 담배 끊었는데, 허허.” “예? 무슨 말씀하시는 거예요, 지금? 가지고 계신 담배 주세요. 담배는 안 됩니다.” “담배 없어요. 그런데 선생님, 맞은편에 OOO 환자 상태 어때요?” “다른 환자분 이야기는 말씀 못 드려요. 궁금하시면 직접 친해지셔서 말씀 나누세요. 말 돌리지 마시고 담배 주세요.” “아니 본인이 말을 안 해주니까……. 아! 담배는 없다니깐요~?” 옷 냄새만 맡아봤어도 그가 담배를 피우고 온 것이 아니었음을 알았을 텐데, 과거의 나는 참 눈치가 없었다. 모르는 척해! 퇴원을 며칠 앞두고 두 사람은 퇴원 날짜를 같은 일로 맞췄다. 그때까지도 눈치를 못 채고 있던 나는, 환자와 같은 병실을 쓰던 어머님이 “모르는 척해”하며 알려 준 귀띔 덕에 자초지정을 알게 됐다. 아마도 두 병실의 어머님들과 아버님들의 돌아다니는 동선이 겹치면서 자연스럽게 인연이 된 것 같다. 돌이켜 보면 두 사람은 나와의 첫 대화에서부터 서로 간의 상처를 보듬어 줄 수 있는 성격을 보였던 건지도 모르겠다. 퇴원하는 당일, 두 사람의 짐이 담긴 캐리어 2개를 지키고 있는 남자를 뒤로한 채 여자가 나에게 다가왔다. “선생님, 저희 만나보기로 했어요.” 수줍게 고백하는 여자의 손을 잡고 방방 뛰었던 기억이 난다. 그 뒤로 얼굴을 볼 수는 없었지만 짧은 병원 생활에서 만든 좋은 추억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기를 바라본다. -
침금동인으로 복원한 내의원 표준경혈4박영환 시중한의원장(서울시 종로구) 침구의학은 수천 년의 세월동안 다양한 이론을 반영하여 발전했다. 초기의 형태는 알 수 없으나 오행학설이 도입되기 전에는 11개의 경맥이 있었고 상한론(傷寒論)의 육경(六經)이란 족육경(足六經)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초기에는 육기(六氣) 중심이었던 경맥은 후대로 내려갈수록 오장육부 중심으로 관점이 바뀌었으며 현재는 12경맥의 흐름이 수태음폐경맥부터 족궐음간경맥까지 상하(上下)를 오가며 한 개의 흐름으로 이어지게 구성이 돼 있다. 그러나 초기 의서인 <천금요방>(652년)에는 사지의 경혈을 12경맥에 배속하여 분류했지만 머리와 몸의 경혈은 경맥에 배속하지 않고 위에서 아래로, 가운데에서 바깥의 순서로 경혈을 취혈했다. 즉 사지와 몸통의 경혈을 따로 분류하고 취혈 순서도 달라서 현재와는 전혀 다른 체계라고 할 수 있다. <외대비요>(752년)에서는 모든 경혈을 12경맥에 배속하여 재분류하기 시작했는데 현재 12경맥 경혈의 초기 형태라고 할 수 있으며 <동인경>(1026년)에서는 <천금요방>과 <외대비요>의 두 가지 분류법을 모두 사용해 상하권에 나누어 경혈을 따로 따로 기재했다. 이후 <천금요방>의 분류법은 사라졌으며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12경맥의 모습은 <성제총록>(1117년)에서 체계화되기 시작했다. 다시 말하면 현재 전해오는 경혈의 취혈법은 본래 <성제총록> 이전 시대인 <천금요방> 등에서부터 기록된 문장들이다. 침금동인으로 검증한 바에 따르면 본래 이 문장들은 앞 경혈과 뒤 경혈의 취혈법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서 <천금요방>이나 <동인경>의 순서대로 앞의 경혈을 기준으로 다음 경혈을 취혈해야 정확한 위치를 찾을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이는 머리와 몸통의 경혈에서 특히 중요하다. 그런데 <외대비요>나 <성제총록> 등에서 머리(頭部)와 몸통(體幹)의 경혈들을 12경맥의 배속에 따라 재분류하고 순서를 바꾸어 놓기 시작했다. 대략 이 시점부터 경혈 취혈의 순서가 바뀌기 시작했으며 분촌(分寸)의 수치도 어긋나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취혈이 왜곡된 경혈 중에 대표적인 경혈로 천충(天衝·GB9)을 예로 들 수 있다. 현재 천충(GB9)은 솔곡(GB8)의 다음 경혈로 순서가 정해져 있는데 천충(GB9)의 취혈법은 <천금요방>에 “天衢在耳上如前三寸”로 돼 있다. 여기서 ‘如前’은 앞 문장을 뜻하는데 <천금요방>에서 앞 경혈은 현리(懸釐·GB6)다. 현리(GB6)는 곡주섭유의 아래끝 모서리(懸釐在曲周顳顬下廉)에 있다고 설명돼 있다. 따라서 천충(GB9)은 “귀보다 위에 취혈하는데 현리(GB6)의 취혈법과 같이 곡주섭유 아랫면에서 취혈하고 현리(GB6)에서 3寸 떨어져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바른 해석이다. <천금요방>에서는 현리(GB6)였던 ‘如前’穴이 점점 솔곡(GB8)으로 바뀌게 되었고 원문에 “三寸”이었던 취혈법도 후대의 서적에서는 “三分”으로 점점 바뀌게 되어 천충(GB9)의 정확한 혈위는 찾을 수 없게 됐다. 현재 <WHO/WPRO 표준경혈위치>의 천충(GB9)은 귀 위 솔곡(GB8)에서 0.5촌 뒤에서 취혈하고 있다. 침금동인의 천충(GB9)은 현리(GB6)에서 3寸 뒤에 있는데 내의원에서는 <천금요방>의 내용을 그대로 따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특별 인터뷰] 한의사가 되어 돌아온 '나비 니마 존(이란계 미국인)'한의학전문대학원 학위 과정을 마치고 한의사 국가고시까지 합격한 '나비 니마 존' 최근 KBS 인간극장(4605회, 날아라 한의사 나비 4부) 출연 특집으로 준비한 아콤티비 특별 인터뷰에서 '한의사가 되기까지 이야기와 외국인 한의사 나비가 꿈꾸는 의료인으로서의 삶'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
“지자체의 한의약 육성 계획 수립, 적극 지원할 것”[한의신문=기강서 기자] 보건복지부(장관 조규홍)와 한국한의약진흥원(원장 정창현)이 28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17개 광역자치단체와 226개 기초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한의약 육성 지역계획 수립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번 설명회는 지난해 개정된 한의약육성법에 따라 한의약 육성 지역계획 수립‧제출이 의무화된 지방자치단체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강민규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관은 인사말을 통해 “오늘 이 자리는 지자체 업무 담당 공무원들이 보다 수월하게 한의약 육성 지역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돕고자 마련됐다”며 “정부는 지속적으로 지역계획 수립을 지원하고자 한의약진흥원을 통해 상시 컨설팅을 제공할 계획이며, 필요한 지자체에서는 적극 활용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창현 원장은 “한의약 육성 지역계획 수립 기준과 지침을 지자체 담당 공무원에게 안내해 지역계획이 원활하고 효율적으로 수립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며 “정부의 한의약육성발전종합계획과 연계해 지자체의 한의약 특성이 잘 반영된 지역계획이 수립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진 첫 세션에서는 △제4차 한의약육성발전종합계획 안내(송진성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과 사무관) △한의약 육성 지역계획 지침 수립 안내(박유선 한국한의약진흥원 정책지원센터장) △한의약 육성 지역계획 수립 현황과 지표 활용(최병희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정책팀장) 등이 발표됐다. 한의약 육성 지역계획 수립시 참고할 부분은? 송진성 사무관은 “한의약육성법 제6조에 따라 한의약의 육성·발전 등에 관한 종합계획을 5년마다 수립한다”면서 “‘20년 제3차 종합계획의 종료에 따라 ‘21년부터 ‘25년까지 제4차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 사무관은 이어 “4차 종합계획의 비전은 한의약을 통한 건강·복지 증진 및 산업 경쟁력 강화”라며 “이를 위한 4대 목표는 △한의약 중심 지역 건강 복지 증진 △한의약 이용체계 개선 △한의약 산업 혁신 성장 △한의약 글로벌 경쟁력 강화”라고 강조했다. 특히 송 사무관은 △첩약 보장성 강화를 위한 첩약건강보험 실시 △국민들의 한약재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한약재 이력정보 추적 인프라 구축·운영 계획 등 각 목표에 따른 세부사업 계획을 소개했다. 또한 박유선 센터장은 한의약 육성 지역계획 수립 작성방법에 대해 “지역사회 현황 분석, 지역 육성계획 등을 개조식으로 일목요연하게 작성해야 한다”며 “오늘 보여줄 양식을 참조해 작성하되, 지역 여건에 따라 작성 항목 추가, 표 양식 및 순서 변경 등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 센터장은 지역 한의약 현황 분석, 기존 한의약 육성 관련 사업 추진 성과와 한계, 비전 및 전략 체계, 추진전략 및 추진과제, 자체 점검계획 등 각 파트에 따른 작성 방향과 함께 작성 양식 표를 제시해 참여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그는 이어 “한의약육성법 개정으로 인해 시‧도는 지역계획 제출이 의무화 됐으며, 시‧군‧구는 자율적 제출이 가능하지만 미제출시 사유를 제출해야 한다”면서 “향후 시‧군‧구 역시 지역계획 제출 의무화 추진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힌 후 지역계획 수립‧제출 절차 및 제출 기간 등에 대해 설명했다. 이와 함께 한의약 육성 지역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국가통계포털 △헬스맵 △한국한의약연감 등의 사이트를 통해 관련 지표 및 현황자료를 확인할 수 있다고 안내한 최병희 팀장은 “예를 들어 한국한의약연감 사이트에서는 한의의료기관 청구건수 및 진료비를 확인할 수 있으며, 헬스맵에서는 노인인구 비율 등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최 팀장은 “계획 수립시 지역특성을 최대한 반영해 지역혁신주체와 연계를 통해 특성화전략을 이행할 수 있다”며 “또한 보건소 단위 건강증진사업 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다양한 지역계획과 연계해 수립하고, 이와 함께 수립 가이드 및 상시컨설팅 체제를 운영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진 두 번째 세션에서는 △한의약 건강돌봄 모니터링 및 평가사업(이지현 한국한의약진흥원 의료지원센터장) △한의약 건강증진사업 안내(박소현 건강증진개발원 생활건강팀장) △한의약 외국인환자 유치 및 진출사업 안내(남효주 한국한의약진흥원 세계화센터장) △지역별 한의약 환경 및 특성 분석(김경한 우석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을 발표했다. 각 지자체 및 정부에서 시행 중인 한의약사업 설명 이지현 센터장은 한의약 건강돌봄사업이란 지역사회 내 돌봄이 필요한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한의약 서비스와 욕구 기반의 건강복지 서비스를 연계·융합해 대상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라고 설명한 후 현장 사진 자료 등을 활용해 사업 추진현황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이 센터장은 또 한의약 건강돌봄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한의약진흥원에서 지역한의사회와 지자체에 △사업계획 수립 등 컨설팅 지원 △성과대회 등 우수사례 포상 △우수사례 연계 등 네트워크망 구축 △진료안내서, 우수사례집 자료 제공 등의 지원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박소현 팀장은 “한의약 건강증진사업의 추진목적은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생애주기별 주요 건강 관련 문제에 대해 한의약 기술을 사용해 건강 증진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것”이라며 “보건소 한의과진료실 등 내·외부 자원 및 타사업과 연계해 생애주기별 대상자 건강 특성에 맞는 한의약건강증진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박 팀장은 한의약 육성 지역계획 사업을 수립하기 위한 예시로, 지난해 최우수사례로 뽑힌 논산시보건소의 ‘코로나19(재택치료자, 후유증) 비대면 한의 진료사업’의 사업 목적·대상·기간·목표 및 치료약제·만족도 등에 대해 소개했다. 이와 함께 “현재 한의약진흥원에서는 한의약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한의약 외국인환자 유치 및 해외수출 지원 사업을 진행 중이며, 이번 사업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중점 추진방향”이라고 밝힌 남효주 센터장은 △동남아‧중동 환자 유치 활성화 지원 △일본·중국 환자 유치 확대 지원 △한의의료기관 해외진출 지원 △한의약 제품 해외시장 진출 지원 △한의약 해외 교육 연수 지원 △한의약 해외진출 및 외국인환자 유치 활성화 환경 조성 등 각 세부사업의 내용 및 목적에 대해 설명했다. 또 김경한 교수는 “한의약을 활용한 지역 주민의 건강 증진 및 산업 발전을 지자체에서 사업의 핵심테마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지자체별로 각 지역에 특화된 한의약 산업이 있는지 살펴본 후 전략 육성 사업을 진행해야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지자체에서 참고삼을 수 있을 만한 사업으로 △한의약 돌봄 사업 △한의난임지원 사업 △한의약 치매예방 사업을 설명하는 한편 전라북도·제천 등의 특정 지역에서 진행 중인 한의약 특화 사업에 대해 소개했다.